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로봇의 몸(하드웨어)과 두뇌(파운데이션 모델)에는 지난 1년 사이 수십억 달러가 몰렸습니다. 그런데 그 로봇이 손끝으로 느끼는 압력, 미끄러짐, 질감을 담는 촉각 데이터에는 여전히 수백만 달러 단위의 자본만 흐릅니다. 같은 Physical AI라는 우산 아래인데도 자본이 왜 이렇게 갈라졌는지, 그리고 그 불균형이 정말 데이터 병목으로 이어지는지. 이 격차가 던지는 두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촉각이 소외된 데는 구조적 이유가 있습니다. 시각과 언어 데이터는 인터넷에 이미 넘쳐 스크래핑으로 대규모 확보가 가능하지만, 촉각은 물리적 접촉이 일어나는 순간에만 생성되어 크롤링이 원천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상용 촉각 센서 한 대가 5,000~10,000달러에 이르러 수집 자체가 비쌌습니다. 다만 그 가격이 최근 몇 년 사이 350~550달러로 떨어졌다는 점이 이 글의 반전입니다.
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좁혀집니다. 저렴한 촉각 수집 장비의 등장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비싼 모달리티"를 규모 있게 확보하는 경쟁의 판을 바꾸는 신호일까요. 다만 장비가 싸진다고 데이터가 저절로 쌓이지는 않는다는 단서가 남습니다.
주요 수치
아래 네 숫자가 이 글의 뼈대입니다. 앞 두 수치는 자본이 얼마나 쏠렸고 센서 값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뒤 두 수치는 그 변화 위에서 나오기 시작한 촉각 데이터의 규모를 가리킵니다.
출처: Tim Harper · Robotics Center · IEEE Spectrum
수백 배
자본 격차
Neura 단일 라운드 14억$ vs 촉각 스타트업 175만$
$1만→$350
촉각 센서 가격
BioTac급에서 DIGIT급으로
100만 시간
Daimon-Infinity
멀티모달 데이터, 1만 시간 오픈소스
1,000+
손끝당 촉각 픽셀
Sharpa Wave, NVIDIA 레퍼런스 기본 탑재
두 개의 숫자로 보는 자본의 쏠림
두 숫자를 나란히 놓아 보겠습니다. 독일 휴머노이드 기업 Neura Robotics는 2026년 상반기 시리즈 C 한 라운드로 최대 14억 달러를 모았습니다. 같은 시기, 촉각 센싱을 전업으로 하는 스타트업 Sensetics가 모은 프리시드 자금은 175만 달러였습니다. 같은 Physical AI라는 우산 아래에 있지만, 두 금액 사이에는 자릿수가 세 자리 넘게 벌어져 있습니다.
Neura 한 곳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로봇의 몸과 두뇌를 만드는 쪽으로 자본이 쏠린 규모는 개별 기업 단위에서 이미 압도적입니다. Figure AI는 누적 조달 19억 달러를 넘겨 기업가치 390억 달러에 이르렀고,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Physical Intelligence는 2025년 11월 시리즈 B로 6억 달러를 받았습니다. Skild AI는 2026년 1월 소프트뱅크 주도로 14억 달러 시리즈 C를 마감했습니다. Crunchbase 집계로 2026년 로보틱스 스타트업 전체 조달액은 188억 달러로, 직전 정점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반대편, 촉각 센싱을 전업으로 하는 회사들의 조달 규모는 자릿수가 다릅니다. Sensetics 175만 달러, 로봇 손재주용 촉각 센서를 만드는 Contactile 250만 달러, 중국의 ViTai Robotics가 수백만에서 수천만 달러대 라운드입니다. IEEE Spectrum이 프로필을 낸 DAIMON Robotics는 구체적 액수를 공개하지 않은 2년 반 된 신생 기업입니다. 몸과 두뇌 쪽 대형 라운드 하나가 이들 촉각 전업 스타트업의 조달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수백 배 큽니다.
훅으로 던진 "몸과 두뇌엔 수십억 달러, 손끝 감각엔 여전히 수백만 달러"라는 문장은 수사가 아니라 실제 조달 데이터로 뒷받침됩니다. 문제는 이 자본 배분의 불균형이 단순한 투자 취향이 아니라, 촉각이라는 모달리티의 구조적 성격에서 나온다는 데 있습니다.
왜 촉각만 크롤링이 안 되는가
자본이 촉각을 비껴간 이유의 절반은 모달리티의 성격에 있습니다. 시각과 언어 데이터는 이미 인터넷에 존재합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을 대규모로 긁어와 사전학습에 쓸 수 있습니다. 촉각은 다릅니다. 압력, 전단력, 미끄러짐, 재질의 변화는 물리적 접촉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만 생성됩니다. 로봇이나 사람이 실제로 무언가를 만져야만 데이터가 나옵니다. 웹 어디에도 미리 쌓여 있지 않으니 크롤링이 원천 불가능합니다.
연구자 Tim Harper는 이 공백을 "더 나은 두뇌가 더 나은 감각을 요구한다"는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VLA나 강화학습으로 로봇 정책이 정교해질수록, 카메라가 포착하지 못하는 접촉 단위 사건이 실패의 원인으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딸기가 손끝에서 미끄러지고 있는지, 포장 이음매가 걸리는지, 베어링 링이 손끝 아래에서 돌고 있는지는 센서 스트림에 그 증거가 없으면 모델이 추론할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 배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산업 현장에 강화학습을 적용한 Humanoid사의 보고에 따르면, 기계에 부품을 넣는 작업의 처리량은 42% 늘었고, 물건 전달 작업의 성공률은 80%에서 98%로, 양손 토트 처리 성공률은 78%에서 99%로 올랐습니다. 정책이 좋아질수록 남는 실패는 대부분 접촉의 미묘함에서 왔습니다. 다시 말해, 더 똑똑한 두뇌를 만들수록 촉각 데이터의 부재가 더 도드라집니다.
그래도 판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
자본이 촉각을 비껴간 이유의 나머지 절반은 가격이었습니다. 과거 BioTac 같은 상용 촉각 센서는 한 대에 5,000~10,000달러였습니다. 손끝마다 센서를 달아야 하는 로봇에게 이 값은 수집 자체를 가로막는 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벽이 최근 몇 년 사이 무너졌습니다. 광학식 비전 기반 촉각 센서가 대중화되면서, GelSight Mini가 499달러, 로보틱스 패키지가 549달러, Meta AI와 협력해 만든 DIGIT 센서가 350달러 선까지 내려왔습니다.
직접 만들면 더 저렴합니다. 오픈소스 설계인 GelSlim 계열은 재료비 약 122달러로 자체 제작이 가능합니다. 상용 로보틱스 패키지의 약 5분의 1 값입니다. 주목할 점은 GelSight가 Meta AI와 파트너십을 맺고 DIGIT 센서를 상용으로 제조·보급했다는 사실입니다. 저렴한 촉각 데이터 인프라를 대기업이 직접 밀어준 사례로, 촉각 수집이 소수 연구실의 특권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시장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뉴로모픽 촉각 센서 시장은 2025년 9,500만 달러에서 2034년 5억 2,040만 달러로, 연평균 2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시장에서 휴머노이드 손 응용이 38.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촉각이 틈새 부품이 아니라 로봇 손의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DAIMON과 NVIDIA, 두 방향의 신호
가격이 내려가자 2026년 상반기에 두 종류의 신호가 나왔습니다. 하나는 스타트업이 촉각 데이터를 직접 대량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촉각 손이 대형 플랫폼의 표준 부품으로 편입된 것입니다.
4.1DAIMON, 촉각을 데이터셋으로 찍어내다
DAIMON Robotics는 손끝 크기 모듈 하나에 11만 개 이상의 유효 센싱 유닛을 담은 비전 기반 촉각 센서를 만듭니다. 그리고 2026년 4월, 100만 시간 규모의 멀티모달 데이터셋 Daimon-Infinity를 공개했습니다. 80개 이상의 실제 시나리오와 2,000개 이상의 인간 스킬을 담았고, 그중 1만 시간을 오픈소스로 풀었습니다. 파트너로 Google DeepMind, 노스웨스턴대, 싱가포르국립대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창업자 Michael Yu Wang 교수는 촉각 정보를 시각 이미지 형식으로 바꾸면 기존 시각 AI 프레임워크에 자연스럽게 통합된다고 설명합니다. 이 발상이 VLA(Vision-Language-Action)를 촉각까지 포함한 VTLA(Vision-Tactile-Language-Action)로 확장하는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촉각을 "다루기 어려운 별도 신호"가 아니라 시각과 같은 문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모달리티로 재정의한 셈입니다.
4.2NVIDIA, 촉각 손을 기본값으로 넣다
NVIDIA가 공개한 Isaac GR00T 레퍼런스 휴머노이드 로봇은 더 상징적입니다. Unitree 몸체와 Jetson Thor 컴퓨트 위에, Sharpa Wave 촉각 5지 손을 얹었습니다. 이 손은 손끝마다 1,000개 이상의 촉각 픽셀을 갖습니다. 핵심은 이 촉각 손이 옵션이 아니라 오픈 레퍼런스 디자인의 기본 구성요소로 들어갔다는 점입니다. 로봇을 처음 설계하는 연구자가 별도 결정 없이도 촉각 센싱을 손에 쥐게 됩니다.
NVIDIA는 이 레퍼런스 로봇으로 모은 학습 데이터와 텔레메트리의 소유권을 연구자에게 남긴다고 강조했습니다. 촉각 데이터가 표준 하드웨어에서 대량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누가 그 데이터를 소유하고 규모 있게 축적하는가"라는 데이터 주권 질문이 곧바로 따라붙습니다. 촉각이 표준이 되는 순간, 경쟁의 초점은 센서에서 데이터로 옮겨갑니다.
장비가 싸졌다고 데이터가 쌓이는가
여기서 한 발 물러설 필요가 있습니다. 센서 가격이 100달러대까지 떨어진 것은 진입장벽을 낮춘 사건이지, 데이터가 저절로 쌓이는 사건은 아닙니다. 시각과 언어는 값싼 카메라와 웹 크롤러만 있으면 이미 존재하는 데이터를 긁어 모을 수 있었습니다. 촉각은 여전히 누군가가 현장에서 실제로 만지고 밀고 쥐어야만 한 시간이 한 시간만큼 쌓입니다. 장비가 싸졌다는 것은 그 접촉을 기록할 손이 많아졌다는 뜻일 뿐, 접촉 자체가 늘어난다는 뜻은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수집된 촉각 신호가 무엇을 뜻하는지 정답을 붙이는 라벨링, 서로 다른 센서와 로봇에서 나온 신호를 같은 좌표로 맞추는 정합, 노이즈와 유효 신호를 가르는 품질 관리는 가격 하락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값싼 센서가 늘수록 제각각인 촉각 데이터가 쏟아지고, 그것을 학습 가능한 자산으로 다듬는 일이 새로운 병목이 됩니다.
페블러스가 6월 말에 짚은 대로 Physical AI의 승부처가 행동 데이터라면, 촉각은 그 행동 중 가장 데이터화가 덜 된 채널입니다. 저가 센서의 등장은 그 채널을 여는 첫 단추일 뿐, 규모 있는 확보와 품질 확보는 별개의 싸움으로 남습니다.
Editor's Note. 페블러스가 데이터 품질을 "얼마나 많이 모았는가"보다 "무엇을 어떤 충실도로 남겼는가"의 문제로 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촉각은 크롤링이 불가능해 처음부터 현장에서 설계된 수집과 라벨링을 요구하는, AI-Ready Data의 성격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모달리티입니다. 센서가 싸진 지금이 오히려 데이터 주권 경쟁의 출발선입니다.
(주)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
2026년 7월 12일
참고문헌
업계 보도·공식 발표
- 1.Harper, T. (2026). "Why Better AI Makes Robot Touch More Important Than Ever." Tim Harper.
- 2.Dutta, S., Wiley. (2026). "DAIMON Robotics Wants to Give Robot Hands a Sense of Touch." IEEE Spectrum.
- 3.NVIDIA Newsroom. (2026). "NVIDIA Announces NVIDIA Isaac GR00T Reference Humanoid Robot for Academic Research."
- 4.Francis, S. (2026). "Sharpa brings dexterous robot hands to Nvidia and Unitree humanoid reference design." Robotics & Automation News.
- 5.Sharpa. (2026). "Sharpa Brings Dexterous, Tactile Manipulation to the NVIDIA Isaac GR00T Reference Humanoid Robot." PR Newswire.
기술·시장 자료
- 6.Robotics Center. (2026). "Tactile Sensors for Robots: GelSight vs DIGIT vs PaXini."
- 7.Sipos, A., van den Bogert, W., Fazeli, N. (2024). "GelSlim 4.0: Focusing on Touch and Reproducibility." arXiv preprint.
- 8.Market Intelo. (2026). "Neuromorphic Tactile Sensor Market (Dexterous Robot Hands & Physical AI) Market Research Report 2034."
펀딩·투자 데이터
- 9.Louise, N. (2025). "Sensetics raises $1.75M in funding to digitize touch sensing and bring haptics into the AI era." TechStartups.
- 10.Contactile. (2022). "Contactile Raises US$2.5 Million to Accelerate Development of Tactile Sensor Technology for Robotic Dexterity." PR Newswire.
- 11.AI Certs. (2025). "Physical Intelligence Secures Massive Robotics War Chest."
- 12.TSG Invest. (2026). "Figure AI Stock: $39B Valuation — Is It a Buy?."
- 13.New Market Pitch. (2026). "Humanoid Robot Startup Funding 2025-2026."
- 14.ValueAdd VC. (2026). "Robotics Startups Have Already Raised $18.8B in 2026 — Smashing Every Prior Annual Rec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