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베이징에서 열린 2회 세계휴머노이드로봇대회의 100m 금메달 기록은 8.64초였다. 작년 1회 대회에서 같은 로봇이 우승했을 때 기록은 21.5초였다. 1년 만에 기록이 2.5배 가까이 줄었다.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 이 대회에는 666개 팀이 로봇 2,056대를 데리고 나와 51개 종목에서 겨뤘다.

같은 대회장에서 로봇들은 코르크판에 못을 곧게 박아 넣는 데 애를 먹었다. 팀원이 장갑을 끼고 로봇의 손을 직접 조종하는 원격조작 상태에서도 그랬다. 전부 실패한 것은 아니어서, 네이처가 기사에 함께 건 CCTV+ 영상에는 못을 박아 넣은 로봇과 그러지 못한 로봇이 섞여 있다. 스탠퍼드대 캐런 리우는 사람이 쉽다고 여기는 일이 로봇에게는 백플립보다 어렵다고 말한다. 달리기는 정해진 궤적을 따라가는 일이고, 못 박기는 도구를 쥐고 힘을 전달하는 일이다.

조직위는 이 대비를 규칙으로 먼저 처리해 두었다. 시나리오 종목에서 과제를 스스로 해낸 로봇에는 만점을, 사람이 원격조작한 로봇에는 절반을 줬다. 능력을 재려면 누가 그 동작을 만들었는지를 먼저 적어야 했다는 뜻이다.

주요 수치

출처: Nature News(2026-08-27) 및 대회 조직위 규정·현장 보도

8.64초

100m 금메달 기록

작년 같은 로봇은 21.5초였다

절반

원격조작 로봇이 받는 점수

시나리오 종목에서 자율 수행은 만점

3/12

소방 시나리오를 끝까지 마친 팀

30분 안에 위험물 식별부터 진화까지

2,056대

대회에 나온 로봇

666개 팀이 51개 종목에서 겨뤘다

1

1년 만에 21.5초가 8.64초가 됐다

베이징의 엑스휴머노이드가 만든 톈궁 울트라가 100m 금메달을 8.64초에 가져갔다고 네이처가 전했다. 우사인 볼트가 2009년에 세운 9초58보다 0.94초 빠르다. 같은 로봇이 작년 1회 대회에서 같은 종목을 우승했을 때 기록은 21.5초였다. 사람의 100m 기록이 한 세기 동안 1초 남짓 줄어드는 동안, 이 종목의 로봇 기록은 열두 달 만에 12초 넘게 줄었다.

우사인 볼트가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 100m 결승에서 9초58을 세울 당시 질주하는 모습
▲ 사람의 100m 기록은 9초58에서 굳어 17년째다. 로봇 기록은 1년 만에 21.5초에서 8.64초로 줄었다. | Source: Erik van Leeuwen, Wikimedia Commons

속도만 놓고 보면 완결된 성취처럼 보인다.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조직위는 결승선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두꺼운 정지매트를 깔아 두었다. 로봇들이 안전하게 감속하지 못할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ZME 사이언스에 따르면 톈궁 울트라는 결선에 앞선 라운드에서 8.86초를 찍은 직후 그 매트에 부딪혀 쓰러졌고 몸통 부근에서 불꽃이 일었다. 다른 준결승에서는 달리던 로봇이 그대로 분해됐고, 앞선 경기들에서는 넘어지거나 부딪히거나 실려 나간 로봇이 나왔다. 허리에서 부러진 로봇도 있었다. 금메달 기록 8.64초는 그 다음 날 대회를 닫는 대형 부문 결선에서 나왔다.

미 육군 연구소에서 일하는 퍼듀대 박사과정 디팜 파텔은 아스테크니카에 이 구조를 그대로 설명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이 목표이고, 멈추든 부서져 조각나든 그 목표와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는 회사마다 종목별로 다른 로봇을 내보냈다는 말도 덧붙였다. 스프린트 로봇은 직선 트랙을 최대한 빨리 지나가는 하나의 문제에 맞춰 다듬어졌고, 감속은 그 문제 바깥에 있었다.

정의가 좁은 문제일수록 최적화는 빠르다. 트랙은 평평하고 방해물이 없으며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다. 창고나 주방처럼 물건이 늘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은 공간과는 조건이 다르다. 기록이 극적으로 줄었다는 사실과 그 기록이 무엇을 증명하는지는 따로 읽어야 한다.

2

대회 규칙은 원격조작에 절반을 매겼다

올해 대회는 스프린트와 점프에 머물지 않고 책을 서가에 꽂거나 침대를 정리하는 실제 과제로 종목을 넓혔다. 네이처는 이 시나리오 종목에서 과제를 스스로 완수한 로봇이 사람이 원격조작한 로봇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적는다. 조직위 규정을 보면 이 서술은 자율성 가중치라는 이름의 계수로 명문화돼 있다. 완전 자율은 사람이 제어 루프 안에 들어가지 않고 로봇이 종목을 끝내는 상태를 뜻한다. 완전 자율이 필수가 아닌 시나리오 종목에서는 자율로 수행한 로봇에 만점을, 원격조작에 의존한 로봇에 배점의 절반을 준다.

어떤 종목은 아예 자율 외의 선택지를 두지 않았다. 2026년 기준으로 스프린트, 4×100m 계주, 축구, 태극권, 체조는 완전 자율이 의무다. 반면 400m 장애물 코스와 킥복싱은 사람이 루프 안에 있어도 된다. 51개 종목 가운데 30개가 경기형, 21개가 공장과 식당과 사무실과 재난 현장을 흉내 낸 시나리오형이며, 40퍼센트가 넘는 종목이 완전 자율 수행을 요구했다.

51개 종목의 구성과 시나리오 종목의 배점 규칙 ① 종목 구성 경기형 30 시나리오형 21 달리기·축구·탁구·무용 등 30개 / 공장·식당·사무실·재난 대응 등 21개 ② 시나리오 종목의 배점 자율 수행 배점 전부 원격조작 배점의 절반 스프린트·계주·축구·태극권·체조는 완전 자율이 의무다. 자료: 대회 조직위 경기 안내 및 포브스 보도.
▲ 같은 결과를 내도 사람이 루프 안에 있었는지에 따라 점수가 갈린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시나리오 종목의 결과물만 놓고 보면 자율과 원격조작은 구분되지 않는다. 침대는 정리되어 있고 책은 제자리에 꽂혀 있다. 결과가 같아도 그 결과를 만든 주체가 다르면 능력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조직위는 결과 옆에 출처를 적는 칸을 만들었다. 포브스가 이 대회를 지금 로보틱스에서 가장 정직한 문서라고 부른 것도 같은 이유다. 무엇이 자율로 되고 무엇이 아직 사람 손을 빌려야 하는지가 채점표에 그대로 드러난다.

채점표가 무엇을 드러냈는지는 폐막 뒤의 메달 집계에서 더 분명해진다. 닷새 동안 100m 기록을 세 번 갈아치운 엑스휴머노이드는 종합 1위가 아니었다. 테크타임스가 전한 조직위 최종 집계에서 금메달 순위와 종합 순위에 모두 1위로 오른 팀은 상하이의 아지봇이고, 금 18개를 포함한 46개의 메달은 정밀 손 조작과 시나리오 종목과 장애물 경주에서 나왔다. 회사가 밝힌 바로는 아지봇의 손 모듈 옴니핸드가 손 조작 여덟 개 종목 결선에 모두 올라 그 가운데 일곱 개에서 우승했다. 관중을 부른 종목과 메달이 쌓인 종목이 갈라져 있었다는 뜻이다.

아지봇의 인간형 로봇 AGIBOT X2 전시 모델, 손 조작과 시나리오 종목에서 강세를 보인 회사의 로봇 라인업
▲ 종합 메달 1위 아지봇의 인간형 로봇 AGIBOT X2(2026년 MWC 전시 모델, 대회 출전 개체 아님). | Source: JJxFile, Wikimedia Commons (CC BY 4.0)

데이터 쪽에서 보면 이 규칙은 낯설지 않다. 모델 학습에 쓰는 시연 데이터도 결과 궤적만 저장하면 자율 정책이 만든 것인지 사람이 조종해 만든 것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대회는 그 구분을 배점으로 강제했고, 데이터 파이프라인에서는 그 구분을 메타데이터로 남겨야 한다. 남기지 않으면 학습 뒤에 성능을 해석할 근거가 사라진다.

3

궤적은 복제되고 접촉은 쌓인다

스탠퍼드대 컴퓨터과학자 캐런 리우는 이 격차를 빨래에 빗대 설명한다. 빨래 개기와 백플립 중 무엇이 더 어렵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빨래 개기가 훨씬 쉽다고 답하지만, 휴머노이드에게는 일상의 일이 백플립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그가 든 이유는 에너지 전달의 효율이다. 휴머노이드는 육상 종목에서 에너지를 가속으로 바꾸는 데 매우 효율적이며, 백플립과 스프린트는 정해진 궤적을 따라가는 동작이다. 매 밀리초마다 무엇을 해야 하고 얼마만큼의 토크를 내야 하는지 로봇이 이미 알고 있어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리우는 말한다.

정해진 궤적은 시뮬레이터가 값싸게 대량으로 만들어 낸다. 엑스휴머노이드의 400m 주자는 팔을 얼굴 가까이 붙인 자세로 달렸는데, 개발진은 시뮬레이션 강화학습이 그 자세와 엉덩이 회전의 조합이 사람의 팔 스윙을 흉내 내는 것보다 낫다는 것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상식을 벗어난 해법까지 탐색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탐색이 물리 엔진 안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넘어져도 부품이 부러지지 않고, 하루에 수만 번을 시도해도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손끝은 사정이 다르다. 리우는 사람 손의 힘과 협응을 흉내 내는 그리퍼를 만드는 일 자체가 어렵고, 도구 사용은 특히 어렵다고 말한다. 그리퍼가 도구와 충분한 접촉을 만들어 강한 힘을 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한계는 제어 소프트웨어보다 앞단에 있다. 그래서 팀원이 장갑을 끼고 로봇의 움직임을 직접 조종한 상태에서도 못 박기가 잘 되지 않았다. 원격조작은 무엇을 할지 판단하는 몫을 사람이 대신해 주지만, 손이 도구에 힘을 전달하는 물리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손끝 종목이 전부 막혀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아지봇의 옴니핸드는 핀셋으로 콩을 집고 가루를 계량하고 블록을 쌓는 종목에서 금메달을 가져갔다. 물체를 정확한 자리에 놓는 일과 도구를 거쳐 큰 힘을 내보내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다. 리우가 도구 사용을 따로 떼어 어렵다고 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못을 박으려면 망치를 놓치지 않을 만큼 쥔 채로 못머리라는 좁은 면에 힘을 실어야 한다.

같은 로봇, 다른 데이터 공급원 궤적 과제 스프린트 · 점프 · 백플립 공급원: 물리 시뮬레이터 무제한 한 번의 실패 비용이 0에 가깝다 1년 만에 21.5초 → 8.64초 접촉 과제 못 박기 · 나사 조이기 · 케이블 연결 공급원: 현장의 시도 한 번에 하나씩 마찰·변형·미끄러짐이 모델과 어긋난다 원격조작으로도 메우지 못한다 기록이 빠르게 깨지는 종목과 제자리인 종목을 가르는 것은 학습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장소다.
▲ 시뮬레이터가 만들 수 있는 것과 현장에서만 쌓이는 것의 경계가 대회 성적표에 그대로 찍혔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접촉을 시뮬레이터로 옮기기 어려운 이유는 물리 엔진이 마찰과 변형과 미끄러짐을 근사값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궤적 과제에서는 이 근사가 결과를 크게 흔들지 않지만, 망치가 못머리를 때리는 순간처럼 접촉면이 좁고 힘이 큰 상황에서는 근사와 현실의 차이가 그대로 실패로 나타난다. 그래서 접촉 데이터는 현장에서 로봇이 실제로 시도하고 실패한 횟수만큼만 쌓인다. 손끝 촉각 데이터가 휴머노이드 자본의 흐름에서 비껴가 있었다는 사정도 여기에 겹친다. 사람이 조종해도 넘지 못하는 벽이 있다는 것은, 그 벽 너머로 가는 길이 더 많은 조종에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4

다음 기록은 화려하지 않다

소방 시나리오 종목에서 로봇은 30분 안에 위험물질을 식별하고, 밸브 세 개를 잠그고, 화재 위치를 찾아, 소화기로 불을 꺼야 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12개 팀 가운데 이 순서를 끝까지 마친 팀은 3개였다. 다른 시나리오 종목에서는 일하던 로봇에게 택배가 예고 없이 도착해 하던 일을 멈추고 순서를 바꾸게 했다. 각각의 동작은 이미 다른 종목에서 확인된 것들인데, 순서대로 이어 붙이고 중간에 상황이 바뀌는 순간 완주율이 4분의 1로 떨어진다.

로봇을 만드는 쪽에서는 더 직설적이다. 루모스 로보틱스 최고경영자 위차오는 로이터에 로봇이 최종 사용 시나리오에서 일할 수 있을 때에야 진짜 가치가 생기며, 그저 달리고 뛰는 것은 효율을 높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회에 로봇을 보내지 않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아틀라스 개발을 이끄는 아야 더빈도 비슷하게 말한다. 휴머노이드가 계속 장난감으로 남는다면 일상의 일부가 되지 못하며, 실제 문제를 푸는 데 쓰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에 깨질 기록은 8.64초를 8.4초로 줄이는 쪽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부품이 떨어지지도 않고 불이 붙지도 않고 사람이 개입하지도 않은 채 평범한 한 교대를 끝내는 일이 더 어려운 기록이다. 이 기록에는 관중석의 환호가 붙지 않는다. 대신 이 기록은 채점표가 있어야 셀 수 있다. 대회가 자율성 가중치라는 계수를 만들어야 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로봇 데이터를 다루는 실무에서 가져갈 것은 종목별 성적이 아니라 채점표의 설계다. 시연 하나를 저장할 때 그 동작이 자율 정책에서 나왔는지, 사람이 원격조작으로 만들었는지, 시뮬레이터에서 뽑혔는지, 현장에서 얻어졌는지를 함께 적어 두면, 나중에 모델이 잘하는 이유와 못하는 이유를 같은 자료 안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이 칸을 비워 두면 8.64초와 못 박기 실패가 한 장의 성적표 위에서 구분되지 않는다.

R

참고문헌

현장 보도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