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AI가 어떤 직업에 닿을 수 있는지를 재는 지표는 이미 여럿이다.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일, 그중 실제로 상품이 된 일, 사람들이 써 본 일. 세 지표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AI가 이 일에 닿는가. KAIST 연구진은 네 번째 질문을 꺼냈다. 사람이 그 일을 AI에게 넘겼는가. 증거로 삼은 것은 대화 기록이 아니라 공개 저장소에 올라온 에이전트 설정 파일이다. 설정 파일은 목표와 절차와 도구를 미리 적어 두어야 만들어지고, 한 번 만들면 반복 실행된다. 그래서 그것은 써 봤다는 기록이 아니라 맡기기로 했다는 기록이다.

그렇게 다시 그린 지도는 2017년에 그려진 컴퓨터화 위험 지도와 거의 겹치지 않았다. 겹친 정도가 두 지도를 무작위로 섞었을 때 기대되는 수준보다도 한참 아래다. 위임은 사람들이 실제로 AI를 쓴 흔적보다, 도구가 이미 그 일에 닿는지 여부를 훨씬 잘 따라갔다. 설정에는 품이 드니 사람들은 확실히 되는 일에만 품을 들인다. 그리고 곡선은 학사 학위 수준에서 정점을 찍은 뒤 양쪽으로 내려갔다. 아래쪽 하락은 도구가 아직 그 일에 못 닿아서라고 설명된다. 위쪽 하락은 설명되지 않는다. 도구는 닿는데, 넘기지 않았다.

저자들은 두 해석을 나란히 놓고 고르지 않는다. 그 일이 미리 적힐 수 없는 종류이거나, 적을 수 있는데도 전문직이 자기 일이 코드화되는 속도를 스스로 늦추거나. 데이터로는 둘을 가를 수 없다고 적는다. 다만 어느 쪽이든 갈림길에 놓인 것은 능력이 아니다. 미리 적을 수 있는가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 지도는 AI가 잡아먹은 직업의 지도가 아니라, 이미 데이터가 된 일과 아직 그렇지 못한 일 사이의 경계선이다.

이 글을 지탱하는 네 수치

아래 네 수치가 이 글의 뼈대다. 앞의 둘은 이 지도가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옛 지도와 얼마나 어긋났는지를 보여준다. 세 번째는 이 지표를 움직이는 힘이 사회경제적 위치가 아니라 도구의 도달 범위라는 증거이고, 네 번째는 그 도달 범위로도 메워지지 않은 구멍의 크기다.

53,515건

분석에 쓰인 에이전트 명세

수집 117,887건에서 걸러 남은 수. 직무 문장 17,951개와 전량 대 전량으로 맞댔다

0.05

2017년 위험 목록과의 겹침

자카드 지수. 두 목록이 서로 무관하기만 해도 0.23~0.33이 기대된다(본 보고서 추산)

57.8%

가용성 하나로 설명된 변이

임금과 학력을 전부 합친 모형의 34.9%보다 크다

−0.018

석사 이상 직업의 미달분

학사 직업 대비. 가용성을 통제한 뒤에도 살아남는다. AAI 전체 폭의 약 12%

1

AI 노출을 재는 네 번째 층

지난 10년 동안 AI가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재려는 시도는 크게 세 갈래였다. 첫 갈래는 기술이 원리상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Felten 연구진이 AI 능력 진척도를 직무 요건에 대응시킨 작업이 그렇다. 둘째 갈래는 그 가능성 중 실제로 쓸 수 있는 물건이 된 것만 골랐다. Eloundou 연구진이 대규모 언어모델로 과업 완료 시간을 절반 넘게 줄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은 작업이 대표적이다. 셋째 갈래는 아예 로그를 봤다. 앤트로픽의 경제지수처럼 실제 대화에서 어떤 직무가 얼마나 등장하는지를 세는 방식이다.

본 논문의 지적은 이 세 갈래가 같은 질문의 변주라는 것이다. 논문 원문은 이렇게 적는다. "each measures how far AI could or does touch an occupation's work, not whether a worker has committed the work to it." AI가 그 일에 어디까지 닿는지는 재지만, 노동자가 그 일을 AI에게 맡겼는지는 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네 번째 층의 이름이 위임(delegation)이다.

네 층은 이렇게 정리된다. 앞의 세 층은 각각 이미 학계에 정착한 지표군이고, 마지막 한 층이 이 논문이 새로 만든 것이다.

무엇을 재나 대표 연구
가능성 · capability 기술적 천장 Felten et al. 2018·2019
가용성 · availability 그 천장 중 실제로 상품이 된 것 Eloundou et al. 2024
실사용 · observed 사람들이 써 본 것 Handa et al. 2025, Massenkoff & McCrory 2026
위임 · delegated 사람이 그 일을 맡기기로 한 것 본 논문의 제안

앞의 세 층을 이렇게 갈라 놓은 것부터가 이 논문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선행 연구들이 사용을 나머지와 구분하기는 했어도 가용성을 가능성에서 떼어 내지는 않았다고 지적한다. 원리상 무엇이 가능한가와 그중 무엇이 손에 닿는 물건이 됐는가는 다른 질문인데, 둘을 한 덩어리로 묶으면 기술이 안 돼서 못 쓰는 경우와 물건이 없어서 못 쓰는 경우가 구분되지 않는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는 5장에서 결론으로 돌아온다.

1.1대화 기록으로는 왜 안 되는가

가장 자연스러운 반문은 이것이다. 사람들이 AI에게 일을 넘겼는지 알고 싶으면 대화 로그를 보면 되지 않나. 저자들은 두 가지 이유로 그것이 안 된다고 답한다. 첫째, 대화 세션과 과업이 일대일로 맞지 않는다. 한 세션에 여러 일이 섞이고, 한 일이 여러 세션에 흩어진다. 둘째, 프롬프트에는 약속이 실리지 않는다. 한 줄 질문은 그저 실험일 수도 있고, 한 번 써 보고 다시는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설정 파일은 그 점에서 다르다. 저자들이 드는 근거는 네 가지다. 사용자가 직접 쓴 것이고, 무엇을 하는 일인지를 직무 서술과 비슷한 추상 수준에서 적으며, 만드는 데 품이 들고, 한 번 만들면 반복 실행된다. 특히 세 번째와 네 번째가 중요하다. 품이 든다면 아무 일에나 만들지 않고, 반복 실행된다면 한 번 써 보고 마는 시도가 아니다.

논문의 Figure 1은 이 네 층을 동심원으로 그린다. 캡션은 "Four nested layers … Each layer is nested within the one before it"이라고 적는다. 아래 도식이 그 구조다. 다만 미리 밝혀 둘 것이 있다. 이것은 개념적 포함관계이지 데이터로 확인된 순서가 아니다. 실제 데이터에서 위임이 그 순서를 따르는지는 4장에서 다시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따르지 않는다.

가능성 · capability — 기술적 천장 가용성 · availability — 상품이 된 것 실사용 · observed — 써 본 것 위임 · delegated 맡기기로 한 것

네 층의 개념적 포함관계. 논문 Figure 1을 페블러스가 다시 그렸다. 실제 데이터에서 위임 층이 실사용 층 안에 들어가는지는 4장에서 확인한다.

2

설정 파일 5만 3천 장을 직무 서술에 맞댔다

논문은 이 파일 형식을 마켓플레이스가 모으는 파일 정도로만 소개하고 넘어간다. 그런데 형식의 계보를 알아야 표본이 어디로 치우쳤는지가 보인다. 시작은 2025년 10월 16일 앤트로픽이 Agent Skills를 공개한 것이었다. 두 달 뒤인 12월 18일에는 특정 회사에 묶이지 않은 개방 규격으로 풀렸고, 48시간 안에 마이크로소프트의 VS Code와 오픈AI의 ChatGPT·Codex CLI가 같은 파일을 읽기 시작했다. 2026년 3월에는 Gemini CLI, JetBrains Junie, AWS Kiro, Block Goose를 포함해 32개 도구가 이 규격을 지원했다.

한 스킬은 한 디렉터리다. 그 안의 SKILL.md 파일 맨 위에 이름과 설명을 담은 YAML 머리말이 있고, 아래에 실행 지침이 온다. 500줄 이하가 권장되고, 점진적으로 내용을 펼치는 구조라 에이전트가 기동할 때는 스킬 하나당 30~50 토큰만 읽는다.

코퍼스가 어디서 온 것인지도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논문이 쓴 마켓플레이스는 사용자가 파일을 직접 올리는 장터가 아니라, 깃허브를 비롯한 공개 저장소에 이미 올라와 있는 skill.md 파일을 긁어 모아 색인하는 서비스다. 2026년 중반 기준으로 저장소 32만여 곳, 기여자 23만여 명에게서 260만 건을 색인했다고 논문은 적는다. 저자들은 기여자층이 기술적으로 앞선 초기 채택자에 쏠려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올라온 스킬 자체는 고도로 전문화된 일부터 단순 반복 업무까지 직업 범위를 거의 다 훑는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두 가지가 따라 나온다. 좋은 소식은 이 코퍼스가 특정 벤더에 묶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나쁜 소식은 이 형식의 출생지가 코딩 에이전트였고 확산 경로도 개발자 도구였다는 것이다. 뒤에서 볼 위임 상위 20개 직업에 기술 문서 작성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정보시스템 관리자, 사용자 지원 전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몰려 있는 것을 측정 대상의 성질로만 읽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여 규격 공개부터 논문 제출까지는 약 10개월이다. 관측 창이 그만큼 짧다.

2.1두 줄기가 만나는 깔때기

측정은 두 줄기를 맞대는 일이다. 한쪽은 에이전트 명세, 다른 쪽은 O*NET 직무 서술이다. 양쪽 다 상당한 양이 중간에 걸러진다. 명세 쪽에서는 설명이 100자에 못 미치거나 실행 지침이 없는 파일이 빠지고, 남은 것에서 GPT-4o-mini가 업무와 무관한 것을 한 번 더 걸러냈다. 직무 쪽에서는 중요도 평점이 없는 846개 문장이 빠졌고, 그 여파로 직업 26개가 통째로 탈락했다.

에이전트 명세 쪽 마켓플레이스 색인 260만+ (논문 인용치) 수집·중복 제거 117,887 설명·지침 요건 통과 56,532 53,515 O*NET 직무 쪽 직무 문장 18,797 중요도 평점 보유 17,951 기본 코드 직업 748개 560개 (회귀 표본) 전량 대 전량 코사인 유사도 직무별 평균 → 중요도 가중 → 직업별 AAI

표본 깔때기. 색인 260만 건과 분석에 쓰인 53,515건을 한 숫자로 섞어 읽지 않도록 주의할 것. 논문 초록의 "약 1만 8천"은 전체 직무 문장 18,797을 가리키고, 실제 산출에 들어간 값은 17,951이다.

2.2AAI는 개수가 아니다

이 지표를 오독하는 가장 흔한 방식이 하나 있고, 그것을 먼저 막아야 뒤의 숫자가 제대로 읽힌다. 직업별 위임 노출 지수(AAI)는 어떤 직무에 맞는 에이전트가 몇 개 있는지를 세지 않는다. 직무 문장 하나를 코퍼스 53,515건 전부와 하나씩 비교해 코사인 유사도를 구한 뒤, 그 5만 3천여 개 값을 전부 평균낸다. 상위 몇 개만 고르는 것도 아니고, 일정 점수를 넘는 건수를 세는 것도 아니다. 저자들의 표현은 "averaging its cosine similarity across all skill descriptions in the corpus"다. 그 직무 평균값들을 다시 O*NET 중요도로 가중 평균한 것이 직업 단위 AAI다.

가중치에는 손질이 하나 더 들어간다. 직업마다 딸린 직무 문장 수가 다르므로 중요도 가중치를 직업 안에서 합이 1이 되도록 정규화했다. 직무 목록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일을 구조적으로 막기 위한 처리다.

그래서 값이 0.041에서 0.192 사이에 갇힌다. 평균은 0.11, 중간 절반이 0.10에서 0.13에 몰려 있다. 어떤 직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에이전트가 딱 하나 존재해도 나머지 5만 3천 건의 무관한 명세에 묻혀 값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저자들도 이 지표가 "designed for comparison across occupations rather than interpretation on an absolute scale"이라고 명시한다. AAI 0.19를 "업무의 19%가 자동화됐다"로 읽으면 완전한 오독이다.

2.3라벨이 이미 붙어 있는데 왜 다시 쟀나

방법론에서 눈에 띄는 선택이 하나 있다. 마켓플레이스는 스킬의 약 90%에 O*NET 직업 코드를 이미 붙여 두고 있다. 그 라벨을 그냥 집계하면 훨씬 간단했을 것이다. 저자들은 쓰지 않았다. 하나의 스킬이 여러 직업에 걸치는 양상을 보려면 전량 대 전량으로 다시 재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라벨을 신뢰하는 대신 계산량을 택한 셈이다.

강건성 검사로는 임베딩 모델을 바꿔 봤다. 384차원 all-MiniLM-L6-v2로 만든 직업별 AAI와 더 큰 all-mpnet-base-v2로 만든 값의 피어슨 상관이 0.91이었다. 다만 이것은 직업 단위로 집계된 값끼리의 상관이지 개별 문장 쌍의 유사도가 일치한다는 뜻은 아니다. 순위의 안정성은 보증하지만 절대값의 의미는 보증하지 않는다.

3

2017년 위험 지도와 겹치지 않았다

새 지표가 나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기존 지표와 대 보는 것이다. 비교 대상으로 고른 것이 Frey와 Osborne의 2017년 컴퓨터화 위험 목록이다. 자동화 논의의 출발점이 된 그 목록과 위임 지도가 얼마나 겹치는지를 봤다. 먼저 양 끝의 얼굴부터 보자.

위임 상위 AAI 위임 하위 AAI
경영 분석가 0.192 구강악안면외과의 0.041
기술 문서 작성자 0.182 도배·이음매공 0.041
자연과학 관리자 0.176 자동차 유리 설치·수리공 0.047
컴퓨터 프로그래머 0.175 족부의학과의 0.047
생산·계획·조달 사무원 0.172 지붕공 0.048

표에는 다섯 개씩만 실었지만 상위 20위까지 훑어보면 걸리는 자리가 하나 있다. 19위가 건설·채굴 현장 일선 관리자(0.161)다. 정보 직군만 올라온 것이 아니다. 현장 직군이어도 일의 중심이 일정 조율과 보고와 문서화 쪽에 있으면 위로 올라온다. 이 지표가 갈라 내는 것은 산업이 아니라 일의 형태에 가깝다는 신호다.

논문에는 없지만 규모 감각을 위해 덧붙일 숫자가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 직업별 고용·임금 조사(2025년 5월)에 따르면 위 상위 5개 직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미국에서만 약 153만 5천 명이다. 경영 분석가 898,280명, 생산·계획·조달 사무원 390,160명, 자연과학 관리자 108,690명, 컴퓨터 프로그래머 92,230명, 기술 문서 작성자 45,500명이다. 중위 연봉은 순서대로 약 10.2만, 6.0만, 16.7만, 10.0만, 9.0만 달러다. 위임이 몰린 곳은 변두리 직군이 아니다.

반대쪽 끝은 결이 다르다. 구강악안면외과의는 미국 전체에 4,910명뿐인 소규모 직군이라 임금 통계에서 중위값이 평균값을 웃도는 역전이 나타난다. 표본이 작을 때 흔한 현상이므로 이 직업의 숫자를 대표값처럼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

양 끝을 하나의 축에 올려 놓으면 이 지표의 성질이 눈으로 먼저 들어온다.

0 0.10 0.20 경영 분석가 0.192 기술 문서 작성자 자연과학 관리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생산·계획·조달 사무원 지붕공 족부의학과의 자동차 유리 설치공 도배·이음매공 0.041

축을 0에서 시작해 그렸다. 최상위와 최하위의 차이가 다섯 배 가까이 나지만, 값 자체는 0.041에서 0.192 사이의 좁은 띠에 갇혀 있다. 이 지표가 비율이 아니라 평균 유사도라는 사실이 눈으로 보이는 자리다.

지수를 계산하기 전에, 두 지도를 겹쳐 놓기만 해도 보이는 것이 있다. 논문은 컴퓨터화 위험을 세로축에, 위임을 가로축에 놓고 748개 직업을 흩뿌린다. 그러면 2017년 기준으로 위험 등급이 같았던 직업들이 위임 값에서는 넓게 갈라진다. 위험이 낮게 찍힌 무리 안에서 구강외과의와 치과보철의와 족부의학과의는 위임 최하위인데 경영 분석가와 산업공학자와 자연과학 관리자는 최상위다. 위험이 높게 찍힌 무리도 똑같이 갈린다. 지붕공과 타이어 제조공은 아래에, 기술 문서 작성자와 통계 보조원은 위에 있다. 옛 지도의 한 칸 안에 성질이 정반대인 직업들이 함께 들어 있었던 셈이다.

3.1겹침 0.05가 뜻하는 것

본격적인 비교는 이렇게 이뤄졌다. AAI 값으로 748개 직업을 중앙값에서 정확히 반으로 갈라 374개씩 두 무리로 나누고, Frey와 Osborne의 고위험 집단과 얼마나 겹치는지를 자카드 지수로 쟀다. 두 집합의 교집합을 합집합으로 나눈 값이다. 결과는 0.05였다.

여기서 멈추면 "별로 안 겹친다" 정도로 읽힌다. 그런데 0.05가 얼마나 낮은 값인지는 기준이 있어야 안다. 두 집단이 서로 완전히 무관하게 뽑혔다면 자카드 지수가 얼마여야 할까. 한쪽이 전체의 정확히 절반이므로 계산이 어렵지 않다. 아래는 본 보고서가 직접 계산한 추산치다.

고위험 비중 가정 두 집단이 무관할 때 기대되는 자카드
30%약 0.231
40%약 0.286
47% (통상 인용치)약 0.320
50%약 0.333

어떤 가정을 넣어도 0.23에서 0.33 사이다. 실측치 0.05는 그 최저값보다도 네 배 이상 낮다. 두 지도가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태그를 붙였을 때보다 오히려 덜 겹친다. 서로 등지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한쪽이 위험하다고 찍은 곳을 다른 쪽은 체계적으로 비켜 간다.

이 추산에는 보강할 근거가 하나 있다. Frey와 Osborne이 산출한 자동화 확률의 분포는 봉우리가 양 끝에 하나씩 있는 쌍봉 형태다. 대부분의 직업이 0 근처 아니면 1 근처에 몰려 있어서, 고위험 판정 기준을 0.7로 잡든 0.8로 잡든 고위험 직업의 개수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위 민감도 표는 오히려 보수적이다. 다만 47%라는 통상 인용치는 직업 개수가 아니라 고용 규모로 가중한 비중이라는 점은 짚어 둬야 한다. 원문은 "미국 전체 고용의 47%가 고위험 범주에 속한다"이고, 702개 직업 중 사람이 직접 라벨을 붙인 것은 70개뿐이었다.

저자들은 이 약한 겹침이 직업 단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적는다. 산업 부문으로 묶어도, 주 단위로 묶어도 두 지도는 마찬가지로 어긋난다는 것이다. 집계 단위를 바꿔도 결과가 유지된다면 지표 하나의 잡음으로 보기는 어려워진다. 다만 그 근거로 든 그림 세 장은 보충 자료에 있고 보충 자료는 현재 공개본에 붙어 있지 않다. 본문 서술로만 확인되는 항목이다.

3.2비교 대상 자체가 잘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느 지도가 맞는 것인가. 공교롭게도 2017년 지도 쪽은 이미 성적표가 나와 있다.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2022년에 Frey·Osborne의 2013년 예측을 2013년부터 2021년까지의 실제 고용 변화와 대조했다. 최고위험으로 찍혔던 보험 인수심사역의 고용은 오히려 16.4% 늘었고, 최저위험이었던 레크리에이션 치료사는 8.9% 줄었다. 위험 점수와 실제 고용 감소의 상관은 약 −0.26에 그쳤다. 이 분석은 정책연구기관의 보고서이고 동료 심사를 거친 논문은 아니다.

방법론 쪽 비판도 오래됐다. OECD 연구진이 같은 접근을 직업 단위가 아니라 과업 단위로 다시 적용했더니 21개국 평균 고위험 비중이 9%로 내려갔다. 직업 하나를 통째로 자동화 가능 여부로 판정하는 방식 자체가 과대 추정을 낳는다는 지적이었다. 이 수치는 2차 인용이다.

그래서 0.05는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새 지도가 옛 지도를 반박한다고 읽을 수도 있고, 두 지도가 애초에 다른 것을 재고 있다고 읽을 수도 있다. 후자가 더 정확하다. 2017년의 기준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육체 노동이었고, 지금 에이전트가 파고드는 곳은 분석과 문서화와 조율처럼 정보를 다루는 일이다. 같은 위험 등급 안에 성질이 다른 두 종류가 섞여 있으니 순위가 통째로 어긋난다.

4

실사용이 아니라 가능성 쪽에 붙었다

옛 지도와 어긋난다는 것만으로는 새 지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저자들은 앞서 정리한 세 층의 대표 지표와 각각 순위 상관을 냈다. 그 비교에서 나온 결과가 이 논문에서 가장 자주 인용될 대목이다.

비교 상대를 어떻게 골랐는지도 밝혀져 있다. 지금의 언어모델이나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삼을 것, 세 층에 하나씩 걸치되 접근 방식이 서로 다를 것, 직업 단위로 비교 가능한 점수를 낼 것. 이 세 조건에 맞는 지표를 층마다 하나씩 골랐다. 다만 네 지표는 눈금이 서로 전혀 다르다. 가용성 지표는 0에서 1까지 꽉 차게 퍼지고 중앙값이 0.43인데, 실사용 지표는 중앙값이 0.01이고 하위 4분의 1은 아예 0이며 오른쪽으로만 0.51까지 꼬리를 뻗는다. 가능성 지표는 0에서 69.42 사이에 놓인다. 값끼리 직접 견줄 수 없으니 순위로만 맞대는 스피어만 상관을 쓴 것이다. 실사용 지표가 대부분의 직업에서 바닥에 눌려 있다는 사실은 뒤에 나올 0.374를 읽을 때 같이 놓고 봐야 한다.

비교 지표 스피어만 상관
가능성 강화학습 적합도 지수 (Tomei & Klein Teeselink) 0.673
가용성 노출 등급 (Eloundou et al.) 0.623
실사용 복합 사용 지표 (Massenkoff & McCrory) 0.374

읽는 방법을 정확히 해 두자. 앞의 두 값은 순위를 매길 만큼 차이 나지 않는다. 저자들의 문장이 그렇게 적혀 있다. 위임 지표가 가능성 지표와 가용성 지표에 "about equally" 상관하며 둘 사이에는 "only a small gap"만 있고, 실사용 지표와의 상관이 "comparatively weaker"라는 것이다. 구도는 (가능성 ≈ 가용성) 대 실사용이지, 가능성 1위 가용성 2위가 아니다.

0 0.4 0.7 가능성 0.673 가용성 0.623 실사용 0.374

앞의 두 막대는 거의 같은 높이로 읽어야 한다. 저자들이 직접 둘 사이에 작은 격차만 있다고 적었다. 참고로 네 지표의 표본 크기가 서로 달라(748·606·618·511) 각 상관의 실제 대응 표본은 쌍마다 다른 교집합이며, 그 크기는 논문에 명시돼 있지 않다.

4.1비교 지표들이 정확히 무엇인가

이 세 숫자를 제대로 쓰려면 상대편이 무엇을 재는 지표인지 알아야 한다. 셋 다 이름만 보고 짐작하면 틀리기 쉽다.

강화학습 적합도 지수는 O*NET 직무 17,951개를 두 단계로 채점한다. 먼저 신체 개입이 필요한 일인지를 이진으로 묻고,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0점이다. 통과한 것만 검증 방식과 산출물의 형태성 등 여덟 개 차원에서 1점부터 10점까지 채점해 평균을 내고 0에서 100 사이 척도로 환산한다. 주 채점자는 Gemini 2.5 Flash다. 본 논문 표에 이 지표의 범위가 0에서 69.42로 적혀 있는데, 이상한 수가 아니라 그 0~100 척도에서 직업 단위로 실제 관측된 범위다.

노출 등급은 과업마다 세 값 중 하나만 준다. 0은 노출 없음, 0.5는 추가 소프트웨어를 얹어야 노출, 1은 언어모델 단독으로 노출이다. 판정 기준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완료 시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는지였다. 표기 하나는 바로잡아야 한다. 본 논문은 이 지표를 그리스 문자 감마로 표기하지만, 원 논문과 후속 연구들은 베타로 부른다. 감마는 이 논문이 새로 붙인 이름이므로 "Eloundou의 감마"라는 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다.

복합 사용 지표가 가장 오해하기 쉽다. 앤트로픽이 2026년 3월 5일에 낸 경제 리서치이지 학술 논문이 아니고, 무엇보다 대화 로그를 그냥 센 지표가 아니다. 먼저 노출 등급으로 이론상 가능한 과업을 추린 뒤, 그중 클로드 트래픽에서 업무 맥락 사용이 일정 수준을 넘는 것만 남기고, 자동화에 해당하는 사용에는 가중치 1을, 사람을 돕는 증강적 사용에는 0.5를 주어 과업 시간 비중으로 가중 평균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론상 가능한 일 가운데 실제로 쓰이는 것만 추린 지표다.

4.2본 보고서의 관찰 두 가지

여기서부터는 논문에 없는 관찰이다. 본 보고서가 비교 지표들의 원문을 직접 읽으며 발견한 것이므로 저자들의 주장으로 인용해서는 안 된다.

첫째, 실사용 조건을 곱하면 상관이 오히려 떨어진다. 방금 봤듯 복합 사용 지표는 노출 등급을 자기 안에 품고 있다. 두 지표는 성분을 공유한다. 그런데 위임 지표와 노출 등급 단독의 상관은 0.623이고, 노출 등급에 실사용 조건을 곱한 복합 지표와의 상관은 0.374로 내려간다. 공유 성분이 있는데도 조건 하나를 더하자 상관이 낮아진 것이다. 위임이 실사용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서술이 이 구조 때문에 더 단단해진다. 참고로 앤트로픽 자신도 노출 등급 단독으로는 노동통계국 고용 전망과 상관이 잡히지 않는데 복합 지표로는 잡힌다고 보고한다. 커버리지가 10퍼센트포인트 오를 때 2024년부터 2034년까지의 고용 전망이 0.6퍼센트포인트 낮아지는 관계다.

둘째, 세 층 비교의 상당 부분은 같은 것을 세 번 재고 있을 수 있다. 강화학습 적합도 지수를 만든 연구진의 결론에 이런 문장이 있다. 자기 지표와 노출 등급이 전체 과업에서는 0.88로 붙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걷어내고 디지털로 가능한 것만 남기면 상관이 0.15로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들은 높은 상관이 "partly due to the physical feasibility gate" 때문이라고 명시한다. 실제로 O*NET 직무의 40.7%가 물리 게이트에서 0점을 받는다.

논문 자신도 같은 축을 한 번 확인하고 지나간다. AAI를 O*NET 능력 중요도로 만든 인지 능력 비중과 대 봤더니 양의 상관이 나왔다는 것이다. 위임 상위 직업이 신체 능력이나 정신운동 능력이 아니라 인지 능력에 기대는 직업이라는 확인이다. 상관값은 본문에 적혀 있지 않고 해당 그림은 보충 자료에 있다. 그러니 축이 존재한다는 데까지는 논문도 짚었고, 여기에 덧붙이는 관찰은 그 축이 지표들 사이의 상관까지 상당 부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대목이다.

위임 지도의 하위권이 도배공, 지붕공, 자동차 유리 설치공으로 채워진 것도 같은 축의 반영으로 보인다. 세 지표가 서로 비슷하게 움직이는 이유의 큰 부분이 정보를 다루는 일인가 몸을 쓰는 일인가라는 하나의 축일 수 있다. 이 관찰은 본 보고서의 해석이며 논문에는 없다.

상관계수 0.673이 직업 단위의 일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반례도 있다. 강화학습 적합도 지수 연구진은 자연과학 관리자를 언어모델 노출은 높은데 강화학습 적합도는 낮은 쪽의 대표 사례로 든다. 그런데 본 논문에서 같은 직업이 위임 순위 3위(0.176)에 올라 있다. 한 지표에서 낮은 직업이 다른 지표에서는 최상위다.

4.3개념 도식이 데이터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저자들의 설명은 간결하다. 설정을 쓰는 데는 품이 든다. 그러니 사람들은 확실히 되는 일에만 품을 들인다. 그래서 위임은 실사용보다 가능성을 닮는다. 여기에 한 문장을 덧붙인다. "Conversational records, in turn, may understate how far practitioners have committed to automating work." 대화 기록은 사람들이 자기 일을 자동화하는 데 얼마나 깊이 발을 담갔는지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장에서 미뤄 둔 이야기를 여기서 회수하자. 개념 도식에서 위임 층은 실사용 층 안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 데이터는 그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위임은 가장 먼 층인 가능성과 가장 붙고, 바로 앞 층인 실사용과 가장 멀다. 저자가 모순을 저질렀다는 뜻이 아니다. 개념적으로는 맞는 포함관계가 경험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 지표가 열어 둔 지점이다.

5

학사에서 정점을 찍고 양쪽으로 내려왔다

지금까지는 위임이 어디에 몰렸는지를 봤다. 이제 무엇이 그 분포를 만드는지를 볼 차례다. 저자들은 고용 규모로 가중한 회귀 모형 세 개를 나란히 세운다. 첫 모형에는 임금과 학력만, 둘째 모형에는 가용성 노출만, 셋째 모형에는 전부 넣었다. 세 모형을 나란히 놓는 순간 이 논문의 결론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드러난다.

가중을 왜 걸었는지도 적혀 있다. 직업 이름 하나를 한 표로 세면 종사자 5천 명짜리 직업과 90만 명짜리 직업이 같은 무게를 갖는다. 2025년 고용 규모로 가중하면 결과가 직업 목록의 분포가 아니라 노동력의 분포를 말하게 된다.

항목 모형 1
임금·학력
모형 2
가용성만
모형 3
전부
절편 −2.497 (0.521) 0.092 (0.001) −1.081 (0.404)
가용성 노출 0.055 (0.002) 0.046 (0.002)
로그 임금 0.447 (0.094) 0.201 (0.073)
로그 임금 제곱 −0.019 (0.004) −0.009 (0.003)
고졸 이하 (기준 = 학사) −0.011 (0.003) −0.002 (0.002)
유의하지 않음
석사 이상 (기준 = 학사) −0.026 (0.005) −0.018 (0.004)
설명력 (R²) 0.349 0.578 0.621
표본 수 560 593 560

괄호 안은 표준오차. 고용 가중 가중최소제곱 추정. 유의하지 않다고 표시한 항목 외에는 모두 0.1% 수준에서 유의하다.

5.1가용성 하나가 절반 넘게 설명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형 2다. 변수 하나, 그것도 도구가 그 일에 닿는지만 보는 변수 하나로 위임 노출 변이의 57.8%가 설명된다. 임금과 학력을 전부 넣은 모형 1의 34.9%보다 크다. 누가 어떤 사회경제적 위치에 있는지보다, 그 일을 대신할 물건이 이미 있는지가 위임을 훨씬 잘 설명한다.

이 결과가 왜 뜻밖인지를 저자들이 따로 짚는다. 기술경제학에는 오래 굳어진 기대가 하나 있다. 범용기술은 도입만으로 성과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이 공정을 다시 짜고 사람을 다시 가르치고 조직을 다시 배치한 다음에야 수익이 붙는다. 그래서 사용은 늘 능력보다 늦게 온다. 그런데 여기서는 도구가 그 일에 닿는지 하나가 위임의 절반 이상을 설명해 버렸다. 적어도 에이전트 도입의 초기 국면에서는 그 보완 투자가 예상만큼 큰 몫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저자들이 그 이유로 드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에이전트는 자연어로 설정한다. 이 일을 자동화할 수 있겠다는 인식과 실제로 그것을 만드는 일 사이의 거리가 짧다. 논문이 들여다본 파일들은 조달도 통합도 전문 인력의 중개도 없이 개인이 혼자 쓰고 혼자 공개한 것이다. 보통의 업무용 기술이라면 그 사이에 끼는 절차가 여기에는 없다. 둘째, 범용이라는 성질 때문에 기술이 일에 맞춰 오지 일이 기술에 맞춰 가지 않는다. 도입을 늦추는 상호 조정의 상당 부분이 이 지점에서 빠진다.

모형 1에서 나오는 것이 이 글 제목의 배경이 되는 모양이다. 로그 임금의 일차항이 양수(0.447), 이차항이 음수(−0.019)다. 위로 볼록한 곡선, 즉 임금이 오를수록 위임이 늘다가 어느 지점을 지나면 다시 줄어드는 역U자다. 학력에서도 같은 모양이 나온다. 학사 학위 직업을 기준으로 놓으면 고졸 이하 직업이 −0.011, 석사 이상 직업이 −0.026이다. 양 끝이 다 낮다.

결론은 모형 3에서 나온다. 가용성을 통제하자 두 학력 계수의 운명이 갈렸다. 고졸 이하의 격차는 −0.002로 줄고 통계적 유의성을 잃는다. 아래쪽이 위임하지 않는 이유는 도구가 아직 그 일에 못 닿아서다. 도구가 닿는 정도를 계산에 넣는 순간 설명이 끝난다. 반면 석사 이상의 격차는 −0.018로 살아남는다. 저자들의 문장이 이 대목을 정확히 짚는다. "What makes the master's-degree gap notable is not its contribution to fit but its persistence." 이 계수가 눈에 띄는 이유는 모형을 잘 맞춰서가 아니라 사라지지 않아서라는 것이다.

임금에 대한 위임 곡선 낮은 임금 높은 임금 위임 정점 학력 계수 (학사 = 0) 학사 기준선 고졸 이하 −0.011 −0.002 (유의하지 않음) 석사 이상 −0.026 −0.018 (남는다) 왼쪽 점: 가용성 통제 전 · 오른쪽 점: 통제 후

왼쪽 곡선의 정점 위치에는 값을 적지 않았다. 논문이 정점 임금을 명시하지 않았고, 표에서 유도하면 모형에 따라 크게 갈리기 때문이다. 오른쪽이 이 논문의 결론이다. 가용성을 넣는 순간 아래쪽 격차는 사라지고 위쪽 격차만 남는다.

5.2−0.018은 큰 수인가

회귀계수는 단위를 알아야 크기를 판단할 수 있다. 이 계수는 AAI 원값 단위이고, AAI 전체 범위가 0.041에서 0.192, 즉 폭이 0.151이다. 그러니 −0.018은 전체 폭의 약 12%에 해당한다. 작다고 하기도 거대하다고 하기도 어려운 크기다. 조건도 정확히 붙여야 한다. 학사 학위 직업 대비이고, 가용성을 통제한 뒤의 값이다.

흔한 오해가 하나 있다. 위임 하위 20위에는 구강악안면외과의, 족부의학과의, 치과보철의, 피부과의, 치위생사가 들어 있다. 학력으로는 최상단인 직업들이 지표의 맨 아래에 앉아 있으니 석사 이상 계수를 이 사례들로 설명하고 싶어진다. 층위가 다르다. 저 다섯은 신체 개입이 일의 본체라 가용성 자체가 낮은 직업이고, 회귀의 −0.018은 가용성이 비슷한 직업끼리 견준 뒤에도 남는 격차다. 개별 사례를 회귀 결과의 증거로 쓰면 안 된다.

임금 쪽 역U도 모형 3에서 상당히 약해진다. 일차항이 0.447에서 0.201로, 이차항이 −0.019에서 −0.009로 절반쯤 줄었다. 임금이 위임에 미치는 효과의 상당 부분을 가용성이 흡수한다. 고임금 직업이 위임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고임금 직업의 일에 도구가 많이 닿아 있었던 것에 가깝다.

역U 곡선의 정점이 어느 임금대인지는 논문에 값이 없다. 표에서 직접 유도하면 모형 3 기준 약 7.1만 달러, 모형 1 기준 약 12.8만 달러로 갈린다. 이 두 값이 이렇게 벌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방금 말한 흡수 효과와 같은 방향의 증거다. 본 보고서가 유도한 추산이며 모형 선택에 따라 7만에서 13만 달러 사이에서 움직인다는 조건을 붙여야 쓸 수 있는 숫자다.

한 가지는 짚고 가야 한다. 역U 자체는 이 논문의 독자적 발견이 아니다. 강화학습 적합도 지수 연구진도 자기 지표가 임금과 연차 양쪽에 대해 봉우리 모양이며 중상위 임금과 중견 경력에서 정점을 찍는다고 보고한다. 가능성 층 지표에서도 같은 모양이 나온다. 이 논문에만 있는 발견은 곡선의 모양이 아니라, 가용성을 통제해도 석사 이상 격차만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규모 감각을 위해 한 숫자를 덧붙인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고용 전망 자료에서 석사 이상을 진입 학력으로 요구하는 직업은 전체 고용의 약 5.0%다(석사 2.3%, 박사·전문학위 2.7%). 논문의 회귀 표본과 정확히 같은 모집단은 아니므로 근사 비교로만 읽어야 하지만, 설명되지 않는 구멍이 미국 노동자 스무 명 중 한 명 규모의 이야기라는 감각은 준다.

인용할 때 주의할 대목이 두 곳 있다. 본문에는 고졸 이하 계수가 −0.010으로 적혀 있지만 표의 값은 −0.011이고, 본문이 언급하는 설명력 0.601은 표 어디에도 없는 숫자다. 표를 기준으로 쓰는 것이 안전하다. 또 저자들은 강화학습 적합도 지수를 넣은 확장 모형의 설명력이 0.605, 클로드 사용 지표를 넣으면 0.249이며 석사 계수는 모든 사양에서 −0.017과 −0.026 사이에 머문다고 서술하는데, 그 근거로 든 보충 표가 현재 arXiv 공개본에 붙어 있지 않다.

6

도구가 닿는데 넘기지 않는 일

2015년, 데이비드 오터는 자동화가 왜 예상만큼 빠르지 않은지를 설명하며 자동차 앞유리를 들었다.

"Modern automobile plants, for example, employ industrial robots to install windshields on new vehicles as they move through the assembly line. But aftermarket windshield replacement companies employ technicians, not robots, to install replacement windshields."

David H. Autor, Why Are There Still So Many Jobs? (2015)

공장에서는 로봇이 앞유리를 끼운다. 그런데 사고 나서 유리를 갈아 끼우는 일은 여전히 사람이 한다. 조립 라인은 모든 조건이 통제돼 있지만 수리 현장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11년 뒤, 전혀 다른 데이터로 그린 위임 지도에서 자동차 유리 설치·수리공은 AAI 0.047로 최하위권에 있다. 두 측정은 서로 독립이고 우연일 수도 있으므로 인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다만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통제된 환경에서 로봇 팔이 자동차 부품 조립을 돕는 자동차 공장 조립 라인
▲ 오터가 말한 "통제된 환경"이 정확히 이런 곳이다. 순서와 위치가 미리 정해진 조립 라인이다 | Source: Marek Ślusarczyk, Wikimedia Commons (CC BY 3.0)

오터가 그 한계에 붙인 이름이 폴라니의 역설이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것을 다 말로 옮기지 못한다는 관찰이다.

"there are many tasks that people understand tacitly and accomplish effortlessly but for which neither computer programmers nor anyone else can enunciate the explicit 'rules' or procedures. … 'We know more than we can tell'."

본 논문은 폴라니라는 이름을 쓰지 않는다. 오터를 인용하며 "tacit expertise, contextual judgment, and intensive interpersonal interaction, none of which is easily specified in advance"라고만 적는다. 암묵적 전문성, 맥락 판단, 집중적 대인 상호작용. 어느 것도 미리 명세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름을 붙이는 것은 본 보고서 쪽의 보강이다.

6.1저자들은 두 설명 중 하나를 고르지 않는다

최상단이 왜 덜 넘기는지에 대해 논문은 두 설명을 나란히 놓는다. 그리고 어느 쪽에도 손을 들지 않는다.

"These occupations may be unable to specify their work in advance, or they may be able to and decline, since professionals have both the autonomy and the incentive to control the pace at which their work is codified (Abbott, 1988). … our data cannot distinguish constraint from choice."

제약 쪽 갈래는 오터의 논리를 따른다. 그 일은 애초에 미리 적을 수 없는 종류라는 것이다. 선택 쪽 갈래는 앤드루 애벗의 전문직 사회학을 빌린다. 전문직은 자기 일이 코드화되는 속도를 통제할 자율성도, 그럴 유인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로는 둘을 가를 수 없다고 저자들이 스스로 적는다. 대신 앞으로 무엇을 보면 갈라지는지는 제시한다. 에이전트 성능이 좋아지면서 최상단의 미달분이 줄어들면 제약 쪽이 맞고, 성능이 오르는데도 미달분이 그대로면 선택 쪽 설명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애벗 인용에는 정정이 필요하다. 위 문장은 애벗이 그대로 쓴 말이 아니라 저자들의 해석이다. 애벗 자신의 기제는 코드화를 막는다는 것이 아니라 비대칭에 가깝다. 루틴화할 수 있는 부분은 아래 직군으로 떨궈 내고, 추론에 해당하는 부분만 전문직의 핵심으로 남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애벗에 따르면 전문직은 코드화를 늦춘다"가 아니라 "저자들은 애벗을 빌려 그렇게 적는다"라고 써야 정확하다.

이 정정이 논문이 보지 못한 한계 하나를 낳는다. 전문직이 루틴한 부분을 떨궈 낸다면, 변호사와 의사가 넘긴 일감은 그 직업이 아니라 보조 직업 쪽에 쌓인다. 법률 보조원, 의료 사무원, 회계 사무원 같은 자리다. AAI는 직업 단위 지표라 그 이동 자체를 볼 수 없다. 방향이 같은 정황은 있다. 위임 순위 9위가 사무·행정 지원 일선 관리자, 17위가 일반 사무원이다.

6.2쓰는 것과 넘기는 것은 다르다

논문 바깥의 조사에서도 같은 방향의 신호가 잡힌다. 톰슨 로이터가 27개국 1,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2026년 전문서비스 AI 조사를 보면, 전사적으로 AI를 도입했다는 조직이 1년 만에 22%에서 40%로 늘었다. 그런데 에이전틱 AI 도구를 이미 도입한 조직은 15%에 그쳤다. 별도의 53%가 계획 중이거나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투자 대비 효과를 실제로 추적한다는 응답은 18%로 전년과 거의 같았다.

같은 조사에서 로펌 응답자의 40%가 고객으로부터 AI를 쓰라는 요구와 쓰지 말라는 요구를 동시에 받는다고 답했다. 개인 단위 사용률은 조사마다 크게 갈린다. 어떤 보고서는 법률 직군의 69%가 쓴다고 하고, 의도적인 생성형 AI 사용으로 기준을 좁히면 30% 안팎으로 떨어진다. 질문 방식에 따라 26%에서 92%까지 벌어진다. 이 수치들은 2차 요약을 근거로 한 것이며 원 보고서를 직접 열람하지 못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전문직은 AI를 쓴다. 다만 일을 넘기지는 않았다. 이것은 논문에 대한 반증이 아니라 독립적인 같은 방향의 증거이고, 두 숫자가 갈리는 지점이 정확히 논문이 말하는 층의 경계다. 전문직이 AI를 안 쓴다고 뭉개면 사실과 다르다.

선택 쪽 갈래에는 구체적인 유인도 지적돼 왔다. 시간당 과금 구조에서는 일을 빨리 끝내는 도구가 매출을 깎는다. 애벗이 말한 추상적인 관할권 통제가 청구 시간이라는 회계 항목으로 내려앉는 자리다. 이 지적 역시 2차 출처를 통해 접한 것이므로 오래 지적돼 온 유인 정도로 읽는 것이 맞다.

6.3고학력자가 더 노출됐다는 조사와 어긋나지 않는가

자주 나오는 반문이 하나 있다. AI 노출이 높은 사람은 오히려 고학력자라는 조사를 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노출 상위 사분위에 속한 노동자가 커버리지 0인 집단보다 소득이 47% 높고, 대학원 학위 보유 비중이 17.4% 대 4.5%로 약 네 배라고 보고한다.

두 결과는 어긋나지 않는다. 재는 단위가 다르다. 앤트로픽 쪽은 노동자 개인의 학력 취득을 노출 상위 집단과 노출 0인 집단 사이에서 비교했다. 사실상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의 대비다. 본 논문은 직업의 전형적 진입 학력을 두고 학사 직업과 석사 이상 직업을 비교한다. 지식노동 안에서의 갈림이다. 역U 곡선이 정확히 이 둘을 동시에 설명한다. 낮은 쪽에서 올라와 학사에서 정점을 찍고, 그 위에서 다시 내려간다.

6.4이 지표가 아직 말하지 못하는 것

한계는 방어할 거리가 아니라 분석할 거리다. 아래 목록에서 앞의 절반은 저자들이 스스로 밝힌 것이고, 뒤의 절반은 본 보고서가 주변 자료를 확인하며 덧붙인 것이다.

한계 내용
얼리어답터 편중 저자들이 명시한다. 전체 노동력의 채택률이 아니라 초기 채택자 활동의 지표로 읽으라는 것이다
인과가 아님 이미 자동화가 일어난 곳이 아니라 초기 사용자들이 자기 일을 자동화하려 시도하는 곳을 가리킨다. 대체나 실업 함의를 끌어낼 수 없다
실행 방식은 보지 못한다 저자들이 두 번째 한계로 든다. 누가 어떤 일에 에이전트를 붙였는지는 잡지만, 그 에이전트가 일을 어떻게 쪼개고 어떤 순서로 처리하는지는 잡지 못한다. 사람이 하던 방식과 크게 다를 수 있고, 그것을 보려면 설명문이 아니라 실행 기록을 열어야 한다
새로 생기는 일을 못 본다 정적인 O*NET 직무 목록에 기대므로 자동화가 밀어내는 쪽만 잡고 새로 만들어내는 쪽은 구조적으로 잡지 못한다. 애스모글루와 레스트레포의 구분을 빌리면 대체 효과만 보고 재배치 효과는 보지 못한다는 뜻이며, 저자들은 구인 공고나 에이전트 운영 기록처럼 목록 자체가 갱신되는 자료가 있어야 메워진다고 적는다
보충 자료 부재 업무 관련성 분류 프롬프트와 강건성 검사가 모두 보충 자료에 있다고 다섯 번 인용되지만 현 공개본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코딩 에이전트 편중 파일 형식의 출생지가 코딩 에이전트이고 확산도 개발자 도구를 통했다. 상위권의 정보기술·문서 직군 집중이 대상의 성질인지 도구의 성질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관측 창 10개월 규격 공개에서 논문 제출까지가 약 10개월이다. 어떤 단일 시점 노출 측정도 유통기한이 짧다는 저자들 자신의 문장이 자기 지표에 먼저 적용된다
코퍼스가 큐레이션되지 않았다 한 보안 감사 연구가 실제 스킬 2,500건을 점검했더니 인기 상위 스킬의 90% 이상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오픈소스 저장소를 긁어 스킬 파일로 자동 변환하는 파이프라인도 이미 있어 사람이 쓰지 않은 파일이 섞일 수 있다
직업 단위의 한계 전문직이 루틴한 부분을 보조 직업으로 떨궈 내는 이동을 볼 수 없다
미국 노동시장 한정 직무 목록도 임금·고용·학력도 모두 미국 자료다. 한국 직업분류와는 직접 대응되지 않고 한국 표본으로 산출된 AAI도 없다. 국내 직업에 그대로 옮겨 읽을 수 있는 값은 이 논문에 없다
프리프린트 2026년 8월 19일 arXiv 제출본이고 게재 정보가 없다

끝으로 사실관계 하나를 바로잡는다. 논문은 대상 마켓플레이스를 "the one and only publicly accessible repository"라고 적지만, 제출 시점에도 공개 스킬 파일 160만 건 이상을 색인하는 별도 서비스를 비롯해 여러 색인이 이미 존재했다. 한쪽 색인의 스킬을 다른 형식으로 옮겨 주는 브리지 도구도 돌고 있어 같은 스킬이 여러 곳에 중복 등재된다. 논문의 중복 제거는 하나의 색인 안에서 이뤄진 것이다. 저자가 틀렸다기보다, 생태계가 그사이 여러 갈래로 늘었다고 읽는 편이 정확하다.

7

페블러스 관심의 이유

먼저 입장을 밝혀 둔다. 앞 장의 두 갈래 가운데 페블러스가 관심을 두는 쪽은 제약 갈래다. 일이 미리 적힐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데이터 쪽 문제이기 때문이다. 논문은 선택 갈래도 동등하게 열어 두었고 데이터로는 가릴 수 없다고 했다. 아래는 그 열린 상태를 인정한 채, 데이터 쪽에서 무엇이 보이는지를 적은 것이다.

7.1명세 가능성은 AI-Ready Data의 다른 이름이다

페블러스의 테제는 단순하다. 모델이 쓸 수 있으려면 먼저 데이터가 되어야 한다. 이 논문은 같은 문장을 노동 쪽에서 다시 쓴다. 에이전트가 맡으려면 먼저 일이 명세로 적혀야 한다.

에이전트 설정 파일 한 장은 사실상 업무의 스키마다. 목표가 있고, 절차가 있고, 도구와 입력이 지정돼 있고, 언제 호출되는지가 적혀 있다. 그것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 일이 이미 구조를 가진 대상이라는 뜻이다. 반대로 못 쓴다는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일이 아직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오터는 폴라니의 역설을 우회하는 첫 번째 길로 환경을 규칙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든다.

"The first path circumvents Polanyi's paradox by regularizing the environment, so that comparatively inflexible machines can function semi-autonomously."

설정 파일 한 장을 쓰는 일이 정확히 그것이다. 소프트웨어에서의 환경 통제다. 일을 미리 규칙적인 형태로 정돈해, 유연하지 않은 기계가 반자율로 돌 수 있게 만드는 것. 공장이 조립 라인을 만들어 로봇을 들였듯 지식노동은 명세를 써서 에이전트를 들인다. 그렇게 보면 위임 지도는 AI가 잡아먹은 직업의 지도가 아니라 이미 데이터가 된 일과 아직 아닌 일 사이의 경계선이다.

7.2지표를 만드는 방식이 지표가 보는 것을 정한다

이 논문에서 데이터 실무자가 가장 오래 들여다볼 대목은 결과가 아니라 구성이다. AAI는 직무 문장과 코퍼스 5만 3,515건 전부의 유사도를 평균한다. 그 한 줄의 선택이 지표의 성질을 전부 정한다. 값의 범위가 0.04에서 0.19로 눌리고, 딱 맞는 에이전트 하나는 평균에 묻히고, 코퍼스가 커질수록 개별 직무의 값은 오히려 희석될 수 있다.

흠결을 들추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지표는 집계 방식이 곧 관점이라는 이야기다. 데이터 품질은 원본에만 있지 않고 집계 규칙 안에도 있다. 같은 종류의 문제를 대화 코퍼스에 씌운 필터 하나가 절반을 걷어낸 사례에서 다룬 적이 있다.

7.3명세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가르는 절차

조직이 에이전트를 도입할 때 실제로 부딪히는 질문은 AI가 이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이 일을 미리 적을 수 있느냐다. 두 질문은 다르고, 이 논문의 최상단 구멍이 그 차이를 보여 준다. 실무 사양으로 옮기면 세 가지다.

  • 일감의 서술 단위가 있어야 한다. O*NET이 직업을 1만 8천 개 직무 문장으로 쪼개 놓았기 때문에 이 측정이 가능했다. 조직 안에는 그런 목록이 대개 없다.
  • 명세 가능성은 이분법이 아니라 정도다. 같은 직무라도 미리 적을 수 있는 부분과 판단이 남아야 하는 부분이 섞여 있다. 그 경계를 긋는 절차가 도입 계획의 첫 단계여야 한다.
  • 못 적는 일은 실패가 아니라 다음 데이터화 대상이다. 지금 명세되지 않는 일을 관찰 가능한 형태로 바꾸는 것이 페블러스가 로봇 시연과 산업 현장 데이터에서 해 온 작업과 같은 종류다.

같은 결론에 엔지니어링 쪽에서 독립적으로 도달한 연구도 있다. 기업의 제도적 지식이 사람이 읽는 형식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는 한 논문은 이렇게 적는다. "The bottleneck to effective agentic software development is not model capability but knowledge architecture." 병목은 모델의 능력이 아니라 지식이 놓인 구조라는 것이다.

7.4자동화를 관측하는 데이터도 누군가 유지해야 한다

저자들이 이 데이터를 고른 이유는 구하기 쉬워서가 아니다. 마켓플레이스가 계속 자라니 같은 절차를 그대로 다시 돌리면 사람들이 무엇을 자동화하기로 했는지의 변화를 시점마다 다시 잴 수 있다. 전문가 평정에 묶인 지표는 한 번 만들면 낡아 가지만 이 지표는 갱신된다. 게다가 설정 파일은 누가 무엇을 할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결과가 아니라 누군가 자기 일을 위해 실제로 만들어 둔 물건이다. 저자들이 현시선호에 가깝다고 적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이전트 설정이 고용 통계에 흔적을 남기기 전에 먼저 쌓인다면, 이것은 변화를 뒤늦게 확인하는 자료가 아니라 앞질러 보는 자료가 된다.

논문 말미에 조용히 놓인 문제가 하나 있다. 대화 사용 데이터는 소수 플랫폼 기업이 쥐고 있고 전문가 주석은 비싸고 느리다. 공개된 산출물만이 플랫폼의 협조 없이 관측 가능하고 갱신 가능하다. 그런데 저자들이 곧바로 덧붙인다. 그 공개 규범이 상업화와 함께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그 걱정은 추상이 아니었다. 논문이 코퍼스를 가져온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회사의 최근 이력은 다음과 같다.

시점 사건
2022베이징·우한에서 창업
2025 중반시리즈 B 후 싱가포르로 본사 이전
2025-12메타가 20억 달러 이상에 인수 합의
2026-04-27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인수를 차단하고 거래 철회를 요구
2026-06-15메타가 관계 청산을 공식화
2026-08-11독립 회사로 운영한다고 발표
2026-08-19본 논문 arXiv 제출
2026-08-25관할권별 규정 준수를 위한 데이터 삭제로 일부 접근 차단

논문 제출 엿새 뒤, 해당 서비스의 안내문에는 독립 회사로 운영을 재개하기 위해 특정 관할권의 규제 요건에 맞춰 예정된 데이터 삭제를 처리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확인된 것만 적는다. 마켓플레이스 색인이 사라졌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확인된 것은 일부 관할권의 접근 차단, 예정된 데이터 삭제, 그리고 소유권 분쟁뿐이다. 그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자동화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재는 공개 관측 창 하나가, 아무도 유지 책임을 지지 않는 공공재 위에 서 있다는 것.

데이터가 관측 가능한 상태로 유지되게 만드는 일, 계보와 갱신 이력이 남게 만드는 일. 페블러스가 데이터셋 쪽에서 다뤄 온 문제군이 여기에 그대로 걸린다. 자동화의 지도를 그리는 데도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논문을 오래 붙잡고 읽은 이유다.

(주)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
2026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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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본문의 수치는 1차 출처에서 직접 확인했다. 본 논문은 arXiv 공개본을, 비교 지표 셋은 각 원 논문과 발표 자료를, 임금과 고용 수치는 미국 노동통계국 원자료를 근거로 삼았다. 2차 요약에 의존한 항목은 본문에서 그때마다 밝혔다. 아래는 1차 출처, 비교 지표, 해석의 근거가 된 문헌, 스킬 생태계 자료, 그리고 같은 문제를 다룬 페블러스의 인접 글을 묶은 것이다.

1차 출처

비교 지표

해석의 근거

에이전트 스킬 생태계

방법·데이터

페블러스 인접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