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데이터 주권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대개 서버가 어디 있는지, 모델 가중치를 누가 쥐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뉴질랜드 연구자 다섯 명이 2026년 8월 9일 arXiv에 올린 논문은 그보다 훨씬 앞쪽에 걸린 문제를 짚습니다. 뉴질랜드 대학들은 자기 데이터 생태계 안에서 마오리 연구 데이터를 추적할 내부 장치를 갖고 있지 않고, 그래서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스스로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이 상태를 정보 공백이라고 부릅니다. 기관도 마오리도 그 데이터를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으니 권한을 행사할 대상도 특정되지 않습니다. 논문이 제시한 마오리 연구 데이터 주권(MRDSov)은 발견 가능성과 데이터 거버넌스, 커뮤니티 관계 세 가지가 서로를 떠받쳐야 작동하는 구조이고, 그중 발견 가능성이 빠지면 거버넌스는 기관의 일반 규범으로 기본값이 잡힙니다.
이 글은 논문이 메타데이터에 요구한 것을 정리하고, 같은 질문을 한국의 공공데이터와 의료데이터 카탈로그에 옮겨 봅니다. 뉴질랜드의 진단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습니다. 옮겨 올 수 있는 것은 진단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목록이 비어 있으면 권한도 비어 있다
이 논문이 다루는 것은 마오리 데이터 주권(MDSov)이 이미 세워 둔 원칙이 아닙니다. 그 원칙을 데이터를 실제로 모으고 보관하는 기관 안에서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입니다. 와이카토대학교의 폴 브라운과 테 타카 키건, 오클랜드대학교의 키리 웨스트와 하나 라파타, 테 와낭아 오 아오테아로아의 마리 시핸이 함께 썼습니다. 대학과 국립연구기관은 마오리에 관한 데이터를 오랫동안 수집해 왔지만, 그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고 관리하며 거기서 나온 지식의 이익을 어떻게 커뮤니티에 돌려줄지에 대한 고려는 대체로 빠져 있었다고 저자들은 적습니다.
저자들은 연구가 중립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이 문제를 꺼냅니다. 서구의 연구 방법이 원주민 공동체에 추출적으로 작동해 온 사례가 쌓여 있고, 데이터화가 연구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동안에도 그 시스템은 원주민을 구조적으로 배제해 왔다고 논문은 적습니다. 대학이 수집한 마오리 연구 데이터에 원주민의 권리를 세우는 정책은 드물고, 이 논문은 그렇게 남은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라고 스스로 밝힙니다.
논문에서 가장 구체적인 진단은 3장에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대학들은 데이터 생태계 안에서 마오리 연구 데이터를 추적할 내부 장치가 없고, 따라서 자기가 어떤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 실제로 얼마나 존재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자들은 이 상태를 정보 공백(information vacuum)이라고 부릅니다. 기관도 마오리도 그 데이터를 설명하고 통치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자기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 세라는 요구는 이 논문이 처음 꺼낸 것이 아닙니다. 세계 원주민 데이터 연합이 2023년 대학에 보낸 성명은 원주민에 관한 모든 데이터가 원주민 데이터임을 인정하고, 기관의 시스템이나 연구 파트너가 보유한 그 데이터를 식별해 파악하며, 현재와 미래의 이용에 원주민의 권한과 접근권, 통제권이 보장되도록 정책을 두라고 촉구했습니다. 목록을 만드는 일이 권고의 앞자리에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발견 가능성은 검색창에 무언가를 치면 결과가 나오는 능력이 아닙니다. 논문의 정의는 적절한 설명과 메타데이터, 발견 장치를 통해 연구 데이터의 존재와 성격을 찾아내고 식별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마오리 연구 데이터는 사람과 장소, 역사에 계보로 이어져 있어서 그 존재와 유래, 이용 조건이 인정되지 않으면 제대로 수집될 수도, 의미 있게 통치되고 해석되고 사용될 수도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전제입니다.
논문은 발견 가능성과 거버넌스의 관계를 한 문장으로 못박습니다. 발견되지 않는 데이터에 거버넌스를 의미 있게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발견 가능성이 없는 자리에서 거버넌스는 기관의 일반 규범으로 기본값이 잡히고, 그 기본값이 랑가티라탕가(마오리의 권한)를 침식할 위험을 안습니다. 권한 선언이 문서에 남아 있어도 그 권한을 걸 대상이 시스템 안에서 특정되지 않는 셈입니다.
세 요소는 따로 서지 못한다
저자들이 제안한 마오리 연구 데이터 주권은 새 원칙을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이미 있는 마오리 데이터 주권 원칙을 연구 데이터의 생애주기라는 영역에 적용한 것이고, 바뀌는 것은 토대가 아니라 적용 범위라고 논문은 분명히 적습니다. 그 적용을 실무로 옮기는 통로가 세 가지입니다. 데이터 발견 가능성, 데이터 거버넌스, 커뮤니티 관계입니다.
토대가 되는 마오리 데이터 주권은 마오리 데이터를 타옹가, 곧 마나(존중)와 적극적 보호를 받아야 할 보물로 봅니다. 테 마나 라라웅가가 정리한 원칙 문서가 여섯 개 원칙과 열여섯 개 세부 원칙으로 그 뜻을 풀어 두었고, 이번 논문은 그 원칙을 그대로 둔 채 적용 영역만 연구 데이터로 옮깁니다.
거버넌스는 연구 데이터에 관한 결정 권한을 누가 갖는지 정하는 장치입니다. 논문은 이것을 정책 준수의 문제가 아니라 집합적 권한과 책임의 체계로 보고, 이위와 하푸 같은 마오리 집단의 권한을 적절한 층위에서 인정하는 구조를 요구합니다. 법적 소유권이나 행정적 통제를 앞세우는 일반적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과 갈라지는 지점입니다. 커뮤니티 관계는 연구자와 기관과 마오리 커뮤니티 사이의 호혜적 관계를 뜻하고, 한 번 받고 끝나는 협의가 아니라 연구 질문과 데이터 실무, 해석과 결과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파트너십을 가리킵니다.
거버넌스를 두고 논문이 대학에 지정한 역할은 분명합니다. 마오리 데이터의 주권은 마오리의 배타적 권리이고, 기관은 그 권리가 행사되도록 구조를 세울 수 있을 뿐 스스로 그 주권을 가졌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커뮤니티 관계 쪽에서도 같은 방향의 요구가 나옵니다. 2023년 보고서는 대학 안의 문화가 바뀌어야 하며 마오리와의 관계가 연구 데이터 실무에 자리 잡아야 그 데이터가 신뢰받고 정당성을 얻는다고 적었습니다.
셋의 관계는 순서가 아니라 순환입니다. 발견 가능성은 데이터를 보이고 추적할 수 있게 만들어 거버넌스를 가능하게 하고, 거버넌스는 그 가시성이 어떻게 권한과 책임으로 번역되는지 정해 발견 가능성에 의미를 줍니다. 관계는 그 둘이 추상적 개념으로 떠 있지 않도록 실제 관계와 티캉가(마오리의 문화와 규범) 위에 묶어 둡니다. 논문에는 커뮤니티가 자기가 찾아내지도 알아보지도 못하는 데이터에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문장이 그대로 나옵니다.
논문 부록 B는 세 요소를 마오리 데이터 주권 원칙과 하나씩 맞춰 둡니다. 발견 가능성은 화카파파(계보적 연결)에 가장 직접 대응합니다. 메타데이터가 출처와 관계, 맥락을 기록해 데이터가 사람과 장소, 지식 체계에 이어져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같은 발견 가능성이 랑가티라탕가에도 걸립니다. 발견 장치가 마오리의 권한과 거버넌스 기대, 이용 조건을 신호하면 데이터에 접근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마오리의 결정이 인정되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표에 카이티아키탕가(돌봄과 수탁)가 하나 더 걸립니다. 보이지 않거나 부실하게 서술되었거나 계보에서 끊어진 데이터에는 장기적 돌봄의 책임을 행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 근거입니다. 가시성은 그 책임의 선행 조건입니다.
FAIR는 데이터를 열라고 말하지 않았다
연구 데이터 관리의 공용어는 2016년에 나온 FAIR 원칙입니다. 찾을 수 있고(Findable), 접근할 수 있고(Accessible), 상호운용되고(Interoperable), 재사용 가능한(Reusable) 상태를 가리킵니다. 논문이 FAIR를 소개하면서 특히 힘주어 짚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FAIR는 데이터가 공개일 것을 요구하지 않고, 접근 조건이 분명하게 정의되어 있을 것을 요구합니다. 적절한 거버넌스 아래에서 다시 쓸 수 있게 하려는 원칙이라는 뜻입니다.
FAIR가 나온 배경도 다르지 않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데이터를 다시 찾지도 접근하지도 다른 데이터와 잇지도 못하게 되어 과학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잃는다는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원 논문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고유 식별자와 내용을 갖춘 메타데이터, 표준 형식이 함께 있어야 사람과 기계가 그 데이터를 이해하고 다시 쓸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이 구분은 실무에서 자주 무너집니다. FAIR를 개방과 같은 말로 읽으면 데이터셋을 더 많이 공개하는 쪽으로 목표가 옮겨 가고, 접근 조건을 명시하는 작업은 공개를 막는 장애물처럼 취급됩니다. 논문이 인용한 2020년 CARE 원칙은 그 자리를 정확히 겨냥합니다. 집합적 이익(Collective Benefit), 통제 권한(Authority to Control), 책임(Responsibility), 윤리(Ethics) 네 축으로, FAIR가 기술적 재사용을 다룬다면 CARE는 그 데이터가 누구에게 어떤 함의를 갖는지를 함께 다룹니다.
둘은 경쟁하지 않습니다. 논문은 CARE가 FAIR를 보완하는 프레임이며, 실무에서는 FAIR 기반 인프라와 메타데이터 표준, 공유 정책에 권한과 이익과 윤리적 수탁을 반영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고 정리합니다. 그래서 발견 가능성의 방향도 무제한 개방이 아닙니다. 논문의 표현으로는, 데이터가 유래한 마오리 개인과 집단이 정한 조건 위에서의 투명성을 향합니다.
이 간극은 뉴질랜드 연구 데이터 지형을 조사한 2023년 보고서가 이미 지적한 바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생산하거나 사용하는 데이터 상당 부분이 기대만큼 관리되지 않고 있으며, 마오리와 관련되거나 마오리에게서 나온 데이터는 마오리 데이터 주권 프레임이나 CARE 원칙의 요구를 자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진단이었습니다. 그 보고서가 대학과 연구 부문에 낸 20개 권고에는 메타데이터 표준을 강화하라는 항목이 들어 있습니다.
카탈로그에는 관계를 적는 칸이 없다
OECD는 2015년에 발견 가능성과 메타데이터를 연구 데이터의 전제로 꼽았습니다. 마오리 데이터 주권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갑니다. 그 메타데이터가 기술적 서술자에 그치지 않고 마오리의 이해관계와 책임까지 신호하기를 요구합니다. 데이터가 무엇인지 적는 것과 그 데이터가 누구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적는 것은 다른 작업입니다.
논문은 데이터의 가치가 그 데이터를 어떻게 그리고 왜 만들었는지 남들이 이해하게 해 주는 맥락 정보에서 나온다는 지적을 끌어옵니다. 마오리 데이터에서 그 맥락은 티캉가와 유래, 집합적 권한을 포함합니다.
저자들은 이것이 개념적 요구에 머물지 않는다는 근거로 두 가지 선행 작업을 듭니다. 하나는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메타데이터를 통해 원주민 데이터 거버넌스를 데이터 시스템 안에서 작동시킨 2021년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원주민의 권한과 이용 기대를 알리는 라벨과 공지를 연구자가 실제로 붙이도록 만든 도구에 관한 같은 해 연구입니다. 데이터를 보이게 만들면서 동시에 그 데이터에 붙은 의무를 함께 보이게 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논문이 아니라 이 글의 관찰입니다. 논문은 특정 메타데이터 표준을 지목하지 않습니다. 다만 기업과 공공기관이 쓰는 데이터 카탈로그를 떠올려 보면, 소유를 표현하는 칸은 대개 담당자나 팀의 연락처이고 접근을 표현하는 칸은 공개와 비공개를 가르는 플래그입니다. 둘 다 보관 책임을 적는 칸이지 관계를 적는 칸이 아닙니다. 데이터가 어떤 집단에서 나왔고 그 집단이 어떤 조건 아래 이용을 허락했는지는 대체로 카탈로그 바깥의 계약서나 심의 기록에 남습니다.
왼쪽 칸만으로 운영되는 카탈로그에서도 데이터는 잘 찾아집니다. 다만 그렇게 찾아진 데이터에는 누구의 허락 아래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가 붙어 있지 않습니다. 논문이 발견 가능성을 기술적 기능인 동시에 권한을 떠받치는 장치라고 규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른쪽 칸이 비어 있으면 접근 통제는 사후 심의로 밀려나고, 심의 기록은 카탈로그와 다시 이어지지 않습니다.
한국 공공·의료데이터에도 같은 칸이 있는가
이 논문은 뉴질랜드 대학과 마오리를 다룹니다. 한국의 공공데이터나 의료데이터 카탈로그를 조사한 연구가 아니고, 이 글도 국내 포털의 메타데이터 명세를 필드 단위로 확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옮겨 오는 것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입니다. 아래 세 가지는 자기 조직의 카탈로그를 열어 놓고 바로 대 볼 수 있는 항목입니다.
- 이 데이터가 어느 집단에서 나왔는지 적는 칸이 있습니까. 담당 부서를 적는 칸과는 다른 질문입니다.
- 이용 조건이 공개와 비공개 두 값 말고 다른 값을 가질 수 있습니까. 조건부 이용이 플래그로 표현되지 않으면 조건은 문서로만 남습니다.
- 그 조건을 정한 주체가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 바깥에 있을 수 있습니까. 없다면 권한은 결국 보유 기관에 귀속됩니다.
한국에서 데이터에 대한 권리는 주로 개인 단위로 설계되어 왔습니다. 자기 정보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제도로 자리 잡았고, 동의 여부도 개인이 정합니다. 논문이 다루는 것은 그와 결이 다른 층위입니다.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서 나온 데이터에 대해 그 집단이 집합적으로 갖는 권한입니다. 개인의 동의를 아무리 정교하게 모아도 이 권한은 자동으로 채워지지 않습니다. 의료데이터나 지역 단위 행정데이터를 다뤄 본 쪽이라면 이 구분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마오리 데이터 주권 원칙 자체는 여러 해에 걸쳐 다듬어져 온 것이라 새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번 논문이 더한 것은 그 원칙을 연구 기관의 일상 업무로 내리는 통로를 지정하고, 그 통로의 첫 칸이 목록과 메타데이터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저자들은 결론에서 상징적 정책 선언을 넘어 데이터가 어떻게 식별되고 분류되고 저장되고 접근되고 통치되는지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적습니다.
그 구조를 바꾸는 데 필요한 것으로 저자들이 마지막에 적어 둔 항목은 세 가지입니다.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메타데이터를 감당할 연구 인프라, 마오리가 주도하는 거버넌스 절차, 그리고 이위와 하푸가 연구 대상이 아니라 의사결정자이자 연구 파트너로 참여하도록 만드는 장기적 관계 전략입니다.
Editor's Note: 페블러스가 데이터 계보를 두고 반복해 온 말과 이 논문의 구조가 같습니다. 데이터셋 단위로 출처를 밝히는 문서는 감사의 재료가 되지 못하고, 컬럼과 값 단위로 내려가야 누가 무엇을 언제 바꿨는지 답할 수 있습니다. 마오리 연구 데이터 주권도 선언이 아니라 목록의 칸에서 시작합니다. 카탈로그에 적어 두지 않은 권한은 나중에 물어볼 수 없습니다.
참고문헌
학술 논문
- 1.Brown, P. T., West, K., Sheehan, M., Rapata, H., & Keegan, T. T. (2026). "Data Findability, Governance, and Community Engagement for Māori Research Data Sovereignty." arXiv:2608.08905.
- 2.Carroll, S. R. et al. (2020). "The CARE Principles for Indigenous Data Governance." Data Science Journal, 19(43).
- 3.Wilkinson, M. D., Dumontier, M., Aalbersberg, I. J. et al. (2016). "The FAIR Guiding Principles for scientific data management and stewardship." Scientific Data, 3, 160018.
공식 원칙 문서
- 4.Te Mana Raraunga. (2018). "Principles of Māori Data Sovereignty."
한국 정책 포털
- 5.행정안전부. "공공데이터포털."
- 6.보건복지부. "K-CURE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