Executive Summary
이 글은 오픈AI와 앤트로픽과 구글이 만들려는 AI 표준기구를, 그 원본인 금융산업규제청이 브로커딜러를 실제로 검사할 수 있는 근거와 나란히 놓고 읽는다. 세 회사가 7월부터 실무 그룹으로 만나 왔다는 사실은 9월에 보도됐고 이틀 뒤 오픈AI가 공식으로 확인했다. 대부분의 논평은 이 사안을 밀실 담합이냐 자율규제의 진일보냐로 다룬다. 이 글은 그 프레임을 건너뛰고 한 가지만 묻는다. 금융에서는 심판보다 심판이 볼 장부가 먼저 있었는데, 지금 그려지는 설계도에 그 장부에 해당하는 축이 있는가.
공개된 설계 문서 다섯 건의 전문을 전부 받아 같은 물음을 던졌더니 없었다. 가장 조문에 가까운 설계안은 검사관이 데이터 선택부터 배포 후 모니터링까지 개발사의 관행을 감사한다고 적으면서, 그 감사의 증거를 개발사가 무엇으로 어떤 형식으로 얼마나 오래 남겨야 하는지는 잇지 않는다. 다른 문서는 감사자가 볼 문서의 범위를 모델 카드류로 미리 제한하자고 적고, 또 다른 문서에서 보존을 명령하는 유일한 문장은 평가자에게 보관하지 말라고 하는 금지다. 다만 판정은 좁혀야 정확하다. 같은 회사들이 유럽에서는 법이 정한 기술문서 목록을 지키고 있고, 미국에서 자기들이 그리는 설계도에서만 그 항목이 빠졌다.
원본 쪽 사정은 더 복잡하다. 금융이 그 층을 짓는 데 10년과 연 추정의 네 배 반 가까운 비용이 들었고, 전 산업 가동 4년 만인 2026년 3월 SEC는 3년이 넘은 기록을 지우도록 승인했다. 그러니 이 글의 주장은 AI도 같은 것을 지으라는 쪽이 아니다. 가장 비싸고 가장 논쟁적인 층을 미결로 남긴 채 기구부터 세우고 있다는 쪽이다. 국내 개발사에게 이 논의가 닿는 대목은 마지막 두 절에서 다룬다. AI 기본법이 미국 설계안들과 같은 1026 임계를 이미 쓰고 있는데, 정작 기록을 남기라고 말하는 조항은 그 트랙에 없다.
약 10년
금융이 심판 볼 기록을 갖추는 데 쓴 시간
통합감사추적 규칙 채택 2012년 7월, 전 산업 준수 완료 2022년 12월
약 4.5배
그 기록 인프라의 연간 예산이 최초 추정을 넘어선 폭
2016년 추정 5,500만 달러에서 최근 실제 2억 5,000만 달러 가까이. 누적은 10억 달러 근접
0건
설계 문서 다섯 건에서 찾은 기록 보존 조항
다섯 건 모두 원문 전문을 받아 대조했다. 대조군으로 둔 EU AI법 부속서 XI에는 있다
67%
같은 회사들이 자기 설명만으로는 확인시키지 못한 안전 프레임워크 중대 변경
옥스퍼드 연구, 판본 쌍 8개의 중대 변경 383건 중 257건. 95% 신뢰구간 0.62–0.72
7월의 제안과 9월의 확인
2026년 7월 14일,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가 A Framework for Frontier AI and the Dawning of a New Age라는 제목의 개인 에세이를 X와 자기 뉴스레터에 올렸다. 같은 날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기구가 연내에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제안의 뼈대는 금융산업규제청(FINRA)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 아래 브로커딜러를 검사하는 업계 자금 민간 기구인데, 그 구조를 프런티어 AI에 그대로 옮기자는 것이다.
에세이가 적은 설계 요소는 다섯 가지다. 연방기관의 감독을 받는 업계 자금 자율규제기구를 세운다. 이사회에는 “independent leading technical experts and open-source representatives”, 곧 독립적인 최고 수준의 기술 전문가와 오픈소스 진영 대표가 들어간다. 개발사는 출시 전에 모델을 자발적으로 제출해 안전 시험을 받고, 이 체제가 효과적이고 견고하다는 것이 확인되면 강제로 전환한다. 시험 항목은 사이버 공격 능력과 생물학적 위험을 비롯한 고위험 영역이고, 에이전트 시험에서는 안전장치를 우회하려는 시도나 기만의 징후를 본다. 적용 대상은 프런티어급으로 지정된 모델 전체이며, “no matter their country of origin or whether they are open or closed”, 원산지와 개방 여부를 가리지 않는다. 비용은 업계가 대는 쪽으로 그는 적었다. 최상급 기술 인력과 연산 자원이 드는 일이라 “would need to be substantial and likely mostly come from industry”라는 것이다.
이사회에 대해 에세이가 적은 것은 위 한 구절이 전부다. 독립 이사가 업계 이사보다 많아야 한다는 조항은 뒤에서 볼 다른 설계안의 것이지 이 에세이의 것이 아니다. 자주 함께 인용되는 1026 FLOP이라는 연산량 임계도 마찬가지로 여기에 없다. 에세이는 프런티어급 지정을 연산량이 아니라 표준기구가 정하고 주기적으로 갱신하는 벤치마크 묶음의 임계에 맡긴다. 그 벤치마크를 누가 만드는지까지 밝혀 놓았다. 처음에는 “developed in consultation with Frontier Labs”, 시험받을 회사들과 상의해 만들고, 기구가 기술 역량을 갖춘 뒤에야 과적합을 막기 위해 자기만의 비공개 시험 문항을 만든다. 갱신 주기는 처음에 분기 정도로 잡고, 낡거나 포화된 벤치마크는 폐기하고 교체한다.
사전 제출 조항은 문면이 중요하다. 에세이는 “voluntarily share models with the Standards Body for review up to 30 days before release”라고 쓴다. 늦어도 출시 30일 전까지라는 하한이 아니라, 길어야 30일이라는 상한으로 읽히는 문장이다. 30일이 이 제안에서 어떤 크기인지는 섹션 4에서 실제 평가 기간과 나란히 놓는다.
두 달 뒤 이 제안이 회의실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9월 13일 디인포메이션의 레오 슈워츠가 오픈AI·앤트로픽·구글 세 회사의 실무 그룹이 적어도 7월부터 정기적으로 만나 왔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는 최고경영자 아래 임원급이고, 논의 대상은 안전 벤치마크와 규칙을 정하는 기구다. 이틀 뒤인 9월 15일 오픈AI가 이 사실을 공식으로 확인했다. 글로벌 정책 책임자 크리스 러헤인이 워싱턴 브리핑에서 세 회사가 몇 주째 협의해 왔다고 밝혔고, 그 자리에서 기구의 출발점이 하사비스의 7월 제안이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 사안은 헌장도 보도자료도 없는 형성 단계에 있다. 무엇이 문서로 공개된 제안이고 무엇이 익명 소식통에 기댄 진술인지를 먼저 갈라야 이후의 서술이 흔들리지 않는다. 아래 표가 그 구분이다.
| 근거의 등급 | 내용 | 출처 |
|---|---|---|
| 공식 확인 | 오픈AI가 앤트로픽·구글과 안전 사안을 협의해 왔음을 인정. 아이디어의 출발은 하사비스의 7월 제안 | 러헤인 브리핑, 2026-09-15 |
| 문서로 공개된 제안 | 30일 사전 제출, 독립 기술 전문가·오픈소스 대표가 들어가는 이사회, 업계 자금, 사이버·생물·기만 시험, 벤치마크 임계로 프런티어급 지정 | 하사비스 에세이, 2026-07-14 |
| 문서로 공개된 제안 | 구글의 FARO 구상, 앤트로픽의 프레임워크, 오픈AI의 프런티어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 세 회사 각각의 공개 문서, 2026-05~06 |
| 익명 소식통 | 7월부터의 실무 그룹 회의, 아모데이가 주도했다는 서술, 올트먼이 사내 타운홀에서 정부 지원 없이 업계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전언 | 디인포메이션, 2026-09-13 |
| 익명 소식통 | 재무장관 베센트가 FINRA형 독립 규제기관 구상을 발전시켰고 비서실장 와일스가 검토 중이라는 보도, 백악관 행정명령 초안이 내부 이견으로 진척되지 못했다는 보도 | 블룸버그·디인포메이션 보도의 재인용 |
표 1. 이 사안에서 확인된 것과 전해진 것. 아래 본문은 첫 세 줄만 단정형으로 서술하고, 나머지 두 줄은 전해졌다는 형태로만 인용한다.
발행일인 2026년 9월 17일 기준으로 이 기구에는 이름도 헌장도 없다. 회원 자격, 자금 규모, 감독 기관, 첫 회의체 구성 가운데 공식 문서로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이 글은 무엇이 결정됐는지를 따지는 글이 아니다. 결정되기 전에 설계도에 무엇이 들어 있고 무엇이 비어 있는지를 보는 글이다.
FINRA는 무엇에 기대어 검사하는가
유비를 빌려 오려면 원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봐야 한다. FINRA는 2025년 말 기준으로 회원 브로커딜러 3,184곳과 등록 담당자 63만 9,723명을 관할한다. 직원은 2024년 12월 31일 기준 약 4,200명이고, 2024년 순수익은 16억 8,490만 달러다. 수익의 60%가 규제수익이고, 벌금은 자본 계획에 쓰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따로 회계 처리한다. 연간 검사는 공식 문구로 2,000건 이상이라고만 알려져 있고 연도별 공식 집계표는 확인되지 않는다.
규모만 보면 큰 기구다. 그런데 이 기구가 회원사의 위반을 실제로 짚어낼 수 있는 이유는 기구가 커서가 아니다. 검사관이 회사에 들어갔을 때 무엇이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가 기구보다 먼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SEC 규칙 17a-3과 17a-4가 그 자리다. 17a-4는 매매일지와 총계정원장 계열의 기본 장부를 최소 6년 보존하되 그중 처음 2년은 즉시 꺼내 볼 수 있는 곳에 두라고 하고, 주문표와 거래 관련 기록 다수는 최소 3년으로 정하며, 고객 계좌 기록은 계좌를 닫은 뒤로 다시 6년을 요구한다. 보존 연한과 보존 형식과 열람 속도가 규칙의 문면에 적혀 있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지금 우리가 찾는 것은 보존 형식을 정한 대목이다. 2022년 개정 이전에는 변경 불가 매체에 색인해 보존하라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개정으로 감사증적 방식이 대안으로 들어왔다. 그 대안을 고를 때 전자 기록 시스템이 갖춰야 할 것은 네 가지다. 기록에 가해진 모든 수정과 삭제, 기록을 만들고 고치고 지운 행위의 날짜와 시각, 그 행위를 한 개인의 신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문면 그대로 옮기는 편이 낫다. “will permit re-creation of the original record if it is modified or deleted”. 고치거나 지운 뒤에도 원래 기록을 되살릴 수 있게 하는 데 필요한 정보다. 게다가 기록과 그 감사증적을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형식과 기계가 다룰 수 있는 형식 양쪽으로 즉시 내려받아 넘길 수 있어야 한다.
[해석] 변경 이력을 남기라는 요구가 아니라 변경 이력만으로 이전 상태를 복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다.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바꾼 쪽의 설명에 기대지 않고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섹션 4에서 볼 계측이 잰 것이 정확히 그 복원 가능성의 부재다.
회사 단위의 장부가 있어도 시장 전체를 가로질러 보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2010년 플래시 크래시 이후 SEC는 전 시장의 주문 흐름을 한 자리에 모으는 통합감사추적(CAT)을 만들기로 했다. 규칙 613을 채택한 것이 2012년 7월 11일이다. 운영계획 승인까지 4년 4개월이 걸렸고, 1단계 보고가 시작된 것이 2020년 6월이며, 고객·계좌 정보까지 전 산업이 준수를 마친 것은 2022년 12월이다. 규칙을 채택하고 전 산업이 실제로 보고를 시작하기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완전 가동 상태에서 하루에 쌓이는 데이터 포인트는 약 580억 건으로 추정된다.
비용도 그 시간만큼 불어났다. SEC 위원 헤스터 피어스가 2026년 4월 17일 성명에 적은 문장이 가장 간명하다. “the estimated annual budget of $55 million in 2016 expanded to, until very recently, an actual annual budget of almost $250 million”. 2016년에 연 5,500만 달러로 추정했던 운영 예산이 최근까지 연 2억 5,000만 달러에 가까운 실제 예산이 됐다. 누적 비용에 대해서는 2023년 9월 당시 위원 마크 우예다가 “The cumulative costs for CAT may soon be approaching a billion dollars”, 곧 10억 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적었다. 같은 성명에서 그는 2023년 운영비가 원래 계획 추정의 약 5.2배라는 코멘트 레터의 문장을 인용하는데, 그 인용문 안에는 생략 부호가 그대로 들어 있다. 배수 자체를 이 글의 수치로 쓰지 않고 피어스의 연간 대 연간 수치만 쓰는 이유다.
2.1다 짓고 4년, 금융은 되감는 중이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금융을 따라 하자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런데 대조군으로 세운 그 제도는 완전 가동 4년 만에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5년 9월 SEC 위원장 폴 앳킨스는 CAT 운영비가 믿기 어려울 만큼 부풀었다고 말했고, 조건부 면제 명령으로 연 운영비를 깎았다. 2026년 3월 27일에는 운영계획 수정안이 승인됐다. SEC 보도자료가 적은 내용은 2025년 예산 대비 연 5,000만에서 7,000만 달러를 아끼는 것, 그리고 “delete certain CAT data, including all CAT data older than three years”, 곧 3년이 넘은 CAT 데이터를 전량 삭제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중간 단계의 생애주기 연결 생성도 규제 당국이 따로 요청하지 않으면 만들지 않아도 된다.
3주 뒤인 4월 17일 SEC는 개념공표를 내고 시장 감독의 구조 자체를 다시 생각하겠다며 의견을 받기 시작했다. 같은 날 피어스 위원이 던진 물음은 그 대조군을 흔드는 쪽이다. “Could the Commission or the self-regulatory organizations continue to conduct effective market surveillance if the CAT were eliminated?” CAT이 없어져도 효과적인 시장 감시가 가능한지를 묻고, 이어서 “the very concept of a massive surveillance database may simply be incompatible with the principles of civil liberty”, 거대한 감시 데이터베이스라는 발상 자체가 시민적 자유의 원칙과 양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 CAT 연표 — 규칙 채택(2012)부터 전 산업 준수(2022)까지 약 10년, 그 뒤 2025~2026년 비용·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축소. SEC 원문(참고문헌 10·11·12) 기준 페블러스 재구성.
그러니 금융이 주는 교훈은 AI도 CAT을 지으라는 것이 아니다. 기록 인프라는 심판 기구보다 먼저 필요하지만, 동시에 훨씬 비싸고 훨씬 오래 걸리며, 다 짓고 난 뒤에도 비용과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되감긴다. 금융은 10년과 연 추정의 네 배 반 가까운 비용을 써서 그 층을 지었고, 전 산업 가동 4년 만에 3년치 넘은 데이터를 지우기로 했다. 설계도에서 이 층을 통째로 빼놓고 출발한다는 것은 가장 비싸고 가장 논쟁적인 부분을 미결로 남긴 채 기구부터 세운다는 뜻이다.
유비는 여기까지다. 금융의 주문 기록과 AI의 학습·평가 기록은 성질이 다르다. 주문은 발생 시점에 확정되는 이산 사건이라 표준 형식으로 적재하기 쉽지만, 학습 데이터의 계보와 평가 실행 로그는 무엇을 한 단위로 볼지부터 합의가 필요하다. 프라이버시 쟁점의 모양도 다르다. CAT이 부딪힌 것은 개인 투자자의 거래 이력이었고, AI 쪽에서 그 자리에 오는 것은 영업비밀과 모델 가중치다. 다만 되감기를 부른 사유가 비용과 프라이버시였다는 점은 그대로 남는다. 학습 데이터 계보 의무가 만날 반대 논거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FINRA가 AI 에이전트에 실제로 어디에 선을 그었는지는 페블러스가 로빈후드가 AI에게 주식 매매와 카드 결제를 맡겼다에서 한 번 다뤘다.
다섯 설계 문서를 같은 칸에 놓으면
이 기구를 두고 공개된 설계 문서는 다섯 건이다. 하사비스의 7월 에세이, 진보연구소(IFP) 선임연구원 마크 토머스가 로페어에 실은 설계안, 그리고 세 회사가 6월 전후에 각각 낸 연방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다. 다섯 건에 던진 물음은 하나다. 검사하는 쪽이 볼 기록을 개발사가 무엇을, 어떤 형식으로, 몇 년간 만들어 두라고 적혀 있는가.
먼저 판정의 범위를 밝힌다. 다섯 건 모두 원문 전문을 받아 보존·기록·문서·학습 데이터에 해당하는 낱말을 전수로 훑었다. 하사비스 에세이는 X 게시물과 같은 글이 본인 뉴스레터에 올라와 있어 그쪽 전문을 썼다. 다섯 건 가운데 개발사에게 기록을 만들어 보존하라고 적은 문장을 담은 것은 없었다.
에세이에서 기록에 가장 가까운 대목은 두 군데다. 프런티어 랩의 모범 관행을 열거하면서 “publishing model cards with technical details”를 드는 구절, 그리고 모델의 추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출력 토큰을 만들라는 구절이다. 둘 다 무엇을 내보이라는 요구이지 무엇을 남겨 두라는 요구가 아니다. 나머지 모범 관행도 같은 성격이다. 내부 사이버보안 강화, 핵심 인력 검증, 안전·보안 연구에 충분한 자원 배정이다. 보존 연한도, 보존 대상도, 제출 형식도 문서 어디에도 없다.
| 문서 | 무엇을 하라고 적는가 | 기록을 만들어 보존하라는 조항 |
|---|---|---|
| 하사비스 에세이 2026-07-14 |
출시 30일 전 모델 제출, 사이버·생물·기만 시험, 분기 갱신 벤치마크로 프런티어급 지정, 워터마킹과 읽을 수 있는 추론 토큰 권장 | 없음. 모델 카드 공개는 권고되나 보존 의무는 아니다 |
| IFP·로페어 설계안 2026-07-30 |
1026 FLOP 이상 강제 가입, 검사 기능을 집행의 본류로, 데이터 선택부터 배포 후 모니터링까지 개발사 관행을 감사 | 없음 |
| 구글 FARO 구상 2026-06 |
자사 프레임워크 공개·준수, 연 1회 절차 감사, 새 모델 출시 전 준수 사실을 FARO에 서약 | 없음. 감사자 접근 문서를 모델 카드류로 한정 |
| 앤트로픽 프레임워크 2026-06 |
6개월 주기 위험 보고서와 시스템 카드 공개, 중대 안전사고 15일 내 신고, 독립 평가자에게 비수정본 접근 보장 | 없음. 보존을 명령하는 유일한 문장은 평가자에게 향한 금지 |
| 오픈AI 프런티어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2026-05-28 |
안전·보안 모델 보고서 작성, 6개월마다 갱신 필요 여부 판정, 프레임워크 변경은 30일 내 체인지로그로 공개 | 없음 (보존 연한 조항 없음) |
| 대조: EU AI법 제53조·부속서 XI | 기술문서를 작성해 최신으로 유지하고 AI사무국·회원국 당국 요청 시 제출 |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큐레이션 방법, 평가 프로토콜과 결과, 레드팀과 모델 적응 기록, 학습 연산량과 소요 시간 |
표 2. 다섯 설계 문서와 EU AI법의 대조. 표의 세 번째 열은 개발사가 스스로 만들어 두어야 할 기록에 관한 조항만 센다. 무엇을 공개하라는 조항, 무엇을 신고하라는 조항은 여기 들어가지 않는다.
▲ 설계 문서 5건 대 EU AI법의 기록 보존 조항 대조. 표 2(원문 전문 대조 기준)를 페블러스가 재구성.
3.1가장 정교한 설계안일수록 그 자리가 비어 있다
다섯 건 가운데 조문 수준으로 가장 구체적인 것은 로페어 설계안이다. 회원 자격은 “any entity maintaining an AI model trained on 10^26 or more floating point operations (FLOPs)”로 못 박고, 감독기관은 상무부 안에서 미국 AI표준혁신센터(CAISI)를 쪼개 만들자고 하며, 이사회는 독립 이사가 업계 이사보다 두세 석 많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집행에 대해서는 이렇게 쓴다. “AI enforcement would primarily be an examination function. Enforcement staff—separate from the technical staff who design tests—would audit developer practices across the full model life cycle, including data selection, training, and post-deployment monitoring.” 검사관이 데이터 선택과 학습과 배포 후 모니터링까지 개발사의 관행을 감사하게 하자는 것이다.
[해석] 감사의 대상은 이렇게 넓게 적혀 있는데, 그 관행이 실제로 어땠는지를 나중에 확인할 증거를 무엇으로 남기라는 문장이 이어지지 않는다. 데이터 선택을 감사하려면 어떤 후보 집합에서 무엇을 어떤 규칙으로 뺐는지가 남아 있어야 하고, 학습을 감사하려면 어떤 판본이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는지가 남아 있어야 한다. 금융에서 17a-4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설계안은 FINRA의 구조를 가져오면서 FINRA를 작동시키는 그 층은 가져오지 않았다.
구글 FARO 구상은 같은 공백을 다른 방식으로 만든다. 이 문서는 감사를 실제로 넣는다. 다만 “procedural”이라고 이름 붙인 연 1회 감사이고, 개발사가 자기가 공개한 프레임워크를 지켰는지를 보는 감사다. 그리고 감사자가 볼 문서의 범위를 문서가 직접 제한한다. “Auditors should have access to predefined, standardized, and focused sets of documents (such as model cards) to promote consistency and prevent the risk of loss or disclosure of sensitive IP.” 미리 정해진 표준 문서 묶음, 예컨대 모델 카드에 접근하게 하자는 것이고, 그 이유로 든 것이 민감한 지식재산의 유출 위험이다. 최종 감사 보고서도 FARO에 비공개로 제출한다.
감사 제도를 여러 산업에 걸쳐 분류한 라지 외 연구진의 2022년 논문이 이런 감사를 두고 그어 둔 경계선은 이렇다. 감사자를 피감사자가 고르고 보수를 주며, 감사의 범위와 접근도 피감사자가 정하고, 감사 이후의 조치가 제한적이라면 그 감사는 “may be functionally indistinguishable from first-party audit”, 자기 감사와 기능적으로 구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 조건 가운데 둘째와 셋째가 FARO 구상의 연 1회 절차 감사에 그대로 걸린다. 같은 논문은 이것이 가정이 아니라는 사례도 든다. 채용 도구 회사 하이어뷰가 받은 자발적 감사는 “highly limited”로 평가됐는데, 감사가 실제로 본 것이 지원자 평가 도구 하나에 대한 회사의 문서였고 데이터와 모델 자체에 대한 독립적인 평가는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식재산이라는 이유에 대해서도 같은 논문에 답이 있다. “Protecting proprietary information is not a proper response, as all audit systems provide some form of privileged access to auditors, and disclosure does not need to be direct nor absolute.” 공개가 직접적이거나 절대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고, 논문이 든 실제 사례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얼굴인식 벤더 시험이다. 회사가 모델을 넘기는 대신 전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해 돌리게 하는 방식으로 모델을 보호한다. [해석] 볼 문서의 범위를 좁히는 것과 볼 방식을 매개하는 것은 같은 걱정에 대한 다른 답이다. FARO 문서가 고른 것은 앞쪽이다.
하필 모델 카드가 그 끝선이 된 데에는 내력이 있다. 같은 제1저자가 2020년에 낸 내부 감사 프레임워크 논문은 모델 카드와 데이터시트를 감사의 착수 조건으로 놓는다. 감사자가 첫 단계에서 점검표를 들고 개발 주기에서 나왔어야 할 문서가 다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그것이 갖춰져야 감사를 시작한다는 순서다. FARO 문서는 같은 산출물을 감사가 출발하는 선이 아니라 감사가 닿을 수 있는 끝선으로 쓴다.
앤트로픽 프레임워크에서는 낱말 하나가 이 구도를 요약한다. 문서 전체에서 retain이 개발사의 의무로 등장하는 곳은 없다. 이 낱말이 명령형으로 쓰이는 단 한 곳은 평가자를 향한 금지다. “Evaluators should be bound by obligations not to copy, retain, or disclose confidential information”. 평가자는 복사하거나 보관하거나 공개해서는 안 된다. 개발사가 무엇을 얼마나 보관해야 하는지는 적히지 않은 채, 보관을 금지당하는 쪽만 정해져 있다.
[사실] 세 문서 모두 공개 의무는 촘촘하게 적는다. 앤트로픽은 6개월 주기 위험 보고서와 시스템 카드를, 오픈AI는 안전·보안 모델 보고서와 프레임워크 변경 시 30일 내 체인지로그 공개를 약속한다. 오픈AI는 자사 프레임워크의 “changes and justifications for material updates documented in a changelog and published within 30 days of the update”라고 적어 두었는데, 이는 페블러스가 앞서 다룬 AI 안전 약속, 조일 땐 말하고 풀 땐 말을 아낀다가 잰 바로 그 문제에 대한 자발적 대응이다. 공개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공개되는 것은 개발사가 정리해 내놓은 결론이고, 그 결론이 나온 과정을 제3자가 되짚을 재료는 여전히 개발사 안에만 있다.
하사비스 에세이 쪽은 같은 문제가 시간 축에 걸린다. 섹션 1에서 본 대로 이 제안의 시험 문항은 분기 정도로 갱신되고, 포화된 벤치마크는 폐기되고 교체된다. [해석] 잣대가 분기마다 바뀌는 체제에서 판본 사이를 비교하려면 지난 분기의 문항과 그때의 실행 조건과 그때의 결과가 어딘가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남지 않으면 매 분기의 판정은 그 분기 안에서만 뜻을 가지고, 이 모델이 지난 판본보다 어느 쪽으로 움직였는지는 누구도 되짚을 수 없다. 갱신은 잣대가 낡지 않게 하려는 장치인데, 보존이 없으면 같은 장치가 비교 가능성을 매 분기 지운다. 기록의 축이 빠졌을 때 무너지는 것이 감사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3.2부재 판정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나
이 판정을 AI 분야에 기록 의무라는 발상이 없다는 말로 넓히면 그 순간 틀린다. EU AI법 제53조는 범용 AI 모델 제공자에게 “draw up and keep up-to-date the technical documentation of the model, including its training and testing process and the results of its evaluation”을 요구하고, 그 최소 항목을 부속서 XI에 열거한다. 학습 방법론과 기법, 핵심 설계 선택과 그 근거, 데이터의 “type and provenance of data and curation methodologies (e.g. cleaning, filtering, etc.)”, 부적합한 데이터 출처를 걸러내는 조치, 학습에 쓴 부동소수점 연산량과 소요 시간이 1절에 있다. 시스템 위험 모델에는 2절이 더 붙는다. 평가 전략과 결과, 평가 기준과 지표, 그리고 내외부의 “adversarial testing (e.g. red teaming), model adaptations, including alignment and fine-tuning” 기록이다.
그래서 이 보고서의 판정은 이렇게 좁혀야 정확하고, 좁히면 오히려 날이 선다. AI에 기록 의무라는 발상이 없는 것이 아니다. 유럽에서 이미 그 목록을 지키고 있는 바로 그 회사들이, 미국에서 자기들이 설계하는 기구 안에는 그에 해당하는 축을 넣지 않았다.
3.3선행 문헌에도 그 칸은 없다
다섯 건에서 빠진 것을 세 회사의 태만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앞에서 인용한 라지 외 연구진의 2022년 논문은 이 분야에서 제3자 감사 생태계의 설계를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선행 문헌이다. 금융과 환경, 의료, 항공, 식품의 감사 제도를 한 표에 늘어놓고 제도 설계를 다섯 축으로 쪼갠다. 감사 대상의 식별과 범위, 감사자의 독립성, 감사자의 권한과 접근, 감사자의 전문화와 행위 기준, 감사 이후의 조치다. 그 표를 훑고 논문이 적은 관찰 가운데 이 글과 가장 가까운 문장은 이것이다. “All audit systems have some mechanism of access to otherwise confidential information: e.g., access to enter a facility to inspect the premises and records or the reporting or access to financial statements.” 모든 감사 제도에는 비공개 정보에 닿는 통로가 있고, 그 통로는 시설과 기록을 들여다볼 권한이거나 재무제표에 접근할 권한이다. 이어 논문은 데이터와 알고리즘 시스템에 대한 접근의 결여가 현재 AI 감사 생태계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한다.
[해석] 그런데 다섯 축 어디에도 감사받는 쪽이 무엇을 만들어 두어야 하는가는 없다. 접근은 이미 있는 기록을 볼 권한으로 정의되고, 논문이 그 권한을 설명하며 든 예가 재무 감사에서의 기록과 문서다. 금융에서는 그 기록이 규칙으로 먼저 존재하므로 접근만 정하면 되지만, AI에서는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글이 설계 문서 다섯 건에서 찾지 못한 것은 그 문서들만의 사정이 아니다. 유비의 원본을 가장 꼼꼼히 뜯어본 문헌 역시 볼 권한까지만 설계하고 멈춘다.
[사실] 다만 3.1에서 잠깐 언급한 같은 제1저자의 2020년 논문은 정확히 그 반대편을 다룬다. 이 논문은 항공과 의료기기의 감사 관행에서 출발해 개발 주기의 매 단계가 문서를 남기는 절차를 제안하고, 그 결과물을 개발 과정에 남는 “transparency trail”이라 부른다. 의료기기 쪽 유비가 특히 구체적이다. 미국 연방규정은 기기 제조사에 설계의 입력과 출력, 검토, 검증, 확인, 이전, 변경을 모두 문서로 남겨 설계 이력 파일에 보관하게 하고, 논문은 그 산업에 대해 “Audit document trails are as important as the drug products and devices themselves”라고 적는다. 감사 문서의 궤적이 약과 기기 자체만큼 중요하다.
[해석] 재료는 2020년에 이미 있었다. 다만 그 논문이 재료를 놓은 곳이 기업 내부의 감사 절차였고, 2년 뒤 같은 저자가 외부 감사 생태계의 설계 축을 다섯으로 정리할 때 그 축은 넘어오지 않았다. 남길 의무는 안쪽의 선의로, 볼 권한은 바깥쪽의 제도로 갈라진 셈이다. 지금 논의되는 기구가 물려받은 것은 뒤쪽이다.
이 논문을 이번 논의의 찬반 어느 쪽으로도 끌어다 쓸 수는 없다. 논문은 한계 절에서 개혁을 입법으로 할지 규제로 할지 집행으로 할지 자율규제로 할지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밝힌다. 이 논문은 FINRA를 직접 다루지는 않고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를 주된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 다만 같은 한계 절에 경고가 하나 더 있다. 다섯 축의 효과는 서로 맞물려 있을 수 있고, 감사자의 접근은 감사자가 독립적일 때에만 의미를 가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설명만 남았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가
기록 의무가 빠진 결과는 가정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계측이 나흘 전에 나왔고, 페블러스가 그 연구를 2026년 9월 13일 리포트로 정리했다.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의 연구자가 2024년 AI 서울 정상회의 이후 안전 프레임워크를 공개한 개발사 열두 곳의 판본을 전수로 모아, 개정된 내용이 개발사 자신의 설명만으로 확인되는지를 쟀다.
설명이 딸린 판본 쌍 여덟 개에서 중대 변경 383건을 따라가자, 그 가운데 257건은 개발사 공지만 읽어서는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낼 수 없었다. 엄격 기준으로 0.67이고 95% 신뢰구간은 0.62에서 0.72다. 이 계측의 대상이 문서가 아니라 개발사가 자기 개정에 대해 내놓은 진술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문서는 전부 공개돼 있었다. 공개된 문서를 두고도 무엇이 바뀌었는지가 복원되지 않았다.
아홉 범주 가운데 이 물음에 가장 가까운 것은 제3자 관여다. 원 리포트의 문장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제3자 관여는 아홉 범주 중 가장 작은 범주이고, 중대 변경 21건에 설명이 있는 것이 18건이며 침묵률은 0.67이다. 그리고 외부 연구자와 정부가 모델에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이 그 작은 범주 안에서 빠졌다. 외부 검증의 통로를 열어 두겠다는 약속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닫힌 경우다.
두 가지를 함께 적어 둔다. 첫째, 여기 나온 0.67은 제3자 관여 범주 21건짜리 값이고, 앞 문단의 0.67은 383건짜리 전체 값이다. 우연히 같은 숫자가 나왔을 뿐 분모가 다르다. 제3자 관여 범주는 표본이 가장 작아 신뢰구간이 0.44에서 0.84까지 벌어진다. 둘째, 논문은 범주끼리 유의성 검정을 하지 않았다고 부록에서 밝힌다. 어느 범주가 다른 범주보다 유의하게 더 침묵한다고 말할 근거는 그 표에 없다.
▲ 두 개의 0.67 — 전체 383건과 제3자 관여 21건은 분모가 다른 별개의 값이다.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 연구(페블러스 2026-09-13 리포트 인용)를 재구성.
4.130일이라는 창과 제3자가 실제로 받은 시간
기록만 문제가 아니다. 하사비스 제안의 핵심 장치인 30일 사전 제출 창이 실제 평가 관행과 어떻게 만나는지도 공개된 자료로 확인된다. METR은 프런티어 모델 평가 결과를 공개할 때 자기가 받은 접근 조건을 함께 적어 두는 몇 안 되는 기관이다. GPT-4.5 평가에서 METR이 받은 접근은 출시 약 1주 전부터였고, METR은 만약 위험이 출시 뒤에 발견됐더라도 추가로 노출되는 기간은 그 1주뿐이었으리라는 점을 스스로 적었다. GPT-5에서는 조건이 나아져 7월 10일 체크포인트 접근부터 출시까지 약 3주가 확보됐고, 보증 체크리스트와 최종 체크포인트, 추론 과정이 드러나는 판본이 단계적으로 열렸다.
세 개의 기간을 나란히 두면
- 하사비스 제안의 사전 제출 창: 출시 30일 전까지, 자발적
- METR이 실제로 받은 접근: GPT-4.5 약 1주, GPT-5 약 3주
- METR이 자기 평가 프로토콜에 쓴 기준: 소규모 팀이 수백만 달러 예산으로 약 한 달 안에 끝낼 수 있어야 함
METR 공개 보고서와 평가 프로토콜 문서 기준. 셋은 서로 다른 것을 재는 값이므로 직접 뺄셈하지 말고 크기 감각으로만 읽는다.
30일은 넉넉한 창이 아니라 지금까지 실제로 주어진 것보다 조금 긴 정도다. 게다가 에세이의 문면은 늦어도 30일 전이라는 하한이 아니라 길어야 30일이라는 상한 쪽으로 읽힌다. 그리고 창의 길이보다 먼저 정해져야 할 것이 있다. 그 기간에 평가자가 무엇을 받는가다. 최종 가중치만 받는 것과 학습 데이터 구성과 이전 판본의 평가 이력까지 받는 것은 같은 30일이 아니다. 설계 문서들은 창의 길이는 말하면서 창 너머로 무엇이 건너가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섹션 3의 공백이 여기서 되풀이된다.
창 너머로 건너가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는 METR이 직접 밝혔다. GPT-5 보고서에는 assurance checklist라는 이름의 표가 있다. 왼쪽 칸에 METR이 위험 판정에 꼭 필요하다고 본 가정을 적고, 오른쪽 칸에 오픈AI가 그에 대해 해 준 답을 적은 표다. 가정은 셋이다. 이 모델은 관련 정보를 숨기도록 유도하는 학습을 받지 않았다. 이 모델의 사보타주 능력이 기존 모델보다 크게 도약할 이유는 없다. METR의 결과는 오픈AI 연구자들이 가진 결과·증거와 어긋나지 않는다. 오른쪽 칸에 실린 답은 예컨대 “Relevant capabilities were not artificially suppressed in the model”, 관련 능력이 인위적으로 억제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There are no elicitation techniques or internal tools known to drastically improve performance”, 성능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유도 기법이나 내부 도구는 없다는 것이다.
[해석] 이 표가 보여 주는 것은 사전 평가의 허술함이 아니다. 오히려 METR은 자기가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를 표로 만들어 공개한 드문 경우다. 보이는 것은 사전 평가의 결론이 무엇 위에 서 있는가다. 판정을 떠받치는 세 가정은 평가자가 관측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라 개발사가 말로 확인해 준 것이다. 학습 과정의 기록이 표준 형식으로 남아 제출됐다면 같은 칸에 이력이 놓였을 것이다. 지금 그 칸에 놓인 것은 진술이다.
METR은 30일이라는 단위 자체에 대해서도 판단을 남겼다. GPT-4.5 평가 글에서 이 기관은 사전 평가가 “do not address risks from internal deployment”, 내부 배포에서 오는 위험은 다루지 못한다고 적고, 공개 배포는 되돌릴 수 있으므로 짧은 사전 평가는 설령 완벽히 정확하더라도 모델의 생애 전체 위험을 거의 줄이지 못한다고 쓴다. 대신 유망하다고 꼽은 방식이 “external review of the AI developer’s internal results”다. 어떤 평가를 어떤 유도 방식으로 돌릴지를 개발사와 제3자가 미리 함께 정하고, 개발사가 그 결과를 넘기면 제3자가 자기 평가 결과와 나란히 검토하며, 상업적 유출이 걱정되면 개발사 시설에서 개발사 장비로 한다는 것이다. [해석] 이 방식은 창을 늘리는 대신 창 너머로 건너갈 것을 늘린다. 그러려면 개발사 쪽에 내부 평가의 결과와 그 실행 조건이 미리 약속된 형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 기록의 축과 접근의 축이 어디서 맞물리는지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접근 쪽으로 한 걸음 더 나간 제안도 이미 나와 있다. 2026년 9월 12일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가 낸 에세이 We Must Pace the Frontier는 외부 평가자에게 상주 자격을 주자고 제안한다. 사무실 책상과 출입증과 회사 노트북을 주고, 내부 위험평가 팀에 준하는 권한까지 주는 방식이다. 은행 감독관이 은행 직원 옆에 상주하는 관행에 빗댔고, 평가자가 공개 판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해석] 이 제안이 여는 것은 접근의 축이지 기록의 축이 아니다. 상주 평가자가 자리에 앉아 있어도, 학습 판본별 데이터 계보가 애초에 만들어져 있지 않으면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회사가 지금 보여 주는 것까지다. 두 축은 서로를 대신하지 못한다. 섹션 3.3에서 본 경고도 여기에 걸린다. 감사자의 접근은 감사자가 독립적일 때에만 의미를 가질지 모르는데, 책상과 출입증과 노트북을 내주는 쪽이 평가받는 회사다.
세 갈래 입장과 반독점
세 회사가 같은 방에 앉아 있다고 해서 같은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가 공개 문서에 적은 것을 보면 원하는 기구의 모양이 갈린다. 그리고 그 차이는 근거의 강도도 다르다.
하사비스의 제안은 앞에서 본 그대로다. 연방 감독을 받는 업계 자금 자율규제기구를 만들고, 자발적 제출로 시작해 강제로 옮겨 가자는 것이다. 본인 명의의 에세이가 근거이므로 가장 확실하다. 아모데이는 9월 12일 에세이에서 다른 것을 내놓는다. 그는 상주 평가자를 앤트로픽이 먼저 받아들이겠다고 하고, 그다음 단계로 민주주의 국가 기업 간 조율을, 마지막으로 중국을 포함한 국제 합의를 놓는다. 그런데 두 번째 단계에 조건이 하나 붙는다. “For antitrust reasons, it’s helpful for the US government to mediate or at least enable these discussions — they don’t need to participate, but do need to issue a narrow waiver for certain kinds of safety conversations.” 정부가 안전에 관한 특정 대화에 좁은 면제를 내줘야 한다고 요구한다.
올트먼의 자리는 두 겹이다. 공개 발언으로는 협력에 긍정적이다. 9월 15일 그는 “I think it’s great for our industry to say we want to come together and coordinate”라고 말했고, 사고는 피할 수 없으니 그에 대한 투명한 보고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면 기구의 형태에 대해서는 사내 타운홀에서 정부 지원 없이 대형 랩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쪽은 익명 소식통 기반이므로 앞의 두 사람과 같은 무게로 읽으면 안 된다.
5.1면제가 필요하다는 회사, 필요 없다는 회사
아모데이가 면제를 요구한 이틀 뒤, 같은 방에 앉아 있던 회사가 공개적으로 반대편에 섰다. 오픈AI의 크리스 러헤인은 9월 15일 워싱턴 브리핑에서 세 회사가 안전을 논의하는 데 반독점 면제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근거로 든 것은 기존 판례와 관행이다. 항공업계에서 경쟁사들이 안전 관련 민감 정보를 공유해 온 선례가 있고, 오바마 행정부가 사이버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공유는 가능하다고 정리한 바 있다는 것이다. 그가 남긴 문장은 “It’s better to try to work together to prioritize safety”였다.
[해석] 두 사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이 말하는 대상이 같지 않을 수 있다. 공동으로 안전 기준을 만드는 일과 공동으로 출시 속도를 늦추는 일은 경쟁법에서 다르게 읽힌다. 앞쪽은 표준 제정 협력으로 오래전부터 다뤄져 온 유형이고, 뒤쪽은 경쟁사들이 산출량 조절을 합의하는 모양에 가까워진다. 아모데이의 에세이가 요구한 면제는 두 번째 단계, 곧 속도를 맞추는 조율에 붙어 있고, 러헤인이 필요 없다고 말한 것은 안전 논의 일반이다.
속도 조율은 아모데이의 9월 에세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7월 하사비스 에세이는 표준기구의 접근법을 설명하면서 상황의 심각성이 요구하면 체제를 조일 수 있다고 하고, 조이는 방법의 예로 “coordinating a slowdown in development among the Frontier Labs”, 프런티어 랩들 사이의 개발 속도 조율을 든다. [해석] 러헤인이 면제가 필요 없다고 말한 안전 논의 일반과 아모데이가 면제를 요구한 속도 조율이 서로 다른 것이라는 앞 문단의 정리는 그대로 성립한다. 다만 지금 논의되는 기구의 출발점이 된 문서 안에 그 속도 조율이 기구의 기능으로 이미 적혀 있다. 반독점은 나중에 생길 수도 있는 쟁점이 아니라 설계도에 이미 적힌 한 줄에 관한 문제다.
규제 당국 쪽 반응은 빠르고 차가웠다. 같은 9월 15일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하원 청문회에서 AI 기업에 대한 책임 면제 요구를 거부했고,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 앤드루 퍼거슨은 반독점 면제 요구에 대해 모두가 깊이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사실상 진입 장벽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장벽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방어할 것이라고 덧붙였고, 이것이 개인 의견이며 연방 AI 정책은 대통령이 정한다는 단서를 함께 달았다.
업계 안에서 나온 반대도 있다. 코히어의 공동창업자 에이든 고메즈는 미국의 지배적 AI 연구소들이 “cartel”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쟁점은 규칙의 존재가 아니라 “who writes them, who gets to participate”, 누가 그것을 쓰고 누가 참여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낱말은 고메즈의 것이며 이 글의 판단이 아니다. 다만 그가 가리킨 질문은 이 보고서의 질문과 겹친다. 규칙이 아니라 규칙이 딛고 설 자료를 누가 정하는가도 마찬가지다.
▲ 반독점 쟁점의 두 갈래 — 안전 기준 협력과 출시 속도 조율은 같은 것이 아니다. 러헤인·아모데이·베센트·퍼거슨·고메즈 발언(참고문헌 6·7·8)을 페블러스가 재구성.
의회 쪽에서는 다른 경로가 동시에 움직인다. 러헤인은 같은 브리핑에서 오픈AI가 FRONTIER 법안의 외부 안전평가자 조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자율규제 기구를 논의하면서 연방 의무화 조항을 지지하는 것이 모순은 아니다. 두 장치가 겨누는 곳이 다르기 때문이다. 감사인을 면허 직업으로 만들려는 연방 초안은 페블러스가 AI 감사를 면허 직업으로 만들려는 미 의회 초안에서 따로 다뤘다.
세 회사가 한자리에 모이는 일 자체는 처음이 아니다. 2023년 7월 앤트로픽·구글·마이크로소프트·오픈AI가 프런티어 모델 포럼을 만들었고, 2024년 5월 아마존과 메타가 합류했다. 이 포럼은 위험 분류와 역량 평가, 완화 조치에 관한 기술 보고서를 내 왔고 2025년 3월에는 회원사 간 취약점·위협 정보 공유 협정도 맺었다. 새 기구가 논의되는 이유는 포럼이 하지 않은 것에 있다. 포럼에는 외부 감사 기능이 없고 회원사가 대체로 자기 보고를 한다. 지금 논의되는 기구가 포럼과 다른 점은 판정하는 권한을 두려 한다는 것이고, 그러자면 판정의 근거가 회원사 바깥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곧바로 따라온다.
한국은 옆 트랙에 있다
미국에서 논의 중인 임계가 한국에서는 이미 법이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제24조 제1항은 법 제32조가 말하는 대통령령 기준을 세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시스템으로 정의하는데, 그 첫째가 학습에 사용된 누적 연산량이 10의 26승 부동소수점연산 이상일 것이다. 나머지 둘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구성·운영되고 있을 것, 그리고 위험도가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광범위하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것이다.
[사실] 1026 FLOP은 2025년 1월 폐기된 미국 행정명령 14110이 쓰던 값이고, 로페어 설계안이 회원 자격으로 되살린 값이며, 구글 문서가 잠정 기준으로 언급한 값이다. EU AI법이 범용 AI 모델의 시스템 위험 임계로 쓰는 1025보다는 열 배 높다. 하사비스 에세이에는 연산량 수치가 없다. 그 글은 프런티어급 지정을 기구가 정할 벤치마크에 맡긴다. 같은 자리를 미국 설계안들은 연산량으로, 한국 법은 연산량에 두 요건을 더해 채웠고, 애초의 제안은 비워 둔 채 기구에 넘겼다. 본법은 2026년 1월 22일 시행됐으니, 미국에서 한 번 폐기됐다가 설계안으로 돌아온 그 방아쇠를 한국은 법으로 당겨 놓은 셈이다. [해석] 다만 같은 조 제2항이 이렇게 규정한다. 누적 연산량의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 방아쇠는 정해졌는데 그 방아쇠를 당길 계량의 정의가 아직 비어 있다. 미국 설계안에서 본 것과 같은 공백이다.
6.1문서를 만들어 보관하라는 의무는 다른 트랙이 진다
한국 AI 기본법에는 의무가 두 갈래로 나 있다. 하나는 연산량 임계로 잡는 프런티어 트랙이고, 다른 하나는 의료·채용 같은 분야로 잡는 고영향 트랙이다. 그러면 기록에 관한 조항은 어느 쪽에 붙어 있는가.
| 조항 | 잡는 대상 | 무엇을 요구하는가 |
|---|---|---|
| 법 제32조 안전성 확보 의무 |
누적 연산량 1026 FLOP 이상 (프런티어 트랙) | 수명주기 전반의 위험 식별·평가·완화, 안전사고 모니터링과 위험관리체계 구축, 이행 결과를 장관에게 제출. 구체적 이행 방식과 제출 사항은 고시로 위임 |
| 법 제34조 제1항 고영향 AI 사업자 책무 |
분야 기반 고영향 AI (고영향 트랙) | 제2호 학습용데이터의 개요 등에 대한 설명 방안 수립·시행, 제5호 안전성·신뢰성 확보 조치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의 작성과 보관 |
표 3. 국가법령정보센터 조문 원문 기준(법률 제20676호, 본법 시행 2026-01-22). 제32조에는 문서의 작성과 보관에 해당하는 호가 없다.
프런티어 모델을 직접 학습시키는 회사와, 의료·채용·교육에 AI를 쓰는 회사 가운데 기록을 남기라는 말을 듣는 쪽은 후자다. 제32조에 있는 것은 제출 의무이고, 무엇을 제출하는지는 고시로 넘어가 있다. [해석] 미국 설계안에서 찾지 못한 그 축이 한국 법에서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옆 트랙에 가 있다. 두 나라의 공백이 같은 모양은 아니지만, 임계를 넘는 모델을 다루는 규범에서 기록의 자리가 뒤에 놓인다는 점은 겹친다.
집행이 언제 시작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제35조의 고영향 AI 영향평가는 노력 규정이고, 과기정통부는 최소 1년 이상의 계도기간을 두어 사실조사와 과태료를 유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질적인 집행 개시는 2027년 초로 밀린다. 국내 개발사에게 이 기간은 유예가 아니라 설계 시점이다. 제32조 제3항의 고시가 무엇을 제출하라를 아직 채우지 않았다는 것은, 지금 남기는 산출물이 나중에 그 고시가 요구할 것과 맞아떨어질지를 지금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6.2지금부터 남길 산출물 다섯 가지
고시가 비어 있는 동안 참고할 만한 가장 구체적인 기성 목록은 EU AI법 부속서 XI이다. 그 항목들은 유럽 시장에 모델을 내는 회사가 이미 지키고 있는 것이라 가상의 요구가 아니고, 미국에서 논의되는 기구가 나중에 기록 조항을 더한다면 참조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목록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안전·신뢰성 확보조치 문서를 지금 쓰는 팀이 문서 안에 미리 자리를 낼 항목은 다섯 가지로 추린다.
- 학습 데이터의 출처와 큐레이션 방법. 어디서 왔는지만이 아니라 무엇을 어떤 규칙으로 걸렀는지까지. 부속서 XI이 정제·필터링을 예로 든 항목이다.
- 누적 연산량의 산정 근거. 값 하나가 아니라 그 값을 어떻게 셌는지. 고시가 산정 방식을 정하면 소급해서 다시 세야 하는 상황이 온다.
- 평가 프로토콜과 결과. 통과했다는 결론이 아니라 무엇을 어떤 조건에서 돌렸는지. 재현 가능한 형태로 남겨야 제3자가 같은 것을 볼 수 있다.
- 레드팀과 모델 적응 기록. 정렬과 미세조정을 포함한다. 배포되는 판본이 평가받은 판본과 같은지를 증명하는 근거다.
- 판본별 변경 이력. 무엇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바뀌었는지를 변경 단위로. 옥스퍼드 연구가 잰 것이 정확히 이 항목의 부재였다.
이 다섯 가지는 규제 대응 비용이 아니라 설계 시점의 선택이다. 문서 안에 이력을 남길 자리를 처음부터 내는 일과, 다 쓴 뒤에 이력 관리를 덧붙이는 일은 비용이 다르다. 국내 제도 쪽 논의는 페블러스가 안전신뢰문서의 실체는 데이터 계보다에서 정리했고, 검증하는 쪽의 자격을 국가가 정하는 경로는 프런티어 AI를 매년 외부 감사에 맡긴 미국 첫 주법과 AI 감사인 자격은 주정부가, 잣대는 감사인이 고른다에서 다뤘다. 뒤의 캘리포니아 사례가 보여 준 것도 같은 종류의 공백이다. 감사인의 자격은 정했는데 무엇을 잣대로 삼을지는 감사인에게 맡겨 두었다.
페블러스 관심의 이유
페블러스는 데이터를 진단하고 품질 성적서를 발급하는 일을 한다. 미국 빅테크 세 곳이 어떤 기구를 만들지는 언뜻 남의 동네 일인데, 그 논의가 걸려 넘어진 곳이 우리가 매일 붙들고 있는 문제와 같아서 끝까지 따라갔다.
7.1우리도 남의 데이터를 밖에서 진단한다
DataClinic도 밖에서 남의 데이터와 모델 산출물을 진단하고, 그 진단을 제3자가 다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남긴다. 그 일을 해 보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이 잣대가 아니라 재료다. 진단 요청을 받고 열어 보면 현재 상태의 데이터는 있는데 그 상태에 이르는 경로가 없는 경우가 잦다. 어떤 레코드가 언제 들어왔고 무엇이 빠졌으며 어떤 라벨이 다시 붙었는지가 없으면, 우리가 낼 수 있는 것은 판정이 아니라 관찰뿐이다. FINRA형 표준기구가 부딪힐 문제도 같은 순서로 온다. 누가 심판인지가 정해져도, 심판이 볼 것이 준비돼 있지 않으면 판정이 관찰로 내려앉는다.
7.2평가가 의미를 가지려면 대상이 고정돼야 한다
사전 평가라는 장치는 평가 대상이 고정된다는 전제 위에 선다. 그 전제를 지키려면 세 가지가 증명돼야 한다. 어떤 데이터로 학습했는가, 어떤 판본이 평가를 통과했는가, 지금 서빙되는 모델이 그 판본과 같은가. 셋 다 데이터 계보의 문제이고, 어느 것도 모델 가중치만 들여다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학습 데이터의 구성이 모델 내부 표현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기록되지 않으면, 평가 결과는 그 시점 그 판본에 대한 스냅숏 이상이 되지 못한다. 세 번째 물음을 국내 사업자에게 실제로 던져 본 결과는 페블러스가 평가 문서의 모델이 지금 서빙된다고 증명한 사업자는 없었다에 정리해 두었다.
7.3둘 중 무엇이 이기든 공통으로 필요한 층
이 사안을 다루는 논평 대부분은 자율규제냐 법정규제냐를 두고 갈린다. 그 다툼의 결과와 무관하게 공통으로 필요한 층이 하나 있고, 그것을 짚는 글이 드물다. 감사 가능한 데이터 증적이 그 층이다. 자율기구가 이기면 그 기구가 볼 것이 있어야 하고, 법정규제가 이기면 규제기관이 볼 것이 있어야 한다. 둘 다 지면 아무도 볼 것이 없지만, 그때도 모델을 사는 쪽은 여전히 무엇을 보고 사야 하는지를 물을 것이다. 페블러스가 이 층을 일관되게 다뤄 온 이유가 그것이다. 누가 심판이 되느냐보다 무엇을 보고 판정하느냐가 먼저 답해져야 하는 물음이고, 그 무엇에 해당하는 것이 AI-Ready Data가 정의해 온 산출물이다. 검증할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지를 잰 세계 최강 AI를 검증할 수 있는 나라는 둘뿐이다도 같은 축의 글이다.
7.4기구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것
이 보고서가 남기고 싶은 문장은 하나다. 심판을 세우는 일과 심판이 볼 장부를 갖추는 일은 별개이며, 원본인 금융에서는 장부가 먼저였고 그것이 10년과 큰돈이 드는 쪽이었다. 지금 설계 중인 기구가 그 층을 미결로 남긴 채 출발한다면, 나중에 그 층을 얹는 비용은 지금 얹는 비용보다 크다. 국내 기업에게 이 말은 더 단순한 형태로 온다. 고시가 무엇을 제출하라고 정하기 전에, 제출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두는 편이 싸다.
이 글은 형성 중인 사안을 다뤘다. 다섯 설계 문서는 모두 원문 전문을 받아 대조했고, 부재 판정은 그 다섯 건과 EU AI법 대조군까지로 범위를 한정한다. 세 회사의 입장 차이 가운데 올트먼의 것은 익명 소식통 기반이라 표 1에서 등급을 달리 매겼다. 기구가 헌장을 갖추면 표 2의 세 번째 열이 채워질 수도 있다. 그때 이 글은 기꺼이 낡을 것이고, 그 낡음을 확인하는 데 이 표가 쓰이면 제 몫을 한 셈이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참고문헌
이 글의 척추는 부재 판정이므로 근거의 범위를 항목마다 적어 둔다. 설계 문서 다섯 건(하사비스 에세이, 로페어 설계안, 구글·앤트로픽·오픈AI 프레임워크)은 모두 원문 전문을 받아 보존·기록·문서·학습 데이터에 해당하는 표현을 전수로 훑었다. SEC 규칙 17a-4의 보존 연한과 감사증적 요건은 연방규정 원문에서, SEC 성명과 보도자료, EU AI법 조문, 한국 AI 기본법 조문은 각각의 원문에서 직접 확인했다. 선행 문헌 두 건은 arXiv 원문을 대조했다. 옥스퍼드 연구 수치는 재계산하지 않고 페블러스가 앞서 발행한 리포트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설계 문서 (전문 대조)
- 1.Thomas, M. (2026). Designing a FINRA for Frontier AI. Lawfare, 2026년 7월 30일. 진보연구소(IFP) 선임연구원. 회원 자격 1026 FLOP, CAISI 분리, 이사회 구성, 검사 중심 집행, 컴퓨팅 제공자 부과금. 기록 보존·제출 조항은 확인되지 않았다.
- 2.Google (2026). A Pragmatic Approach to AI Governance in America. 2026년 6월, Kent Walker 명의. FARO 구상, 연 1회 절차 감사, 출시 전 서약, 감사자 접근 문서 범위 제한, 1026 FLOP을 잠정 기준으로 언급.
- 3.Anthropic (2026). Anthropic’s Advanced AI Framework. 2026년 6월. 대상 사업자 기준 1025 FLOP 및 매출 요건, 6개월 주기 위험 보고서, 시스템 카드, 15일 내 중대 안전사고 신고, 독립 평가자 조항. 본문에 인용한 평가자 보관 금지 문장이 여기 있다.
- 4.OpenAI (2026). OpenAI’s Frontier Governance Framework. 2026년 5월 28일 공개. 캘리포니아 TFAIA와 EU 범용 AI 실천규약 대응을 명시한 문서다. 안전·보안 모델 보고서, 6개월 주기 갱신 판정, 프레임워크 변경의 30일 내 체인지로그 공개. 보존 연한 조항은 확인되지 않았다.
- 5.Hassabis, D. (2026). A Framework for Frontier AI and the Dawning of a New Age. 2026년 7월 14일. X 게시물과 같은 글이 본인 뉴스레터에 올라와 있어 그쪽 전문을 대조했다. FINRA를 명시적으로 모델로 들고, 이사회 구성·업계 자금·30일 자발적 사전 제출·분기 갱신 벤치마크·프런티어 랩 간 속도 조율이 모두 그 글에 있다. 연산량 임계와 기록 보존 조항은 없다. 발표 당일 액시오스 인터뷰도 함께 확인했다.
사건 보도
- 6.Schwartz, L. (2026). 디인포메이션, 2026년 9월 13일. 세 회사 실무 그룹이 적어도 7월부터 정기 회의를 해 왔다는 보도. 익명 소식통 기반이며 본문 표 1에서 등급을 갈라 두었다.
- 7.AFP (2026). OpenAI, Anthropic and Google are working to create an AI standards body. 2026년 9월 15일. 러헤인의 공식 확인, 올트먼·고메즈·아모데이 발언이 여기 실렸다.
- 8.Amodei, D. (2026). We Must Pace the Frontier. 2026년 9월 12일. 상주 평가자 제안과 반독점 면제 요구의 원문. 본문의 두 축자 인용이 여기서 나왔다.
- 9.반독점 쟁점의 반대편(베센트 청문회 답변, 퍼거슨 FTC 위원장 발언)과 러헤인의 FRONTIER 법안 지지는 2026년 9월 15일 워싱턴발 보도 여러 건에서 교차 확인했다. 개별 매체 요약에 의존한 부분이며 1차 발언록은 확인하지 못했다.
금융 쪽 대조군 (SEC 원문)
- 10.SEC (2026). SEC Approves Amendment to NMS Plan to Further Reduce Costs of the Consolidated Audit Trail. 2026년 3월 27일. 연 5,000만~7,000만 달러 절감과 3년 초과 데이터 삭제 허용. 본문 축자 인용의 출처다.
- 11.Peirce, H. M. (2026). Statement on the Costs, Risks, and Privacy Concerns of the Consolidated Audit Trail. 2026년 4월 17일. 5,500만 달러 대 2억 5,000만 달러 대비, CAT 폐지 가능성 질문, 시민적 자유 관련 문장이 모두 이 성명에 있다.
- 12.Uyeda, M. T. (2023). Statement on CAT Funding. 2023년 9월 6일. 누적 10억 달러 근접 문장은 위원 자신의 것이고, 약 5.2배라는 배수는 그가 인용한 코멘트 레터의 문장이며 그 인용문 안에 생략 부호가 들어 있다. 이 글이 배수를 본문 수치로 쓰지 않은 이유다.
- 13.17 CFR § 240.17a-4, Records to be preserved by certain exchange members, brokers and dealers. 본문의 보존 연한은 (a)·(b)·(c)항, 감사증적 요건과 인용 문장은 (f)(2)항에서 가져왔다. 함께 본 것은 SEC Rule 17a-3, SEC Rule 613(통합감사추적), 2022년 개정 최종규칙(34-96034)이다. FINRA 규모 수치는 2026 Industry Snapshot과 2024 연차재무보고서에서 가져왔다.
법령과 학술
- 14.EU AI법 제53조와 부속서 XI. 기술문서 작성·최신 유지 의무와 그 최소 항목. 본문 표 2의 대조 열과 섹션 6의 체크리스트가 여기서 나왔다.
- 15.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법률 제20676호) 제32조·제34조·제35조와 시행령(대통령령 제36053호) 제24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조문 원문으로 확인했다. 본법 시행 2026년 1월 22일.
- 16.Raji, I. D., Xu, P., Honigsberg, C. & Ho, D. (2022). Outsider Oversight: Designing a Third Party Audit Ecosystem for AI Governance. AIES ’22, arXiv:2206.04737. 제도 설계를 다섯 축으로 쪼갠 대목은 3절 서두, 본문에 옮긴 감사 접근 관련 문장과 자기 감사 구별 불가 판정은 3절의 표 1 요약 대목, 지식재산 반론과 NIST 사례는 4.3.2절, 하이어뷰 사례는 4.3절에 있다. 개혁 경로를 입법·규제·집행·자율규제 중 무엇으로 할지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는 서술과 축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한 경고는 5절 한계 절의 것이다. 이 논문의 주된 비교 대상은 PCAOB이며 FINRA를 직접 다루지는 않는다.
- 17.Raji, I. D., Smart, A., White, R. N., Mitchell, M., Gebru, T., Hutchinson, B., Smith-Loud, J., Theron, D. & Barnes, P. (2020). Closing the AI Accountability Gap: Defining an End-to-End Framework for Internal Algorithmic Auditing. FAT* ’20, arXiv:2001.00973. transparency trail이라는 표현은 4.1절, 의료기기 설계 이력 파일과 감사 문서 궤적에 관한 문장은 3.2절, 모델 카드·데이터시트를 감사 착수 조건으로 놓는 대목은 4.4절에 있다.
- 18.METR 공개 평가 보고서(GPT-4.5, GPT-5)와 평가 프로토콜 예시. 접근 기간과 예산 기준의 출처다. 본문의 assurance checklist 표와 세 가정은 GPT-5 보고서에, 사전 평가의 한계와 내부 결과 외부 검토 제안은 GPT-4.5 평가 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