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김호준 디토이에스지(Ditto ESG) 대표의 기고를 정리한 것이다. 김 대표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이투데이 오피니언면에 쓴 기고 네 편을 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이 요약했다. 1절부터 4절까지의 주장과 판단은 필자의 것이고, 5절은 차세대 기업 거버넌스에서 AI와 데이터의 역할을 다룬 페블러스의 에디토리얼이다. 원문은 글 끝 원문 절에서 볼 수 있다.
Executive Summary
스튜어드십코드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처럼 남의 돈을 맡아 굴리는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의 장기 가치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정한 원칙이다. 한국은 2016년에 이 코드를 만들었고 가입 기관은 249곳까지 늘었다. 김호준 대표는 네 편의 기고에서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다. 가입하고 공시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실제로 무엇을 했고 무엇이 바뀌었는가.
필자가 보기에 흐름은 분명하다. 2025년 말 정부가 내놓은 내실화 방안은 이행점검 대상을 2026년부터 3년에 걸쳐 넓히고, 정책을 갖췄는지가 아니라 활동과 성과를 해마다 공시하게 한다. 밸류업도 공시가 빠르게 늘었지만 공시의 양이 기업가치를 올려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 기고는 질문 자체를 바꾸자고 한다. 코드에 가입했느냐가 아니라, 위탁자가 내일 실사를 와도 그동안의 활동과 성과를 보여 줄 수 있느냐다.
김 대표는 이 흐름을 자본시장 개혁의 두 축으로 설명한다. 그동안 세 차례의 상법 개정이 기업 쪽을 바꿨다면, 이제는 4년 로드맵을 따라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키우는 차례라는 것이다. 네 편의 기고는 그 두 번째 축을 다룬다.
숫자로 본 한국 스튜어드십코드
기고에 나오는 숫자들은 한국 스튜어드십코드가 양으로는 넓어졌지만 실질을 점검하는 장치는 이제 막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249곳
스튜어드십코드 가입 기관
2025년 12월 말 기준. 2016년 제정 뒤 코드 개정은 한 번도 없었다
22개국
코드를 둔 나라
2010년 영국을 시작으로 2025년 말까지
7원칙 12활동
이행점검 항목
정책 보유가 아니라 활동 수행과 결과를 해마다 공시한다
2026~2028
이행점검 대상 확대
자산운용사·연기금에서 사모펀드·보험사, 증권사·은행으로
맡은 사람은 설명해야 한다
원문: 「스튜어드십코드 '합리적 균형' 찾길」, 이투데이 2025년 12월 31일
첫 기고는 성경의 달란트 비유로 시작한다. 주인은 떠나기 전 집사들에게 재산을 맡기고, 돌아와서 맡긴 돈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묻는다. 돈을 불린 두 집사는 칭찬을 받고, 땅에 묻어 둔 집사는 꾸중을 들으며 맡은 돈까지 빼앗긴다. 필자는 이 이야기에서 수탁의 세 요소를 읽는다. 맡긴 사람은 설명을 요구하고, 결과에 책임을 묻고, 평가에 따라 맡긴 자산을 줄이거나 거두거나 늘린다.
스튜어드십코드가 기관투자자에게 요구하는 것도 같다. 고객의 돈을 맡은 기관은 충실한 관리자로서 투자한 기업의 장기 가치를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기업에 문제가 생겼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침묵하면 그것 자체가 책임 위반이 된다. 정부도 코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고, 그 취지는 기관투자자의 충실한 활동으로 투자한 회사와 자본시장 전체의 가치를 높이자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의 현실을 영국·일본과 견준다. 영국은 금융당국이, 일본은 운용자금이 약 2,300조 원에 이르는 공적연금(GPIF)이 코드를 이끌며 여러 차례 고쳐 왔다. 한국은 2016년 제정 뒤 한 번도 개정하지 않았다. 가입 기관은 249곳으로 늘었지만 실제로 활동했는지, 효과가 있었는지는 점검하지 않았다. 코드의 실효성은 결국 금융당국과 공적 연기금이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 효과를 살피며 계속 고치는지, 이행을 어떤 방식과 강도로 점검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진단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방향은 '건설적 활동'과 '합리적 균형'이다. 기관투자자의 관여는 기업의 가치와 신뢰를 실제로 끌어올리는 쪽이어야 하고, 기업·투자자·자본시장·사회 가운데 어느 한쪽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의 이익에 맞아야 한다.
이행점검과 소액주주 연대
원문: 「"밸류업 위해 소액주주 연대할까요"」, 이투데이 2026년 2월 24일
두 번째 기고는 2025년 말 관계기관이 함께 발표한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을 풀어 설명한다. 요지는 코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준에 맞게 고친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이행점검과 공시 강화가 적용되는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히는 일정이다.
- 2026년: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 2027년: 사모펀드 운용사(PEF)와 보험사
- 2028년: 증권사, 은행, 투자자문사, 그리고 벤처캐피털(VC)과 서비스기관
점검은 코드의 7개 원칙에 딸린 12개 활동을 실제로 했는지를 본다. 이제 가입 기관은 정책을 만들어 공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에 맞는 활동을 하고 그 결과와 성과를 해마다 공시해야 한다. 필자는 이것이 외부 투자를 받은 기업과 자본시장 전체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제목의 '소액주주 연대'는 협력적 주주관여(Collective Engagement)를 가리킨다. 영국과 일본은 관여에 드는 자원과 비용을 줄이고 성과를 높이려고 투자자들이 함께 관여하는 방식을 적극 장려한다. 대량보유제도가 선진국 수준으로 바뀌면 주주총회 안건이나 특정 이슈에 대한 의견도 기관투자자들이 연대해 낼 수 있게 된다. 필자의 표현을 빌리면, 힘이 없어 의견을 못 낸다던 소액주주가 기업가치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 보자고 말하는 상황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이행점검의 방식으로는 두 길이 있다. 하나는 코드가 연성규범이라는 성격에 맞게 시장이 스스로 통제하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당국이 직접 이행감독에 나서 의무로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두 길이 모두 논의되고 있다. 2026년 2월에는 금융감독원이 해마다 이행감독을 할 수 있게 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필자는 자율규범이 시장의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선진 사례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경우에는 연기금처럼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점검이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해야 효과가 난다고 본다.
밸류업은 계획이 아닌 전략
원문: 「밸류업, 계획 넘어 '전략'으로 추진해야」, 이투데이 2026년 6월 23일 [진단과 제언]
세 번째 기고는 한국거래소가 펴낸 '2026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백서'에서 출발한다. 2024년 5월 본격 시행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빠르게 퍼졌다. 기업들은 주주환원, 자본효율성, 성장성을 중심으로 현황을 진단하고 목표를 내놓기 시작했고,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같은 주주환원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다. 밸류업 지수와 관련 상품도 늘면서 시장의 벤치마크와 자본배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공시가 늘어난다고 기업가치가 곧바로 오르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중요한 것은 공시의 양이 아니라 전략의 질이다. 그는 경영전략가 로저 마틴의 구분을 빌린다. 계획은 예산을 나누고 과제를 배분하고 실행을 점검하는 할 일 목록이다. 전략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일관된 선택의 체계이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까지 정한다. 활동들이 서로 이어지지 않고 시장이 납득할 가치창출 논리로 묶이지 않으면 그것은 계획에 그친다.
필자가 드는 일본의 우수 사례도 배당이나 자사주를 많이 늘린 기업이 아니다. 이사회가 자본비용을 계속 점검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자본배분 원칙을 분명히 하고, 주주와의 소통을 다듬은 기업이다. 계획을 많이 세운 기업이 아니라 시장이 믿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든 기업이 모범이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상장사가 밸류업 공시를 내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내놓는다.
- 우리 회사는 왜 시장에서 할인받고 있는가. 낮은 수익성, 성장성 부족, 비효율적인 자본배분, 지배구조와 주주 소통에 대한 신뢰 부족 가운데 무엇 때문인가
- 이사회는 자본비용을 기준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와 자본정책을 논의하고 있는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에 못 미치는 기업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것은 시장이 그 기업을 장부상 순자산보다 낮게 평가한다는 뜻이고, 한국 증시의 저평가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증거다. 필자에게 밸류업은 공시 의무가 아니라 자본시장이 기업에 던지는 전략적 질문이다. 상장사에게는 저평가를 풀 실행 과제이고, 기관투자자에게는 잠재가치가 큰 기업을 찾는 투자의 언어다.
증명의 시대
원문: 「스튜어드십코드, 이제 증명의 시대로」, 이투데이 2026년 10월 7일
네 번째 기고는 한국 스튜어드십코드가 새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예전에는 참여 여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실제로 무엇을 했고 무엇이 바뀌었으며 그것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필자는 그 신호로 국민연금을 든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코드 도입 여부, 관련 지침, 책임투자 보고서를 갖췄는지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위탁운용사를 평가했는데, 이제는 수탁자 책임 활동을 질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자금 추가 배정이나 회수에 연계할 계획이다. 스튜어드십은 ESG 부서의 일이 아니라 운용 역량의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
일본 GPIF는 이미 한발 앞서 있다. 기업을 몇 번 만났는지보다 그 관여가 투자전략에 맞았는지, 목표와 이정표가 있었는지, 기업의 행동이나 의사결정이 실제로 바뀌었는지를 본다. 필자는 여기서 관여 활동을 횟수가 아니라 이야기로 보여 주자고 제안한다. 어떤 이슈를 발견했고, 무엇을 목표로 대화했으며, 기업이 어떻게 대응했고, 그 뒤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하나의 밸류 스토리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의 말로는, 기업 미팅 100번보다 목표와 후속조치와 결과가 분명한 10건이 운용사의 역량을 더 잘 보여 준다.
이를 위해 필자는 스튜어드십의 '재무화'를 요구한다. 지배구조와 ESG 이슈가 매출, 비용, 투자지출, 리스크, 자본배분과 자본비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기업가치와 투자판단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기업가치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운용사에 책임만 더 요구해서는 제도가 굴러가지 않는다. 필자는 새 스튜어드십 생태계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넷으로 정리한다.
- 금융그룹이나 기업집단에 속한 운용사의 이해상충을 통제하고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을 지킬 장치
- 전문인력, 리서치, 데이터, 법률검토처럼 적극적 관여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전문펀드나 위탁보수
- 협력적 관여가 공동 의결권 행사로 이어질 때 생길 수 있는 공동보유 판단과 대량보유보고 문제를 정리한 세부 가이드라인
- 패시브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가 커질수록 중요해지는 개별 기업 의결권 행사와 관여 관행의 재점검
필자는 질문을 바꾸자는 말로 글을 맺는다. 코드에 가입했느냐가 아니라, 내일 위탁자가 실사를 와도 그동안의 활동과 성과를 자신 있게 보여 줄 수 있느냐다. 그가 말하는 상생의 수탁자 자본주의(Fiduciary Capitalism)는 “선언이 아니라, 그 증거에서 시작된다.”
다음 거버넌스는 AI와 데이터 위에 선다
이 절은 기고의 요약이 아니라 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의 에디토리얼이다. 김 대표의 주장이 아니다.
김 대표의 구분을 따르면, 기업을 움직이는 상법 개정이 한 축이고 기관투자자를 움직이는 스튜어드십 개혁이 다른 한 축이다. 열 달 사이에 쓰인 네 편을 나란히 놓으면 두 번째 축이 나아가는 방향이 보인다. 첫 기고가 맡은 사람은 설명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두 번째가 그 설명을 이행점검이라는 제도로 옮기고, 세 번째가 같은 논리를 기업의 밸류업에 적용하고, 네 번째가 설명의 기준을 증거로 끌어올린다. 가입했는가, 공시했는가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이 바뀌었는가로 질문이 옮겨 간다.
5.1증명의 규모는 사람 손을 넘어선다
증거는 기록에서 나온다. 어떤 이슈를 언제 발견했고 누구와 무엇을 이야기했으며 기업이 어떻게 응답했는지가 남아 있지 않으면, 밸류 스토리는 나중에 짜 맞춘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기고가 그리는 제도는 기록의 양을 크게 늘린다. 이행점검은 2028년까지 증권사와 은행으로 넓어지고, 기관마다 7개 원칙 12개 활동의 결과를 해마다 공시한다. 패시브 펀드와 ETF가 커질수록 한 운용사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기업은 수백 곳으로 늘어난다. 모든 투자 기업의 공시와 주주총회 안건을 읽고, 관여 기록을 남기고, 그 결과를 다시 엮어 설명하는 일은 사람의 손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필자가 스튜어드십의 '재무화'라고 부른 작업, 곧 지배구조와 ESG 이슈를 매출·비용·자본비용의 언어로 옮기는 일도 결국 데이터 작업이다. 흩어진 공시와 재무 자료, 관여 기록을 이어 붙이고 그 사이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쪽도 다르지 않다. 이사회가 자본비용을 기준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일은 믿을 만한 숫자가 없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는 차세대 기업 거버넌스가 이런 읽기와 연결과 설명을 AI가 거드는 방식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본다.
5.2AI가 만든 증거는 데이터만큼만 믿을 수 있다
다만 AI가 정리한 증거는 그 아래의 데이터만큼만 믿을 수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수치, 잘못 읽힌 공시, 기준이 서로 다른 ESG 점수가 섞이면 밸류 스토리는 그럴듯한 오답이 된다. 수탁자가 위탁자에게, 기업이 시장에 무언가를 증명하려면 결론만이 아니라 그 결론을 만든 데이터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다뤄졌는지도 함께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스튜어드십의 증명은 결국 데이터의 증명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페블러스가 이 기고들에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페블러스는 AI가 쓰는 데이터의 품질을 진단하고 그 이력을 기록하는 일을 해 왔다. 거버넌스가 AI와 데이터 위에서 움직이게 된다면, 그 바닥의 데이터가 믿을 만한지를 묻는 일도 거버넌스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증명의 시대를 그 질문에서 함께 준비하려 한다.
원문
모두 김호준 디토이에스지 대표의 이투데이 오피니언면 기고다. 전문은 이투데이에서 읽을 수 있다.
- 1.김호준. (2025). "[기고] 스튜어드십코드 '합리적 균형' 찾길." 이투데이, 2025-12-31.
- 2.김호준. (2026). "[기고] "밸류업 위해 소액주주 연대할까요"." 이투데이, 2026-02-24.
- 3.김호준. (2026). "[진단과 제언] 밸류업, 계획 넘어 '전략'으로 추진해야." 이투데이, 2026-06-23.
- 4.김호준. (2026). "[기고] 스튜어드십코드, 이제 증명의 시대로." 이투데이, 202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