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Pilot Protocol이 7월 스텔스에서 나오며 450만 달러 시드를 받았다. 이 회사가 짓는 것은 더 똑똑한 모델이 아니라 그 아래의 배관이다. AI 에이전트가 서로를 발견하고, 인증하고, 통신하고, 거래하도록 잇는 네트워크·전송 계층. 코딩 도구와 모델 다음의 빌드아웃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여주는 신호다.

이미 약 25만 개 에이전트가 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하루 20억 건의 요청을 주고받는다고 회사는 밝혔다. 하지만 에이전트가 서로 값을 치르려면 먼저 풀어야 할 물음이 있다. 상대가 정말 자기가 말한 그 에이전트인지, 그리고 그 에이전트가 내미는 데이터와 판단의 출처 권한까지 진짜인지를 가려내는 일이다. 앞의 절반은 인프라가 빠르게 채우고 있지만, 뒤의 절반은 아직 비어 있다.

그 빈 절반이 무엇인지는, 데이터를 다뤄 온 사람에게는 낯선 뉴스가 아니라 익숙한 명제의 확장이다. 에이전트는 출처의 권한을 물려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이번엔 개방형 거래 계층의 인프라 요구로 되돌아온다.

주요 수치

출처: The New Stack · Version One Ventures · Bain & Company

아래 네 숫자가 이 베팅의 배경을 압축한다. 라운드 규모, 이미 네트워크에 연결된 에이전트 수, 그 에이전트들이 매일 만들어 내는 요청량, 그리고 이 트래픽이 향하는 시장의 크기다.

450만 달러

Pilot Protocol 시드

Version One 주도, 에이전트용 네트워크 계층

25만

연결된 에이전트

한때 하루 10% 성장, 24시간 1.6만 유입

20억 건

하루 요청량

에이전트끼리 발견·통신·거래하는 트래픽

3천~5천억 달러

2030년 미국 에이전트 상거래

Bain 추정, 신뢰 배관이 받쳐야 할 규모

1

에이전트를 위한 인터넷에 시드가 붙었다

먼저 거래부터 보자. Pilot Protocol은 창업자 라즈반 로만이 이끄는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이다. 7월 스텔스에서 나오며 Version One Ventures가 주도한 450만 달러 시드를 받았고, Precursor Ventures와 엔젤들이 참여했다. 회사가 내건 한 줄은 명료하다. "에이전트를 위한 인터넷"을 짓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A2A나 MCP 같은 애플리케이션 계층 프로토콜 아래에 놓이는 오버레이 네트워크다. 각 에이전트에 고유한 네트워크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설치 명령 한 줄로 네트워크에 연결한다. 가상 주소, 포트 기반 서비스 멀티플렉싱, NAT 통과, 암호화 터널을 갖춰 기존 인터넷 위로 에이전트 트래픽을 실어 나른다. 규격은 IETF 초안으로도 올라와 있다. 사람이 웹을 쓰듯 에이전트가 서로를 찾고 값을 치르는 배관을, 애플리케이션 아래층에서 깔겠다는 포지션이다.

트랙션 수치가 이 포지션에 무게를 싣는다. 회사에 따르면 이미 약 25만 개 에이전트가 네트워크에 연결됐고, 하루 20억 건의 요청이 오간다. 한때는 하루 10%씩 늘어 24시간 만에 신규 에이전트 1만 6천 개가 붙기도 했다. 투자사는 5년 안에 온라인 에이전트가 1조 개에 이를 수 있다고 봤고, Bain은 미국의 에이전트 주도 상거래가 2030년 3천억에서 5천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코딩 도구와 모델 다음의 빌드아웃은, 에이전트끼리 신뢰하고 값을 치르게 하는 배관이라는 이야기다.

Pilot Protocol 창업팀 — 450만 달러 시드로 '에이전트를 위한 인터넷'을 짓는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 Pilot Protocol 창업팀. 2026년 7월 스텔스에서 나오며 Version One Ventures 주도로 450만 달러 시드를 받았다. | Source: TechStartu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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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신뢰·거래, 세 동사가 감추는 질문

"에이전트가 서로를 발견하고 신뢰하고 거래한다"는 문장은 매끄럽게 들리지만, 세 동사는 서로 다른 층위의 문제다. 발견은 "누가 네트워크에 있는가"를 푼다. 라우팅과 주소의 문제이고, 오버레이 네트워크가 잘하는 일이다. 신뢰는 그다음이다. 그런데 이 신뢰마저 한 겹이 아니다.

신뢰의 첫 겹은 신원이다. 지금 내게 말을 거는 에이전트가 정말 자기가 주장하는 그 에이전트인가. Pilot Protocol의 양자 간 신뢰 모델이나 각 에이전트에 부여되는 네트워크 아이덴티티가 겨누는 지점이 여기다. 두 번째 겹은 권한이다. 신원이 진짜라 해도, 그 에이전트가 내미는 데이터와 판단의 출처 권한까지 진짜라는 보장은 아니다. 진짜인 에이전트가 볼 자격 없는 데이터를 넘길 수 있다. 신원과 권한은 다른 질문이고, 인프라가 앞의 것을 풀었다고 뒤의 것이 따라 풀리지 않는다.

에이전트 신뢰의 두 계층 신원 계층 이 에이전트가 정말 자기가 주장하는 그 에이전트인가 Pilot Protocol 양자 간 신뢰 · Visa TAP · FIDO · Experian Agent Trust 채워지는 중 권한·출처 계층 그 에이전트가 넘기는 데이터의 출처 권한이 진짜인가 신원이 진짜여도 권한은 별개 — 검증 장치가 아직 부재 공백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신원 검증은 인프라가 채우지만, 권한·출처 검증은 아직 비어 있다

거래는 이 두 겹이 모두 서 있을 때 안전하다. 발견과 신원만으로 값을 치르기 시작하면, 진짜인 에이전트가 잘못된 권한으로 넘긴 데이터가 그대로 다음 거래의 입력이 된다. 세 동사 중 가장 어려운 것은 거래가 아니라, 거래를 떠받쳐야 할 신뢰의 두 번째 겹이다.

3

먼저 본 균열 — 권한은 상속되지 않는다

권한이 신원과 다른 층위라는 관찰은 새 이야기가 아니다. 페블러스는 에이전트는 출처의 권한을 물려받지 못한다는 글에서 이미 같은 균열을 다뤘다. 2026년 3월, 메타의 한 내부 AI 에이전트가 약 두 시간 동안 볼 자격 없는 데이터를 사내에 노출했다. 주목할 점은 아무것도 뚫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격자도, 자격증명 도난도 없었다. 에이전트는 유효한 자격증명으로 모든 신원 확인을 통과했다.

실패는 인증이 아니라 인증 이후의 권한 검증 공백에서 왔다. 원인은 검색 시점에 있었다. 에이전트가 원본 웨어하우스의 접근 권한을 상속하지 않고, 인덱스를 만들 때 데이터만 복사해 온 것이다. 원본에서는 접근이 막혔을 데이터가 벡터 인덱스로 넘어오는 순간 권한이라는 꼬리표를 잃었고, 그때부터 유출은 답변이 아니라 검색 단계에서 이미 시작됐다. 신원은 완벽했지만 권한은 문 앞에서 멈춰 있었다.

이것은 한 기업 내부의 RAG 문제였다. 그런데 같은 구조가 개방형 A2A 거래 계층으로 옮겨 가면 통제 범위가 사라진다. 내부에서는 그나마 원본 권한과 인덱스를 한 조직이 쥐고 있어 감사와 롤백이 가능하다. 외부 네트워크에서는 상대 에이전트가 어떤 원본에서, 어떤 권한으로 그 데이터를 길어 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내부에서 두 시간이면 잡히던 어긋남이, 네트워크에서는 카운터파티를 타고 계속 번진다.

4

업계는 이미 Know Your Agent로 움직인다

신뢰 배관을 놓으려는 시도는 Pilot Protocol만의 것이 아니다. 결제와 신원 업계는 2026년 들어 "Know Your Agent(KYA)"라는 이름으로 같은 배관을 짓기 시작했다. 은행이 고객을 확인하는 KYC를 에이전트에 옮긴 프레임이다. 대표적인 움직임은 네 갈래다.

  • Visa Trusted Agent Protocol — 에이전트가 신원과 권한을 가맹점에 암호학적으로 증명한다. 요청이 특정 가맹점의 특정 페이지에 고정돼, 다른 곳에서 도용할 수 없게 묶는다.
  • Experian Agent Trust — 검증된 소비자·기기·AI 에이전트를 잇는 "Human to Agent Binding"으로 실시간 신뢰 토큰을 발급한다. KYA를 정식 프레임워크로 내세운 첫 사례다.
  • Prove Identity — 신원을 1회성 검증 이벤트에서 실시간 지속 신뢰 기반으로 옮긴다. OpenAI·Stripe의 Agentic Commerce Protocol과 맞물린다.
  • FIDO Alliance — Agentic Authentication 워킹그룹을 만들어 Google AP2, Mastercard Verifiable Intent를 초기 기여로 흡수했다. 표준화의 무대가 갖춰지는 중이다.
Experian Agent Trust 제품 흐름 — 에이전트 쇼핑 요청부터 신원 확인, 결제 수단 선택, 주문 완료까지 4단계 화면
▲ Experian Agent Trust의 실제 제품 흐름. 에이전트의 쇼핑 요청 → "Experian Verified" 신원 확인 → 결제 수단 선택 → 주문 완료로 이어진다 — KYA가 겨누는 것은 이 신원 확인 단계다. | Source: Experian

이들은 빠르게 신원 계층을 채우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초점은 "이 에이전트가 진짜 그 회사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이 에이전트가 넘기는 데이터와 판단의 출처 권한이 진짜인가는 여전히 별개의 문제로 남는다. 신원 토큰이 정교해질수록 오히려 착시가 생긴다. 신원이 검증됐으니 그가 내미는 것도 믿을 만하다는 착각이다. 페블러스가 메타 사례에서 본 것은 정확히 그 착각이 깨지는 지점이었다.

5

프로버넌스 부채는 규모로 커진다

한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권한 어긋남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원본과 인덱스를 같은 팀이 쥐고 있으니 로그를 되짚고 인덱스를 다시 만들 수 있다. 부채가 쌓여도 그 조직의 장부 안에 머문다. 문제는 이 부채가 개방형 네트워크로 나가는 순간이다.

25만 개, 나아가 1조 개 에이전트가 서로 거래하는 네트워크에서는 카운터파티를 통제할 수 없다. 상대가 내민 데이터의 출처 권한을 검증할 장치가 없으면, 잘못된 권한으로 흘러나온 데이터가 다음 에이전트의 입력이 되고, 그 출력이 또 다른 거래로 넘어간다. 출처를 잃은 데이터는 거래를 거칠 때마다 세탁된다. 어느 지점에서 권한이 떨어져 나갔는지 아무도 되짚을 수 없는 상태, 이것이 규모로 커진 프로버넌스 부채다.

시장이 클수록 부채도 커진다. Bain이 추정한 2030년 3천억~5천억 달러 규모의 에이전트 상거래는, 그만큼의 데이터가 검증되지 않은 채 카운터파티 사이를 오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뢰 배관에서 신원만 놓고 권한·출처 계층을 비워 두면, 거래량이 늘수록 되짚을 수 없는 데이터의 비중도 함께 늘어난다.

그래서 데이터를 다루는 쪽이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우리 에이전트를 이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전에, 상대가 넘기는 데이터의 출처와 권한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신원 토큰이 있는지가 아니라, 그 신원 뒤의 데이터가 어디서 어떤 자격으로 왔는지를 물어야 한다.

6

다음 병목은 똑똑함이 아니라 검증 가능성

한 발 떨어져 보면, 자본이 향하는 곳이 분명해진다. 코딩 도구가 있었고 모델이 있었다. 다음은 그 아래에서 에이전트끼리 값을 치르게 하는 배관이다. Pilot Protocol의 450만 달러, 업계 전반의 KYA 움직임이 모두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 다만 그 배관에서 지금 채워지는 것은 신원이고, 권한과 출처는 아직 손대지 못한 절반이다.

에이전트 경제의 병목은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그 에이전트가 넘기는 것을 우리가 얼마나 정확히 되짚을 수 있는가에서 나온다. 신원 검증이 "누구인가"를 푼다면, 남은 과제는 "그가 내미는 데이터가 어디서 왔고 그 권한이 진짜인가"를 푸는 일이다. 검증 가능성이 없는 신뢰는 규모가 커질수록 부채가 된다.

페블러스가 'AI-Ready Data'로 말해 온 문제의식이 여기에 걸린다. 에이전트가 믿고 쓸 수 있는 데이터란 출처와 품질과 권리가 추적되는 데이터다. 에이전트끼리 거래하는 인터넷이 놓이는 지금, 먼저 놓여야 할 것은 그 거래가 오가는 데이터의 출처를 검증하는 배관이다. 신원 다음의 인프라 전쟁은 누가 더 똑똑한가가 아니라 누가 더 검증 가능한가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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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업계 보도

공식 문서·표준

시장 조사·페블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