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창작 산업의 AI 라이선스 계약은 이미 300건에 다다랐습니다. 음악만 놓고 봐도 Suno, Udio, Sony Music, Universal Music이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내 곡이 이 모델에 얼마나 기여했나"를 재는 잣대는 아직 없습니다. 계약은 쌓이는데, 나눌 기준이 없는 상태입니다.
지금의 정산은 대부분 프롬프트 수나 생성 횟수로 나눕니다. 이 방식은 곡이 모델 성능에 실제로 기여한 정도와 무관하게 몫을 배분합니다. 문제의 본질은 저작권이 아니라 측정입니다. 하나의 학습 표본이 출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값으로 환산할 수 있는가 — 이것이 데이터 기여도(data attribution)라는, 페블러스 독자에게 이미 익숙한 문제입니다.
이 글은 영향함수·임베딩·워터마킹이라는 세 측정 기술이 각각 무엇을 재고 어디서 막히는지, 그리고 실제 서비스와 최신 연구가 그 한계를 어떻게 우회하는지를 정리합니다. 프롬프트 수는 "얼마나 썼는가"를 잽니다. 공정한 정산에 필요한 건 "얼마나 바뀌었는가"입니다.
~300건
창작 산업 AI 계약
BPI·WPI Economics 2026 집계
26건
음악 분야 핵심 딜
Suno·Udio·Sony·Universal 등
5%
소형 음악사 참여율
계약은 대형사에 편중
0개
기여도 표준 잣대
공정 정산의 공인 기준 부재
300건의 계약, 없는 잣대
영국음반산업협회(BPI)와 WPI Economics가 2026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창작 산업 전반에서 체결된 AI 상업 계약은 274건으로 집계됐고 보도에서는 "거의 300건"으로 표현됩니다. 음악 분야만 추려도 Suno, Udio, Klay Vision, Stability AI, ElevenLabs, Spotify, Vermillio 등이 얽힌 26건의 핵심 딜이 있습니다. Sony Music은 Vermillio와, Universal Music은 Prorata.ai와 손을 잡았습니다.
숫자는 빠르게 늘지만 참여는 고르지 않습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AI 제품용 라이선싱 계약을 마친 곳은 중형 음악사의 25%, 소형 음악사의 5%에 그쳤습니다. 계약이 대형 권리자에게 쏠린 사이, 협상력이 약한 창작자일수록 자기 곡이 어떤 조건에 얼마로 팔렸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더 근본적인 공백은 계약의 개수가 아니라 계약의 기준입니다. 유럽음악매니저연합(EMMA)이 주도하고 31개 음악 단체가 참여한 공개서한은, 기존 계약에 "옵트아웃하지 않으면 AI 활용에 자동 포함"되는 조항이 끼어 있다고 문제 삼았습니다. 미국음악가연맹(AFM)은 메이저 레이블의 Suno·Udio 라이선싱 수익을 나눠 달라며 소송에 나섰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얼마를 나눌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 계약서만 먼저 쌓이고 있습니다.
이 공백에 업계가 붙인 이름이 Creative Weight Attribution, 곧 창작 기여도 측정입니다. Fraunhofer 연구진과 독립 저작권관리단체들이 제안한 개념으로, 프롬프트 수 같은 표면적 사용량이 아니라 한 작품이 모델의 학습과 생성 안에서 갖는 "창작적 무게"를 재자는 발상입니다. 방향은 분명한데, 남은 문제는 기술입니다. 아직 음악 인식 기술은 무엇이 어느 곡에서 왔는지를 신뢰할 만큼 정교하게 가려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음 질문은 자연히 둘로 갈립니다. 지금의 정산은 대체 무엇을 재고 있고, 기여도를 제대로 재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가.
프롬프트 수로 나누는 정산이 놓치는 것
현재 관행은 크게 둘입니다. 생성 횟수나 프롬프트 수에 비례해 나누는 pro-rata 방식, 그리고 사용량과 무관하게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flat-fee 방식입니다. 둘 다 계산은 간단합니다. 그러나 간단한 계산이 공정한 계산은 아닙니다.
첫째, 프롬프트 수는 곡이 모델 성능에 실제로 기여한 정도와 무관합니다. 어떤 곡은 특정 장르의 화성 감각을 학습시키는 데 결정적이고, 어떤 곡은 수만 곡 중 하나로 묻힙니다. 그런데 프롬프트 기반 정산은 이 둘을 똑같이 취급합니다. 사용자가 몇 번 요청했는지를 잴 뿐, 그 요청의 결과물이 누구에게서 왔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둘째, 작곡(composition)과 레코딩(master)의 권리가 뒤섞입니다. 대부분의 시스템은 녹음물 전체를 하나의 자산으로 보고 레코딩 유사도만 검사합니다. AI가 같은 멜로디를 다른 편곡으로 생성하면, 작곡가는 인식되지 않고 마스터 권리자만 보상받는 구조적 결함이 생깁니다. 멜로디와 프로덕션을 분리한 데이터가 부족해 이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습니다.
프롬프트 수 정산의 진짜 문제는 부정확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그것은 소비(얼마나 썼는가)를 재는 자입니다. 창작자에게 필요한 건 기여(얼마나 바꿨는가)를 재는 자입니다. 재는 대상이 다르니, 아무리 정밀하게 세어도 공정으로 수렴하지 않습니다.
기여도를 재는 세 기술, 세 한계
"곡 하나가 모델에 얼마나 기여했나"를 실제로 측정하려는 기술은 크게 셋입니다. 각각 무엇을 재는지 분명하지만, 실전에서 부딪히는 벽도 분명합니다. 음악 산업 분석 매체 Water & Music의 정리를 따라 세 접근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술 | 무엇을 재는가 | 어디서 막히는가 |
|---|---|---|
| 영향함수 (Influence functions) |
특정 학습 데이터를 뺐을 때 출력이 얼마나 달라지는가 | 수백만 곡 규모에서 재학습 비용이 비현실적, 신경망 근사의 신뢰도 낮음 |
| 임베딩 유사도 (Embeddings) |
곡을 벡터로 바꿔 출력과의 근접도를 계산 | 근접성은 유사성을 시사할 뿐 인과관계는 아님 |
| 워터마킹 (Watermarking) |
학습 데이터에 은닉 신호를 심어 출력에서 추적 | 생성 과정에서 신호가 손실되거나 제거 가능 |
영향함수는 원리가 가장 곧습니다. 이 곡을 빼고 다시 학습시켰을 때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보면, 그 곡의 몫이 나옵니다. 문제는 규모입니다. 곡 하나하나에 대해 재학습을 반복하는 건 대형 음악 모델에서 감당할 수 없고, 이를 근사하는 신경망 기법은 아직 믿을 만큼 정확하지 않습니다.
임베딩은 빠르고 확장 가능하지만, 무엇이 닮았는지는 보여줘도 왜 그런지는 말해 주지 않습니다. 워터마킹은 사전에 신호를 심어야 하고 그 신호가 생성 과정에서 지워질 수 있어, 라이선스되지 않은 데이터에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Water & Music의 결론은 담담합니다. 완벽한 attribution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속성을 보상할지 정하는 것 자체가 가치판단이라는 점도 함께 짚습니다. 멜로디를 과대평가하면 작곡가 쪽으로 편향되고, 그 선택이 음악 경제의 구조를 오래 규정합니다.
시장은 완벽을 기다리지 않았다
완벽한 측정이 없다고 시장이 멈춰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회사가 각자의 절충안을 이미 서비스로 내놓았습니다. Sureel은 작곡권과 마스터권을 분리해 추적하는 시뮬레이션 기반 기술을 씁니다. Musical AI는 생성이 끝난 뒤 어떤 IP가 얼마의 비율로 영향을 미쳤는지 로열티 시트로 산출합니다. Soundverse는 출력 유사도 대신, 토큰이 학습과 생성 과정에서 흐르는 경로 자체를 추적합니다. 다만 자체 모델 안에서만 가능합니다. LANDR과 Lemonaide는 정교함보다 실용성을 택해, 기여한 데이터 양에 비례해 배분합니다.
학계에서는 이 문제를 계약 설계로 끌어올린 연구가 나왔습니다. 2026년 7월 arXiv에 공개된 "What's a Credit Worth?"(Zhang 외)는 데이터 기여도 추정과 지불 설계를 하나로 묶습니다. 핵심 장치는 top-k 보상입니다. 검증 데이터 포인트마다 영향력 상위 k개의 학습 데이터에만 고정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왜 상위 k개만일까요. 기여도 추정치는 학습 과정에 내재한 무작위성 때문에 모든 데이터의 몫을 똑같이 신뢰할 수 없습니다. 특히 소규모 기여자의 추정치는 노이즈가 큽니다. top-k는 추정이 흔들리는 꼬리 부분을 보상 계산에서 덜어내, 측정 오차가 소규모 창작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상황을 막습니다. 이 연구는 보상이 기여도의 단조증가 함수여야 유인 양립성(incentive compatibility)이 유지된다는 점도 정리로 제시하며, 단순 카운팅 정산이 기여의 질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이론으로 뒷받침합니다.
실전 서비스와 최신 연구가 공유하는 태도가 하나 있습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설계입니다. 측정할 수 없는 기여를 억지로 값으로 채우는 대신, 신뢰할 수 있는 상위 기여만 보상하거나 불확실한 몫을 유보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방향은 프롬프트 수 정산보다 공정 쪽에 가깝습니다.
같은 수학, 다른 무대
데이터 하나가 결과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값으로 환산하는 문제는 페블러스 독자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데이터에 가격표를 붙이는 기술에서는 데이터 브로커 시장과 순수 마켓플레이스 사이의 큰 격차, 그리고 그 격차를 메우는 가치 증명 기술과 Data Shapley를 다뤘습니다. 합성 데이터에 가격표를 붙이는 법에서는 품질 스코어를 기여도로 변환해 보상까지 자동화하는 파이프라인을 살폈습니다.
음악의 기여도 측정은 이 문제와 같은 수학을 씁니다. Shapley value의 한계 기여도, 영향함수, 유인 양립적 보상 설계는 산업 데이터셋에서든 창작물에서든 동일한 뼈대입니다. 다른 것은 무대입니다.
산업 데이터셋에서는 대체로 익명의 표본을 다룹니다. 음악에서는 그 표본이 한 사람의 노동이고, 이름이 있으며, 작곡과 연주로 권리가 갈립니다. 여기서 "몫을 재지 못한다"는 것은 정산 오류에 그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창작이 값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모델에 흡수된다는, 창작 노동의 존엄에 관한 문제로 확장됩니다. 같은 측정 문제가 더 어려워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측정해야 공정해지는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프롬프트 수는 사용량을 잽니다. 공정한 정산에 필요한 건 기여, 곧 그 곡이 있고 없고에 따라 모델의 출력이 얼마나 달라졌는가입니다. 완벽한 인과 추적이 아직 없는 지금, top-k와 불확실성 인지형 보상처럼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인정하는 설계가 임시적이나마 공정에 가장 가깝습니다.
창작자에게 최소한으로 보장돼야 할 조건도 여기서 나옵니다. 첫째, 무엇을 측정하는지 공개해야 합니다. 어떤 속성에 값을 매기는지가 곧 누가 더 받는지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측정할 수 없는 기여를 낮게 잡지 말고 유보해야 합니다. 노이즈가 큰 추정치로 소규모 기여자를 깎는 순간, 계산은 정밀해 보여도 결과는 불공정해집니다.
300건의 계약이 말해 주는 것은 시장이 이미 열렸다는 사실입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그 시장이 무엇을 기준으로 몫을 나눌지입니다. 그 기준은 법정보다 측정에서 먼저 결정됩니다. 데이터에 가격표를 붙이는 기술이, 이제 창작 노동의 존엄이라는 좌표 위에서 시험받고 있습니다.
Editor's Note
페블러스는 데이터 하나가 결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측정하고 보상으로 연결하는 문제를 데이터 가치 증명과 합성 데이터 기여도 산정에서 다뤄 왔습니다. 음악 라이선싱은 그 기여도 측정 문제가 사람의 창작을 대상으로 놓였을 때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주)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
2026년 7월 17일
참고문헌
학술 논문
- 1.Zhang, L., Jiang, X., Deng, J., Li, B., Ma, J. W., Donahue, C. (2026). "What's a Credit Worth? A Market Framework for Attribution-Aware Compensation in Generative Music." arXiv:2607.00641.
업계 분석
- 2.Water & Music. (2026). "How music AI attribution actually works."
- 3.Perry, A., Canales, N. (2026). "Why AI Music Attribution Matters — and How to Make It a Reality." Billboard Pro, Guest Column.
업계·보도 소스
- 4.Music In Africa. (2026). "Report finds nearly 300 AI licensing agreements signed across creative industries."
- 5.Digital Music News. (2026, 6, 22). "AI Licensing Deals: Stats as of February 2026."
- 6.Digital Music News. (2026, 1, 26). "The AI Licensing Shift: Creative Weight Attribution Emerges as Music Industry Game-Changer for Rights Hold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