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산업통상부는 2026년부터 용접·조립 현장 장인의 감각과 경험을 데이터로 뽑아내고, 2027년부터 그것을 보관·활용하는 제조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짓는다. 보안 설계는 이미 촘촘하다. 외부와 차단된 클린룸 안에서만 데이터를 쓸 수 있고, 반출은 금지되며, 열람에도 별도 심사가 붙는다. 금고는 설계됐다. 비어 있는 것은 반입 규칙이다.
반입 규칙은 두 가지를 정하는 일이다. 무엇을 정답으로 적을 것인가, 그리고 어떤 조건에서 얻은 데이터인가. 센서를 붙이면 전류 파형과 용융풀 영상과 아크음과 토치 자세가 남지만, 그중 무엇이 잘 된 용접인지 정하지 않으면 남는 것은 장인의 감각이 아니라 로그다. 학술 문헌에서도 같은 용융풀 영상을 놓고 정답이 네 갈래로 갈리고, 성적표의 단위가 달라지는 탓에 서로 비교할 수 없다. 산업부가 내놓은 실증 성과 수치 역시 어느 사업장 어느 조건의 결과인지 적혀 있지 않다.
반입 규칙은 개방의 반대가 아니라 개방의 조건이다. 법원은 제3자에게 자료를 제공한 뒤에도 비밀유지의무가 인정되는 사정이 있으면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을 인정해 왔으니, 클린룸에 데이터를 넣는 일이 영업비밀 지위를 깨뜨리지는 않는다. 기업이 망설이는 이유는 법적 지위보다 무엇이 얼마나 나가는지 모른다는 데 있다. 원시 로그를 통째로 요구하는 대신 라벨의 정의와 조건 기록을 표준화하면, 기업은 파라미터 레시피라는 노하우를 지키면서 학습 가능한 신호만 기여할 수 있다. 한국은 2020년에도 세계 최초라는 제조데이터공유규범을 만들면서 바로 이 두 칸을 비워 뒀다. 그래서 이 글은 법안 통과 여부보다 하위 규정에 그 두 칸이 들어가는지를 본다.
30개
암묵지 데이터화가 진행 중인 제조현장
산업통상부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20.5%
제조업 55세 이상 근로자 비중
2010년 7.1%에서 14년 만에 약 3배
0.1%
제조 AI를 도입한 중소·중견 제조기업
스마트제조혁신 실태조사
49종
KAMP가 6년간 모은 표준 데이터셋
2020년 12월 12종에서 출발
정부는 금고를 먼저 설계했다
산업통상부가 2026년 하반기 핵심 업무추진 방향으로 내놓은 M.AX는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을 뜻한다(이투데이, 2026-08-10). 계획의 첫 항목이 현장 사람의 몸에 붙어 있던 것을 파일로 옮기는 일이다. 2026년부터 용접·조립 등 현장 장인들의 감각과 경험을 디지털 데이터로 추출하고, 2027년부터 그것을 안전하게 보관·활용하는 제조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짓는다는 순서다. 라이브러리 뒤에 붙는 일정은 두 개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AI 로봇이 스스로 공정을 판단·운영하는 풀스택 AI 팩토리를 만들고, 2030년까지 권역별 거점 산단 일곱 곳을 M.AX 클러스터로 지정해 5G 특화망과 엣지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한다.
| 시점 | 계획 |
|---|---|
| 2026년부터 | 용접·조립 등 현장 장인의 감각과 경험을 디지털 데이터로 추출 |
| 2027년부터 | 추출한 데이터를 보관·활용하는 제조 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 |
| 2027~2031년 | AI 로봇이 스스로 공정을 판단·운영하는 풀스택 AI 팩토리 |
| 2030년까지 | 권역별 거점 산단 7곳을 M.AX 클러스터로 지정, 5G 특화망과 엣지 AI 데이터센터 확충 |
출처: 산업통상부 2026년 하반기 핵심 업무추진 방향(이투데이 2026-08-10 보도). 클러스터 7곳은 신규 조성이 아니라 2025년에 이미 지정된 10개 산단 가운데 선별 업그레이드이며, 1호 실증은 반월시화산단이다.
이 계획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보안 설계의 완성도다. 라이브러리는 외부와 차단된 클린룸 안에서만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외부 반출은 금지하며, 데이터 열람에도 별도 심사 절차를 운영한다(아주경제, 2026-06-05). 건물이 서기 전에 데이터가 먼저 쌓이는 것도 이미 시작됐다. 라이브러리 구축에 시일이 걸리는 탓에 2026년 5월부터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운영하는 제조AI 솔루션 개발지원센터가 임시 거점 역할을 맡아 AI팩토리 사업 데이터를 저장하고, 연말까지 제조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암묵지 데이터화도 문서상의 계획으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부는 8월 4일 업무보고에서 30개 제조현장에서 숙련인력의 제조 암묵지를 데이터화해 제조명장의 경험과 지식이 녹아든 AI 모델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정책 문서가 쓰는 말은 제조명장이고, 이 글이 장인이라고 부르는 대상과 같다. 다만 그 30개 현장이 어느 업종 어느 공정이고, 현장마다 같은 라벨 스키마를 쓰는지는 공개된 자료에 없다. 정부가 짓는 시설에 데이터가 먼저 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로봇 행동 데이터를 다룬 지난 리포트와 구도가 닮았지만, 이번 데이터의 법적 소유자는 국가가 아니라 민간 기업이다.
서두르는 이유는 사람이 줄어드는 속도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제조업 55세 이상 근로자 비중은 20.5%로, 2010년 7.1%에서 14년 만에 약 세 배가 됐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4.7%로 가장 많고 60세 이상이 13.2%다. 조선업 종사자는 9만3,038명으로 2014년 정점 20만3,400명의 절반에 못 미치고,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연평균 1만2,000명 이상의 인력 부족과 2027년 약 13만명 부족을 전망한다.
다만 이 숫자를 인력난 일반론으로 읽으면 논점이 흐려진다. 용접공 등에 발급되는 조선업 E-7-3 비자는 2021년 264건에서 2025년 1만3,297건으로 늘었고, 조선업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25% 수준까지 올라왔다. 산업부 집계로는 지난해 1~3분기 조선업 신규 채용 생산인력 중 86%가 외국인이었다. 머릿수의 공백은 상당 부분 메워지는 중이다. 메워지지 않는 것은 30년 경력자가 은퇴할 때 함께 사라지는 판단의 층이고, 데이터화가 겨냥하는 것도 그 판단이다.
법안이 규율하는 것과 규율하지 않는 것
근거 법률은 이미 있다. 현행 「산업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활용 촉진법」이 2022년 제정 당시의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에서 제명을 바꾼 결과이므로, 산업 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을 함께 다루는 법이 처음 생기는 국면은 아니다. 여기에 장철민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이 2026년 7월 27일 전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제명을 「산업인공지능전환 촉진법」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정부와 언론이 M.AX법이라고 부르는 그 법안이다.
개정안의 조문은 아직 2차 보도를 통해서만 확인된다. 보도에 따르면 제2조에 산업데이터 라이브러리 정의가 들어가고, 제35조는 라이브러리에 수집·보관되는 산업데이터를 국가안전보장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등급별로 구분해 등급별 보안조치를 수립·시행하게 한다. 제26조에서 제28조에 걸쳐 산업AI 제품의 성능인증과 인증취소, 제작결함 시정 절차도 놓인다. 그 밖에 제조AX 얼라이언스 구성과 운영, 제조현장 암묵지데이터 활용, 숙련기술자의 작업 행동과 노하우 같은 비정형 데이터의 수집·보존, 예비타당성조사 특례가 담겼다고 전해진다.
일정 쪽 압박은 분명하다. 2026년 7월 8일 당정협의회는 M.AX법을 정기국회 내 처리로 방향을 잡았고, 기획예산처가 2027년 예산에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 사업 반영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법안이 늦어지면 내년부터 본격화할 라이브러리 구축과 AI 팩토리 전환 일정이 함께 밀린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보도된 조문 범위에서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조항은 두 갈래다. 들어온 뒤의 보안(제35조)과 나온 뒤의 제품 성능(제26~28조). 그 사이, 곧 무엇이 어떤 규격으로 들어오는가에 해당하는 조항은 확인되지 않는다. 의안 원문을 확보하지 못했으므로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확인되는 것을 늘어놓으면 공백의 위치는 분명해진다. 이 글이 다루는 것은 그 사이다.
무엇을 정답으로 적을 것인가
용접 숙련을 데이터로 옮기는 일에서 어려운 쪽은 센서가 아니다. 무엇을 재야 하는지는 이미 정리되어 있다. 용접 모니터링 문헌이 반복해서 쓰는 채널은 아크 전류·전압 시계열, 용융풀 비전, 열화상, 아크음, 3차원 비드 프로파일로 수렴하고, 장인의 손끝에 가장 가까운 층은 토치의 동작 변수다. 전문가 토치에 관성 센서를 달아 작업각과 진행각을 추적하고 헬멧에 붙인 카메라 영상에서 용접 속도와 아크 길이를 산출하는 장치가 이미 특허로 나와 있다.
| 채널 | 측정량 |
|---|---|
| 전기 신호 | 아크 전류·전압 시계열, 시간-주파수 특징 |
| 용융풀 비전 | 표면 형상, 반사 패턴, 구조광 레이저 반사상 |
| 열화상 | 용융풀 온도 분포 |
| 음향 | 아크음의 불규칙성 |
| 3D 프로파일 | 레이저 라인 스캐너로 얻는 비드 기하 |
| 동작·자세 | 작업각, 진행각, 접촉팁-모재 거리, 이송속도, 아크 길이, 위빙 진폭, 시선 |
출처: 용접 품질 모니터링 및 숙련 계측 문헌 종합(2023~2026)
같은 영상, 네 개의 정답
문제는 그다음이다. 용입 깊이 예측이라는 하나의 과제에서, 입력은 같은 용융풀 영상인데 정답을 조달하는 방식이 최소 네 갈래로 갈린다. 어떤 연구는 모재 뒷면에 생긴 비드의 폭을 촬영해 부족·적정·과다 세 범주로 적었고, 어떤 연구는 뒷면 영상의 휘도 임계값으로 범주를 나눴다. 다른 연구는 용접을 마친 시편을 절단해 실측한 용입 깊이를 밀리미터 단위 연속값으로 적었고, 레이저 용접 쪽에서는 광학 간섭 계측으로 키홀 깊이를 물리적으로 재서 정답을 만들었다.
| 정답을 조달하는 방식 | 정답의 형태 | 보고된 성능 |
|---|---|---|
| 배면 비드 폭 촬영 | 3범주 분류 | 정확도 92.70% |
| 배면 영상 휘도 임계값 | 4범주 분류 | 정확도 98.11% |
| 절단 후 오프라인 실측 | 연속값 회귀(mm) | MAE 0.0516mm, R² 0.998 |
| 광학 간섭 계측 캘리브레이션 | 키홀 깊이 물리 실측 | 다중센서 전이학습(레이저 용접 780DP강) |
출처: 용입 예측 관련 논문군. 같은 과제에 대한 서로 다른 라벨 정의이므로 세 수치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92.70%와 98.11%와 R² 0.998을 나란히 놓고 어느 모델이 더 나은지 말할 수 없다. 첫째는 적정 용입인지 맞힌 비율이고, 둘째는 네 범주를 가른 비율이며, 셋째는 밀리미터 오차다. 라벨 정의를 바꾸면 같은 센서 데이터에서 다른 모델이 나오고, 성적표의 단위 자체가 달라진다. 라이브러리가 여러 공장의 데이터를 한자리에 모아 쓸 수 있게 하려면, 모으기 전에 이 단위를 하나로 정해야 한다.
정답에는 별도의 비용도 붙는다. 용융풀 표면은 3D 센서로 실시간 측정되지만, 정답인 배면 비드 폭은 실험이 끝난 뒤 모재를 세척하고 가공해서 오프라인으로 재야 한다고 해당 연구자들이 직접 밝힌다. 센서 로그를 모으는 사업과 라벨된 데이터를 모으는 사업은 비용 구조가 다르다. 예산서에 저장 용량과 통신망만 적히고 라벨링 공정이 빠지면, 창고에 쌓이는 것은 로그뿐이다.
이 분야에 공개 벤치마크 데이터셋이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검색 범위에서 용접 용융풀 공개 데이터셋을 찾지 못했고, 연구 그룹마다 자체 실험으로 자체 라벨을 만든다. 적층제조 쪽에 공개 데이터셋 전통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용접 AI는 남의 데이터로 학습하고 서로 비교하는 단계에 아직 이르지 못했다. 데이터가 적어서라기보다, 무엇을 정답으로 적고 어떤 조건을 함께 적을지 합의된 바가 없어서다.
계측되는 것이 숙련의 전부는 아니다
올해 ACM CHI에 발표된 WeldAR 연구는 토치와 작업대의 디지털 트윈을 정렬해 접촉팁-모재 거리, 작업각, 진행각, 이송속도 네 파라미터를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증강현실로 안내했다. 관찰 결과가 흥미롭다. 학습자들은 지속적인 피드백을 시간이 지나면서 방해로 느꼈고, 안내 화면을 제거한 시험에서는 소리와 진동, 토치를 쥔 손의 안정감에 의존했다. 아무도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정답을 적는 절차 자체가 사람과의 왕복을 포함해야 한다. 인터뷰와 모션캡처와 영상 분석을 전문가와 초보자에게 함께 적용한 연구들은 분석 결과를 당사자에게 되돌려주었을 때 암묵지가 언어화된다고 보고한다. 지식획득 문헌이 공유하는 자세도 비슷하다. 전문가에게 아는 것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는 대신 행동을 끌어내 계측하고, 그 계측을 다시 보여 준다. 라벨 정의는 이 왕복의 산물이고, 센서 설치보다 앞에 온다.
정답을 적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데이터 품질 변수다. 공구 마모 영역을 표시하는 과제에서 전문가 주석자는 mIoU 0.8153을 기록했고 초보자는 유의하게 낮았다. 용접 결함 검출 연구에서는 주석자의 습관이 계통 편향을 만든 사례도 보고됐다. 좌측 경계 표시가 우측보다 일관되게 부정확했고, 그 편향이 누적되며 성능 저하로 나타났다. 무작위 오류보다 계통 오류가 위험하다. 신경망은 규칙적인 실수를 특히 잘 외운다. 장인의 감각을 데이터로 옮기는 사업에서 정답을 적는 사람도 숙련자여야 한다는 재귀가 여기서 생긴다.
학술 문헌에도 라이브러리라는 말이 이미 있다. 숙련공의 시연에서 토치 이송속도, 아크 길이, 용접 각도, 전류, 와이어 송급률을 추출해 스킬 라이브러리로 만들고, 새 과제를 그 요소들로 분절해 매칭하는 방식이다. 그 라이브러리의 단위는 파라미터화된 스킬 요소이고 원시 로그 저장소가 아니다. 정책이 쓰는 라이브러리와 학술이 쓰는 라이브러리가 같은 단어로 다른 것을 가리키고 있다.
조건 없는 수치는 재현되지 않는다
라벨과 조건이 왜 반입 단계의 문제인가. 정부가 이미 내놓은 성과 수치에 그 답이 있다. 원문은 이렇게 적혀 있다. 상반기 전국 170개 사업장에 적용된 AI 팩토리 실증 사업을 통해 생산성 30% 향상, 불량률 15% 감소, 비용 20% 절감 등의 가시적 성과가 입증됐고, 반도체 품질 검사 시간을 90% 줄이고 이차전지 품질 예측 정확도를 87%까지 끌어올린 것이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산업부의 주장으로 인용해야 하는 문장이다. 각 수치가 어느 사업장 어느 공정 어느 조건에서 나왔는지는 원문에 없다.
표본이 어떻게 뽑혔는지는 다른 보도의 문구가 스스로 밝힌다. 170여 개 사업장의 인공지능 전환을 지원했고, 이 가운데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42개 사업장을 점검한 결과 생산성이 평균 30.1% 높아지고 불량률이 평균 15.5% 낮아졌다는 서술이다. 성과가 보이기 시작한 곳만 골라 점검한 결과라는 사실이 문장 안에 적혀 있다. 점검 대상에서 빠진 나머지 사업장에서 무엇이 일어났는지는 같은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단위와 기준 시점도 문서마다 다르다. 원 기사는 2026년까지 100개 제조공정을 AI 팩토리로 전환한다고 적었고, 8월 4일 업무보고 계열 보도는 올해 말까지 누적 220개 제조공정에 하반기 50개를 더한다고 적었으며, 성과 점검의 모집단은 170여 개 사업장이다. 공정과 사업장 가운데 어느 쪽이 상위 집합인지, 세 숫자가 같은 대상을 세는지는 공개 자료에서 판단할 수 없다. 불량률 감소 폭도 정부 자기 채널의 성과 요약에서는 16% 감소, 같은 발표를 다룬 언론에서는 15.5% 감소, 원 기사에서는 15% 감소로 표기가 갈린다.
귀속도 흔들린다. 8월 4일 공개된 사례 목록에서 검사 시간을 90% 줄인 곳은 반도체가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만드는 아산성우하이텍이고, 목록에 담긴 반도체 사례의 개선 폭은 33%와 66.7%다. 이차전지 품질 예측 정확도 87%에 해당하는 사례는 어느 공개 목록에서도 확인되지 않았다. 오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같은 대표 성과가 인용 경로마다 다른 기업과 업종으로 귀속되어 나타나는 상태이고, 이것이 조건 메타데이터가 붙지 않은 수치의 전형적인 운명이다.
다른 공장에서 무너지는 이유
설비 데이터의 분포는 운전 조건과 부품 품질, 환경 노이즈에 쉽게 영향받는다. 그래서 학습 데이터와 시험 데이터 사이의 분포 불일치는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고, 실제 현장 시나리오에서 성능 저하로 나타난다는 보고가 반복된다. 딥러닝의 성능은 소스와 타깃이 같은 분포를 공유한다는 전제에 기대는데, 그 분포는 설치 환경과 전원, 부하 변동에도 민감하다. 다른 공장의 30%를 우리 공장의 기대값으로 옮겨 적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공장에 이 모델이 맞을지 미리 재는 도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이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지표들이 제안되어 실제 진단 정확도 추세와 일치했다는 보고가 있다. 같은 문헌이 남긴 두 단서가 이 글의 논점과 맞닿는다. 하나는 일반적인 분포 거리만으로는 차이를 다 잡아내지 못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라벨 공간의 시프트까지 재야 하며 제조 고장진단의 라벨 공간은 불일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두 계산 모두 소스 데이터의 조건과 라벨 정의를 입력으로 요구한다. 조건이 기록되지 않은 데이터셋은 쓸 수 있는지 판단할 입력조차 주지 않는다.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과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다르다는 명제는 공공 연구데이터 쪽에서 이미 확인된 바이고, 계보 기록과 ISO/IEC 5259 계열 표준의 구조는 별도 리포트에서 다뤘다.
학술 공동체는 이 문제를 제도로 넘겼다. NeurIPS는 데이터셋 트랙 제출에 Croissant 형식의 기계판독 메타데이터를 요구한다. 그런데 그 도구 체인에는 라이브러리가 그대로 쓸 수 없는 전제가 있다. 메타데이터 생성이 통상 데이터를 공개 플랫폼에 업로드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이 방식은 통제형 저장소에서 실행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연구의 지적이다. 외부 반출을 금지하는 라이브러리는 기성 메타데이터 관행의 전제를 정면으로 어긴다. 그래서 반입 규격을 직접 써야 할 기술적 이유가 있고, 썼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기업이 망설이는 이유는 법이 아니다
정책의 걸림돌로 가장 자주 지목되는 것은 데이터의 소유자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공정 데이터가 기업의 1급 영업비밀인 만큼 철저한 보안과 이익 공유 모델이 전제되지 않으면 기업들이 핵심 데이터를 선뜻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취재원은 대기업의 선도적 개방이 협력사의 활용으로 이어져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교한 인센티브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진단은 정확하다. 다만 걸림돌이 놓인 자리는 조금 다르다.
법은 반입을 막지 않는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 요구하는 영업비밀의 요건은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이다. 그중 비밀관리성 요건은 계속 완화되어 왔다. 2015년 개정에서 상당한 노력이 합리적인 노력으로 바뀌었고, 2019년 개정에서는 비밀로 관리된이라는 표현으로 다시 완화됐다. 법원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대법원 96다16605를 비롯한 판례는 제3자에게 자료를 제공한 경우에도 명시적 약정이 없더라도 신의칙상 또는 묵시적 비밀유지의무를 인정할 사정이 있으면 비밀관리성을 인정해 왔다. 하도급 관계에서 수급사업자의 낮은 거래상 지위도 고려 요소로 삼는다.
이 법리를 라이브러리에 대보면 결론은 반대 방향이다. 클린룸 반입은 그 자체로 영업비밀 지위를 깨뜨리지 않는다. 접근 제한, 비밀준수의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관리 상태는 오히려 법리가 요구하는 바에 부합한다. 이 정책의 결함은 보안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니고 법이 가로막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무엇 때문에 망설이는가. 무엇이 얼마나 나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에 담당자 개인의 위험이 겹친다. 서울고법 2023노999(대법원 2023도10280으로 확정)는 영업비밀 유출을 보유자가 지정하거나 승인한 장소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로 보았고, 제3자에게 전달되었는지나 해외 유출 위험이 있었는지는 구성요건으로 요구하지 않았다. 사내에 반입 승인 절차와 근거 문서가 없으면, 라이브러리에 데이터를 올리는 행위 자체가 형사 구성요건에 닿을 수 있다. 개방을 결정하는 자리에 앉은 사람이 서명을 미루는 이유로 이만한 것이 없다.
한편 지금 있는 법이 요구하는 것은 이미 적지 않다. 현행 「산업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활용 촉진법」 제9조는 산업데이터를 함께 생성한 자들 사이의 합리적인 이익 배분 계약을 요구하고, 산업데이터의 무결성과 신뢰성 확보도 원칙으로 둔다. 산업통상부장관에게 활용 계약에 관한 지침을 마련할 권한도 준다. 인센티브와 품질의 법적 근거는 2022년부터 있었다. 비어 있는 것은 새 법이 아니라 그 아래에 놓일 규격이다. 입법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놓치는 지점이 여기다.
데이터를 옮기지 않는 기술이 조건 문제를 풀어 주지는 않는다
원시 데이터를 내보내지 않고 학습에 참여하는 경로로 연합학습이 자주 언급된다. 실측 문헌의 평가는 조심스럽다. 참여 주체 간 데이터 분포가 크게 다른 비독립동일분포 상황이 산업 확산의 주된 장벽으로 지목되고, 제조업의 구체적인 예로 명목상 동일한 설비에서 다른 제품 변종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통계 패턴에서 크게 갈린다는 서술이 나온다. 이 경우 전역 모델은 개별 사이트 어디에도 잘 맞지 않는 해로 수렴할 수 있다. 지역 모델이 전역 모델로 덮이면서 환경 고유의 정보가 사라지는 문제, 반복적인 파라미터 교환의 통신 비용, 시설 간 인프라 격차도 함께 지적된다.
고르기 위한 근거 자체가 부족하다는 진단도 있다. 2026년 기준으로도 연합학습 프레임워크를 현실적인 산업 조건에서 완결된 시스템으로 평가한 포괄 연구가 부족하고, 기존 연구는 알고리즘과 합성 벤치마크에 치우쳐 있어 실무자가 프레임워크를 선택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스마트 제조 이상 탐지를 다룬 한 연구는 합성 데이터와 공개 베어링 데이터셋에서 F1 96.1%를 보고했고, 차분 프라이버시 강도를 높이자 92.5%로 떨어졌다. 프라이버시와 정확도의 교환 비율을 보여 주는 수치이지만 생산 데이터의 성적은 아니다.
연합학습은 데이터를 옮기지 않는 문제를 풀지만, 조건이 다른 데이터를 합치는 문제는 오히려 더 예민하게 만든다. 조건 메타데이터가 없으면 연합학습조차 무엇을 어떻게 가중할지 알 수 없다. 합성데이터와 시뮬레이션도 같은 조건에 걸린다. 무엇을 재현할지 정의하지 않으면 무엇을 합성했는지 말할 수 없다.
인센티브의 성적표
이익을 나누는 제도의 형식은 이미 갖춰졌다. 데이터거래사는 2022년 1기 52명에서 2023년 4기 162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제조 데이터에서 실제 정산이 얼마나 일어났는지를 보여 주는 통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학계 쪽 도구는 오히려 풍성하다. 2019년 Data Shapley 이후 데이터 기여도를 값으로 매기는 벤치마크 생태계가 자랐지만, 한국 제조 데이터에 실거래 정산으로 적용된 사례는 찾지 못했다.
값을 매기지 못하는 구조는 사법 통계에도 남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6년 7월 내놓은 조사에 따르면 핵심기술 해외유출 적발은 2021년 9건에서 2025년 33건으로 늘었고, 2015년부터 2023년까지 기술유출 1심 유죄 판결 496건 가운데 피해액 산정을 인정한 판결은 없었다. 유출은 늘어나는데 값은 매겨지지 않는다. 이런 제도 환경에서 기업에게 데이터를 내면 이익을 나눠 주겠다고 말하는 것은, 값을 매기는 방법을 함께 제시하지 않는 한 약속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여기서 라벨 스키마가 출구가 된다. 원시 로그를 통째로 요구하는 것은 1급 영업비밀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반면 라벨의 정의와 조건 메타데이터의 최소 항목을 표준화하면, 기업은 파라미터 레시피라는 노하우를 자기 안에 두고 학습 가능한 신호만 기여할 수 있다. 기여를 무엇으로 셀 것인지도 이 규격 위에서만 정의된다. 바이트 수로 세지 않고 라벨된 표본 수와 조건의 다양성으로 세는 순간, 이익 배분 조항은 계산 가능한 문장이 된다. 개방은 반입 규칙이 있어야 성립한다.
한국은 6년 전에 같은 자리에 섰다
이 정책을 처음 보는 시도로 읽으면 판단이 어긋난다. 2020년에 만든 규범이 지금 비어 있는 항목과 같은 항목을 비워 뒀다. 이 반복이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교훈 1. 규범은 거래를 정하고 라벨을 비웠다
2020년 10월 2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인공지능·제조데이터 전략위원회에서 세계 최초의 제조데이터 관리 규정이라며 제조데이터공유규범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 규범이 규율한 항목은 제조데이터의 정의와 범위, 거래요건, 이익배분 원칙, 생산자와 제공자와 이용자의 권리관계였다. 라벨의 정의, 품질 기준, 조건 메타데이터는 대상이 아니었다.
두 달 뒤인 2020년 12월 14일 KAMP가 문을 열었다. 당시 박영선 장관은 참여자 간 합의된 규약에 따라 제조데이터를 공유·거래하고 합리적으로 이익을 나누어 갖는 마이제조데이터 체계를 구축해 프로토콜 경제 시대를 열어 가겠다고 말했고, 2022년 상반기 플랫폼 운영이 예고됐다. 그 뒤 표준 데이터셋은 12종에서 2023년 12월 24종, 2025년 10월 49종으로 늘었다. 그런데 누적 이용 기업 수와 다운로드 건수, 실거래 건수 통계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고, 이익 환원의 정산 실적을 보고한 자료도 찾지 못했다. 2025년 자료는 49개 데이터셋이 모든 제조업 분야를 커버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적는다. 품질검사가 등장하는 유일한 층위는 2024년도 제조데이터 상품가공 지원사업의 컨설팅 항목이다.
교훈 2. 조건을 적은 사례는 재현 가능한 서사가 된다
같은 KAMP 안에 반례도 있다. 내화물을 만드는 조선내화는 X선 영상 기반 내화물 불량 판정에 딥러닝 이미지 분류를 적용해 판정 신뢰도를 90%에서 96%로, 검사 시간을 1.5분에서 0.5분으로 바꿨다. 앞의 수치들과 이 수치의 차이는 크기가 아니라 서술이다. 무엇을 검사했고(내화물 X선 영상) 어떤 방법으로 판정했는지가 문장 안에 적혀 있다. 그래서 다른 회사가 자기 공정과 비교해 볼 수 있다. 42개 사업장을 뭉쳐 제시한 평균 30.1%로는 그 비교가 불가능하다.
교훈 3. 규칙을 다 만든 나라들은 참여에서 막혔다
반입 규칙의 완성형에 가장 가까운 사례는 독일 자동차 산업의 Catena-X다. 유스케이스별 가이드라인 준수 의무가 있고, 데이터 교환 거버넌스에 동의하지 않으면 등록된 커넥터로 교환할 수 없으며, ODRL 프로필이 허용과 금지와 의무를 기계판독 계약 모듈로 표준화한다. 2025년 9월 나온 제품 탄소발자국 룰북 4판은 국제표준이 해석의 여지를 남긴 지점에 구속적 규격을 넣는 방식을 보여 준다. 그런데 2026년 자기 규정은 여전히 채택 단계에 있고, 활발히 참여하는 기업 수가 설계 규모에 비해 적다. 온보딩에 필요한 인프라와 크리덴셜 관리, 컴플라이언스 유지가 중소기업에게 부담이다.
같은 나라의 더 큰 프로그램에서도 결과는 비슷하다. 독일은 Manufacturing-X 연구개발 컨소시엄에 1억5,000만 유로를 넣었지만, Bitkom 설문에서 인지도는 높은데 참여는 낮았고 산업기업 34%만 가치사슬 데이터 교환이 경쟁력에 결정적이라고 답했다(2023~2024년 조사). 일본 Ouranos Ecosystem은 참조 아키텍처를 공개하고 유럽 데이터스페이스와 상호운용 실증까지 성공했지만 스스로를 초기 단계로 규정한다. 그리고 반출 금지형 저장소라면 국내에도 이미 여러 개 있다.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 이용센터는 복사를 막고 승인된 결과표만 반출하게 하며, 보건의료 데이터 안심존은 인터넷과 물리적으로 분리된 환경에서 다운로드 없이 분석하게 한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데이터안심구역도 같은 계열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연도별 이용 건수나 승인 과제 수를 공개하는 곳을 찾지 못했다. 규칙의 성숙도와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을 함께 놓고 보면 네 사례의 공통점은 하나다. 규칙을 다 만든 쪽도 참여에서 막혔고,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쪽은 막혔는지조차 알 수 없다.
| 사례 | 규칙의 성숙도 |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 |
|---|---|---|
| 독일 Catena-X | 가이드라인 준수 의무, ODRL 기반 사용 통제, 구속적 룰북 | 2026년 6월 2,300만 유로 규모 Data Space Accelerator. 기업당 최대 3만 유로, 수령 요건에 실제 데이터 교환 입증 |
| 독일 Manufacturing-X | 연구개발 컨소시엄에 1억5,000만 유로 투입 | 인지도는 높고 참여는 낮음. 산업기업 34%만 가치사슬 데이터 교환이 경쟁력에 결정적이라고 응답(2023~2024 조사) |
| 일본 Ouranos Ecosystem | 참조 아키텍처 공개, 유럽 데이터스페이스와 상호운용 실증 | 초기 단계임을 스스로 규정하고 모범 사례를 공모하는 프로젝트 인증 제도 운영 |
| 국내 반출 금지형 분석 환경 | 복사 불가, 승인된 결과표만 반출, 인터넷 물리 분리 | 연도별 이용 건수와 승인 과제 수를 공개하는 곳을 찾지 못함 |
출처: Catena-X 거버넌스 문서 및 PCF Rulebook v4, IDSA Data Space Accelerator 공고(2026-06), Bitkom 설문, 경제산업성 Ouranos 프로젝트 인증 자료, 국가데이터처 마이크로데이터 이용센터 및 보건의료 데이터 안심존 이용 안내
독일의 대응이 특히 시사적이다. Data Space Accelerator는 온보딩과 인증서 관리, 두 번째 유스케이스 구축에 기업당 최대 3만 유로를 지급하는데, 지급 요건에 실제 데이터 교환을 입증하라는 조건을 넣었다. 등록이 아니라 교환에 돈을 지불하는 설계다.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를 연구라고 밝히고, 임계질량이 실제 생산 데이터 교환에 참여할 때 가치가 생기는지를 온보딩 전후 설문으로 측정한다. 일본은 다른 방식으로 같은 문제를 인정했다. 자국 이니셔티브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판단 아래 이미 상용 서비스로 데이터 공유 기능을 제공하는 선도 프로젝트와 앞으로의 목표를 담은 도전 프로젝트를 나누어 공모했다.
기술 부족이 병목이 아니라는 진술도 남아 있다. 독일기계공업협회의 하르트무트 라우엔은 논의의 장벽이 기술보다 사람 머릿속에 있으며, 데이터 공유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은 아무도 독점 위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협회 플랫폼경제 워킹그룹 책임자의 자기 진단은 더 날카롭다. 고객에게 가서 무엇에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인센티브 설계 실패를 이보다 짧게 요약한 문장을 찾기 어렵다.
국내 사정도 함께 봐야 한다.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19.5%, 제조 AI 도입률은 0.1%, 인공지능 전담 인력이나 조직을 갖춘 기업은 0.8%다. 스마트공장 4단계 중 기초 단계에 머문 곳이 약 80%이고, 데이터 수집을 아직 엑셀 등 수기로 하는 곳이 17.3%, 바코드나 단말기 직접입력으로 하는 곳이 39.1%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전체 제조기업의 99.6%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인공지능 전환이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라이브러리에 낼 만한 학습 가능한 데이터를 이미 갖춘 기업 자체가 소수라는 뜻이고, 반입 규칙이 대기업 클린룸 담론에 갇히면 안 되는 이유다.
데이터를 내기 전에 정할 일곱 가지
라이브러리에 데이터를 낼지 결정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결정 이전에 사내에서 확정할 항목이 있다. 정부가 하위 규정을 쓰는 국면이므로 그 규격에 요구할 항목도 같은 목록에서 나온다. 아래 일곱 항목은 앞 절들에서 근거가 확인된 것만 모았고, 각 항목을 비워 둘 때 실제로 생기는 일을 함께 적었다.
| # | 먼저 확정할 것 | 답해야 하는 질문 | 정하지 않으면 생기는 일 |
|---|---|---|---|
| 1 | 정답의 정의 라벨 스키마 |
무엇을 잘 된 용접으로 적는가. 비드 외관, 배면 비드 폭 3범주, 용입 깊이 mm, 인장강도, 숙련도 등급 중 어느 것인가 | 성적표를 비교할 수 없다. 92.70%와 R² 0.998은 같은 문제의 성적이 아니다 |
| 2 | 정답을 적는 사람 | 주석자가 숙련자인가, 항목당 몇 명인가, 합의 임계를 얼마로 두는가, 파일럿에서 합의를 먼저 재는가 | 비숙련의 판정이 데이터에 각인된다. 계통 편향은 무작위 노이즈보다 위험하다 |
| 3 | 조건 메타데이터 최소 항목 |
설비 모델, 모재 규격, 판 두께, 용접 자세, 보호가스, 전류 범위, 온습도, 작업자 등급, 측정 장비를 어디까지 적는가 | 다른 공장에서 쓸 수 있는지 판단할 입력 자체가 없다. 전이 가능성 지표는 라벨 공간 시프트까지 요구한다 |
| 4 | 계보 기록 | 어느 시점 어느 라인에서, 어떤 전처리와 어떤 버전을 거쳤는가 | 결과가 재현되지 않을 때 원인을 추적할 수 없다 |
| 5 | 반입 승인 주체 근거 문서 |
사내에서 누가 승인하는가, 어떤 규정에 근거하는가, 그 기록을 어디에 남기는가 | 담당자 개인의 형사 위험이 된다. 판례는 유출을 승인된 장소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로 본다 |
| 6 | 산출물 통제 단위 | 반출되는 것이 모델인가 결과표인가 파라미터인가, 역추론과 재식별 심사 기준은 무엇인가 | 클린룸이 막는 것은 원시 데이터다. 노하우는 산출물을 통해 새어 나갈 수 있다 |
| 7 | 기여 정산의 단위 | 무엇을 기여로 세는가. 바이트 수, 라벨된 표본 수, 조건 다양성, 모델 성능 개선분 중 어느 것인가 | 이익 배분 조항이 계약서에서 빈칸으로 남는다. 2020년 규범도 이익배분을 정했지만 정산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
순서도 함께 정해야 한다. 파일럿에서 주석자 간 합의를 재고 라벨 스키마를 고정한다. 조건 메타데이터의 최소 항목을 정해 수집 파이프라인에 넣는다. 반입 승인 라인과 근거 문서를 만든다. 산출물 통제 기준을 상대와 합의한다. 그다음에 데이터를 낸다. 센서를 먼저 붙이는 순서가 아니다.
쓸 재료가 없는 것도 아니다. ISO/IEC 5259-3은 데이터품질경영시스템의 요구사항을 담고 있고, 5259-4는 데이터 라벨링과 평가, 생애주기 관리 프로세스를 다룬다. 두 표준은 2024년에 이미 발행됐다. Croissant는 기계판독 메타데이터 층을 제공하지만 공개 업로드를 전제하므로 통제형 저장소에 그대로 옮겨 쓸 수 없다. 국제표준이 해석의 여지를 남긴 곳에 좁혀 쓴 규격을 얹는 방식은 Catena-X의 룰북이 보여 줬다. 라이브러리에 필요한 문서의 형태도 그와 다르지 않다.
정책 쪽에 요구할 항목은 두 줄로 줄어든다. 하위 규정에 반입 규격을 넣고, 이용 실적 공개를 함께 넣는 것이다. 국내 반출 금지형 분석 환경들이 이용 건수를 공개하지 않는 관행을 라이브러리가 물려받으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조차 외부에서 검증할 수 없다. 2020년의 규범이 남긴 가장 큰 공백도 실은 그것이었다.
페블러스 관심의 이유
숙련 암묵지를 데이터로 옮기는 일은 저장 문제가 아니라 라벨 설계 문제다. 라벨 스키마와 조건 메타데이터, 계보 기록이 빠진 제조 로그는 데이터 품질 진단이 다루는 결함 유형, 곧 라벨 정의 불일치와 메타데이터 결손과 조건 미기록이 한자리에 모인 사례다. 페블러스가 DataClinic으로 진단하는 항목이 정책 문서 안에서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무엇을 정답으로 적었는가가 모델이 배우는 것을 정한다
비드 외관을 정답으로 적은 모델과 인장강도를 정답으로 적은 모델은 같은 센서 데이터에서 다른 것을 배운다. 학습 데이터의 정의가 모델 내부 표현을 결정한다는 명제를 이번 정책은 공개된 근거로 보여 준다. 용입 예측 하나에서만 정답이 네 갈래로 갈리는 상태라면, 여러 공장의 데이터를 합쳐 하나의 업종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규격 문서 없이 달성되지 않는다.
결정을 앞둔 기업에게 필요한 것
제조 기업은 곧 라이브러리에 데이터를 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 결정에 필요한 것은 보안 약속만이 아니다. 무엇을 어떤 형식으로 내면 노하우는 사내에 남고 학습 가능한 신호만 나가는지, 그 기준이 있어야 한다. 6절의 표가 그 기준의 초안 역할을 할 수 있다. 라이브러리의 하위 규정이 지금 쓰이는 국면이므로, 기업이 사내에서 정한 항목은 규격 논의에 그대로 올릴 수 있는 재료가 된다.
Editor's Note. 페블러스는 데이터 품질 진단과 계보 설계를 하는 회사이므로 이 주제에 이해관계가 있다. 이 글은 특정 제품을 권하기 위한 문서가 아니라, 반입 규격이 실제로 쓰이는 시점에 무엇이 빠지면 6년 전과 같은 결과가 되는지 기록해 두려는 시도다. 라이브러리가 열리기 전에 채워야 할 칸이 무엇인지, 그 판단은 데이터를 낼 쪽과 규정을 쓸 쪽에 남긴다.
참고문헌
정책·법령·통계
- 1.서병곤 (2026). 정부, 제조 AI화 잰걸음⋯관건은 '데이터 개방ㆍ입법 속도'. 이투데이, 2026-08-10. (1차 시드 보도)
- 2.「산업 디지털 전환 및 인공지능 활용 촉진법」(법률 제21250호). 국가법령정보센터. (제9조 산업데이터 활용 및 보호 원칙, 이익 배분 계약, 무결성·신뢰성, 장관의 지침 마련 권한)
- 3.「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영업비밀 3요건, 비밀관리성)
- 4.대법원 1996-12-23 선고 96다16605 판결. (제3자 제공 후에도 신의칙상·묵시적 비밀유지의무를 볼 사정이 있으면 비밀관리성 인정)
- 5.대법원 2023-09-27 선고 2023도10280 판결(원심 서울고법 2023노999). (유출은 지정·승인된 장소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
- 6.중소벤처기업부 (2020). 세계 최초 '제조 데이터공유규범' 마련된다. 보도자료, 2020-10-29,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7.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2026).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인공지능 기본계획 2026~2028). 2026-02-25, aikorea.go.kr.
- 8.아주경제 (2026). 제조 데이터 라이브러리 클린룸 운영·외부 반출 금지, KETI 임시 거점 가동 관련 보도. 2026-06-05. (2차 해설)
- 9.산업통상부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관련 보도(ZDNet Korea·아주경제, 2026-08-04). (30개 현장 암묵지 데이터화, 누적 220개 공정, 42개 사업장 점검 결과, 공개 사례 목록) (2차 해설)
- 10.한국경제 (2026). AI 대전환…장철민 M.AX법 발의. 2026-07-27. 및 굿모닝경제 「[굿모닝! 이 법안] 산업인공지능전환 촉진법」. (제2조·제26~28조·제35조 조문 구조의 근거 — 2차 보도)
- 11.한국고용정보원. 제조업 중고령자 노동시장 특징 분석. (55세 이상 20.5%, 50대 24.7%, 60세 이상 13.2%)
- 12.한국경영자총협회 (2026). 기술유출 실태 조사. 2026-07. (해외유출 적발 2021년 9건 → 2025년 33건, 1심 유죄 496건 중 피해액 산정 인정 0건)
- 13.중소벤처기업부·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 KAMP(인공지능 중소벤처 제조 플랫폼) 표준 데이터셋 현황 및 스마트제조혁신 실태조사. (12종 2020-12 → 49종 2025-10, 스마트공장 도입률 19.5%, 제조 AI 도입률 0.1%)
학술·표준
- 14.ISO/IEC 5259-3:2024 및 ISO/IEC 5259-4:2024. Artificial intelligence — Data quality for analytics and machine learning (ML). ISO/IEC JTC 1/SC 42. (품질경영 요구사항 / 라벨링·평가·생애주기 프로세스 프레임워크)
- 15.Akhtar, M. et al. (2024). Croissant: A Metadata Format for ML-Ready Datasets. DEEM @ SIGMOD 2024, ACM.
- 16.Croissant Baker (2026). arXiv:2605.15079. (메타데이터 생성이 공개 플랫폼 업로드를 전제하므로 통제형 저장소에는 실행 불가능)
- 17.WeldAR: Augmenting Live Hands-On Training with In-Situ Guidance for Novice Learners. ACM CHI 2026, arXiv:2603.07959. (CTWD·작업각·진행각·이송속도 AR 안내, 학습자의 소리·진동 의존 전환)
- 18.용입 예측 논문군: GTAW 용융풀 영상 기반 딥러닝 용입 예측(International Journal of Advanced Manufacturing Technology, 2023, doi:10.1007/s00170-023-12855-3), A-TIG 10mm 316LN 실시간 용입 예측(Scientific Reports, 2025), 레이저 용접 780DP강 키홀 깊이 다중센서 전이학습(PMC12429609).
- 19.Ghorbani, A. & Zou, J. (2019). Data Shapley: Equitable Valuation of Data for Machine Learning. ICML 2019.
- 20.Catena-X Automotive Network e.V. PCF Rulebook v4 (2025-09) 및 Governance Framework. (ODRL 프로필, Data Exchange Governance)
- 21.IDSA·Catena-X·Cofinity-X (2026). Data Space Accelerator. 2026-06, internationaldataspaces.org. (2,300만 유로, 기업당 최대 3만 유로, 실제 데이터 교환 입증 요건)
- 22.経済産業省 (2025). Project Certification of Ouranos Ecosystem. 2025-05-09, meti.go.jp. 및 Bitkom Manufacturing-X 설문(2023~2024), VDMA 관계자 발언.
페블러스 선행 리포트
- 23.페블러스 (2026).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과 쓸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다르다. 2026-06-11.
- 24.페블러스 (2026). 피지컬 AI의 승부처, 행동 데이터. 2026-06-29.
- 25.페블러스 (2026). 안전신뢰문서의 실체는 데이터 계보다. (ISO/IEC 5259 매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