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이 글은 이탈리아에서 10월 23일 발효한 입법명령 179/2026의 고용 조항 두 개를 법률 요약이 아니라 기록 설계 문제로 읽는다. 유럽 AI법을 국내에 옮기는 이 법의 제41조는 고용관계의 성립과 변경, 종료에 관한 최종 결정을 자동화 처리에만 근거해 내리지 못하게 했다. 최종 결정은 실질적이고 자율적인 권한을 가진 자연인의 몫이고, 근로자가 동의해도 이 의무는 면제되지 않는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 다음이다. 근로자는 AI가 결정에 영향을 줬는지와 그 정도, 고려된 주요 요소와 매개변수, 사람의 개입이 결정에 보탠 것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셋 다 결정이 내려지던 그 순간의 상태를 묻는 질문이다. 사후에 문장으로 지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 무엇이 모델에 들어갔고 사람이 무엇을 바꿨는지가 남아 있어야 답할 수 있다. 이 원칙을 어긴 해고는 무효다.
1절부터 4절까지는 관보에 실린 조문과 이를 해설한 법률사무소·회계법인의 분석을 따라간다. 설명 요구권을 데이터 보존 설계의 문제로 옮겨 읽는 5절은 조문에 없는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이 법이 이미 걸어 둔 날짜와 대가다.
출처: Law & Technology, 관보 해설 · TechTimes, 제42조 적용 범위
10월 23일
고용 조항이 적용되기 시작한 날
유예 기간이 없다. 'AI'라는 이름을 달지 않은 도구도 빠지지 않는다
무효
제41조를 어긴 해고의 효력
근로자가 동의해도 자동화 처리만으로 내린 결정은 정당해지지 않는다
3,557~9,113유로
위험성평가 문서를 갖추지 않았을 때의 벌금
최대 6개월 구류까지 따라붙고, 국가노동감독원이 기존 권한으로 단속한다
2027년 12월 2일
유럽 AI법의 고위험 고용 시스템 의무가 적용되는 날
디지털 옴니버스로 2026년 8월 2일에서 밀린 날짜다. 이탈리아는 그 빈 구간을 자국 조항으로 먼저 묶었다
10월 23일부터 막힌 것
이탈리아 정부는 10월 7일 입법명령 179/2026을 채택했다. 10월 8일 관보 제234호에 실렸고, 15일 뒤인 10월 23일 발효했다. 유럽연합 AI법(규정 2024/1689)을 국내 법질서에 맞춰 넣는 법이라 감독 기관과 제재, 규제 샌드박스 같은 조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디지털이탈리아청이 적합성 평가 기관을 통지하는 일을 맡고, 국가사이버보안청이 시장 감시 기관이자 단일 접점이 된다.
고용을 다루는 조문은 그 안에 두 개 있다. 제41조의 이름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돕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근로자 보호」이고, 제42조는 「인공지능, 작업장의 건강과 안전」이다. 이 글이 읽는 것은 이 둘이다.
제41조가 그은 선은 한 문장이다. 고용관계의 성립과 변경, 종료에 관한 최종 결정은 자동화 처리에만 근거해 내릴 수 없다. 채용과 계약 변경, 징계, 성과 평가, 해고가 모두 여기 든다. AI를 인사 업무에 쓰는 것 자체를 막은 것이 아니라, 결정의 마지막 칸을 비워 두지 못하게 한 조문이다.
그 칸을 채우는 사람에게는 조건이 붙는다. 조문은 최종 결정을 실질적이고 자율적인 통제 권한을 가진 자연인에게 유보한다고 적는다. PwC 이탈리아의 해설은 이를 알고리즘의 출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라고 풀었다. 결재란에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는 조건을 채우지 못한다는 뜻이다.
근로자의 동의로는 이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 입사 서류에 자동화된 평가에 동의한다는 조항을 넣어 두는 방식은 제41조 아래에서 효력이 없다. 개인정보 보호 영역에서 동의가 처리의 근거가 되던 것과는 다른 구조다.
근로자가 요구할 수 있는 설명 세 가지
제41조는 금지에서 멈추지 않고 근로자 쪽에 요구할 권리를 하나 쥐여 준다. 자신에게 내려진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달라고 할 수 있고, 그 설명이 담아야 할 것을 조문이 직접 세 가지로 나눠 적었다.
- AI가 그 결정 과정에 영향을 줬는지, 줬다면 어느 정도였는지
- 고려된 주요 요소와 매개변수가 무엇이었는지
- 사람의 개입이 그 결정에 무엇을 보탰는지
세 항목이 요구하는 정보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 첫째는 그 결정에 시스템이 관여했다는 사실과 비중을 묻고, 둘째는 시스템 안쪽을 묻고, 셋째는 사람 쪽을 묻는다. 하나를 내놓는다고 나머지 둘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어겼을 때 어떻게 되는지도 조문에 함께 적혀 있다. 이 원칙을 어기고 내려진 해고와 결정은 무효다. 절차 위반에 과태료를 물리는 방식이 아니라 결정 자체의 효력을 지우는 방식이다. 그래서 기업이 지는 위험은 벌금보다 그 결정을 되돌려야 하는 상황에 가깝다.
한 가지는 구분해 두는 편이 정확하다. 조문이 무효로 하는 것은 제41조의 원칙을 어긴 결정이지, 설명을 못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다만 두 가지가 실무에서 붙어 다닌다. 어떤 요소와 매개변수가 쓰였는지 보여 줄 수 없는 회사는 그 결정이 자동화 처리에만 근거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세울 재료도 없다. 설명의 공백이 곧 항변의 공백이 되는 구간이 여기다.
자동화된 결정을 막는 장치가 이번에 처음 생긴 것은 아니다. 유럽 개인정보보호규정(규정 2016/679) 제22조 1항은 법적 효과를 낳거나 그에 준하게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결정을 오직 자동화된 처리에만 근거해 받지 않을 권리를 이미 두고 있었다. 제41조가 그 위에 얹은 것은 설명의 목록과 무효라는 대가다. 무엇을 설명해야 하는지가 요소와 매개변수 수준까지 조문에 적혀 버린 탓에, 답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그 조직이 평소에 무엇을 남겨 두었느냐로 넘어간다.
사람이 고를 때 후보는 이미 줄어 있다
제41조에는 적용 범위를 좁히는 문장이 하나 더 있다. 지원서를 찾고 선별하는 활동은 고용관계 성립에 관한 최종 결정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문은 그 선별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인다. 이력서를 자동으로 걸러 내고 순위를 매기는 일은 제41조 아래에서 그대로 허용된다.
이 예외가 남기는 자리를 법률 분석 매체 Law & Technology는 이렇게 짚는다. 사람의 손에 결정이 넘어오는 시점에는 시스템이 이미 후보 풀을 줄여 놓은 뒤다. 자동 순위화가 여성 지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면, 상위 이름들 가운데서 고르는 채용 담당자는 이미 바뀐 집합 위에서 일하는 셈이다. 유럽 집행위원회의 지침 초안도 자동 구직 매칭·순위화 도구를 고위험으로 분류하면서 두 가지를 근거로 든다. 채용 담당자가 추천을 뒤집을 수 있더라도 순위와 점수가 결정의 1차 입력으로 쓰인다는 점, 그리고 그 시스템이 특정 성별이나 장애가 있는 지원자를 낮은 순위에 놓거나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차별을 다투는 자리로 넘어가면 이 공백의 무게가 드러난다. 이탈리아 기회균등법전(입법명령 198/2006) 제40조는 채용에 관한 통계 자료에서 추론한 것을 포함해 성차별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실이 제시되면, 차별이 없었다는 증명 책임을 고용주 쪽에 지운다. 조문만 보면 근로자에게 유리한 장치다. 그런데 선별 단계에서 떨어진 지원자는 그런 통계 자료를 손에 쥐고 있지 않고, 애초에 알고리즘이 쓰였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제41조 밖이라는 말이 법 밖이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기회균등법전 제27조 1항은 채용 접근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면서 선발 기준과 채용 조건을 그 범위에 넣고, 2항은 사전 선별 장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까지 금지한다고 적는다. 선별 단계가 빠져 있는 것은 제41조의 설명 요구권이지, 그 단계에서 일어난 차별을 다툴 근거 조문이 아니다. 다만 금지가 있다는 것과 편향을 찾아낼 의무가 있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선별 시스템에 편향 점검을 강제하는 조항은 유럽 AI법의 고위험 의무가 적용되는 2027년 12월 2일 전까지 없다. 그사이 차별 다툼의 승패는 그때의 분포를 누가 들고 있느냐로 좁혀진다.
같은 분석이 고용주 쪽에 권하는 대비는 전부 기록에 관한 것이다. 후보를 거르거나 순위를 매기는 모든 단계에서 결과의 성별 분포를 측정해 문서로 남길 것, 벤더로부터 학습 데이터와 편향 점검에 관한 정보를 계약으로 확보할 것, 사람의 실질적 개입을 최종 후보 명단이 아니라 배제가 일어나는 지점 앞에 둘 것. 이 기록들은 차별 다툼의 방어 재료가 되는 동시에, 2027년 12월 2일부터 적용되는 유럽 AI법의 고위험 시스템 의무를 준비하는 자료가 된다.
업무 속도와 배분은 안전 문서로 간다
제42조는 인사 결정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겨냥한다. 작업 조직과 생산 속도, 작업 수행 방식, 그 밖에 건강과 안전에 관련되는 측면에 영향을 주는 AI 시스템은 입법명령 81/2008이 요구하는 위험성 평가 안에서 함께 평가해야 한다. 이탈리아 기업이 이미 작성하고 있는 위험성평가문서(DVR)가 그 자리다. 근로자에게는 그 시스템이 만드는 구체적 위험에 관한 정보와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적용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벤더가 붙인 이름이 아니라 그 도구가 실제로 하는 일이다. 근무 일정을 짜는 플랫폼, 워크플로 자동화 도구, 작업을 알고리즘으로 배분하는 엔진, 생산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모두 이 기준 안에 든다. 'AI'라는 말을 제품 설명에서 뺀다고 범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10월 23일부터 적용되고, 전환 기간은 없다.
문서에 적어야 하는 것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그 시스템이 만드는 구체적 위험, 마련해 둔 예방·보호 조치, 영향을 받는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교육과 정보 제공 계획이다. 위험성평가문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제대로 유지하지 않은 고용주와 관리자에게는 3,557유로에서 9,113유로 사이의 벌금이 부과되고, 최대 6개월의 구류까지 따라붙을 수 있다. 단속은 국가노동감독원이 기존 권한으로 한다.
제41조와 제42조를 나란히 놓으면 적용 대상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 보인다. 제41조는 한 사람에게 내려진 결정을 다루고, 제42조는 여러 사람의 일하는 조건을 다룬다. 작업 배분 엔진처럼 둘 다에 걸리는 도구도 있다. 누구에게 어떤 일을 얼마나 주는지가 평가와 징계의 근거로 쓰이는 순간, 같은 시스템이 제41조 쪽에서도 설명을 요구받는다.
페블러스가 이 법을 주목하는 이유
이탈리아 노동법은 페블러스가 다루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 제41조가 설명의 내용을 요소와 매개변수까지 내려가 적어 둔 탓에, 이 조문은 법무팀보다 데이터팀이 먼저 읽어야 할 문서가 됐다. 요구되는 설명은 전부 지나간 시점을 향한다. 지금 그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아니라, 그 결정이 내려지던 날 무엇이 있었는지를 묻는다.
설명문은 언제든 쓸 수 있다. 쓸 수 없는 것은 그때의 상태다. 조문의 세 항목을 기록의 언어로 바꿔 놓으면 필요한 것이 분명해진다.
| 조문이 요구하는 설명 | 그 순간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 |
|---|---|
| AI가 결정에 영향을 줬는지, 어느 정도였는지 | 그 건에 어떤 시스템이 호출됐는지, 출력이 어떤 형태로 담당자에게 전달됐는지 |
| 고려된 주요 요소와 매개변수 | 그 시점에 모델에 들어간 입력값, 그 입력이 어느 시점 기준의 데이터였는지, 어느 버전의 모델과 기준이 적용됐는지 |
| 사람의 개입이 보탠 것 | 담당자가 출력을 본 뒤 무엇을 바꿨고 무엇을 그대로 뒀는지, 그 판단의 근거로 적은 것 |
왼쪽은 제41조의 문구이고, 오른쪽은 그 문구를 기록 요건으로 옮긴 이 글의 해석이다.
오른쪽 열을 보면 이 요건이 모델 성능과 거의 무관하다는 점이 드러난다. 정확도가 높은 모델이든 낮은 모델이든, 1년 전 그날의 입력과 버전과 사람의 수정 내역이 남아 있지 않으면 답할 수 있는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무효 판정의 위험을 실제로 지는 쪽은 모델이 아니라 보존 설계다.
인사·평가 시스템을 돌리고 있다면 네 가지를 지금 확인해 볼 만하다.
- 결정이 내려진 시점의 입력 데이터를 스냅샷으로 남기는가. 원본 테이블을 가리키는 참조만 남기면, 그 테이블이 갱신된 뒤에는 그때의 값을 복원할 수 없다
- 그 입력이 어느 시점 기준의 데이터였는지 함께 적히는가. 같은 지표라도 집계 시점이 다르면 다른 값이다
- 사람이 개입한 지점과 바꾼 내용이 로그로 남는가. 승인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만으로는 세 번째 항목에 답하지 못한다
- 후보를 거르거나 순위를 매기는 단계마다 결과의 분포를 주기적으로 측정해 두는가. 이 기록은 차별 다툼이 벌어진 뒤에는 만들 수 없다
보존 기간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운영 편의가 아니라 질문이 들어오는 시점이다. 해고를 다투는 소송은 결정이 내려지고 한참 뒤에 시작된다. 그 간격보다 짧은 보존 정책은 조문을 지키려는 의도와 상관없이 답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든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이 글의 조문 설명은 관보 게재본을 해설한 법률 분석과 회계법인 보고를 대조해 확인했고, 벌금 액수와 제42조의 적용 범위는 각각 원 출처를 밝혀 두었다. 조문이 적지 않은 것을 적었다고 쓰지 않으려 애썼다. 인사·평가 시스템의 결정 기록을 어느 단위로, 얼마나 오래 남기고 계신지 들려주시면 좋겠다.
(주)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
2026년 10월 25일
참고문헌
법령
- 1.Repubblica Italiana. (2026). Decreto Legislativo 7 ottobre 2026, n. 179. Gazzetta Ufficiale n. 234, 2026년 10월 8일 게재, 10월 23일 발효. 제41조 「인공지능 시스템이 돕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근로자 보호」, 제42조 「인공지능, 작업장의 건강과 안전」.
- 2.Repubblica Italiana. (2006). Decreto Legislativo 11 aprile 2006, n. 198 — Codice delle pari opportunità, 제27조(채용 접근에서의 차별 금지, 사전 선별 장치를 통한 간접 차별 포함), 제40조(증명 책임의 전환).
- 3.Repubblica Italiana. (2008). Decreto Legislativo 9 aprile 2008, n. 81 — 작업장 건강·안전 통합법. 위험성평가문서(DVR) 작성 의무의 근거.
- 4.European Union. (2016). Regulation (EU) 2016/679 —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제22조 1항(오직 자동화된 처리에만 근거한 결정을 받지 않을 권리).
법률·회계법인 분석
- 5.PwC Italia. (2026). "AI: what changes from 23 October." PwC TLS Blog.
- 6.Law & Technology. (2026). "Legislative Decree 179/2026 in the Official Gazette: authorities, penalties, employment roles."
- 7.Law & Technology. (2026). "Recruitment, gender bias and automated pre-selection under Legislative Decree 179/2026."
- 8.DLA Piper. (2026). "Italy introduces workplace rules on artificial intelligence." Global Employment Latest Developments.
언론 보도
- 9.TechTimes. (2026). "Italy's AI Workplace Safety Mandate Takes Effect Thursday: Scheduling Tools Covered," 10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