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9월 7일 KAIST 피지컬 AI 실증랩을 함께 찾았다. 두 부처가 내놓은 자료에는 중소 제조기업이 새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네 가지로 적혀 있다. 전문인력, 기술 도입 경험, 데이터, 실증 기회다. 앞의 둘은 사람을 붙이고 컨설팅을 하면 줄어드는 종류인데, 뒤의 둘은 성격이 다르다.

두 부처가 각각 낸 보도자료 원문에는 이 진단만 있고 이유가 없다. 이유를 말한 쪽은 그날 간담회에 앉은 기업들이었다. 이상호 임픽스 대표는 생산 중인 공장을 잠깐 세우는 것조차 어렵다고 했고, 데이터 수집과 정보화 같은 기초적인 제조 인프라를 먼저 갖춰야 고도화된 피지컬 AI 기술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피지컬 AI가 먹을 데이터는 공장 바깥에서 만들어 넣어 줄 수가 없다. 정부가 데이터가 없다고 적은 바로 그 공장이 데이터의 유일한 산지다.

3절까지는 보도자료 원문과 보도가 확인한 사실을 따라간다. 4절에서 데이터의 귀속과 규격으로 옮겨 적는 부분은 발표에 없는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출처: 과기정통부 보도자료·중기부 보도자료(2026-09-07 배포, 9-08 조간), 이투데이·헬로디디(2026-09-07)

넷 중 둘

데이터와 실증 기회 부족

정부가 적은 나머지 둘은 전문인력과 기술 도입 경험

5세대 대 2세대

기술이 말하는 수준과 현장의 수준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가 간담회에서 지적한 격차

2027년

정밀제조 데이터 제공이 예정된 해

올해 1단계는 물류 구간 AMR·AGV 도입 컨설팅

언급 없음

실증 데이터의 귀속과 규격

두 부처 보도자료 원문과 이를 다룬 보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1

정부가 적은 네 가지 걸림돌은 해결 경로가 같지 않다

두 부처는 9월 7일 KAIST 피지컬 AI 실증랩을 방문했다. 그날 일정은 실증랩 시연, 양 부처 협업방안 소개, 공급·수요기업 간담회 순이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과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 조준희 피지컬 AI 얼라이언스 민간의장과 분과위원장이 자리했고, 보도자료 각주에 이름이 오른 참석 기업은 레인보우로보틱스, 페르소나AI, 페블러스, 임픽스, 백제식품, 뉴하이텍 여섯 곳이다.

2026년 9월 7일 KAIST 산업경영학동에서 열린 과기정통부·중소벤처기업부 피지컬 AI 협업 현장방문 및 기업간담회 현장 사진
▲ 9월 7일 KAIST 산업경영학동에서 열린 피지컬 AI 협업 현장방문 및 기업간담회 | Source: 헬로디디(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지원 계획보다 진단 쪽이다. 정부는 중소 제조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이렇게 적었다.

"중소 제조기업은 전문인력과 기술 도입 경험, 데이터 및 실증 기회 부족 등으로 새로운 기술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 항목이 한 줄에 나란히 놓여 있어도 채우는 방법까지 같지는 않다. 전문인력은 교육과 채용으로 채우고, 기술 도입 경험은 컨설팅과 선도 사례로 메운다. 이번 협력의 골자도 거기에 맞춰져 있다. 과기정통부의 '모두의 AI 공장장'과 중기부의 '스마트제조혁신'을 연결해, 기술 개발에서 실증과 사업화를 거쳐 현장 확산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노용석 차관은 중소 제조기업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검증된 선도모델 구축이 필수라고 말했다.

뒤의 두 항목은 공급으로 채워 넣기가 어렵다. 데이터와 실증 기회는 그 공장에서 시간이 흘러야 생기는 것이라, 밖에서 완제품으로 가져다 놓을 수가 없다. 간담회에서 나온 발언도 그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 준다. 김철유 백제식품 대표는 "지금 당장 중소기업이 '모두의 AI 공장장'을 바로 도입하기는 어렵고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피지컬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전체 공정의 스마트공장화와 자동화가 어느 정도 먼저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는 "우리는 5세대 시스템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은 2세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곳도 많다"며 "이 격차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큰 과제"라고 했다. 기술을 파는 쪽과 사는 쪽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간격을 짚었다.

기업들이 정부에 요청한 목록에도 데이터가 들어 있다. 그런데 두 부처가 같은 행사를 두고 각각 낸 보도자료는 대부분의 문장이 같은데 이 목록에서 갈린다. 과기정통부 판본은 협력 플랫폼에 이어 실증 기회 확대, 데이터 활용 지원, 전문인력 양성, 사업 간 연계 강화를 적었다. 중기부 판본은 같은 자리에 지원 정책 고도화, 데이터 활용 인프라 지원, 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 활성화, 사업 간 연계 강화를 적었다. 첫 항목이 한쪽에서는 실증 기회 확대이고 다른 쪽에서는 지원 정책 고도화다. 같은 자리에서 나온 말인데 받아 적는 사람이 둘이 되자 기록이 갈렸다.

2

그 데이터는 그 공장에서만 나온다

보도자료는 피지컬 AI를 인공지능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로 적었다. 그런데 왜 하필 데이터가 걸림돌 목록에 올라왔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두 부처가 각각 낸 원문을 끝까지 읽어도 앞의 진단 한 문장이 전부다. 이유는 같은 날 간담회에서 나왔다.

이상호 임픽스 대표는 돌아가는 공장에 새 기술을 넣기가 왜 어려운지를 짚었다. "이미 생산하고 있는 공장을 잠깐 멈추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기존 중소기업 공장은 AGV나 AMR이 이동할 공간이나 자동화를 고려한 설비 배치가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데이터 수집과 정보화 같은 기초적인 제조 인프라를 먼저 갖춰야 고도화된 피지컬 AI 기술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데이터 부족과 실증 기회 부족이 왜 한 줄에 나란히 적혔는지가 이 말 안에 있다. 라인을 세우지 못하면 시험을 못 하고, 시험하지 않으면 기록이 남지 않는다.

이날 공개된 KAIST 실증랩의 '카이로스(KAIROS)'는 그 기록이 무엇을 뜻하는지 눈으로 보여 준다. 산업경영학동에 꾸린 실증랩에서 사람이 작업 구역에 들어서자 움직이던 로봇이 멈추고 "장애물이 감지됐습니다. 안전을 위해 잠시 비켜주세요"라고 말했다. 한 작업자가 실제로는 없는 캐리어가 시스템에는 있다고 표시된다며 무슨 상황이냐고 묻자, 시스템은 적재 감지 센서 쪽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며 연결 상태를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센서가 무엇을 잘못 봤는지, 그때 설비가 어떤 상태였는지가 곧 학습에 쓰일 재료다. 그 장면은 그 공장에서만 만들어진다.

장영재 KAIST 교수가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에게 카이로스 실증랩 시스템을 설명하는 모습
▲ 장영재 교수(맨 왼쪽)가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맨 오른쪽)과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에게 카이로스를 설명하고 있다 | Source: 이투데이(김연진 기자)

카이로스는 KAIST AI 로봇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의 줄임말이다.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실제 공장의 물류와 스케줄을 실시간 최적화해, 중소기업도 외산 솔루션 없이 공장 운영을 고도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실증을 이끄는 장영재 KAIST 교수는 카이로스의 핵심을 "전체 공장을 움직이는 하나의 브레인"이라고 설명했다. 이기종 로봇과 설비를 하나의 운영체계로 제어하고 물류 창고와 공장을 통합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배포 계획도 밝혔다. "'모두의 AI 공장장' 솔루션을 KT와 함께 클라우드로 만들어서 중소기업에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1단계 목표"이며, 올해는 'AI 물류 설계 팀장'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공장 운영 지식을 갖춘 'AI 생산 운영 팀장'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중소기업이 받게 되는 것은 이 브레인이다. 브레인은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지만, 그 브레인이 학습하고 판단할 재료는 각자의 공장에서 나와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3단계 로드맵도 데이터를 바로 그 지점에 놓는다.

중소 제조기업 피지컬 AI 도입 3단계 데이터가 계획에 등장하는 자리는 2단계의 정밀제조 데이터 제공이다 2026년 개별 물류 구간 AMR·AGV 도입 컨설팅 2027년 전체 물류 구간 이기종 설비 정밀제조 데이터 제공 2028년부터 물류·생산 전 공정 통합 운영·운영시스템 이용 조건과 데이터 규격은 두 부처 보도자료에 적혀 있지 않다 출처: 과기정통부·중기부 보도자료(2026-09-07)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과기정통부·중기부 보도자료의 단계별 지원 계획 각주(두 판본 문구 동일)

2단계에 적힌 "정밀제조 데이터 제공"이 이 계획에서 데이터가 명시적으로 언급되는 유일한 항목이다. 과기정통부는 전북에서 무인공장 제어와 운용을, 경남에서 초정밀 제조 지능화를 지역 실증으로 진행해 확보한 풀스택 기술을 중소기업 도입에 쓰겠다고 했다. 다만 그 데이터를 어떤 조건으로 제공하는지는 두 부처 보도자료 원문에 없다. 형태에 관한 언급은 헬로디디 보도에 한 줄 있다. 연구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제조데이터와 솔루션을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공급할 예정이라는 대목이다.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가 어떤 규격을 말하는지, 받은 기업이 그것을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는 그다음 문장이 없다.

3

같은 날 나온 온프레미스 요구와 제조AI 24 확산 계획

간담회에서는 데이터를 내놓는 문제도 나왔다. 헬로디디 보도에 따르면 기업의 생산 방식과 노하우가 담긴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만큼, 클라우드뿐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AI를 구동하는 온프레미스 환경과 중소기업이 쓸 수 있는 경량 AI 모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현장에서 제시됐다. 데이터를 공장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쪽을 택하겠다는 요구다.

같은 날 발표된 확산 계획은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중기부는 우수 실증성과를 앞으로 구축할 '제조AI 24'를 통해 중소기업에 퍼뜨리겠다고 했다. 제조데이터와 솔루션, 공급기업, 정부사업을 한곳에서 연계하는 제조 AI 통합지원 플랫폼이다. 헬로디디는 중기부가 2027년부터 2029년까지 이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전했다. 노용석 차관의 말은 더 분명하다. "이번 협업이 단순 개별 기업의 피지컬 AI 적용·검증에서 끝나는게 아닌 피지컬 AI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 우수성과를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환류 체계 마련까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이 대목에도 판본 차이가 있다. 방금 옮긴 문장은 과기정통부가 낸 보도자료에 실린 것이다. 중기부가 낸 보도자료에서 같은 차관의 말은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검증된 선도모델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문장과 중기부의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데이터 기반 환류 체계라는 표현은 중기부 판본에 나오지 않는다.

두 방향이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나왔다. 공장 안에 두겠다는 데이터와 모아서 돌리겠다는 데이터가 어디서 갈라지는지, 그 경계는 어느 판본에도 적혀 있지 않다.

같은 날 나온 두 방향 현장의 요구 생산 방식과 노하우가 담긴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 온프레미스 환경 · 경량 AI 모델 확산 계획 우수 실증성과를 중소기업으로 제조데이터·솔루션·공급기업 연계 제조AI 24 · 데이터 기반 환류 체계 ? 어느 데이터가 공장에 남고 어느 데이터가 플랫폼으로 올라가는지는 발표에 없다 출처: 헬로디디 보도와 과기정통부 보도자료(2026-09-07)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헬로디디가 전한 간담회 의견(왼쪽)과 과기정통부 보도자료의 확산 계획(오른쪽)

둘이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원본 데이터는 공장에 두고 거기서 학습한 모델이나 지표만 내보내는 설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그런 설계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무엇을 내보내고 무엇을 남길지, 내보낸 것이 다시 누구의 것이 되는지를 사업 규칙에 미리 적어 두어야 만들어진다. 이번 발표는 그 앞 단계, 그러니까 협력 구조와 로드맵을 알리는 자리였다.

4

실증이 끝나면 무엇이 남나?

여기까지가 발표와 보도가 확인한 사실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쪽에서 보면 이 계획에는 아직 답이 붙지 않은 물음이 몇 개 보인다.

실증은 설비를 들여놓는 일이면서 동시에 데이터를 만드는 일이다. 전북과 경남의 지역 실증에서, KAIST 실증랩에서, 스마트공장 사업에 참여하는 개별 공장에서 센서 기록과 작업 이력과 불량 사례가 쌓인다. 사업이 끝나면 설비는 그 공장에 남는다. 데이터는 어디에 남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아무 데도 남지 않는다.

남는다 해도 다음 질문이 이어진다. 그 데이터가 다음 공장으로 옮겨 갈 수 있는 형태인지다. 같은 품목을 만드는 공장이라도 설비 조합과 배치가 다르고, 불량을 부르는 이름이 다르고, 로그를 남기는 주기가 다르다. 한 공장의 기록을 다른 공장이 읽으려면 항목의 이름과 단위와 측정 조건이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규격이 없는 데이터는 그 공장 한 곳의 자산으로 끝나고, 정부가 말한 환류 체계는 성과 사례를 소개하는 게시판에 가까워진다.

이날 하루의 기록만 봐도 그렇다. 같은 간담회에서 기업들이 무엇을 건의했는지를 두 부처가 각각 적었더니 첫 항목부터 달라졌고, 같은 차관의 마무리 발언도 판본마다 다른 문장으로 남았다. 사람이 같은 자리에 앉아 손으로 적은 기록도 두 벌이 되면 갈린다. 공장 설비가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쏟아 내는 기록이 규칙 없이 저절로 맞춰질 이유는 더욱 없다.

그래서 이 사업을 읽는 페블러스 쪽 관심은 보급 계획보다 세 가지 문장에 가 있다. 실증에서 만들어진 데이터의 권리를 누가 갖는지, 어떤 규격으로 남기는지, 그리고 그 규격을 지켰는지 나중에 확인할 방법이 있는지다. 이 세 문장이 사업 공고문에 들어가면 실증 하나가 다음 실증의 출발점이 되고, 빠지면 실증마다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모으게 된다. 정부가 걸림돌 목록에 데이터 부족을 적어 넣은 이유도 결국 그동안 이 세 문장이 없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브레인은 무료로 배포할 수 있다. 그 브레인이 먹을 데이터는 각자의 공장에서만 나오고, 그 데이터를 어떤 규격으로 남길지는 기술이 아니라 사업 규칙이 정한다. 이번 발표에서 아직 비어 있는 칸이 그 칸이다.

Editor's Note

페블러스는 이날 KAIST 간담회 참석 기업으로 두 부처 보도자료 각주에 이름이 오른 여섯 곳 가운데 하나였다. 제조 데이터 품질을 진단할 때 자주 마주치는 공백이 규격과 이력이다. 값은 쌓여 있는데 그 값이 어떤 조건에서 측정됐고 항목 이름이 무엇을 가리키는지가 적혀 있지 않으면, 그 데이터는 그 공장을 벗어나는 순간 읽히지 않는다.

여기까지 읽어 주신 데 감사드린다. 이 글의 사실 관계는 과기정통부중기부가 각각 낸 보도자료 원문에서 먼저 확인하고, 이투데이의 실증랩 현장 취재와 헬로디디가 전한 간담회 발언, AI타임스머니투데이의 보도로 대조했다. 두 보도자료가 갈리는 대목은 본문에 그대로 적었다. 실증사업에 참여하면서 데이터의 귀속과 규격을 계약서에 적어 본 경험이 있다면 어떤 문장을 넣었는지 나눠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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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공식 발표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