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8월 27일 arXiv에 올라온 프리프린트 한 편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공동연구센터(JRC) 연구진이 2026년 3월 프랑스 A31 고속도로에서 벌인 시험을 담고 있다. 대상은 이미 형식승인을 받고 팔리는 승용차의 차선변경 보조 기능이다. 연구진은 시험장을 빌리지도 않았고 제조사에 협조를 구하지도 않았다. 승용차 세 대를 디종에서 낭시 방향으로 몰면서 지붕에 얹은 라이다로 차 사이 거리를 쟀고, 그렇게 차선변경 27번을 시도했다.

27번 중 18번은 완료됐고 9번은 시스템이 스스로 취소했다. 완료된 18번 가운데 6번은 유엔유럽경제위원회 규정 79호가 정한 임계거리를 밑돈 상태에서 차선을 넘었다. 규정대로라면 억제됐어야 할 기동이다. 다만 라이다에도 오차가 있고, 위치 0.83m와 속도 1.40km/h의 표준편차를 판정에 얹으면 99% 신뢰구간으로 남는 것은 세 건이다.

논문 자신은 이 결과를 위험 사례로 부르지 않는다. 시험 담당자 중 누구도 위험하다고 느끼지 않았고, 차량 한 대를 시험한 결과라는 단서도 결론에 적혀 있다. 그래서 여섯이냐 셋이냐보다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남는다. 규정을 지켰는지 확인할 데이터가 누구의 손에서 만들어지는가.

주요 수치

출처: Cellina 등(2026), arXiv:2608.26669v1 본문 및 그림 4·그림 5

6건

R79 임계거리를 밑돌고도 완료

전체 27번 중, 완료된 18번 기준 33%

3건

99% 신뢰구간으로 확정된 미달

나머지 세 건은 2시그마 수준에 그침

0.83m

라이다 위치 추정 정밀도

표준편차, 속도 쪽은 1.40km/h

2.3%

두 차량이 동시에 RTK 최고 정밀도였던 구간

위성항법만으로는 공도 계측이 성립하지 않는다

1

27번의 차선변경이 네 갈래로 갈렸다

시험은 완전요인 설계로 짜였다. 시험 차량의 속도는 100, 115, 130km/h 세 값을 썼고 차선변경을 시작시키는 거리는 20m에서 60m 사이에 두었다. 이 구간의 제한속도가 130km/h라 속도 조합의 상한은 거기서 걸렸다. 각 속도 조합마다 거리 세 개를 골랐는데, 하나는 규정이 정한 임계거리 근처, 하나는 규정이 정한 최소 활성화 거리 근처였다. 시스템이 차선을 바꿔도 되는 상황과 바꾸면 안 되는 상황을 실제로 구분하는지 보려고 경계선 위아래를 일부러 밟은 것이다. 임계 상황에 해당하는 조합은 여러 번 반복했다.

기록된 27번은 결과에 따라 네 갈래로 나뉜다. 거리 조건을 만족한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완료된 12번, 거리가 모자란데도 완료된 6번, 거리가 충분했는데도 시스템이 취소한 2번, 거리가 모자라 정상적으로 취소된 7번이다. 마지막 7번은 규정이 요구하는 그대로 작동한 경우다. 거리가 충분한데 취소된 2번을 두고 논문은 운전자 주의 모니터링 같은 다른 사정이나 시스템의 과도한 보수성을 추정으로 덧붙인다.

시도된 차선변경 27번의 최종 분류 12 3 3 2 7 완료 18번 시스템이 억제 9번 거리 정상, 완료 12건 거리 미달, 완료 6건 거리 정상, 억제 2건 거리 미달, 억제 7건 미달 완료 6건 가운데 진한 칸 3건은 계측 불확도를 반영해도 99% 신뢰구간으로 남은 사례다. 막대 너비는 건수에 비례한다. 자료: 논문 그림 5.
▲ 규정대로 작동한 경우가 다수지만, 완료된 18번 중 6번은 억제됐어야 할 거리에서 차선을 넘었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이 분류에는 읽는 사람이 알아야 할 빈칸이 하나 있다. 완료된 18번 중 3번은 차선 통과 시점의 값이 없다. 두 차가 라이다 측정 범위를 벗어난 곳에서 기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억제된 9번은 애초에 차선 통과 이전에 취소되므로 그 시점의 측정값이라는 것이 정의되지 않는다. 27이라는 숫자 전체가 같은 밀도의 자료로 이뤄져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억제된 기동을 함께 센 것이 이 연구가 앞선 작업과 갈리는 대목이다. 2025년에 나온 비슷한 실도로 연구는 상용 차선변경 시스템 다섯 종을 살아 있는 교통 흐름에서 평가했지만, 시스템이 스스로 취소한 기동은 분석에서 빠졌다. 완료된 기동만 보면 시스템이 너무 관대한지는 알 수 있어도 판별력 자체는 알 수 없다. 안 되는 상황을 걸러 내는 능력은 걸러 낸 사례를 세어야 보인다.

공도에서 상용 운전자 보조를 실제로 재 본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이 앞뒤 방향 제어에 몰려 있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쓰는 운전자의 행동을 현장 시험으로 관찰한 2008년 연구, 양산차 네 대에 협조형 크루즈 컨트롤을 얹어 실교통에서 돌려 본 2014년 연구, 상용 크루즈 컨트롤 일곱 종을 놓고 앞차의 속도 변화가 뒤차로 갈수록 커지는지 살핀 2021년 연구가 그런 예다. 앞차와의 거리를 재는 일은 계속 있었다. 옆 차선으로 넘어가는 동작을 규정이 정한 거리 기준에 맞대 본 공도 캠페인은 저자들이 아는 한 이번이 처음이다.

2

형식승인은 시험장 안에서 끝난다

형식승인 시험은 통제된 시험장에서 이뤄진다. 같은 조건을 반복할 수 있고 결과를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은 타당하다. 대신 다룰 수 있는 시나리오의 수가 제한된다. 시험장에서 확인한 동작이 실제 운행 영역 전체에서 똑같이 나온다는 보장은 시험 설계 안에 들어 있지 않다.

차선변경 보조에는 조건이 하나 더 붙는다. 이 기능은 대개 특정 고속도로 구간에만 작동하도록 지오펜싱돼 있어서, 시험장에서 기능을 켜려면 제조사의 협조가 필요하다. 형식승인 절차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조사가 승인을 받으러 오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미 팔린 차가 규정대로 동작하는지 감시하는 시장감시 활동에서는, 검사 대상이 검사 조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구조가 된다.

R79 차선변경 절차와 임계거리 판정 시점 Tsp Tsm Tem Tep 절차 시작 (방향지시등 점등) 차선 통과·판정 (임계거리 평가) 기동 종료 절차 종료 (지시등 소등) 접근 차량 차로 시험 차량 차로 TO VUT VUT 임계거리 S_crit 판정은 Tsm 한 순간의 거리로만 결정된다. 그 앞뒤의 여유는 절차 정의에 포함되지 않는다. 자료: 논문 그림 1 (UNECE 2023 원도 각색).
▲ R79는 시험 차량이 차선 표시를 넘는 순간(Tsm) 단 하나의 시점만 판정에 쓴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Fig. 1 재해석)

시험장 밖으로 나가면 이번에는 계측이 문제가 된다. 통상적인 ADAS 시험은 RTK 위성항법으로 차량 위치를 센티미터 단위까지 잡지만, 터널이나 협곡, 위성이 잘 보이지 않는 지역에서는 그 정밀도가 유지되지 않는다. 연구진이 라이다를 주 계측 수단으로 고른 이유가 여기 있다. 정밀도는 위성항법보다 낮지만 어디서나 값이 나온다.

논문은 감사의 글에서 네덜란드 차량청(RDW)과, 접근 차량에 실린 라이다 시스템을 만든 IVEX의 기술·운영 지원을 밝힌다. RDW는 유럽에서 차량 형식승인 업무를 맡는 당국 가운데 하나다. 승인을 내주는 쪽이 승인 이후의 동작을 공도에서 다시 재 보는 절차에 손을 보탠 셈이다. 여기서 독립이라는 말은 제조사로부터의 독립을 뜻하지, 규제 바깥이라는 뜻이 아니다.

R79 형식승인이 요구하는 임계 상황 시험은 시험장에서 시험 차량 속도 100km/h 미만으로 치르는 단 한 번의 기동 중단 시험이다. 이번에 99% 신뢰구간으로 확정된 세 건은 130km/h 조건에서 나왔다. 논문은 이 사실을 시스템의 결함이라기보다 형식승인 시험이 대표하지 못하는 운영 영역의 문제로 읽는다. 공도에서는 시험이 다루지 않은 속도와 거리의 조합이 얼마든지 나타나고, 시스템은 그 변화에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3

세 대로 대열을 짜 시험장을 대신했다

공도에서 규정 시험을 재현하려면 옆 차선에서 접근하는 차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형식승인을 받은 승용차 세 대로 대열을 짰다. 첫째는 시험 대상 차량이다. R79가 정한 ACSF 카테고리 C 차선변경 보조가 달려 있고, 캠페인 전에 지오펜싱된 고속도로 구간에서 기능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해 두었다. 둘째는 규정에서 말하는 접근 차량 역할을 맡았다. 시험 차량보다 빠른 목표 속도로 옆 차선을 따라붙는다. 셋째는 지원 차량이다.

지원 차량의 역할이 이 설계에서 가장 실용적이다. 이 차는 실험에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시험 차량과 같은 차선 뒤에 붙어 다른 차가 끼어들어 시험을 무효로 만드는 것을 막고, 동시에 자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로 시험 차량과의 거리를 고정한다. 그 고정된 거리가 곧 눈금이 된다. 접근 차량이 지원 차량과 나란해지는 순간 시험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식이다. 사람이 눈대중으로 거리를 맞추는 대신, 크루즈 컨트롤이 유지하는 거리를 기준선으로 삼았다.

세 대의 차량 편대 구성과 트리거 시점(TSP) ① 접근 단계 — 지원 차량이 시험 차량과 고정 거리를 유지한다 접근 차로 시험 차로 TO VUT 지원 고정 거리 (지원 차량의 ACC) ② 트리거 — TO가 지원 차량과 나란해지면 VUT가 지시등을 켠다 접근 차로 시험 차로 TO 지원 VUT VUT 지원 차량은 실험에 등장하지 않는다. ACC로 고정한 거리가 트리거 기준선이 된다. 자료: 논문 그림 2.
▲ TO가 지원 차량과 나란해지는 순간이 트리거다. 사람이 눈대중으로 거리를 맞추는 대신 크루즈 컨트롤이 유지하는 거리가 기준이 된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Fig. 2 재해석)

라이다를 교통안전 평가에 쓰는 일 자체는 새롭지 않다. 다만 앞선 연구는 대개 도로변에 라이다를 세워 두고 지나가는 차와 보행자를 추적하는 방식이었고, 이 방식은 장비를 세운 그 지점에서만 자료가 나온다. 차에 라이다를 얹은 연구도 있었지만 목적은 넓은 의미의 안전 평가였지 형식승인이나 시장감시가 아니었다. 이번 설계가 다른 점은 라이다를 실험에 참여하는 차에 태워, 규정이 판정 시점으로 못 박은 그 순간의 두 차 사이 거리를 재는 데 썼다는 점이다.

시험 차량에는 셉텐트리오 이중 안테나 GNSS 수신기와 우스터 OS1 128채널 라이다로 이뤄진 상용 차량 검지·추적 시스템이 올라갔고, 접근 차량 지붕에는 벨기에 IVEX가 만든 라이다·카메라 시스템이 얹혔다. 접근 차량과 지원 차량에는 그라운드트루스용으로 OxTS RT1003 위성항법·관성 수신기가 들어갔다. 라이다 쪽 소프트웨어는 10Hz로 주변 차량의 위치, 속도, 헤딩, 폭과 길이를 추정한다. 위성항법은 판정의 1차 수단이 아니라 라이다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재는 잣대로만 쓰였다.

시점을 찍는 일은 사람이 했다. 방향지시등이 처음 켜지는 순간은 대시캠으로, 차선 표시를 넘는 순간은 차선 인식용 외부 카메라로 확인해 시험마다 손으로 표시했다. 시간 해상도는 1초다. 연구진은 이 절차가 수동 운전보다 정확하고 반복 가능했다고 적으면서도 개선 여지를 함께 밝힌다. 방향지시등이 켜진 시점과 차선을 넘는 시점 사이의 지연이 매번 달라 정량화하지 못했고, 접근 차량의 크루즈 컨트롤이 시험 차량의 횡방향 움직임에 반응해 스스로 속도를 줄이는 일도 있었다.

4

계측 오차가 여섯 건을 세 건으로 줄인다

판정의 기준은 R79가 정의한 임계거리다. 시험 차량이 차선 표시를 넘는 순간, 옆 차선에서 접근하는 차가 이 거리보다 가까이 있으면 시스템은 기동을 억제해야 한다.

$$S_{crit} = (v_{app} - v_{ALC})\,t_B + \frac{(v_{app} - v_{ALC})^2}{2a} + v_{ALC}\,t_G$$

$v_{app}$는 접근 차량의 속도, $v_{ALC}$는 차선을 바꾸는 차량의 속도다. 나머지는 규정이 못 박아 둔 값이다. 접근 차량의 최대 감속도 $a$는 3m/s², 감속을 시작하기까지의 반응시간 $t_B$는 0.4초, 기동이 끝난 뒤 두 차 사이에 남아야 할 최소 시간간격 $t_G$는 1초다. 앞의 두 항은 뒤차가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맞추는 데 필요한 거리이고, 마지막 항은 그러고도 남겨야 할 여유다.

두 차의 속도 차이가 0에 가까워지면 앞의 두 항이 사라지고 마지막 항만 남는다. 뒤차가 굳이 감속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1초 간격은 지켜야 한다. 시속 130km로 달리는 차 뒤의 1초는 36m다. 아래 곡선이 그 관계를 보여 준다. 상대속도가 낮은 왼쪽 끝에서 곡선은 거의 평평하고, 거기서도 요구되는 거리는 36m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R79 임계거리 곡선 (시험 차량 130km/h) 0 20 40 60 0 10 20 30 접근 차량과 시험 차량의 속도 차이 [km/h] 요구되는 최소 거리 [m] 36m = 130km/h × 1초 규정상 차선변경을 억제해야 하는 영역 완료된 여섯 건은 모두 왼쪽 끝, 속도 차이가 작은 구간에서 나왔다 식 (1)에 시험 차량 130km/h를 넣어 계산한 곡선. 실제 계측점은 논문 그림 4에 있다.
▲ 상대속도가 낮을수록 곡선은 평평해지지만, 요구되는 거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미달 사례가 몰린 곳이 바로 이 평평한 구간이다. | 페블러스 계산·원본 도식

미달로 분류된 여섯 건은 전부 이 낮은 상대속도 구간에서 나왔다. 논문은 여기에 조심스러운 해석을 붙인다. 속도 차이가 작아 감속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도 1초 간격 요건은 그대로 살아 있는데, 시스템이 이 경계 사례에서 임계값을 놓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곡선이 평평한 구간이라 조금만 어긋나도 판정이 뒤집힌다.

식 (1)은 접근 차량이 시험 차량보다 빠르다는 전제 위에 정의돼 있다. 여섯 건은 그 전제가 거의 성립하지 않는 구간에 몰려 있고, 그런 상황에서도 1초 간격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 논문의 독법이다. 판정에 쓰인 거리는 두 차의 범퍼 사이 거리이며, 속도별로 그림을 세 장으로 나눈 것도 한 번의 시험 동안 시험 차량 속도가 일정했다는 가정 위에서다. 크루즈 컨트롤이 목표 속도를 잡고 있었으니 무리한 가정은 아니지만, 여섯과 셋이라는 숫자가 어떤 약속 위에 놓였는지는 같이 읽어야 한다.

그래서 계측 오차가 판정의 일부가 된다. 연구진은 두 차량 모두 RTK 최고 정밀도 상태였던 구간만 골라 라이다 값과 맞대 보고, 위치 0.83m와 속도 1.40km/h를 표준편차로 얻었다. 차선 통과 시점을 사람이 1초 해상도로 찍었으니 시간 쪽 오차도 있다. 이 오차들을 계측점 주위의 사각형으로 그리면, 그 사각형이 규정 곡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가 곧 결론의 강도가 된다. 시험 차량이 130km/h로 달린 세 건은 3시그마, 즉 99% 신뢰구간에서 미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115km/h로 달린 나머지 세 건은 2시그마 수준에 머물러 같은 확신을 주지 못한다.

RTK가 어디에 쓰였는지도 여기서 분명해진다. 두 차량이 동시에 최고 정밀도 해를 잡은 구간은 전체 기록의 2.3%뿐이었다. 위성항법 하나로는 이 실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라이다는 정밀도가 낮은 대신 거의 언제나 값을 내놓았고, 그 값이 규정 위반을 3시그마로 짚어 낼 만큼은 정확했다. 이 두 문장이 논문이 방법론 쪽에서 주장하는 결론 전부다.

5

성적서는 무엇을 보증하는가

이 논문에서 데이터 쪽 실무자가 가져갈 대목은 여섯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진 경로다. 형식승인 성적서는 시험 결과가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결과를 만든 조건, 즉 기능을 켤 수 있는 구간과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장소는 검사 대상 쪽이 쥐고 있다. 지오펜싱은 안전을 위한 설계이지만, 준수를 확인하려는 제3자에게는 접근 통제 장치이기도 하다. 규정이 있다는 것과 준수가 독립적으로 확인된다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이번 시험이 바꾼 것은 규정이 아니라 데이터의 취득 경로다. 지붕에 라이다를 얹고 세 대로 대열을 짜면, 제조사에 협조를 구하지 않고도 규정이 정한 그 순간의 거리를 잴 수 있다. 시장감시라는 말이 문서 검토가 아니라 계측을 뜻하게 되는 지점이 여기다. 미국에서 도로안전국이 자율주행차의 행동 역량을 시험 문제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무엇을 물을지 정하는 일이라면, 이쪽은 이미 있는 문제의 답안을 누가 채점할 수 있는지의 일이다.

차가 스스로 남기는 기록으로 같은 질문에 답할 수는 없을까. 2022년의 한 연구는 운전자가 직접 지시한 테슬라의 자동 차선변경을 자연주행 자료로 분석했지만, 주변 교통과의 상호작용은 측정 항목에 아예 없었다. 차 안에서 나오는 자료는 기능이 언제 얼마나 쓰였는지를 말해 준다. 규정이 판정 기준으로 삼는 양, 그러니까 차선을 넘는 순간 옆 차선 차가 얼마나 가까웠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재야 할 양이 정해져 있다면 그 양을 잴 수 있는 자리에 장비가 있어야 한다.

이 방법의 쓰임은 시장감시만이 아니다. 논문은 라이다 계측이 형식승인 시험에 쓰일 만큼 정확하다고 적고, 앞으로 R79를 고칠 때 그 개정이 실제 운행 영역에서 무엇을 잡아내는지 확인하는 데도 쓸 수 있다고 본다. 규정을 만드는 쪽에서 보면, 시험장 밖에서 나온 이 기록은 다음 개정이 어떤 속도와 거리의 조합을 시험 항목에 넣어야 하는지 알려 주는 자료이기도 하다.

불확도를 함께 보고하지 않으면 같은 실험이 두 개의 다른 결론을 말한다. 여섯 건이라고 적으면 세 건은 사실보다 강하게 들리고, 세 건이라고만 적으면 나머지 세 건은 없던 일이 된다. 이 논문이 취한 방식은 둘 다 남기는 쪽이다. 라이다로 잰 미달은 여섯 건, 계측 오차를 넘어서는 미달은 세 건, 그 사이의 세 건은 2시그마. 판정 하나에 숫자 하나를 붙이는 대신 판정의 강도를 함께 적어 두면, 뒤에 이 결과를 인용하는 사람이 무엇을 주장할 수 있고 무엇을 주장할 수 없는지가 갈린다.

반대 방향의 오류도 같은 자료 안에 있다. 거리가 충분한데도 취소된 2건이다.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하지 않아도 될 거절이고, 반복되면 운전자는 기능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논문은 이 두 건의 원인을 확정하지 않고 추정으로 남겨 두었다. 시스템 바깥에서 관찰하는 사람이 알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논문이 스스로 그은 선도 분명하다. 시험한 차량은 한 대이고, 미달로 분류된 기동 중 어느 것도 시험 담당자에게 위험하게 인지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 결과는 특정 제조사의 결함 목록이 아니라 형식승인 시험이 대표하지 못하는 운영 영역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읽어야 한다. 연구진이 다음 과제로 꼽은 것도 그 방향이다. 라이다 정밀도와 시점 표기를 개선하고, 다중 센서 융합과 자동 이벤트 검출로 옮겨 가 이 절차를 반복 가능한 시장감시 수단으로 만드는 일이다. 지금 상태로는 한 번의 캠페인이 낸 스물일곱 줄의 기록이지만, 반복 가능해지는 순간 성적서 옆에 놓을 수 있는 두 번째 자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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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차 소스

규정

  • 2.UNECE. (2023). "UN Regulation No. 79: Uniform Provisions Concerning the Approval of Vehicles with Regard to Steering Equipment." United 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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