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AI 동반자 서비스는 문을 닫을 때마다 같은 장면을 되풀이한다. 이용자가 몇 년에 걸쳐 쌓아 온 감정과 행동의 기록이 옮겨 갈 곳 없이 그대로 사라진다. 이 글은 그 상실을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이동권의 문제로 읽는다.

2026년 7월 15일 중국의 규제 발효로 더우바오와 큐원을 포함해 5억 명대 이용자가 유사한 종료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예외적 규제 사건이 아니다. 2023년 소울메이트부터 2025년의 여러 종료까지, 사전 고지도 이관 경로도 없이 데이터가 증발하는 패턴은 규모만 키우며 반복됐다.

GDPR 제20조는 데이터를 가져갈 권리를 준다. 문제는 그 권리가 이용자가 직접 입력한 데이터에만 미치고, 관계 속에서 추론된 데이터와 이를 받아 줄 표준에는 닿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글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오가며 그 공백을 짚고, 데이터 수명주기의 마지막 단계로 되돌려 놓는다.

이 패턴의 크기는 네 개의 숫자로 드러난다. 이번에 통지를 받은 이용자 규모, 종료 때 지켜진 사전 고지 관행, 하드웨어까지 얽힌 사례의 대가,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다음 차례의 크기다.

5.12억

종료 통지 받은 MAU

중국 AI 어시스턴트 앱, 더우바오·큐원 포함

0건

30일 이상 사전 고지

2025년 종료된 동반자 서비스 중

$799

벽돌이 된 로봇

Moxie, 서버 종료로 기능 정지

2.33억

Character.AI 등록 이용자

아직 오지 않은 다음 차례

1

문을 닫은 서비스들, 사라진 대화들

2026년 7월 15일, 중국의 AI 의인화 상호작용 서비스 규제가 발효되면서 바이트댄스 더우바오와 알리바바 큐원이 이용자 제작 에이전트 기능을 종료했다. 더우바오는 월 3.45억, 큐원은 1.66억 이용자를 두고 있었고, 유사한 종료 통지를 받은 중국 AI 어시스턴트 앱의 이용자를 합치면 5억 명대에 이른다. 큐원은 대화 기록을 즉시 영구 삭제하며 이관 경로가 없다고 밝혔고, 더우바오는 한시적 내보내기 창구만 열어 두었다.

규모는 사상 최대였지만 장면 자체는 낯설지 않다. 2023년 소울메이트가 문을 닫을 때도, 2024년 아동용 로봇 모시가 서버를 내릴 때도, 2025년 여러 동반자 앱이 조용히 사라질 때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서비스가 꺼지면 이용자가 오래 쌓은 대화는 옮겨 갈 곳 없이 삭제됐다. 매번 사전 고지는 짧았고, 매번 이관 경로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 중국 사건은 한 나라의 규제 뉴스가 아니라, 반복되는 산업의 습관이 가장 큰 규모로 드러난 순간에 가깝다. 이 글이 던지는 질문은 규제 찬반이 아니다. 관계를 쌓아 온 데이터는 서비스가 꺼지면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왜 그것을 옮길 길이 없는가다.

2

이동권은 법에 있는데 왜 작동하지 않나

데이터를 옮길 권리는 이미 법에 있다. GDPR 제20조 데이터 이동권은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구조화된 형식으로 내려받아 다른 서비스로 옮길 수 있게 한다. 원래 취지는 벤더 락인을 막고 이용자가 서비스를 자유롭게 갈아탈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조문만 보면 서비스가 종료돼도 대화를 챙겨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권리가 AI 동반자 데이터의 실제 모양과 어긋난다는 데 있다. 제20조는 이용자가 직접 제공한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동반자 AI의 진짜 값어치는 이용자가 타이핑한 문장이 아니라, 그 문장들로부터 모델이 추론해 쌓은 이해에 있다. 취향, 말투, 관계의 맥락 같은 추론 데이터는 조문 범위 밖이다. 텍스트 로그를 내려받아도 관계 그 자체는 따라오지 않는다.

제20조가 다루는 데이터 ✓ 이용자가 직접 입력한 문장 ✓ 업로드한 파일·프로필 ✓ 구조화된 형식 다운로드 가능 제20조 밖의 데이터 ✗ 취향·말투 같은 추론 데이터 ✗ 관계의 맥락 ✗ 이를 받아줄 표준 형식 다운로드해도 관계 자체는 따라오지 않는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GDPR 제20조가 다루는 데이터(왼쪽)와 조문 범위 밖의 추론 데이터(오른쪽)의 경계.

다른 법들도 이 틈을 메우지 못한다. EU 디지털시장법(DMA)의 이동성 의무는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초대형 플랫폼에만 적용돼, 대부분의 AI 동반자 앱은 애초에 대상이 아니다. 데이터법(Data Act)은 커넥티드 기기가 만든 데이터에 초점을 맞춰, 물리 기기가 없는 순수 디지털 동반 서비스는 빠진다. MIAI의 코르넬리아 쿠터러는 이 공백을 짚으며, 데이터를 원본 그대로 옮기는 대신 관계의 정체성을 옮기는 아이덴티티 포터빌리티 개념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정리하면 이렇다. 법은 가져갈 권리는 주었지만, 받아 줄 형식과 표준은 아무도 만들지 않았다. 이동권이 실무에서 작동하려면 무엇을 내보낼지 정하는 스키마, 그것을 받아들일 상대 서비스, 그리고 추론 데이터까지 담을 표현 방식이 함께 있어야 한다. 지금은 세 가지가 모두 비어 있다.

3

이것은 처음이 아니다

중국 사건을 예외로 두면 교훈을 놓친다. 서비스 종료와 함께 관계형 데이터가 사라지는 일은 몇 해에 걸쳐 규모만 키우며 반복돼 왔다. 2023년 소울메이트가 종료되자 이용자들은 며칠 만에 작별해야 했고, 이용자 수십 명을 인터뷰한 한 연구는 그 반응이 실제 사별에 가까운 애도로 나타났다고 기록했다. 대화 기록이 단순한 로그가 아니라 관계 그 자체였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2024년 아동용 로봇 모시는 회사 파산과 함께 서버가 꺼지며 기능을 멈췄다. 2025년에도 여러 동반자 앱이 문을 닫았지만, 30일 이상 여유를 두고 사전 고지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3 소울메이트 디지털 장례식 2024 모시 로봇 $799 벽돌화 2025 다수 앱 종료 사전 고지 부재 2026 더우바오·큐원 5.12억 규모
▲ 페블러스 원본 도식. 서비스 종료로 관계형 데이터가 사라진 사례의 연대기. 규모는 커지지만 이관 경로 부재라는 실패는 그대로다.

네 사건을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뚜렷하다. 매번 사전 고지가 짧았고, 매번 이관 경로가 없었으며, 매번 이용자가 스크린샷과 수동 복사로 스스로 백업해야 했다. 달라진 것은 규모뿐이다. 같은 실패가 커지기만 한 채 되풀이된다면, 이것은 개별 회사의 사정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설계 결함이다.

4

하드웨어가 얽히면 더 나빠진다

순수 소프트웨어 동반자에서 서비스 종료는 대화가 사라지는 일이다. 하드웨어가 얽히면 손실이 한 겹 더 쌓인다. 2024년 말 아동용 감정 로봇 모시를 만든 회사가 파산하자, 로봇을 움직이던 클라우드 서버가 함께 꺼졌다. 799달러를 주고 산 기기는 대화 상대를 잃은 것에 그치지 않고, 서버가 없으면 켜지지도 않는 플라스틱 덩어리가 됐다. 데이터는 회사의 종료 안내에 적힌 삭제 정책에 따라 그대로 지워졌다.

여기서 데이터 이동성 문제에 디바이스 생명주기라는 축이 하나 더 붙는다. 소프트웨어라면 로그라도 내려받아 볼 수 있지만, 하드웨어 동반자는 서버가 꺼지는 순간 기기 자체가 데이터에 접근할 통로를 잃는다. 데이터가 곧 서비스인 소프트웨어와 달리, 데이터 소실이 기기 기능 정지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페블러스가 다루는 세 축 가운데 피지컬 AI가 이 지점과 정확히 만난다. 몸을 가진 AI일수록 데이터 수명주기 설계에서 잃을 것이 더 많다.

소프트웨어 동반자 서버 종료 대화 손실 하드웨어 동반자 서버 종료 대화 손실 기기 작동 정지
▲ 페블러스 원본 도식. 서버 종료 시 소프트웨어 동반자는 대화 손실로 끝나지만, 하드웨어 동반자는 기기 작동 정지까지 손실이 한 겹 더 쌓인다.
5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이 패턴이 특정 지역이나 소규모 스타트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서구 대형 플랫폼을 보면 분명해진다. Character.AI는 등록 이용자가 2.33억 명에 이르지만, 대화 데이터를 표준 형식으로 내보내는 공식 도구는 일관되게 갖춰져 있지 않다. Replika는 이탈리아 개인정보 감독기구로부터 데이터 수집 관행을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두 곳 모두 영구 기억을 전제로 관계를 깊게 쌓는 아키텍처 위에 서 있다.

그 아키텍처는 이동성과 구조적으로 충돌한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가치가 커지도록 설계된 시스템은, 그 관계를 다른 서비스로 옮겨 가게 만드는 표준을 자발적으로 만들 유인이 없다. 중국이 5억 명 규모로 먼저 겪은 일을 이들은 아직 겪지 않았을 뿐, 이동성과 충돌하는 조건은 이미 그 안에 갖춰져 있다. 규제가 언제 이 조건을 건드리느냐의 문제일 따름이다.

6

데이터 수명주기의 마지막 칸

데이터 수명주기 설계는 보통 수집, 정제, 라벨링, 거버넌스에서 멈춘다. 보존과 이동, 삭제는 설계표의 마지막 칸이자 가장 자주 비어 있는 칸이다. 서비스 종료는 그 빈칸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정상 운영 중에는 아무도 대화를 옮길 일이 없으니 이동성은 없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서비스가 꺼지는 순간, 그 칸이 비어 있었다는 사실이 한꺼번에 청구서로 돌아온다.

데이터 실무자에게 이 사건들의 교훈은 분명하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에이전트도 서비스 종료 시나리오를 설계에 포함하고 있는가. 이동성을 법적 의무가 아니라 아키텍처 요구사항으로 다루고 있는가. 무엇을 어떤 형식으로 내보낼 수 있는지, 추론된 이해를 어디까지 담을 수 있는지를 처음부터 정해 두지 않으면, 종료는 언제나 삭제로 끝난다.

이 사건을 페블러스 블로그는 앞서 두 각도에서 다뤘다. 에이전트 기억의 데이터 소유권은 지워지긴 하는데 옮길 방법이 없다는 소유권의 공백을 짚었고, 동의 없는 학습 금지와 대화 삭제권은 데이터가 애초에 어떤 동의 아래 학습되는가라는 입구의 질문을 다뤘다. 이 글은 세 번째 조각으로, 데이터가 서비스를 떠나 어디로 갈 수 있는가라는 수명의 질문을 맡는다. 소유, 동의, 이동은 같은 데이터를 두고 서로 다른 시점을 본다.

편집자의 노트. 페블러스는 데이터가 AI에 쓰일 준비를 갖추는 과정(AI-Ready Data)을 다뤄 왔다. 그 준비에는 데이터를 잘 모으고 정제하는 일뿐 아니라, 필요할 때 옮기고 물려주고 지울 수 있게 하는 일도 포함된다. 어디로 옮길 수 있는지를 아는 데이터라야 비로소 AI-Ready라 부를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AI 동반자 서비스가 종료되면 내 대화 기록은 어떻게 되나요?

대부분 삭제됩니다. 일부 서비스는 한시적 내보내기 창구를 열지만, 큐원처럼 즉시 영구 삭제하고 이관 경로를 두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텍스트 로그를 내려받더라도 모델이 쌓아 온 관계형 이해까지 따라오지는 않아, 다른 서비스에서 그대로 이어 쓰기는 어렵습니다.

GDPR 데이터 이동권이 있는데 왜 대화를 못 옮기나요?

GDPR 제20조는 이용자가 직접 제공한 데이터를 대상으로 하며, 모델이 대화에서 추론해 만든 데이터는 범위 밖입니다. 게다가 내려받은 데이터를 받아들일 표준 형식과 상대 서비스가 없어, 권리는 있어도 실제로 옮길 곳이 없습니다.

데이터 이동권과 삭제권은 어떻게 다른가요?

삭제권은 데이터를 지우는 권리, 이동권은 데이터를 다른 서비스로 옮겨 이어 쓰는 권리입니다. 삭제만 보장되고 이동이 비어 있으면, 서비스가 종료될 때 이용자에게 남는 선택지는 백업 아니면 소멸뿐입니다.

이번 중국 사례가 특별한가요?

규모는 사상 최대지만 구조는 새롭지 않습니다. 2023년 소울메이트, 2024년 모시 로봇, 2025년 여러 앱 종료에서 이미 같은 일이 반복됐습니다. 중국 사건은 이 반복되는 패턴이 5억 명대 규모로 드러난 최신 사례에 가깝습니다.

Moxie 같은 하드웨어 로봇은 무엇이 다른가요?

하드웨어 동반자는 서버가 꺼지면 기기 자체가 기능을 멈춥니다. 모시는 회사 파산과 함께 클라우드 서버가 종료되자 로봇이 켜지지 않게 됐고, 데이터도 종료 안내의 삭제 정책에 따라 사라졌습니다. 데이터 소실이 기기 정지로까지 번진다는 점에서 손실이 더 큽니다.

Character.AI나 Replika도 같은 위험이 있나요?

구조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두 곳 모두 영구 기억을 전제로 관계를 깊게 쌓는 아키텍처 위에 있고, 대화를 표준 형식으로 내보내는 일관된 도구는 부족합니다. 규제가 아직 강제하지 않았을 뿐, 이동성과 충돌하는 조건은 이미 갖춰져 있습니다.

데이터 실무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서비스 종료를 데이터 수명주기의 정식 설계 단계로 넣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무엇을 어떤 형식으로 내보낼 수 있는지, 추론된 이해를 어디까지 담을 수 있는지, 종료 시 이용자에게 어떻게 돌려줄지를 처음부터 정해 두면, 이동성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설계 요구사항이 됩니다.

R

참고문헌

법령·규제

  • 1.European Parliament and Council of the EU. (2016).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EU) 2016/679, Article 20 — Right to data portability. gdpr-info.eu

학술·연구

업계·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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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Tech Times. (2026-07-15). China AI Companion Law Takes Effect: Doubao and Qwen Shut Down, Millions Lose Chat Data. techtimes.com
  • 7.Hong Kong Free Press. (2026-07-16). 'Like my lover': Chinese users bid farewell to AI companions as new regulations kick in. hongkongfp.com
  • 8.Euronews. (2023-12-14). 'I was heartbroken': Dealing with grief when your AI lover is shut down. eur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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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Axios. (2024-12-10). Maker of AI robots for kids abruptly shuts down. axios.com
  • 11.AI Companion Guides. (2025). AI Companion Apps That Shut Down in 2025: RIP List. aicompanionguides.com

공식 문서

  • 12.Embodied, Inc. (2024-12). Moxie Robot — Closing FAQs. moxierob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