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AI 모델을 계속 가르치는 일을 변호사와 애널리스트에게 맡기겠다는 회사가 큰 투자를 받았다. Trajectory(트라젝토리)는 11월 2일 세쿼이아가 이끈 4,500만 달러 시리즈 A를 발표했고, 기업가치는 3억 달러로 매겨졌다. 엔비디아와 베서머 벤처 파트너스, 베인캐피털 벤처스가 함께 들어왔다. 스탠퍼드 동기 셋이 약 1년 전에 세운 직원 18명짜리 회사다.
제품은 지속 학습 플랫폼이고, 회사는 이번 발표에서 그 플랫폼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함께 알렸다. 고객사가 오픈소스 모델을 자기 앱에 연결하면, 플랫폼이 실제 업무에서 나온 피드백을 모아 모델을 다시 학습시킨다. 회사가 내세우는 대목은 그 피드백을 누가 남기느냐에 있다. 리서치팀이나 외부 라벨러가 아니라, 그 업무를 매일 하는 비기술 직군 전문가가 무엇이 좋은 답인지 직접 정한다는 것이다. 공동창업자 로낙 말디는 기초 모델을 "늘 새 직장에 처음 출근하는 아주 똑똑한 박사과정 학생"에 비유하면서, 경제가 값을 치르는 쪽은 한 직장에서 30년 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1절부터 4절까지는 테크크런치 기사에 적힌 사실과 공개 보도를 따라간다. 변호사의 하루치 판단이 학습 데이터로 바뀔 때 조직 안에서 누가 그 기준을 적고 그 기록이 누구 것이 되는지를 묻는 5절과 6절은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이번 발표에서 네 숫자만 추리면 이렇다. 앞의 셋은 회사의 몸집이고, 마지막 하나는 같은 시장에 먼저 값이 매겨진 경쟁사다.
출처: 테크크런치 (2026-11-02)
4,500만 달러
시리즈 A 조달액
세쿼이아 주도, 엔비디아·베서머·베인캐피털 벤처스 참여
3억 달러
이번 투자에서 인정된 기업가치
창업 약 1년, 직원 18명 시점의 값이다
5곳
이름이 공개된 고객사
Harvey·Rogo·Decagon·Mercor·엔비디아
32억 5천만 달러
경쟁사 Applied Compute의 기업가치
2026년 10월에 매겨진 값으로, Trajectory의 열 배를 넘는다
투자자 명단과 고객사 명단에 같은 이름이 있다
발표는 11월 2일에 나왔다. 세쿼이아가 라운드를 이끌었고 엔비디아, 베서머 벤처 파트너스, 베인캐피털 벤처스가 참여했다. 조달액은 4,500만 달러, 기업가치는 3억 달러다. 창업자는 스탠퍼드 동기 셋이다. 로낙 말디는 구글 딥마인드가 윈드서프에서 데려간 소수의 연구자 가운데 하나였고, 마이클 엘라브드도 딥마인드에 있었다. 아르준 카라남은 애플에서 생성형 기초 모델을 만들었다. 회사는 설립 1년 남짓에 직원이 18명이고, 오픈AI와 스트라이프, 넷플릭스 출신 리서처와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눈에 걸리는 것은 두 명단이 겹친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라운드에 돈을 넣은 투자자이면서, 기사가 밝힌 고객사 다섯 곳 가운데 하나다. 나머지 넷은 리걸 AI 회사 Harvey, 금융 AI 회사 Rogo, 고객 응대 에이전트를 만드는 Decagon, 그리고 AI 랩에 도메인 전문가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 Mercor다. 마지막 이름은 뒤에서 다시 보게 된다.
파는 것은 지속 학습 플랫폼이다. 고객사가 오픈소스 AI 모델을 자사 애플리케이션에 연결하면, 플랫폼이 모델의 성능에 대한 피드백을 실제 사용 과정에서 거둬들이고 그 피드백으로 모델을 다시 학습시킨다. 한 바퀴 돌 때마다 모델은 그 회사의 특정 업무에 조금 더 맞는 물건이 된다. 지금까지 이 플랫폼은 앞서 이름이 나온 고객사들 안에서 돌고 있었고, 회사는 투자 소식과 같은 날 이것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알렸다. 아래 그림이 그 한 바퀴다.
모델은 매번 첫 출근부터 다시 시작한다
말디가 기사에서 든 비유가 회사의 문제의식을 한 번에 보여 준다. 기초 모델은 "늘 새 직장에 처음 출근하는 아주 똑똑한 박사과정 학생" 같다는 것이다. 시험은 잘 보지만 이 조직이 어떻게 일하는지는 모른다. 그런데 경제가 값을 치르는 쪽은 한 직장에서 30년 일한 사람이라고 말디는 덧붙였다.
비유를 걷어 내면 남는 것은 축적의 부재다. 기사가 첫 문장에 깔아 둔 전제도 같다. 오픈AI가 만들었든 앤트로픽이 만들었든 오픈소스든, 지금의 모델은 추가 학습 없이는 자기 실수에서 배우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모델을 붙여도 어제 그 회사에서 벌어진 일이 오늘 모델 안에 남지 않는다. 같은 지적을 열 번 해도 열한 번째에 같은 실수가 나온다. 지속 학습이 메우겠다는 자리가 거기다.
그 축적이 무엇인지는 기사에 실린 두 사례에 나와 있다. Harvey에서는 변호사들이 특정 유형의 법률 계약서를 검토하는 일을 모델이 더 잘하도록 다듬고, Rogo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이 정해진 방법론에 따라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일을 모델에 익힌다. 둘 다 범용 성능을 올리는 작업이 아니다. 그 회사가 이미 쌓아 둔 작업물과 일하는 방식을 모델 쪽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 둘 만하다. 좋은 모델을 고르는 일과 그 모델을 우리 업무에 맞추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다. 앞의 문제는 모델 회사가 푼다. 뒤의 문제는 그 모델을 쓰는 조직이 풀어야 하고, 그 조직 안에서 무엇이 잘한 일인지는 그 업무를 매일 하는 사람이 가장 잘 안다.
품질 기준을 정하는 일이 연구팀에서 현업의 손으로 넘어간다
말디는 제품을 설명하면서, 변호사나 의사 같은 도메인 전문가가 "자기 조직에서 좋은 결과가 무엇인지"를 정하고 그것을 모델의 개선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는 그 말을 받아, 그런 전문가가 거의 자동으로 직접 모델을 개선할 수 있다고 적는다. 주어가 리서처가 아니라 전문가라는 점이 이 문장의 전부다.
지금까지 후학습에서 그 자리는 다른 사람들이 채웠다. 강화학습용 선호 데이터든 지도학습용 예시든, 어느 답이 낫다는 판정은 연구팀이 설계한 지침을 받은 전문 라벨러가 내렸다. 변호사가 그 과정에 참여하더라도 보통은 라벨 작업자로 고용되어 들어갔지, 자기 사무실에서 자기 사건을 처리하면서 참여하지는 않았다.
Trajectory가 제안하는 구조에서는 그 순서가 뒤집힌다. 변호사는 계약서를 검토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고, 그 사람이 모델의 초안을 고치거나 돌려보내거나 통과시키는 행위 자체가 피드백이 된다. 업무 기록과 학습 데이터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셈이다. 편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이야기다. 품질 기준을 정의하는 전담 조직이 따로 없어도 되지만, 거꾸로 말하면 아무도 그 기준을 명시적으로 쓰지 않은 채로 모델이 바뀐다.
한 문장으로 적으면, 모델의 성격을 정하는 권한이 리서치 조직에서 현업 부서로 옮겨 간다. 그 권한에는 책임이 따라붙는데, 기사는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지는지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전문가를 사 오는 길과 사내 전문가의 하루를 쓰는 길
도메인 전문가의 판단이 모델 품질을 가른다는 진단 자체는 새롭지 않다. 같은 진단에서 출발해 정반대 방향으로 간 회사가 이미 크게 자랐다. Mercor는 변호사, 의사, 전직 투자은행가 같은 전문가를 모아 프런티어 AI 랩에 연결하고 후학습 작업을 대행한다. 2025년 10월 보도 기준으로 3만 명 넘는 전문가 풀에 평균 시급 85달러 수준이었고, 그때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로 매겨졌다. 전문가의 시간을 사서 학습 데이터를 만드는 길이다.
Trajectory는 그 반대쪽 끝에 선다. 전문가를 새로 고용하는 대신, 이미 고용된 전문가가 오늘 처리한 업무를 그대로 신호로 쓴다. 두 회사가 경쟁 관계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Mercor는 Trajectory가 공개한 고객사 명단에 들어 있다. 전문가 데이터를 파는 회사가 전문가 피드백을 모델에 꽂는 회사의 고객이 됐다.
같은 시장을 겨냥한 다른 이름들은 기술자 쪽에 서 있다. 기사는 전 오픈AI CTO 미라 무라티가 세운 Thinking Machines Lab과 그 회사의 파인튜닝 플랫폼 Tinker, 기업이 자체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학습시키도록 돕는 Prime Intellect, 그리고 2026년 10월에 32억 5천만 달러로 평가받은 Applied Compute를 나란히 든다. Trajectory의 기업가치는 그중 Applied Compute의 10분의 1에 못 미친다. 아래 표가 네 갈래를 한자리에 놓은 것이다.
| 누가 | 품질 기준을 적는 사람 | 파는 것 |
|---|---|---|
| Trajectory | 고객사에 이미 있는 비기술 직군 전문가 | 업무 피드백을 모아 재학습까지 돌리는 플랫폼 |
| Mercor | 시급을 받고 들어온 외부 전문가 | 후학습용 전문가 인력과 그들이 만든 데이터 |
| Tinker (Thinking Machines Lab) | 고객사의 리서처·엔지니어 | 파인튜닝 플랫폼 |
| Prime Intellect | 고객사의 리서처·엔지니어 | 자체 에이전트를 만들고 학습시키는 환경 |
표의 둘째 칸이 Trajectory의 승부처다. 엔지니어가 다루는 도구를 더 좋게 만드는 경쟁에는 이미 돈 많은 선수가 여럿 있다. 그 경쟁을 피해, 지금까지 학습 과정에 손을 댄 적 없는 직군에게 운전대를 넘기겠다는 것이 이 회사의 선택이다.
그 기준을 적을 사람과 그 기록의 주인
여기부터는 기사에 없는 이야기다. 이런 플랫폼을 도입하려는 조직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스스로 정해 둬야 할 것들을 적는다.
5.1누가 매일 그 판단을 남기나
"이 답은 좋고 저 답은 나쁘다"를 남기는 일은 공짜가 아니다. 변호사가 모델 초안을 고치는 데 쓰는 10분은 그 사람이 다른 사건에 쓰지 못한 10분이다. 그 10분이 회사의 모델 자산으로 쌓인다면 그것은 업무이지 호의가 아니다. 그런데 이 노동은 성과 지표에 잡히지 않는다. 누구의 평가 항목에도 "모델을 가르쳤다"는 줄이 없고, 바쁜 날에 가장 먼저 생략되는 것도 이 줄이다. 도구가 작동하느냐보다 이 일을 누구 업무로 적어 두느냐가 먼저 정해져야 할 문제다.
5.2쌓인 피드백은 누구 것인가
기사는 데이터 소유권을 다루지 않는다.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계약 단계의 질문 목록이 된다. 고객사의 변호사가 남긴 판정이 그 고객사만의 모델에 들어가는지, 아니면 플랫폼이 다른 고객에게도 쓸 수 있는 자산이 되는지. 계약이 끝나면 그동안 쌓인 피드백과 그 피드백으로 길러진 가중치를 가지고 나올 수 있는지. 모델이 오픈소스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이 질문을 조금 쉽게 만들지만 전부 풀어 주지는 않는다. 가중치는 가져와도 그 가중치를 만든 파이프라인과 평가 기준이 플랫폼 쪽에 남으면 실질적인 이동은 어렵다.
5.3"사람이 루프 안에 있다"는 말의 무게
안전 문제를 꺼낸 쪽은 기사다. Trajectory의 지속 학습에는 재귀적 자기개선(RSI), 그러니까 AI가 자기 능력을 스스로 끌어올린다는 발상과 닮은 데가 있다고 적어 두고, 거기에 공동창업자 엘라브드의 답을 붙였다. 학습 과정에 사람을 계속 남겨 두기 때문에 자율적인 자기개선보다 안전하다는 것이고, 자율적 자기개선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나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타당한 구분이다. 다만 이 설명을 받아들이면 안전의 무게가 어디로 옮겨 가는지도 같이 봐야 한다. 루프 안의 그 사람은 리서처가 아니라 계약서 쉰 건을 처리해야 하는 변호사다. 안전장치가 작동하려면 그 변호사가 바쁜 날에도 성의 있게 판정을 남겨야 한다. 사람을 루프 안에 두는 설계는 사람에게 새 일을 하나 얹는 설계이기도 하다.
페블러스가 이 소식을 주목하는 이유
4,500만 달러라는 금액이 이 소식의 핵심은 아니다. 페블러스가 들여다보는 대목은 피드백이 데이터라는 사실이 제품 구조로 굳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AI Ready Data"는 대체로 학습에 넣기 전의 자료를 손질하는 이야기였다. 지속 학습 플랫폼에서는 모델이 돌아가는 동안 생기는 판정과 수정이 곧 다음 판본의 학습 자료가 된다. 데이터 품질 관리의 대상이 입력에서 운영으로 넓어진다.
그렇게 보면 익숙한 문제가 되돌아온다. 라벨러 둘이 같은 사례를 다르게 판정하면 모델이 흔들린다는 것은 오래된 상식이다. 현업 전문가 스무 명이 각자 자기 기준으로 모델에 신호를 주는 구조에서는 그 흔들림을 잡아 줄 지침이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 변호사 A는 보수적인 문구를 선호하고 변호사 B는 간결한 문구를 선호한다면, 둘의 피드백을 합친 모델이 배우는 것은 아무도 설계하지 않은 결과다.
이런 플랫폼을 검토하는 조직이라면 세 가지를 먼저 적어 보면 좋겠다.
- 우리 업무에서 "좋은 답"의 기준이 문서로 존재하는가. 없다면 모델에 보내는 신호는 담당자마다 다른 기준의 평균이 된다
- 그 기준을 적고 유지하는 일이 누구의 업무로 배정돼 있는가. 평가 항목에 들어 있지 않은 일은 바쁜 분기에 사라진다
- 그렇게 쌓인 피드백과 그것으로 길러진 가중치를 계약 종료 시점에 가져올 수 있는가. 가져올 수 있다면 어떤 형식으로 받는가
현업의 판단이 어떻게 데이터가 되는지는 이 블로그에서도 다뤄 온 주제다. 전문가가 AI 옆에서 일할 때 판단이 어디로 기우는지 잰 앤트로픽 실험 기사가 그 하나다. 그 실험이 보여 준 것은 전문가도 자기가 어느 쪽으로 밀렸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 사람의 판정을 그대로 학습 신호로 받는 구조라면, 기준을 글로 먼저 적어 두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4,500만 달러와 3억 달러, 직원 18명, 고객사 다섯 곳, 창업자 이력과 경쟁사 이름은 11월 2일 테크크런치 기사에서 가져왔다. Mercor의 전문가 규모와 시급, 100억 달러 기업가치는 2025년 10월 보도를 옮긴 것이라 그 시점의 값으로 읽어 주시면 좋겠다. 5절과 6절은 그 사실을 조직의 일로 옮겨 놓은 이 글의 해석이다. 현업 담당자의 판단을 모델에 흘려보내는 구조를 검토하고 계시다면, 그 기준을 누가 적고 있는지 들려주시면 반갑겠다.
(주)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
2026년 11월 4일
참고문헌
1차 보도
- 1.Temkin, M. (2026). "Trajectory raises $45M to make AI model training accessible to nontechnical experts." TechCrunch, 2026-11-02.
업계·배경 자료
- 2.Thinking Machines Lab. "One Year of Tinker."
- 3.Prime Intellect. "Introducing Lab."
- 4.Wikipedia contributors. "Mercor." (기업가치·전문가 풀 규모는 2025년 10월 보도 기준으로 본문에 시점을 밝혀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