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2023년 이후 단일세포 AI는 거의 한 가지 방식으로 수렴했습니다. 세포 하나를 유전자 토큰의 문장으로 보고, 언어 모델을 다루듯 트랜스포머로 학습하는 것입니다. Geneformer와 scGPT가 그 길을 닦았습니다. 그런데 2026년 7월 Stanford 연구팀이 arXiv에 올린 scVision은 그 문장을 접고, 세포 하나를 한 장의 이미지로 렌더링했습니다. 유전자를 104×104 격자 위에 배치하고 발현량을 픽셀 밝기로 그린 다음, 7,200만 개 인간 세포로 비전 트랜스포머를 학습시킨 모델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학습을 더 많이 해서가 아니라 표현 형식만 바꿔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scVision은 인코더를 얼린 채 미세조정 없이, 처음 보는 6개 조직 아틀라스 모두에서 세포 유형 분류 1위를 기록했습니다. 라벨을 단 1개만 준 상황에서도 경쟁 모델이 라벨 50개를 봤을 때의 성능에 맞먹었습니다. 다만 세포 유형 주석은 상대적으로 쉬운 과제라서, 교란·약물 반응 예측 같은 더 어려운 다운스트림에서도 통하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유전체학 사례를 빌려 데이터 준비의 한 축을 다시 봅니다. 같은 scRNA-seq 데이터라도 유전자 토큰으로 늘어놓으면 유전자 사이 관계와 발현 크기가 뭉개지고, 이미지로 그리면 살아납니다. AI-Ready Data를 흔히 결측치와 정제의 문제로 여기지만, scVision은 그보다 앞서 무엇으로 표현하느냐가 성능을 가른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7,200만
학습에 쓴 인간 세포
단일세포 사전학습 최대 규모 축 (scGPT는 3,300만)
라벨 1개 = 50개
극소량 라벨 성능
라벨 1개로 경쟁 모델 라벨 50개의 성능에 도달
6개 조직 1위
zero-shot 세포 유형 분류
미세조정 없이 held-out 아틀라스 전부에서 최고 정확도
미검증
교란·약물 반응 예측
더 어려운 다운스트림 과제는 아직 증명되지 않음
유전자를 문장으로 읽으면 무엇이 사라지나
단일세포 RNA 시퀀싱(scRNA-seq)은 세포 하나하나가 지금 어떤 유전자를 얼마나 켜고 있는지를 수만 차원의 숫자로 읽어 냅니다. 이 데이터로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려던 지난 몇 년의 시도는 대부분 자연어 처리의 플레이북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유전자 하나를 단어(토큰)로, 세포 하나를 그 단어들이 나열된 문장으로 보고, 언어 모델을 학습하듯 트랜스포머에 넣는 방식입니다. 2023년 Geneformer, 2024년 scGPT가 이 접근의 대표 사례이고, scGPT는 3,300만 개 세포로 학습해 이 분야의 기준선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 자체에 있습니다. 발현량은 원래 연속적인 크기를 가진 숫자인데, 토큰으로 다루려면 이를 몇 개의 범주로 나누거나 순위로 바꿔야 합니다. 이 구간화(binning) 과정에서 발현량의 크기 정보가 상당 부분 뭉개지고, 유전자들은 대체로 순서 없는 집합처럼 취급되어 어떤 유전자와 어떤 유전자가 함께 켜지는지, 그 공동 발현의 구조가 흐려집니다. "AI-Ready하게" 만들려던 전처리 단계가 정작 신호를 깎아 내는 지점이 된 셈입니다.
핵심 관찰: 토큰화는 데이터를 깨끗하게 만드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그 자체가 정보 손실의 관문이기도 합니다. 세포를 문장으로 읽는 순간 유전자 사이의 관계와 발현의 크기라는 두 가지 신호가 함께 얇아집니다.
세포를 이미지로 그린다는 것
scVision의 발상은 토큰화를 건너뛰는 데서 출발합니다. 세포 하나의 트랜스크립톰 전체를 한 장의 연속적인 2차원 이미지로 그리는 것입니다. 모든 유전자에게 104×104 격자 위의 고정된 좌표를 하나씩 배정하고, 이 배치를 모든 세포가 공유합니다. 세포마다 바뀌는 것은 각 좌표의 밝기뿐입니다. 발현량이 높은 유전자는 밝게, 낮은 유전자는 어둡게 그려지므로, 구간화 없이 발현 크기가 픽셀 강도에 그대로 담깁니다.
좌표를 어떻게 정하느냐가 이 방법의 핵심입니다. scVision은 Gromov-Wasserstein 최적운송(optimal transport)이라는 기법으로 유전자 배치를 최적화합니다. 함께 조절되는 유전자들이 이미지 위에서 서로 이웃하도록 자리를 잡게 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하나로 묶여 작동하는 유전자 프로그램이 이미지 안의 국소적인 텍스처, 즉 특정 영역의 밝은 얼룩으로 나타납니다. 세포의 상태가 그림의 질감으로 번역되는 셈입니다.
학습 방식은 컴퓨터 비전의 표준을 따릅니다. 8,600만 파라미터 규모의 비전 트랜스포머(ViT)를 마스크 이미지 모델링으로 사전학습합니다. 이미지의 일부를 가리고 나머지로 원래 모습을 복원하게 하는, 이미지판 빈칸 채우기 학습입니다. 학습 데이터는 7,200만 개 인간 세포로, 단일세포 사전학습 중에서도 최대 규모 축에 듭니다. 언어를 다루듯 세포를 읽던 관행이, 여기서는 사진을 다루듯 세포를 보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라벨 하나로 쉰 개를 따라잡다
결과를 읽기 전에 평가 방식부터 봐야 합니다. scVision은 사전학습한 인코더를 얼린 채, 즉 다운스트림 과제에 맞춰 미세조정하지 않고 곧바로 평가하는 zero-shot 설정을 택했습니다. 학습 데이터를 더 본 것이 아니라 표현 형식만 바꿔서 이겼다는 주장을 검증하려는 설계입니다.
결과는 네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학습에 쓰이지 않은 6개의 독립 조직 아틀라스 모두에서 세포 유형 주석 정확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균형 정확도는 조직에 따라 0.47에서 0.83 사이로 편차가 있었지만, 전 조직에서 최고 성적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둘째, 라벨이 극도로 적은 상황에서 특히 강했습니다. 라벨을 단 1개만 준 scVision이 경쟁 모델이 라벨 50개를 봤을 때의 성능과 맞먹었습니다. 셋째, 여러 연구 데이터를 합치는 통합 과제에서, 배치 라벨을 한 번도 보지 않고도 최상위 토큰 기반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내면서 생물학적 구조를 더 많이 보존했습니다. 넷째, 라벨을 전혀 주지 않고 세포가 실행 중인 유전자 프로그램을 되찾아 내는 과제에서도 기존 파운데이션 모델과 고전적 기법을 함께 앞섰습니다.
가장 강한 신호: 라벨 1개로 라벨 50개의 성능에 도달했다는 대목입니다. 라벨링 비용이 병목인 유전체학에서, 같은 데이터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만으로 필요한 라벨 수가 수십 분의 일로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지라서 이긴 걸 어떻게 아나
성능이 좋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원인이 이미지 표현인지, 그저 비전 트랜스포머라는 좋은 아키텍처인지 가릴 수 없습니다. 저자들은 이 질문에 직접 답하는 통제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유전자에 배정한 좌표를 무작위로 뒤섞는 것입니다. 네트워크 구조는 그대로 두고 이미지의 배치만 망가뜨리면, 성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가 표현의 기여도를 말해 줍니다.
좌표를 섞자 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더 중요한 지점은 그 하락폭이 비전 트랜스포머 자체를 걷어냈을 때보다 컸다는 것입니다. 아키텍처를 바꾸는 것보다 유전자가 놓인 공간적 위치를 흩뜨리는 쪽이 성능을 더 크게 무너뜨렸습니다. 성능의 원천이 트랜스포머의 우수함이 아니라, 유전자 배치가 담은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 구조에 있다는 것을 저자들이 스스로 확인한 셈입니다.
표현을 이미지로 바꾸면서 따라온 보너스도 있습니다. 이미지의 영역이 공동 발현 유전자 그룹에 직접 대응하므로, 모델의 어텐션 맵을 유전자 프로그램의 활성도 지도처럼 읽을 수 있습니다. 관련 유전자의 이웃을 통째로 가려 교란 효과를 관찰하는 공간적 마스킹 실험도 가능해집니다. 토큰 기반 모델에는 이런 연산에 대응하는 조작이 마땅치 않습니다.
과장은 경계해야 합니다. 전문 바이오 뉴스레터의 비평이 지적하듯, 세포 유형 주석은 단일세포 분석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하위 과제입니다. 이 성적만으로 흥분하기에는 이릅니다. 교란 예측이나 약물 반응처럼 더 어려운 다운스트림에서 이 표현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아직 열린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최적운송 계산의 확장성, 하나의 격자 배치가 모든 조직에 두루 타당한지, 희귀 세포 유형에서의 성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리: 레이아웃 셔플 실험은 "이미지처럼 처리해서"가 아니라 "유전자가 놓인 그 자리 때문에" 이겼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표현이 성능을 만든 사례가 하나 확인됐다는 것이지, 혁신이 확정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결측치가 아니라 표현 형식
유전체학 바깥으로 이 이야기를 끌고 나오면 데이터를 다루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질문이 남습니다. AI-Ready Data를 준비한다고 할 때, 우리는 대개 결측치를 채우고 이상치를 걸러 내고 형식을 맞추는 일을 떠올립니다. 데이터를 깨끗하게 만드는 문제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scVision이 보여 준 것은 그보다 한 단계 앞의 질문입니다. 같은 데이터를 무엇으로 표현할 것인가.
scRNA-seq 데이터는 어느 방식에서든 같습니다. 달라진 것은 그것을 유전자 토큰의 나열로 넣느냐, 유전자 발현 이미지로 넣느냐뿐입니다. 토큰으로 넣으면 유전자 사이의 관계와 발현의 크기가 얇아지고, 이미지로 넣으면 그 두 신호가 픽셀의 위치와 밝기로 되살아납니다. 데이터의 품질이 아니라 데이터의 표현이 성능을 갈랐습니다. 정제를 아무리 잘해도 표현 형식이 정보를 흘리고 있으면, 그 손실은 모델 단계에서 되돌릴 수 없습니다.
실무의 질문으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데이터를 준비할 때 정작 손대야 할 곳은 결측치인가, 아니면 표현 형식인가. 스키마를 어떻게 설계하고, 연속값을 어떻게 인코딩하고, 관계를 어떤 구조로 담을 것인가는 정제 이전에 결정되는 문제입니다. 표 형태가 당연해 보일 때 그래프나 이미지로 표현하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범주로 자를 때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먼저 묻는 일이 데이터 준비의 출발점에 놓여야 합니다.
한 줄 요약: 정제는 데이터를 깨끗하게 만들지만, 표현은 데이터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를 정합니다. scVision은 같은 세포라도 무엇으로 그리느냐에 따라 성능이 갈린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입니다. AI-Ready Data의 첫 질문은 결측치가 아니라 표현 형식일지 모릅니다.
참고문헌
- 1.Yesiloglu, R., Mostafa, S., Zou, J., Alizadeh, A., Wu, J., Xing, L., Adeli, E., & Islam, M. T. (2026). "A vision foundation model for single-cell biology via spatial gene cartography." arXiv:2607.14163.
- 2.Cui, H., Wang, C., Maan, H., Pang, K., Luo, F., Duan, N., & Wang, B. (2024). "scGPT: toward building a foundation model for single-cell multi-omics using generative AI." Nature Methods, 21, 1470–1480.
- 3.OmicsML. (2026). "Awesome Foundation Model for Single-Cell Papers." GitHub.
- 4.kiin.bio. (2026). "Stanford's scVision, Ohio State's conDitar, and the AllTheBacteria consortium." kiin.bio news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