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이 글은 1995년에 제기된 수학 난제 KLS 추측이 2026년 10월에 풀린 과정을, 그 증명에 AI가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저마다 다르게 적어 둔 세 건의 기록으로 읽는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가 10월 21일 블로그로 해결을 알렸고, 그 근거가 된 논문과 사흘 뒤 나온 독립 증명, 그리고 둘을 소개한 그 블로그가 서로 다른 칸을 채웠다.

자오 송과 신즈 장의 140쪽 논문은 끝에 AI 공시 절을 따로 두고, 연구에 쓴 도구 네 가지를 이름으로 적었다. 사흘 뒤 피에르 비죌·보아즈 클라르타그·조제프 르엑이 올린 32쪽 증명은 감사의 글에서 이 논문의 증명과 수학적 착상은 대부분 챗GPT가 찾았다고 밝혔고, 저자들의 역할은 주로 그 증명을 이해하고 서술을 다듬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는 탐색 절차와 사람의 역할을 자세히 적으면서도 모델 이름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세 기록 가운데 AI의 기여를 가장 크게 인정한 문서는 회사 발표가 아니라 바깥 수학자들의 논문이었다.

1절부터 3절까지는 블로그와 논문 원문에 적힌 내용을 따라간다. 4절에서 이 기록들을 데이터 검증의 눈으로 옮겨 읽는 대목은 원문에 없는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앞의 두 수치는 이번에 좁혀진 수학적 간격과 그 길을 찾는 데 든 탐색의 크기이고, 뒤의 두 수치는 그 결과를 다시 쓰고 기계로 확인한 기록이다.

출처: arXiv 2610.01447(송·장), arXiv 2610.05474(비죌·클라르타그·르엑), KLS500 Lean 4 저장소

√n → 상수

31년간 좁혀진 상한

1995년 원논문의 상한은 차원 n이 커지면 함께 커졌다. 이번 결과는 차원과 무관한 값으로 묶었다

100개 넘게

AI 도구와 함께 시험한 접근

후보는 같이 만들고 무엇을 먼저 볼지는 저자들이 정했다고 논문이 적었다

140쪽 → 32쪽

사흘 간격 두 증명의 분량

뒤쪽은 앞쪽이 세운 판정 기준을 받아 다른 길로 다시 썼다

500

기계가 확인한 상수 상한

Lean 4로 검증된 값이다. 최적값은 4 이상 500 이하 구간으로 좁혀졌다

1

KLS 추측은 무엇을 묻나

덩어리 하나를 둘로 가른다고 해 보자. 가르는 면이 작을수록 좋은 절단이다. 이때 쓸 수 있는 칼이 두 가지다. 하나는 평평한 칼로 한 번에 내리긋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모양에 맞춰 마음대로 휘는 칼로 가장 효율적인 면을 찾는 방법이다. 뒤쪽이 더 잘 자르는 것은 당연하다. 질문은 얼마나 더 잘 자르느냐다.

1995년 라비 칸난·라슬로 로바스·미클로시 시모노비츠가 내놓은 추측은, 평평한 칼의 단면이 휘는 칼의 단면보다 몇 배나 큰지가 보편 상수 하나를 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핵심은 뒤에 붙는 조건이다. 차원이 몇이든 상관없이. 2차원이든 백만 차원이든 평평한 칼이 휘는 칼에 뒤지는 정도가 일정하다는 뜻이다. 대상은 등방 로그오목 분포로, 가운데가 두껍고 바깥으로 갈수록 옅어지며 어느 방향으로 재도 퍼진 정도가 같게 맞춰 둔 확률분포를 가리킨다.

이 비율이 중요한 까닭은 무작위 걸음의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어떤 영역에서 점을 무작위로 뽑으려면 그 안을 걸어 다니며 표본을 모으는데, 영역 어딘가에 좁은 목이 있으면 걸음이 그 목을 통과하지 못해 한쪽에 갇힌다. KLS 상수는 그 목이 얼마나 좁을 수 있는지의 한계다. 송·장 논문은 이 상수가 표본추출과 부피 계산, 로그오목 적분의 복잡도를 지배하고 볼록 최적화 알고리즘도 여기에 기대 있다고 적었다. 미국 수학과학연구소는 2017-18 연차보고서에서 이를 고차원 볼록기하학의 중심 미해결 문제라고 불렀다.

평평한 칼 vs 휘는 칼 — 굽은 통로를 가로지를 때 평평한 칼의 단면 h_flat 굽은 길을 가로질러 더 크다 휘는 칼의 단면 h_opt 통로 폭만큼만 — 더 작다 h_flat ÷ h_opt ≤ C — 어느 차원 n에서도 같은 상수 C (KLS 추측)
▲ 평평한 자름과 휘는 자름의 단면 비교 — 페블러스 원본 도식 (개념 재해석)

같은 추측이 분야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는 점은 미리 알아 두는 편이 좋다. 32쪽 증명의 서론은 이 추측을 서로 동치인 세 형태로 정리한다. 함수 값이 평균에서 멀어질 확률이 거리에 따라 지수적으로 줄어든다는 집중 형태, 함수의 분산이 기울기 제곱 적분의 상수 배를 넘지 않는다는 푸앵카레 부등식 형태, 영역을 가르는 경계면의 넓이가 잘린 쪽 부피에 비례한다는 등주 형태다. 셋은 보편 상수의 값만 달라질 뿐 같은 현상을 말한다. 그러니 아래에서 푸앵카레 상수나 치거 상수라는 이름이 나오면 따로 떨어진 지표가 아니라, 상수배 차이를 빼면 KLS 상수와 함께 움직이는 값으로 읽으면 된다.

31년 동안 상한은 조금씩 내려왔다. 송·장 논문이 자기 1장에 그 계단을 표로 실어 두었다.

연도 저자 상한
1995 칸난·로바스·시모노비츠 √n
2011 보브코프, 게동·밀만 n5/12
2013 엘단 n1/3·√(log n)
2017/2024 이인탓·벰팔라 n1/4
2021 위안시 천 첫 준다항 상한
2022 클라르타그·르엑 log5 n (첫 폴리로그 상한)
2022 잠불라파티·이인탓·벰팔라 log3.2226 n
2023 클라르타그 √(log n)
2026-07 브레이든 레트윈 log1/4 n
2026-10 송·장 O(1) — 차원에 무관한 상수

마지막 줄에서 n이 사라진 것이 이번 결과의 전부다. 바로 윗줄의 log1/4 n도 차원이 커질 때 아주 느리게 자라는 값이라 실용적으로는 거의 상수에 가깝지만, 추측이 요구한 것은 차원과 완전히 무관한 값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추측을 가정으로 깔고 있던 여러 결과를 이제 조건 없이 말할 수 있게 됐다고 정리했다.

2

열흘 사이에 벌어진 일

송·장 논문 맨 끝에는 이 연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날짜까지 적어 둔 문단이 있다. 그 문단과 세 논문의 arXiv 등록일,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를 겹치면 일정이 이렇게 복원된다.

날짜 일어난 일
7월 27일 레트윈의 논문이 arXiv에 올라온다. 당시 최고 기록인 log1/4 n
7월 28일 두 저자가 그 증명을 읽고 log1/6 n까지 내릴 수 있겠다고 보아, AI 도구와 함께 100개 넘는 접근을 시험하기 시작한다
9월 30일 log1/6 n 증명을 완전히 이해한 뒤, 반복 로그까지 내려가는 길을 찾는다
10월 1일 arXiv 2610.01447 1판 공개. 차원 의존이 반복 로그까지 줄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다
10월 4일 같은 정련을 한 번이 아니라 거듭 적용해 차원 의존을 지운 2판 공개. 같은 날 비죌·클라르타그·르엑의 32쪽 증명이 따로 올라온다
10월 6일 발라수브라마니안·카시비스와나탄의 세 번째 증명 1판. 확률적 국소화에 기대 차원과 무관한 상한을 세운다
10월 8일 같은 논문 2판. 그 부분을 결정론적 변분법으로 갈아 상수를 25 이하로 못 박는다
그 뒤 홍루 자오의 Lean 4 저장소 KLS500이 공개된다. 기계로 확인한 상수는 500
10월 21일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가 블로그로 해결을 알린다

10월 4일 줄이 이 사건의 특이한 대목이다. 송·장의 2판이 완성된 증명을 올린 바로 그날, 비죌·클라르타그·르엑이 별도로 쓴 증명이 같이 올라왔다. 뒤쪽은 송·장의 1판에 실린 판정 기준을 가져다 쓰면서 그것을 증명의 결정적 단계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두 논문은 경쟁한 것이 아니라 이어 달린 것이다. 앞 논문은 140쪽 분량에 100개 넘는 경로를 밟은 끝에 새 기준을 세웠고, 뒤 논문은 그 기준을 출발점 삼아 32쪽으로 다시 썼다.

그러면 넘겨받은 그 기준은 무엇인가. 분포를 한 방향으로 기울여 놓고 어떤 함수의 평균을 다시 재면 기울인 평균이라는 값이 나온다. 기울이는 세기를 조금씩 키울 때 이 값이 얼마나 급하게 꺾이는지를 차수별 도함수로 재는데, 그 증가가 차수마다 일정한 비율 안에 묶이기만 하면 푸앵카레 상수도 차원과 무관하게 묶인다. 이것이 송·장이 세운 판정 기준이다. 추측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검사할 수 있는 조건 하나로 바꿔 놓았기 때문에, 32쪽 논문은 그 조건을 실제로 만족시키는 일에만 매달릴 수 있었다. 마지막 걸음에 쓴 것이 서스펜션이다. 분포의 독립 복제본을 담은 좌표를 하나 더 붙여 차원을 키운 다음, 커진 공간에서 계산한 누적량 추정을 원래 분포의 기울인 평균으로 되돌려 묶는 방법이다.

서스펜션 — 차원을 키워 추정한 뒤 접어 되돌리기 원래 분포 공간 차원 n 기울인 평균 M(t) 직접 묶기 어려움 독립 복제본 좌표를 하나 더 붙임 서스펜션 공간 차원이 더 커짐 누적량 추정 계산 차수별 도함수 증가율 확인 큰 쪽 추정을 접어 M(t)로 되돌림
▲ 서스펜션 구성 — 페블러스 원본 도식 (32쪽 증명 핵심 단계 재해석)

10월 6일에는 세 번째 증명이 올라왔다. 1판은 앞의 두 논문과 마찬가지로 확률적 국소화에 기대 차원 무관 상한을 세웠고, 다시 이틀 뒤 올라온 2판이 그 자리를 결정론적 변분법으로 갈아 푸앵카레 상수를 25 이하로 못 박았다. 이 논문을 소개할 때 흔히 따라붙는 25라는 숫자는 1판이 아니라 2판의 값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는 이 세 번째 증명도 앞의 둘과 같은 날 나왔다고 적었지만, arXiv 등록일은 이틀 뒤다. 이 글은 arXiv 기록을 따른다.

마지막에 붙은 것이 기계 검증이다. 홍루 자오가 공개한 Lean 4 저장소 KLS500은 비죌·클라르타그·르엑의 누적량·서스펜션 방식을 뼈대로 삼고 송·장의 기준을 끼워 넣어, 분산이 기울기 제곱 적분의 500배를 넘지 않는다는 부등식을 증명 보조 도구로 확인했다. 수학자가 읽고 수긍하는 검증이 아니라 컴퓨터가 논리 단계를 하나씩 따라가 통과시킨 검증이다. 저장소는 1,710개 모듈을 신뢰 수준 0에서 다시 빌드했고 끝점 공리 검사에서 표준 공리 셋만 나왔다고 밝혔다. 이로써 최적 상수는 4 이상 500 이하 구간에 들어왔다.

저장소가 선언 목록 맨 아랫줄에 올려 둔 항목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오픈AI가 공개한 수학 저장소에 적혀 있는 KLS 추측 서술문, 그러니까 이 검증을 한 사람이 직접 쓰지 않고 남이 미리 써 둔 명제에 대해서도 같은 상수 500으로 통과했다는 기록이다. 기계 검증에서는 무엇을 증명했느냐만큼 무엇을 증명할 명제로 삼았느냐가 중요하다. 증명하는 사람이 명제까지 직접 쓰면 두 가지가 같이 어긋나도 기계는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남이 쓴 서술문으로 한 번 더 돌려 본 기록을 따로 밝힌 이유가 그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독립 증명이 수학에서 가장 강력한 검증 형태에 속한다고 적었다. 결과가 하나의 추론 사슬에만 기대고 있지 않음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열흘 안에 독립 증명 둘과 기계 검증 하나가 따라붙었다.

3

세 기록은 AI를 서로 다르게 적는다

이 사건을 전한 1차 기록은 셋이다. 송·장의 논문, 비죌·클라르타그·르엑의 논문,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 셋 다 AI를 썼다고 밝혔는데, 밝힌 내용이 겹치지 않는다.

3.1도구 이름과 날짜를 적은 문서

송·장 논문의 마지막 절 제목은 감사의 글과 AI 공시다(원문 표기는 철자 한 글자가 빠진 Acknowlegements and AI Disclosure). 감사 인사 다음에 한 문장이 나온다. 이 연구에 사용된 AI 도구는 GPT-6 Astra, GPT-5.6 Sol, Claude Fable 5, Fable 5.1이었다는 문장이다. 특정 모델 이름 넷이 논문 본문에 그대로 적혀 있다.

이어지는 문단은 연구 일지에 가깝다. 제1저자가 거의 10년 전 워싱턴대를 방문했을 때 이 문제를 처음 들었고,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고등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시절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다시 시도했으나 풀지 못했다고 적는다. 그다음에 7월 28일부터 100개 넘는 접근을 시험한 이야기가 나오고, 여기에 역할 분담이 한 줄로 붙는다. 후보 접근은 협업으로 생성했고, 그중 무엇을 우선할지는 저자들이 정했다는 것이다.

절은 두 문장으로 닫힌다. 모든 증명은 저자들과 여러 AI 도구가 꼼꼼히 검증했으며, 증명의 정확성에 대한 책임은 저자들이 전적으로 진다는 문장이다. 도구를 쓴 사실과 책임의 소재를 같은 자리에서 분리해 적은 셈이다.

3.2기여의 크기를 적은 문서

32쪽 증명은 다른 칸을 채웠다. 이 논문은 arXiv 코멘트 칸에 32쪽이며 AI 사용을 서술한 문단을 포함한다고 미리 적어 두었다. 독자가 본문을 열기 전에 목록에서 먼저 보게 되는 자리다.

해당 문단은 감사의 글에 있고, 내용은 이렇다. 이 논문의 증명과 수학적 착상은 대부분 챗GPT가 찾아냈으며, 눈에 띄는 예외는 서스펜션을 쓰자는 생각으로 이것은 저자들이 제안했다. 저자들의 역할은 주로 그 증명들을 이해하고 서술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모델 이름은 챗GPT 하나뿐이고 판 번호도 날짜도 없다. 대신 누가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가 적혀 있다.

서론 첫 문장은 한 번 더 눈에 걸린다. KLS 추측은 오늘날의 AI 도구에게 거의 어려움을 주지 않는다고 썼기 때문이다. 다만 그 문장에는 이유가 붙어 있다. 고차원 볼록체에 대한 이해가 최근 수십 년 동안 크게 진전한 덕분이라는 조건절이다. 표에 적힌 31년치 계단을 먼저 보고 나면 이 문장은 자랑이 아니라 출처 표시에 가깝게 읽힌다.

3.3절차를 적은 문서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는 모델 이름을 한 번도 쓰지 않는다. AI 에이전트, 여러 선도 AI 모델 같은 보통명사만 나온다. 대신 절차가 자세하다. 여러 에이전트가 한 착상의 변형을 동시에 탐색하는 동안 연구자가 중간 결과를 살피고 가망 없는 방향을 쳐낸 뒤 가장 유망한 결과를 다음 라운드로 넘겼다는 설명이다. 블로그는 역할도 둘로 갈라 적었다. AI는 후보 탐색, 세부 유도 계산, 원고 준비, 내부 증명 점검을 도왔고, 연구자는 수학적 방향을 정하고 유망한 착상을 골라 최종 논증으로 조립하고 증명을 검증했다.

블로그에만 있는 자료가 하나 더 있다. 저자들이 같은 프로젝트의 별도 트랙에서 사람의 지도 없이 여러 선도 모델에게 같은 문제를 반복해 맡겨 봤고, 쓴 토큰 총량은 본 과정과 대체로 같았으며, 그 시도는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는 기록이다. 논문에는 없는 대조 실험이다.

세 기록을 나란히 두면 각자 비워 둔 칸이 보인다. 송·장 논문은 무엇을 썼는지를 이름과 날짜로 적고 기여의 크기를 비웠다. 32쪽 증명은 얼마나 맡겼는지를 적고 판 번호와 날짜를 비웠다.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는 어떻게 썼는지를 적고 모델 이름을 비웠다. 어느 하나만 읽어서는 나머지 두 칸을 알 길이 없다.

같은 사건, 세 가지 공시 형식 송·장 140쪽 논문 도구 이름 넷 날짜가 붙은 탐색 일지 책임은 저자에게 비운 칸: 기여의 크기 무엇을 썼는가 32쪽 독립 증명 증명 대부분은 챗GPT가 서스펜션 착상은 저자가 코멘트 칸에 미리 표시 비운 칸: 판 번호·날짜 얼마나 맡겼는가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 가지치기 탐색 절차 사람과 AI의 역할 구분 지도 없는 대조 실험 비운 칸: 모델 이름 어떻게 썼는가 셋을 겹쳐야 한 장면이 되고, 어느 하나도 나머지 둘을 대신하지 못한다
▲ 세 기록이 채운 칸과 비운 칸 — 페블러스 원본 도식 (각 원문 기준)

눈여겨볼 대목은 순서다. AI의 기여를 가장 크게 적은 것은 AI 회사의 블로그가 아니라, 회사 바깥 수학자 셋이 쓴 32쪽 논문이었다. 모델 이름을 적은 것도 회사 블로그가 아니라 그 블로그가 소개한 논문이었다. 그러니 이 사건에 모델명 비공개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공개 여부가 아니라 어느 문서에 어떤 형식으로 적혔는가의 문제다.

세 기록이 이렇게 갈린 이유 하나는 단순하다. 적어야 할 항목을 정해 둔 공통 서식이 없다. 학술지는 AI 사용을 밝히라는 정책을 두기 시작했지만, 무엇을 어느 수준까지 적을지는 저자가 알아서 정한다. 그 결과 같은 열흘 안에 나온 세 문서가 도구 이름, 기여의 크기, 탐색 절차를 하나씩 나눠 가졌다.

4

페블러스가 이 기록을 주목하는 이유

고차원 기하학은 페블러스가 다루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열흘이 남긴 기록의 모양은 데이터 품질을 검증하는 자리에서 매일 마주치는 것과 같다. AI를 써서 만든 산출물을 받아 든 다음 사람이 던지는 질문이 늘 셋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썼는가, 얼마나 맡겼는가, 어떻게 썼는가.

수학에는 이 셋이 비어 있어도 쓸 수 있는 최후 수단이 있다. 증명은 그 자체로 검사가 가능해서, 과정을 몰라도 결과를 한 줄씩 따라가면 참인지 거짓인지가 갈린다. 이번에 독립 증명 둘과 Lean 4 검증이 그 일을 했다. 공시가 모자라도 결론은 지켜진 셈이다.

데이터 작업에는 그런 최후 수단이 드물다. AI가 라벨을 붙이고 결측을 메우고 이상치를 걷어 낸 데이터셋을 받았다고 하자. 숫자만 들여다봐서는 어느 값이 원본이고 어느 값이 생성물인지 가려지지 않는다. 증명처럼 자기 자신을 검사할 방법이 없으니, 남은 길은 과정을 기록으로 받는 것뿐이다. 그래서 세 질문에 대한 답이 산출물과 함께 와야 한다.

  • 무엇을 썼는가. 도구와 판 번호와 시점이다. 송·장 논문이 네 이름과 날짜를 적은 칸으로, 같은 모델이라도 판이 바뀌면 결과가 달라지니 재현의 출발점이 된다
  • 얼마나 맡겼는가. 어디까지가 AI의 몫이고 어디부터가 사람의 판단인지다. 32쪽 논문이 서스펜션 착상 하나를 예외로 집어 적은 칸으로, 검토자가 어느 대목을 더 의심해야 할지 알려 준다
  • 어떻게 썼는가. 후보를 어떻게 만들고 무엇을 기준으로 쳐냈는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치기 절차를 적은 칸으로, 같은 방식을 다른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가른다

세 칸 가운데 뒤의 둘은 작업이 끝난 뒤에 복원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쓴 도구 이름은 나중에도 적을 수 있지만, 버려진 100개 경로가 무엇이었고 왜 버렸는지는 그때 적지 않으면 사라진다. 사람과 AI의 몫을 가르는 선도 작업하는 동안에만 선명하다. 끝나고 나면 완성본만 남고, 완성본은 누가 어느 부분을 떠맡았는지 말해 주지 않는다.

송·장 논문의 마지막 문장이 이 지점에서 가장 실용적이다. 증명의 정확성에 대한 책임은 저자들이 전적으로 진다는 문장은 AI를 얼마나 썼는지와 무관하게 성립한다. 도구 목록을 아무리 길게 적어도 틀린 결과의 책임은 옮겨 가지 않는다. 공시는 책임을 나누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다음 사람이 검증할 길을 열어 두기 위한 장치다.

Editor's Note

이 글을 준비하면서 한 차례 헛걸음을 했다. 일부 2차 매체가 보도한 네 개의 모델 이름을 두고, 1차 출처에 없는 내용이 아닌지 의심해 논문을 다시 뒤졌다. 결론은 반대였다. 이름은 논문에 그대로 있었고, 해당 절 제목의 철자가 한 글자 빠진 탓에 처음 검색에서 걸리지 않았을 뿐이다. 공시가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일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그 과정에서 확인했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이 글의 수치와 인용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블로그 본문, arXiv 2610.01447 2판과 2610.05474 1판, 2610.07728 초록, KLS500 저장소 설명에서 직접 확인했다. 사내에서 AI를 쓴 산출물을 넘겨받으실 때 무엇을 함께 요구하고 계신지 들려주시면 좋겠다.

(주)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
2026년 10월 24일

R

참고문헌

학술 논문

공식 발표·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