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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 · 이주행 (페블러스 대표 / Code Painting Artist)

읽는 시간: ~10분 · English

Executive Summary

나는 코드로 그림을 그린다. 수학적 구조 안에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 출현하는 순간의 경이로움 — 그것이 Code Painting의 본질이다. 하지만 머릿속의 이미지를 코드로 번역하는 과정은 늘 고통스러웠고, 표현하고 싶은 것의 절반도 구현하지 못한 채 타협의 결과물을 '작품'이라 부르는 날이 많았다.

이 프로젝트는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시작되었다. AI(Claude)와의 Vibe Coding으로 감성적 언어가 곧바로 실행 가능한 코드가 되고, Wolfram Language로 생성된 G-code가 뉴로메카의 협동로봇 인디(Indy)에게 전달되어, 로봇팔이 붓을 들고 실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다. 디지털 좌표계의 추상적 선분이 물리적 잉크 자국이 되는 순간, Code Painting은 비로소 '물성(物性)'을 얻었다.

2026년 2월 27일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뉴로메카 본사를 방문해 'Robotic Painting' 시연을 직접 참관했다. 이 프로젝트는 페블러스(데이터 혁신)와 뉴로메카(로봇 혁신), 디지털과 피지컬, 인간과 AI, 예술과 기술 — 네 축의 교차점에서 피지컬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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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코드로 그림을 그리는가

나는 코드로 그림을 그린다. 프로그래머가 붓 대신 알고리즘을 들고, 캔버스 대신 좌표계 위에 선과 곡선을 배치하는 것 — 이것이 Code Painting이다.

왜 하필 코드인가. 수학적 구조 안에서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이 출현하는 순간이 있다. 무작위 시드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선들이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 그 순간의 경이로움은 붓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있다. 알고리즘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변주 — 같은 규칙에서 태어나지만 각각 유일한 형상들 — 그 안에서 나는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본다.

하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수십 줄의 코드를 짜고, 실행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다시 고치는 반복. 하나의 패턴을 완성하기까지 수백 번의 시행착오. 머릿속의 이미지를 코드로 번역하는 일은 마치 외국어로 시를 쓰는 것 같았다. 예술적 직관과 프로그래밍 능력 사이의 간극에서, 나는 늘 무언가를 포기해야 했다. 표현하고 싶은 것의 절반도 구현하지 못한 채, 타협의 결과물을 '작품'이라 부르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코드와 나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알고리즘의 결과물을 화면 너머 물리적 세계로 끌어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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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 Vibe Coding, 감성이 코드가 되는 방식

AI와의 공동 제작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작 과정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AI(Claude)와의 협업 코딩, 이른바 'Vibe Coding'이 도입된 것이다.

과정은 이랬다. 내가 "차가운 느낌의 해칭을 수평 평행선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하면, AI가 알고리즘을 구현한다. "따뜻함은 동심원으로, 날카로움은 크로스해치로" — 감성적 언어가 곧바로 실행 가능한 코드가 된다. 한 줄의 코드도 직접 쓰지 않고, 나는 미적 판단과 방향 설정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코딩 보조가 아니다. 대화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AI는 내 미적 취향을 학습했다. "이건 너무 규칙적이야, 좀 더 유기적으로" 같은 모호한 피드백이 다음 이터레이션에서 정확히 반영되는 경험. 마치 오랫동안 함께 작업한 조수가 생긴 것 같았다 — 단, 이 조수는 수학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결코 피로하지 않았다.

네 단계의 여정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네 단계를 거쳤다. 각 단계는 이전 단계의 결과물 위에 새로운 레이어를 쌓는 과정이었다.

Phase 1 — G-code 인프라

Wolfram Language로 G-code 생성·파싱·시각화 라이브러리(GCode.wl)를 구축. 화면의 선분을 CNC 기계가 이해하는 좌표 언어로 번역하는 다리.

Phase 2 — 무한 패턴 시스템

config(형상 벡터) × seed(난수) × m(그리드 크기)의 조합으로 패턴을 생성하는 GCodeTest.wl. 위상 분석 기반 자동 채널 분리까지.

Phase 3 — 실험과 큐레이션

19가지 형상 × 100가지 seed × 다양한 파라미터. 수천 개의 결과물 중 최적의 한 장을 찾는 대량 실험 파이프라인. Final-16 선정.

Phase 4 — 감성 해칭

루프 영역의 채우기가 작품의 감정을 결정. "mood + density" — 감성 키워드 하나와 밀도 숫자 하나로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제어.

세 가지 감성 키워드가 해칭 패턴을 지배한다:

cold

수평 평행선. 차가운 정밀함, 기계적 질서의 아름다움

warm

동심 타원. 따뜻한 포용, 유기적 중심성

sharp

45° 크로스해치. 날카로운 긴장, 격렬한 에너지

고통스러운 디버깅과 반복 실험의 시간이 사라진 자리에, 더 많은 가능성을 탐색할 여유가 생겼다. 이것은 코딩의 효율화가 아니라, 창의의 확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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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 화면에서 종이로, 그리고 그 너머

물성을 얻는 순간

Code Painting의 결정적 변화는 출력물이 화면 위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G-code — CNC 기계와 로봇이 이해하는 경로 언어 — 로 변환된 좌표 데이터가 뉴로메카의 협동로봇 '인디(Indy)'에게 전달되면, 로봇팔은 붓을 들고 실제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린다.

처음 인디가 붓을 들어 올리는 것을 보았을 때의 감각을 잊을 수 없다. 내 노트북의 Mathematica 화면에서 수천 번 보았던 선분들이, 실제 잉크가 되어 종이 위에 스며드는 순간. 디지털 좌표계의 추상적 선분이 물리적 잉크 자국이 되는 그 전환점에서, Code Painting은 비로소 '물성(物性)'을 얻었다.

화면의 픽셀로는 절대 재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종이의 질감과 잉크의 번짐, 붓의 압력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우연성. 같은 G-code를 실행해도 종이의 습도, 잉크의 점도, 붓끝의 마모 상태에 따라 결과물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알고리즘의 정밀한 결정론과 물리 세계의 예측 불가능한 우연이 만나는 지점 — 그것이 Robotic Painting의 고유한 미학이다.

예술적 결과물

최종 작품은 다층적이다. 형상을 결정하는 선의 구조(Line Grid), 그 위에 쌓이는 위상적 채널 분리, 그리고 감성 해칭이 부여하는 분위기. 각 레이어가 서로 다른 색의 펜으로 그려지며, 하나의 작품 안에 기하학적 질서와 감성적 표현이 공존한다.

19개의 config에서 출발해 16개의 최종 선택지, 그리고 각각에 수십 가지 시드와 감성 조합. 수학적으로는 수만 가지 변주가 가능하지만, 작가의 눈으로 큐레이션된 것은 소수다. 이 선택의 과정 자체가 예술 행위이며, AI는 가능성의 공간을 폭발적으로 넓혀주되,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인간에게 남겨둔다.

기술적 결과물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것은 작품만이 아니다. 재사용 가능한 완전한 소프트웨어 파이프라인이 탄생했다:

  • GCode.wl — Wolfram Graphics ↔ G-code 양방향 변환 라이브러리
  • GCodeTest.wl — 파라메트릭 패턴 생성 + 위상 분석 + 채널 분리 시스템
  • experimentFill — 실시간 인터랙티브 큐레이션 UI
  • 대량 실험 파이프라인 — 자동 생성 → 정리 → 큐레이션

이 파이프라인은 재사용 가능하다. 다른 작가, 다른 형상, 다른 해칭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다. Code Painting의 문법이 개인의 노트북을 넘어 공유 가능한 도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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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 세 개의 교차점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미술 실험이 아닌 이유는, 기술·예술·비즈니스 세 영역의 교차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가능성: 피지컬 AI의 실증

'피지컬 AI'라는 말이 산업 전반에서 화두가 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물류·제조·검사 같은 실용 영역에 집중한다. 이 프로젝트는 피지컬 AI가 예술 영역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실증이다.

핵심 기술 스택은 간결하다: Wolfram Language로 수학적 구조를 생성하고, G-code로 번역하고, 협동로봇이 실행한다. AI가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설계한 수학적 구조를 물리 세계에 '구현'하는 것이다.

Vibe Coding은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기술적 전환점을 보여준다. 자연어 → 코드 → G-code → 물리적 출력. 인간의 감성적 의도가 네 번의 번역을 거쳐 잉크 자국이 되는 전체 파이프라인이 작동한다는 것. 이것은 LLM이 단순한 코드 생성기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 사이의 의미론적 다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술의 가능성: 작가의 역할 재정의

AI가 코드를 쓰고 로봇이 그림을 그리면, 작가는 무엇을 하는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찾아가고 있다. 작가의 역할은 '실행'에서 '판단'으로 이동한다. 수천 가지 변주 중에서 어떤 것이 아름다운지, 어떤 감성 해칭이 이 구조에 어울리는지, 어떤 색의 조합이 이 종이 위에서 숨을 쉬는지 — 이 미적 판단은 AI도 로봇도 대신할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이것을 만드는가'라는 질문.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수만 가지 가능성 앞에서, 특정한 하나를 선택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이것이 AI 시대의 작가성이 아닐까.

비즈니스의 가능성: 데이터와 로봇의 콜라보

2026년 2월 27일,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뉴로메카 본사를 방문해 'Robotic Painting' 시연을 직접 참관했다.

"뉴로메카의 대표 협동로봇 '인디'를 활용한 '인디 아트' 데모를 직접 참관했다. (...) 로봇 정밀 제어 능력과 AI의 창의성이 결합된 피지컬 AI의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았다."

— ZDNet Korea, 2026.02.27

이 프로젝트는 여러 겹의 콜라보이다. 페블러스(데이터 혁신)와 뉴로메카(로봇 혁신), 디지털과 피지컬, 인간과 AI, 예술과 기술. 각각의 축에서 두 개의 다른 세계가 만난다.

"우리는 예술로 감각하지만 내부에는 물성에 관련된 피지컬AI가 콜라보의 핵심입니다. 예술을 위한 피지컬AI, 또는 피지컬AI를 위한 예술."

— Pebblous Inc.,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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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걸음

페블러스와 뉴로메카의 첫 콜라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뉴로메카 박종훈 대표, 황성훈 본부장과 본격적인 협업이 이어진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코드가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가 경로가 되고, 경로가 물성이 되는 전체 과정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AI는 나의 언어를 기계의 언어로 번역해 주었고, 로봇은 기계의 언어를 물리 세계의 흔적으로 바꿔 놓았다.

앞으로 탐구하고 싶은 것이 많다. 더 복잡한 형상 문법, 더 다양한 물성(잉크의 종류, 종이의 질감, 붓의 형태), 더 큰 스케일의 작품,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전시 형태. Vibe Coding의 가능성도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 관객이 자연어로 패턴을 디자인하고, 눈앞에서 로봇이 그려내는 인터랙티브 아트를 상상해 본다.

첫걸음을 떼었다. 코드와 물성 사이에 다리가 놓였다. 이제 그 다리 위를 걸어갈 차례다.

Pebblous Makes Data Tangible.

기술 스택

이 프로젝트에 사용된 핵심 기술 스택을 정리한다. 알고리즘 설계부터 물리적 출력까지의 전체 파이프라인이다.

항목 내용
알고리즘Wolfram Language (Mathematica 14.3)
AI 협업Claude (Anthropic) — Vibe Coding
G-code 라이브러리GCode.wl (자체 개발, 7개 공개 함수)
패턴 생성GCodeTest.wl (Line Grid + Topology + Hatching)
출력 포맷G-code (G00/G01/G02/G03)
로봇뉴로메카 Indy (협동로봇)
시각화PNG, PDF, Interactive Manipulate UI

출처

  1. [1] ZDNet Korea, "구윤철 부총리, 뉴로메카 방문...피지컬AI 시연 참관", 2026.02.27 — 기사 원문
  2. [2] Pebblous Inc. 공식 발표, 2026.02.27
  3. [3] Code Painting Essay — DAL (Data Art Lab), Pebblous — 코드로 그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