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이 글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설명회 웨비나에서 나온 한 문장을 읽는다. 수리과학부 부국장 준핑 왕은 연구비 초록과 관련 문서에 적힌 'AI'를 'SI'로 바꾸는 일을 "담당 프로그램 디렉터가 연구자와 함께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29일 서명된 행정명령 14434호가 연방 기관 문서의 '인공지능'을 '초지능'으로 바꾸라고 지시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그런데 그 행정명령은 바꿀 자리를 공문과 웹사이트, 보고서 같은 비법정 문서로 한정하면서, 이미 나간 규정과 대통령 조치, 계약, 연구비, 그 밖의 과거 문서는 고치지 않아도 된다고 따로 적어 두었다. 국립표준기술연구소는 이름을 바꾼 페이지마다 그 문장을 거의 그대로 옮겨 붙였다. 국립과학재단이 내놓은 제안은 바로 그 제외 목록에 들어 있는 연구비 문서를 겨냥한다. 미국물리학협회의 과학정책 소식지 FYI는 이를 두고 9월 행정명령이 요구한 범위를 넘어선다고 적었다.
여기까지가 행정명령 원문과 보도에 적힌 사실이다. 이름이 바뀐 기록과 바뀌지 않은 기록이 섞이면 'AI 연구비가 한 해 얼마였나'를 나중에 세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이 글 4절의 읽기는 어느 기관의 주장이 아니라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세 숫자를 뽑았다. 행정명령이 초지능의 법적 정의안에 못 박은 기한, 'AI 연구비'를 검색어로 긁었을 때 한 해 걸려 나오는 과제 수, 그리고 명령이 손대지 않아도 된다고 적은 문서의 갈래다.
출처: 행정명령 14434호 원문, 미국과학자연맹 'Trust Issues'.
60일
초지능의 법적 정의안 제출 기한
서명일부터 세어 11월 28일까지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이 입법안을 낸다
약 1,000건
한 해 'AI 연구비'로 걸려 나온 과제
컴퓨터정보과학공학국 한 곳, 2018~2022 회계연도. 초록을 검색어로 긁은 결과라 AI와 무관한 과제까지 섞였다
5갈래
행정명령이 안 고쳐도 된다고 적은 문서
이미 나간 규정, 대통령 조치, 계약, 연구비, 그 밖의 과거 문서
'바꿔 줄 수 있다'와 '바꾸라'는 다른 말이다
웨비나 자체는 평범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 수리·물리과학국이 수리과학 분야 연구비 공고를 설명하려고 연 온라인 설명회다. 재단 행사 안내를 보면 10월 7일 수요일 오후 두 시에 열렸고, 열두 개 넘는 프로그램을 묶은 공고의 신청 방법을 다뤘다. 미국물리학협회의 과학정책 소식지 FYI는 이 웨비나를 "수요일"이라고만 적었다.
그 자리에서 수리과학부 부국장 준핑 왕이 한 말을 FYI가 옮겼다. 연구비 초록과 관련 문서에 적힌 'AI'를 'SI'로 바꾸는 일을 "담당 프로그램 디렉터가 연구자와 함께 진행할 수 있다"(your program director may work with you by changing AI to SI)는 것이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재단 내부의 AI 도구가 제출 자료 일부를 요약하는 데 쓰일 수 있지만 "권고안을 만드는 데는 쓰지 않는다"(but not for making recommendations)고도 말했다.
문장의 핵심은 조동사에 있다. 바꾸라는 지시가 아니라 바꿔 줄 수 있다는 제안이다. 연구자가 요청하지 않으면 'AI'인 채로 남는 초록도 있을 테고, 프로그램 디렉터마다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 재단이 과제 전체를 한꺼번에 고쳐 쓰겠다고 발표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동시에, 고쳐진 문서와 고쳐지지 않은 문서가 같은 데이터베이스 안에 나란히 쌓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름을 손보는 움직임은 한 갈래가 아니다. 같은 소식지는 재단이 제안 심사위원회 여덟 곳의 이름을 새 부서 이름에 맞춰 바꾸려 한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이쪽은 행정명령이 아니라 조직 개편에서 비롯된 변경이다. 배경에는 2026 회계연도에 과학 기관들이 예년보다 훨씬 적은 수의 과제에 연구비를 집행했고, 재단이 예산 10억 달러 넘게 쓰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는 비판도 깔려 있다.
행정명령은 어디까지 바꾸라고 했나
9월 29일 서명되고 10월 2일 연방관보에 실린 행정명령 14434호의 제목은 '초지능 시대의 개막'이다. 이름을 바꾸는 이유는 1절에 있다. 지금 나온 시스템이 'AI'라는 말이 처음 가리키려던 대상을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다. 2절 (a)항의 지시는 짧다.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각 부처와 기관은 공문과 공개 자료, 웹사이트, 보고서, 정책 문서를 비롯한 행정부 안의 비법정 문서에서 'Artificial Intelligence'와 'AI' 대신 'Super Intelligence'와 'SI'를 쓰라는 것이다.
같은 절의 (b)항은 바로 다음 문장에서 선을 긋는다. "이 절의 어떤 내용도 이미 발급된 규정, 대통령 조치, 계약, 연구비, 그 밖의 과거 문서를 바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Nothing in this section requires the alteration of previously issued regulations, Presidential actions, contracts, grants, or other historical documents). 과거를 거슬러 고치지 않겠다는 설계가 명령문 안에 들어 있다.
3절은 뜻도 고정했다. '초지능'과 'SI'는 미국 연방법전 15편 9401조 3항이 정의한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가리킨다고 적었다. 이름만 바뀌고 법적 범위는 그대로라는 뜻이다. 다만 그 상태가 끝까지 가지는 않는다. 같은 절은 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에게 60일 안에, 그러니까 11월 28일까지 초지능의 연방 정의를 세우는 입법안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그 입법안에는 지금의 법정 정의를 고치거나 넓히는 안과 거기 맞춰 다른 조문을 손보는 안까지 담으라고 주문했다. 그때 정의가 넓어지거나 바뀌면 이름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명령이 닿는 자리도 좁다. 대상은 행정부 안이고, 법률이 정해 둔 용어는 바뀌지 않는다. 행정부 바깥에서 같은 대상을 무엇이라 부르는지는 이 명령이 정하지 않는다.
예외를 지킬지는 기관이 정한다
국립표준기술연구소는 안전한 쪽을 골랐다. 최근 초지능 관련 안내에서 이 지침이 "이미 발급된 규정, 대통령 조치, 계약, 연구비, 그 밖의 과거 문서의 변경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행정명령의 문장을 그대로 되풀이했다. 새로 만든 기준이 아니라 명령문의 예외 조항을 옮겨 적은 것이다.
그 문장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를 보면 쓰임이 더 분명해진다. 연구소는 이름을 바꾼 페이지 머리마다 안내를 달았다. 2026년 9월 29일 행정명령 14434호에 따라 AI를 SI로 바꾸었고, 다만 이미 끝난 작업과 과거 문서를 가리킬 때는 행정명령 2절 (b)항에 따라 그러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한 페이지 안에 두 이름이 같이 있다. 제목은 '인간 중심 SI'로 바뀌었는데, 행정명령 전에 내놓은 평가 체계와 과제는 이름에 'AI'를 그대로 달고 있고 항목마다 행정명령이 나오기 전에 마친 작업이라는 단서가 따로 붙어 있다. 바꾼 자리와 안 바꾼 자리가 둘 다 표시된 셈이다.
국립과학재단은 한 걸음 더 나갔다. 바꾸지 않아도 되는 목록에 올라 있는 연구비 문서를, 원하면 함께 고쳐 주겠다고 연구자들에게 안내했다. FYI는 기존 연구비 자료의 이름을 바꾸는 일이 9월 행정명령의 요구를 넘어선다고 짚었고,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사례를 바로 옆에 놓아 비교했다. 같은 명령, 같은 예외 조항, 같은 법적 정의 아래에서 두 기관이 서로 다른 선을 그은 셈이다.
이것을 규정 위반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행정명령은 과거 문서를 고치라고 요구하지 않았을 뿐, 고치지 말라고 금지하지도 않았다. 법적 의미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일은 법률 문제의 모양을 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는 자리는 다른 곳이다. 어떤 기관은 과거 문서에 손대지 않고, 어떤 기관은 요청이 오면 고치고, 같은 기관 안에서도 프로그램 디렉터와 연구자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페이지에는 바꿨다는 안내가 머리에 붙지만, 연구비 초록에는 그런 줄이 없다. 문서에 찍힌 이름은 그 선택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행정명령이 과거 문서를 제외한 이유는 명령문 안에 적혀 있지 않다. 다만 그 예외가 지켜지는 한 과거 기록은 한 가지 이름으로 남는다. 예외가 기관의 재량으로 조금씩 열리면,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이름이 문서마다 갈린다.
이름이 갈리면 세기 어려워진다
'AI 연구비가 한 해 얼마였나'를 세는 일은 생각보다 소박한 방법으로 이뤄진다. 미국과학자연맹이 국립과학재단의 신뢰할 수 있는 AI 연구비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은 재단 누리집의 과제 상세 검색에 AI, Artificial Intelligence, Machine Learning, ML, computer vision, NLP, Reinforcement learning 같은 낱말을 넣어 컴퓨터정보과학공학국 한 곳의 과제를 긁어모았다. 2018 회계연도부터 2022 회계연도까지 한 해 약 1,000건, 다섯 해를 합쳐 5,000건가량이 걸려 나왔다.
연구진은 그 목록이 과다포함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AI에 초점을 두지 않은 과제가 많이 섞였고, 정밀도보다 재현율을 택했기 때문이다. 빠뜨리지 않는 쪽을 먼저 택한 다음, 회계연도마다 100건씩 모두 500건을 무작위로 뽑아 두 사람이 제목과 초록을 읽고 다시 분류했다. 중요한 것은 이 방법이 예외가 아니라 표준에 가깝다는 점이다. 연구비 데이터베이스에서 주제별 금액을 세는 쪽은 결국 초록에 적힌 낱말을 센다.
이 5,000건이 재단 전체가 아니라는 점도 같이 봐야 한다. 검색 범위는 컴퓨터정보과학공학국 한 곳이었다. 이번에 이름을 바꿔 주겠다고 한 자리는 수리·물리과학국이니, 저 집계에 애초에 들어 있지도 않던 칸이다. 'AI 연구비'라는 말이 가리키는 범위가 세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정은 이름이 바뀌기 전부터 있었다.
그 낱말이 지금 바뀌고 있다. 검색어 목록에 'SI'와 'Super Intelligence'를 넣으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수 있다. 두 낱말을 더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어려운 쪽은 시점이다. 과제 하나의 초록이 2025년에는 'AI'로 적혀 있다가 2026년 어느 날 'SI'로 바뀌었다면, 그 과제는 어느 해의 AI 연구비인가. 데이터베이스가 현재 상태만 보여 주고 어디를 언제 고쳤는지 남기지 않으면, 2025년을 다시 세는 사람은 바뀐 뒤의 이름으로 과거를 보게 된다.
게다가 이번 변경은 전수도 아니고 규칙적인 치환도 아니다. 재단의 제안은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고, 다른 기관은 아예 손대지 않는다. 그래서 바뀐 기록과 안 바뀐 기록이 한 표 안에 섞인다. 'SI'만 세면 적게 나오고, 'AI'만 세면 바꾼 쪽이 빠지고, 둘을 합치면 같은 과제를 두 번 세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수조사라면 치환 규칙 하나로 끝날 일이, 선택적 변경에서는 기록을 한 건씩 맞춰 보는 일이 된다.
섞이는 자리는 재단 안에만 있지 않다. 행정명령이 행정부 문서에만 닿으니, 같은 과제를 가리키는 대학의 연구 관리 기록과 논문의 사사 문구, 주 정부 서류, 기업의 내부 규정은 'AI'로 남는다. 프라이버시 전문가 단체 IAPP는 이 점을 두고, 조직이 연방 자료에서는 'SI'를 보면서 법률과 주법, 계약, 내부 정책, 협력사 점검표에서는 'AI'를 계속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과제 번호로 양쪽을 이어 붙이려는 사람에게는 같은 대상이 두 이름으로 들어온다.
해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이름을 바꿀 때 바뀐 사실을 함께 적어 두면 된다. 과제 식별자는 그대로 두고, 옛 이름과 새 이름을 별칭으로 묶고, 언제 무엇을 바꿨는지 변경 이력에 남기는 방식이다. 국립표준기술연구소가 페이지마다 달아 둔 안내가 그 최소 형태다. 근거가 된 조항과 바꾼 범위, 바꾸지 않은 자리가 한 줄에 적혀 있다. 행정명령이 과거 문서를 제외한 설계는 이 일을 아예 피해 가려는 쪽에 가까웠다. 예외를 열기로 한 기관이라면 그 대신 기록을 남겨야 한다.
페블러스가 이 일을 주목하는 이유
이 소식은 보통 정치 뉴스로 읽힌다.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에게는 다른 것이 먼저 보인다. 이름은 설명이기도 하지만 식별자이기도 하다. 검색도 집계도 비교도 그 낱말을 붙들고 이뤄진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는 일은 문서 편집이 아니라 데이터 작업이고, 어디까지 바꿀지를 각자 정하게 두면 그 작업은 나중에 다른 사람의 몫으로 넘어간다.
페블러스가 AI-Ready Data를 말할 때 늘 붙이는 조건이 있다.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이름이 소스마다 달라도 계보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일은 그 조건이 지켜지지 않을 때 무엇이 흐려지는지를 국가 규모로 보여 준다. 법적 의미는 바뀌지 않는다는 선언만으로는 과거를 다시 세는 일이 보장되지 않는다.
사내 용어를 바꾸는 팀이라면 같은 자리에서 물을 것이 셋이다. 바꾸기로 한 범위를 문서로 적어 두었는가. 옛 이름과 새 이름을 이어 주는 별칭이 어딘가에 있는가. 언제 바꿨는지 날짜가 남는가. 셋 다 이름을 바꾸기 전에는 쉽고, 바꾼 뒤에는 복원하기 어렵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행정명령 전문은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웨비나 발언은 AIP FYI에서, 법률 쪽 해설은 IAPP와 Freshfields에서 볼 수 있다. 조직에서 용어를 바꿀 때 기록을 어떻게 남기는지, 각자의 방식이 있다면 나눠 주시면 좋겠다.
참고문헌
R.1보도·법률 해설
- 1.FYI (American Institute of Physics). (2026). "The Week of October 12, 2026." 웨비나 발언을 처음 전한 1차 보도. 준핑 왕 발언 원문,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사례와의 대조, 심사위원회 명칭 변경 소식, 2026 회계연도 예산 미집행 비판의 출처.
- 2.IAPP. (2026). "AI by any other name: White House directs federal agencies to enter the era of super intelligence." 행정명령 14434호 법률 해설. 행정부 바깥(주법·계약·내부 정책)에서는 'AI' 명칭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지적의 출처.
- 3.Freshfields. (2026). "Trump executive order mandates shift to 'Super Intelligence'." 행정명령의 적용 범위·예외 조항·60일 입법 시한에 대한 법률 해설.
R.2공식 문서
- 4.The White House. (2026). "Inaugurating the Era of Super Intelligence" (Executive Order 14434). 2026년 9월 29일 서명. 1절(목적), 2절 (a)(b)항(적용 범위와 과거 문서 제외), 3절(정의 불변과 60일 입법 지시)의 원문 출처. 2026년 10월 2일 연방관보 게재.
R.3데이터 분석
- 5.Alexander, L., Kaushik, D. (2023). "Trust Issues: An Analysis of NSF's Funding for Trustworthy AI."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 컴퓨터정보과학공학국(CISE) 키워드 검색 방법론, 2018~2022 회계연도 약 5,000건 과다포함 집계, 500건 무작위 재분류 수치의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