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이 글은 로봇이 어떤 일에 기술적으로 가까운지를 직업과 산업과 지역 세 층위에서 한꺼번에 계산한 지수를 다룬다. MIT와 뉴욕대 연구진이 10월 16일 arXiv에 올린 ROE, 우리말로 옮기면 로봇 노출 지수다. 그동안 이런 지수는 소프트웨어 쪽 AI에 쏠려 있었고, 로봇 쪽은 특허 건수나 설치 대수로 대신 짐작해 왔다.
나온 그림은 그동안의 AI 일자리 논의와 방향이 반대다. 직업군을 로봇 노출 순위로 세우고 생성 AI 노출 순위로 다시 세워 견주면 두 순위의 상관계수가 −0.93이다. 다만 이 값은 로봇을 관찰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문서에서 추려낸 능력 목록을 언어 모델로 환산한 것이고, 저자들도 점수의 크기가 아니라 직업 사이의 순위로만 읽으라고 못 박았다.
4절까지는 논문에 적힌 사실을 따라가되, 표와 도식에서 페블러스가 보탠 자리는 그때마다 캡션에 적었다. 피지컬 AI 데이터가 모이는 현장과 그 현장에서 일하던 사람이 같은 지도 위에 있다는 5절은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앞의 둘은 이 지수가 가리키는 방향이고, 뒤의 둘은 그 방향이 지도와 직업표 위에서 벌려 놓은 폭이다.
출처: How exposed is work to robotics? Occupational, industry, and geographic measures(arXiv:2610.24267, 2026년 10월 16일)
−0.93
생성 AI 노출 지수와의 순위 상관
직업군 단위로 두 지수를 세우면 한쪽에서 위에 있던 직업군이 다른 쪽에서는 거의 그대로 아래에 있다
−0.85
창의성과 로봇 노출의 상관
임금(−0.42)과 학력(−0.71)도 같은 음수 방향인데, 세 축 가운데 창의성 쪽이 가장 가파르다
31% · 7%
와이오밍과 워싱턴 DC의 격차
고노출 산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다. 같은 나라 안에서 네 배 넘게 벌어진다
774개
점수가 매겨진 직업
같은 틀로 산업 250개와 미국의 카운티 단위까지 이어 붙였다
직업 774개, 산업 250개, 미국 카운티까지
노출 지수라는 도구는 이제 익숙하다. 어떤 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을 목록으로 적고, 사람이 직업에서 쓰는 능력을 목록으로 적고, 둘을 맞대어 겹치는 정도를 점수로 바꾸는 방식이다. 겹침이 클수록 그 기술이 그 직업의 업무에 기술적으로 가깝다고 본다. 생성 AI를 두고 나온 여러 추정치가 대개 이 틀에서 나왔다.
그런데 로봇 쪽에는 이 틀로 만든 지수가 없었다. 로봇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들은 대신 특허 건수나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를 끌어다 썼다. 그 수치가 비추는 것은 공장 바닥에 고정된 채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지난 수십 년의 로봇이다. 바퀴로 창고를 돌아다니고 작업자에게 물건을 건네는 요즘의 기계는 그 통계에 거의 잡히지 않는다.
Sebastian Sartor와 Neil C. Thompson(MIT FutureTech), Robert Seamans(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가 이번에 내놓은 것은 그 빈칸을 능력 기반으로 채운 첫 지수다. 생성 AI 노출 지수 AIOE를 만든 Felten 등의 2018년·2021년 틀을 그대로 따르되 기술 쪽 목록만 로봇으로 갈아 끼웠다. 결과는 세 벌로 나온다. 직업 774개에 매긴 ROE(Robotics Occupational Exposure), 북미산업분류 기준 산업 250개에 매긴 RIE(Robotics Industry Exposure), 그리고 그 산업별 값을 지역의 고용 구성으로 환산한 카운티 단위 RGE(Robotics Geographic Exposure)다. 직업과 산업과 지역을 한 틀로 잇는 로봇 노출 지수는 이번이 처음이다.
점수가 높게 나온 직업의 이름을 보면 지수가 무엇을 집어내는지가 금방 보인다. 말뚝 박는 기계를 다루는 사람, 재봉틀 조작원, 손바느질 기능공, 벌목 장비 조작원, 섬유·의류 프레스 작업자가 맨 위에 선다. 직업을 묶어서 보면 건설과 농업, 운송, 생산 쪽에 노출이 몰린다. 산업으로 옮겨 보면 벌목업과 광업, 화물 운송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창고업도 상위 스무 곳 안에 든다.
순위의 아래쪽은 사정이 다르다. 산업 250개 가운데 맨 끝자리는 법률 서비스이고 그 바로 위에 연예·스포츠 매니지먼트와 전문대학이 붙어 있다. 직업 774개에서는 외국어·문학 교수와 정치학 교수가 끝에 선다. 한쪽 끝에는 몸을 쓰는 일이, 반대쪽 끝에는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이 모인다. 상위 열 안에 화물 운송만이 아니라 도시 대중교통과 전세버스가 함께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운전석에 앉아 정해진 노선을 도는 일은 이 지수의 눈으로 보면 공장 작업과 그리 멀지 않다.
이름이 비슷한 다른 지수와 헷갈리기 쉬운 대목이 하나 있다. 앤트로픽이 9월 말에 내놓은 자체 로봇 노출 지수는 이 논문과 저자도 방법도 다르고, 비용과 도달 시점을 주로 묻는다. 그쪽 이야기는 따로 정리해 둔 글에 있다. 이 글이 다루는 ROE는 대학 연구진이 만든 공개 지수이고, 묻는 것은 시점이 아니라 순위다.
로봇을 한 대도 보지 않고 만든 지수다
이 지수를 만드는 데 로봇 한 대의 성능을 실측한 자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간 것은 문서다. 연구진은 학계 논문과 업계 자료, 정부·표준 문서 78건을 모아 언어 모델에 읽혔다. 먼저 PDF를 한 건씩 따로 처리해 거기 적힌 로봇 능력을 뽑아내고, 그다음에 뽑힌 것들을 합쳐 정리하는 두 단계를 구글 제미나이로 돌렸다. 그렇게 추려진 것이 여덟 영역에 걸친 능력 16가지다.
여덟 영역은 조작, 이동, 항법과 공간 인식, 지각과 감지, 인지와 계획, 인간-로봇 상호작용, 다개체 협동, 시스템 유지와 자율이다. 그 아래 놓인 능력 16가지에는 물건을 쥐고 다루는 일, 손안에서 섬세하게 돌리는 일, 험한 지면을 걷는 일, 지도를 만들고 자기 위치를 아는 일, 사람 옆에서 몸을 써서 돕는 일 같은 것들이 들어간다.
채점은 다른 모델이 맡았다. 능력 16가지를 미국 직업정보 데이터베이스 O*NET의 업무 능력 52가지와 하나씩 맞대면 832쌍이 나온다. 공개 가중치 모델 GPT-OSS-20B가 쌍마다 0점에서 4점까지 정수를 매기고, 그 값을 4로 나누어 0과 1 사이로 환산한다. 한 번 물어보고 끝내지는 않았다. 로봇공학자, 작업치료사, 산업공학자, 산업안전·인간공학 검사관이라는 네 가지 역할을 모델에 씌우고 각각 다섯 번씩 독립해서 물어, 쌍마다 스무 번의 채점을 평균했다.
능력 하나를 빼고 다시 계산해 보는 검사도 함께 돌렸다. 순위를 가장 크게 흔드는 것은 사람 옆에서 몸을 써서 돕는 능력과 험한 지면을 걷는 능력, 물건을 쥐고 다루는 능력, 과제를 이해하고 기능으로 풀어내는 능력이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를 빼서 순위가 뒤집히지는 않았다. 논문의 결론은 로봇 노출이 특정 능력 한 가지가 아니라 능력의 폭에 달려 있다는 쪽이다.
저자들이 직접 적어 둔 한계는 둘이다. 첫째, 점수는 고정된 프롬프트와 네 가지 역할 아래 언어 모델이 내린 판단이므로 ROE는 절대 수준이 아니라 순위로 읽어야 한다. 둘째, 능력 목록 자체가 골라 모은 문서 78건과 그것을 합치며 내린 선택을 반영한다. O*NET 쪽을 그대로 두더라도 다른 문서를 넣으면 능력의 선정과 정의가 달라지고 지수도 따라 움직인다.
임금과 학력이 낮을수록 지수가 올라간다
논문은 지수를 직업의 세 축에 겹쳐 본다. 임금과 요구 학력, 그리고 창의성이다. 직업을 임금 구간으로 줄 세우면 가장 낮은 칸의 표준화 ROE 평균이 +0.23이고 가장 높은 칸이 −0.65다. 요구 학력으로 나누면 가장 낮은 칸이 +0.85, 가장 높은 칸이 −1.22다. 업무에서 창의적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삼으면 가장 낮은 칸이 +1.29, 가장 높은 칸이 −1.07로 폭이 가장 크다. 상관계수로는 임금이 −0.42, 학력이 −0.71, 창의성이 −0.85다.
같은 직업표를 생성 AI 노출 지수로 다시 읽으면 순서가 거의 거꾸로 선다. 직업군 단위로 두 지수의 순위를 견주면 상관계수가 −0.93이다. 건설과 채굴 쪽은 로봇 노출에서 맨 위에 서고 생성 AI 노출에서는 아래에 머문다. 컴퓨터와 수학 쪽은 그 반대다.
이 대비가 눈에 띄는 까닭은, 지난 몇 년의 일자리 논의가 사실상 지수 하나만 보고 진행됐기 때문이다. 사무직과 고학력 전문직이 먼저 흔들린다는 이야기는 생성 AI 노출 지수가 가리키는 방향이다. 피지컬 AI를 따로 측정하자 겨냥되는 사람이 바뀐다. 두 흐름이 동시에 굴러가고 있다면, 어느 한쪽 지수로 그린 그림은 절반짜리다.
와이오밍과 워싱턴 DC는 로봇 앞에서 다른 나라다
산업별 노출을 지역의 고용 구성에 얹으면 지도가 된다. 어떤 주에서 고노출 산업에 속한 사람이 전체 취업자 가운데 몇 퍼센트인지를 세는 방식이다. 고노출 산업은 산업별 지수 RIE가 전체 평균보다 0.5 표준편차 위에 있는 산업을 가리키고, 저노출은 그만큼 아래에 있는 산업이다. 같은 계산을 주 단위 집계와 광역권 묶음을 걷어낸 카운티 3,217곳에도 매겼다.
| 주 | 고노출 산업 종사자 비율 | 어떤 산업이 많은 곳인가 |
|---|---|---|
| 와이오밍 | 31% | 광업과 자원 채취가 지역 고용의 큰 몫을 차지한다 |
| 노스다코타 | 28% | 농업과 에너지 산업이 함께 몰려 있다 |
| 켄터키 | 24% | 제조업과 물류가 주된 고용처다 |
| 인디애나 | 23% | 제조업 비중이 높은 중서부 주다 |
| 뉴욕 | 12% | 금융과 전문 서비스가 고용의 중심이다 |
| 워싱턴 DC | 7% | 행정과 지식 서비스에 고용이 쏠려 있다 |
▲ 고노출 산업 종사자 비율이 가장 높은 네 주와 가장 낮은 두 곳. 비율은 arXiv:2610.24267에서 가져왔고, 오른쪽 칸은 각 지역의 널리 알려진 고용 구성을 페블러스가 덧붙인 설명이다.
전국 평균이 이 표의 기준선이다. 미국 전체에서 로봇 노출이 높은 산업에 속한 취업자는 18%다. 같은 기준을 생성 AI에 적용하면 43%가 고노출 산업에 들어간다. 와이오밍의 31%는 전국 평균보다 13퍼센트포인트 위이고, 워싱턴 DC의 7%는 11퍼센트포인트 아래다. 두 지수가 덮는 면적부터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로봇 쪽은 닿는 범위가 좁고, 좁은 만큼 몇몇 주에 몰려 있다.
뉴욕시 한 곳만 떼어 보면 두 지수가 같은 도시를 얼마나 다르게 읽는지가 드러난다. 이 도시에서 일하는 사람의 62%는 로봇 노출이 낮은 산업에 있고, 58%는 생성 AI 노출이 높은 산업에 있다. 두 비율은 같은 사람을 나눈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기준으로 센 몫이라 더하면 100을 넘는다. 저자들은 두 지수가 가장 크게 어긋나는 곳이 큰 해안 도시라고 적었고, 워싱턴 DC와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도 같은 모양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뉴욕시 한 곳의 특이한 숫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로봇의 지도에서 안전지대인 곳이 AI의 지도에서는 한복판이다.
여기서 숫자를 어디까지 밀어도 되는지를 저자들이 직접 선을 그어 뒀다. 이 지수가 재는 것은 기술적 관련성이지 준비 상태나 비용, 도입 여부가 아니다. 논문의 표현을 그대로 따르면 이 측정치는 물리적 자동화가 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의 상한으로 읽어야 한다. 앞의 31%도 와이오밍 취업자 열에 셋이 로봇에게 일을 넘긴다는 뜻이 아니라, 기술만 놓고 볼 때 겹침이 가장 큰 쪽이 거기라는 뜻이다. 실제로 기계가 들어가느냐는 가격과 규제와 사람들의 수용이 따로 결정한다.
페블러스가 이 지수를 주목하는 이유
이 지수에서 가장 오래 눈이 머문 곳은 결과가 아니라 재료였다. ROE가 높게 나온 자리는 로봇이 거기서 잘한다는 관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문서 78건에 적힌 능력 목록이 그렇게 생겼기 때문에 나온 값이다. 문서는 대체로 잘된 시연과 성공한 연구를 적는다. 창고에서 상자를 집는 일, 험한 땅을 걷는 일, 사람에게 물건을 넘기는 일은 논문과 발표 자료에 자주 오르고, 그래서 목록에 또렷한 이름으로 들어앉는다. 아직 아무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아무 데도 적히지 않은 일은 목록에 없다.
측정 대상이 아니라 측정 재료가 결론을 정했다는 말은 비판이 아니다. 저자들이 두 번째 한계로 먼저 적어 둔 그대로다. 다만 이 한계가 피지컬 AI를 데이터 쪽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다른 질문으로 번진다. 로봇의 능력 목록을 문서가 아니라 현장 기록으로 쓸 수 있다면 그 목록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 기록은 지금 어디에 쌓이고 있는가.
답이 ROE 지도와 겹친다는 것이 이 글이 보려던 지점이다. 피지컬 AI를 학습시킬 데이터는 창고와 농장과 건설 현장과 물류 터미널에서 모인다. 로봇 노출이 가장 높게 나온 바로 그 산업들이다. 같은 현장이 데이터가 나오는 곳이자 그 데이터로 만든 기계가 먼저 닿는 곳이다. 지금 거기서 일하는 사람은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쪽이면서 동시에 지수가 가장 높게 가리키는 쪽에 서 있다.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에는 그 데이터가 누구의 손에서 나왔는지를 기록하는 일이 포함된다. 로봇 데이터에서는 이 기록이 특히 쉽게 빠진다. 궤적과 센서 값과 성공 여부만 남기면 학습은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떤 현장에서, 어떤 작업 조건에서, 누구의 동작을 보고 모았는지가 함께 적히지 않으면, 나중에 그 데이터가 어디에 쓰일 수 있고 어디에는 쓰면 안 되는지를 되짚을 방법이 없다.
Editor's Note
−0.93이라는 숫자를 처음 봤을 때는 결과가 선명해서 눈에 들어왔는데, 두 번째로 읽을 때는 그 선명함이 조금 불편했다. 두 지수 모두 같은 O*NET 능력표를 바탕에 깔고 서로 반대쪽 기술 목록을 얹은 것이라, 반대 방향이 나오는 것은 어느 정도 설계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도 어느 직업이 어느 쪽에 서는지는 설계가 정해 주지 않는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이 글의 사실관계는 arXiv에 공개된 논문 본문과 초록에서 확인했고, 수치는 두 차례 따로 대조했다. 현장에서 로봇 데이터를 모으면서 그 데이터가 어디서 나왔는지를 어떻게 남기고 계신지 들려주시면 좋겠다.
(주)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
2026년 10월 21일
참고문헌
- 1.Sartor, S., Seamans, R., Thompson, N. C. (2026). "How exposed is work to robotics? Occupational, industry, and geographic measures." arXiv:2610.24267.
- 2.Felten, E., Raj, M., Seamans, R. (2021). "Occupational, industry, and geographic exposure to artificial intelligence: A novel dataset and its potential uses."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42(12), 2195–2217. ROE가 그대로 차용한 생성 AI 노출 지수(AIOE) 방법론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