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로봇이 돌봄과 생활보조를 연습할 진짜 살림집이 서울 양재에 생긴다는 소식이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H-PAIR 국가연구소와 서울시가 10월 30일 협약을 맺고, 서울 AI 허브 안에 612제곱미터 규모의 'H-PAIR 피지컬 AX 센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1단계는 그 절반을 조금 넘는 338제곱미터짜리 '일상지원 리빙랩'이고, 2027년 상반기에 문을 연다.
면적보다 눈여겨볼 것은 순서다. 공간은 2027년 상반기에 완성되지만 로봇의 성능과 안전성, 사용자 수용성 검증은 그해 하반기부터 시작한다. 무대를 먼저 짓고 배우를 나중에 들인다. 리빙랩 안의 조건은 고정돼 있지 않아 집집마다 다른 환경을 그때그때 다시 꾸밀 수 있고, 해마다 기업 다섯 곳 안팎이 이 공간을 함께 쓴다.
1절과 2절은 서울시와 서울대가 발표한 협약 내용을, 4절은 같은 주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놓은 피지컬 AI 트레이닝센터 계획을 각각 따라간다. 거실에서 쌓인 기록을 누가 소유하고 어떤 규격으로 남기는가 하는 물음은 양쪽 발표 어디에도 답이 없다. 집부터 고른 까닭을 데이터 문제로 본 3절, 두 사업을 한 표로 묶은 4절의 표, 그 물음을 세운 5절이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출처: 서울시·서울대 공과대학 협약 발표(2026-10-30), ZDNet Korea 보도(2026-11-01)
612㎡
피지컬 AX 센터 전체
그 가운데 338제곱미터가 1단계 일상지원 리빙랩이다
950억 원
H-PAIR에 들어갈 국비
국가연구소로 뽑힌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치
연 5곳
리빙랩이 받을 기업 수
로봇 운영·검증 지원과 전문인력 배치, 공간 공동 활용이 따라붙는다
2027년 하반기
로봇 검증이 열리는 때
공간 조성은 상반기에 끝나고, 실제 검증은 그 뒤에 시작한다
양재 AI 허브 4층에 집 한 채가 들어선다
10월 30일 서울시 서소문2청사에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과 서울시가 피지컬 AI 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서울대 쪽에서는 김영오 공과대학장이, 서울시 쪽에서는 김현우 경제실장이 서명했고, 조규진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장을 비롯한 일곱 명이 협약식에 참석했다. 협약 기간은 3년이며 양쪽이 합의하면 연장할 수 있다.
협약의 알맹이는 공간이다. 서울시가 서초구 양재동 서울 AI 허브 메인센터에 612제곱미터 규모의 피지컬 AX 센터를 조성하고, 그 1단계로 메인센터 4층에 338제곱미터짜리 'H-PAIR 일상지원 리빙랩'을 먼저 마련한다. 338이라는 숫자는 센터 전체가 아니라 먼저 여는 한 칸의 크기다. 이 구분을 흘리면 센터 규모를 절반 가까이 작게 읽게 된다.
리빙랩 안에는 거실과 주방, 침실이 실제 크기의 생활 동선 그대로 들어간다. 조명을 바꾸고 물품 배치를 흐트러뜨리고 장애물을 새로 놓을 수 있게 설계해, 집집마다 제각각인 환경을 일부러 만들어 낸다. 2027년 상반기까지 이 공간을 완성하고, 하반기부터 돌봄 로봇과 이동보조 로봇을 비롯한 생활 로봇의 검증에 들어간다. 공간이 열리는 때와 로봇이 들어오는 때가 반년 차이로 떨어져 있다.
발표가 검증 대상으로 적어 둔 로봇은 다섯 종류다. 근력 보조 로봇,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한 이동 보조 로봇, 웨어러블 로봇, 돌봄 로봇, 서빙 로봇이다. 재는 축도 셋이다. 성능과 안전성, 사용자 수용성이다. 앞의 둘은 로봇의 동작을 보고, 셋째는 그 로봇을 쓰는 사람이 받아들이는지를 묻는다.
김영오 공과대학장은 협약식에서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디지털 공간을 넘어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H-PAIR가 10년 동안 하려는 일
H-PAIR는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를 중심으로 16개 학과와 대학원, 전임교수 41명이 모인 초학제 조직이다. 2026년에 국가연구소로 선정돼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 동안 국비 950억 원을 받는다. 일부 매체는 최대 1천억 원 규모로도 전했다. 연구 범위는 일상지원, 신체증강 웨어러블, 체내로봇 세 갈래이고, 이번 리빙랩은 그중 첫째인 일상지원을 맡는다. 앞서 본 검증 대상 다섯 종류에 웨어러블 로봇이 끼어 있으니 갈래가 깔끔하게 나뉘지는 않는데, 발표는 두 목록을 따로 적었을 뿐 둘의 관계는 밝히지 않았다.
관악과 양재로 장소가 갈린 데에는 역할 구분이 있다. 관악캠퍼스의 H-PAIR 국가연구소가 대학 안의 연구 자원을 써서 원천기술 연구의 중추를 맡고, 양재의 피지컬 AX 센터는 거기서 나온 기술을 기업과 연결해 검증·실증·사업화로 밀고 나가는 전진기지가 된다는 것이 협약 발표의 설명이다. 공간과 협력 거버넌스는 서울시가, 기술 검증과 창업 보육은 서울대가 대기로 했다. 양재에 따로 공간을 두는 까닭이 이 분담에 있다.
기업이 들어오는 길은 Physical AX 컨소시엄이라는 이름으로 짜여 있다. 서울시 산하 돌봄센터와 시니어주거시설, 복지관 같은 수요기관이 현장에서 겪는 문제를 먼저 내놓고, 기업이 그 문제에 맞춰 인공지능·로봇 기술을 개발한다. 개발한 것은 H-PAIR 리빙랩에서 기술자문과 검증을 거친 뒤 다시 현장으로 나가 시범 적용된다. 2027년에 컨소시엄 한 곳을 시범 운영하고, 그다음부터 해마다 두 개 안팎씩 과제를 늘려 간다.
연구소가 기업 쪽에 내어주기로 한 것도 목록이 있다. 가변 강성·형상 구조와 접촉안전 전자피부, 촉각 센서 설계 라이브러리를 묶은 MORPHI, 의도와 정서, 상황 인식을 다루는 분산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MOSAIC, 그리고 표준 시험 프로토콜과 평가키트를 단계적으로 개방한다. 여기에 서울대기술지주와 함께 운영하는 창업 시드펀드로 2028년까지 유망 창업팀 다섯 곳을 발굴하고, 해마다 네 차례 전문교육을 열어 회당 열 명에서 스무 명을 가르치며, 대학생 현장실습과 연 1회 해커톤도 운영한다.
왜 1단계가 하필 집 안인가
세 갈래 연구 영역 가운데 일상지원을 1단계로 고른 것은 발표에 적힌 사실이다. 그 선택이 왜 데이터 문제로 이어지는지는 발표가 말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돌아가는 로봇은 환경을 자기 쪽에 맞춰 고칠 수 있다. 바닥에 선을 긋고 조명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부품이 늘 같은 자리에 오도록 공정을 짠다. 집은 그렇게 못 한다. 거실 조명은 시간마다 달라지고 식탁 위 물건은 어제와 다른 자리에 있으며 바닥에는 어제 없던 것이 놓여 있다. 모델을 아무리 키워도 이런 장면을 담은 기록이 없으면 로봇은 남의 집 거실에서 처음부터 다시 헤맨다.
리빙랩 설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조명과 물품 배치, 장애물을 바꿀 수 있게 해 둔 부분이다. 집 하나를 똑같이 본떠 놓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필요 없는 기능이다.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조건의 기록을 여러 벌 만들어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험실 한 곳이 아니라 변수를 쥐고 흔들 수 있는 무대를 짓는 셈이다.
수요가 들어오는 방향도 같은 쪽을 가리킨다. 연구 과제가 먼저 서고 현장을 찾아다니는 구조가 아니라, 돌봄센터와 복지관이 현장에서 막힌 일을 내놓으면 거기서 과제가 생긴다. 서울시는 이 협약을 2026년 1월 'AI SEOUL 2026'에서 내건 "피지컬 AI 선도도시, 서울" 구상의 구체화로 설명하면서, 양재 인공지능 클러스터와 수서 로봇 클러스터를 잇는 서울 피지컬 AI 벨트를 함께 언급했다.
같은 달, 정부는 우체국 물류에 다른 무대를 연다
협약 하루 전인 10월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학연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피지컬 AI 추진 계획을 내놨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차세대 반도체를 묶은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한 축이다. 핵심은 2027년부터 짓는 피지컬 AI 트레이닝센터이고, 목적은 로봇과 인공지능 모델을 가르칠 고품질 데이터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앞서 예산안 단계에서 알려진 밑그림을 보면, 로봇과 센서로 실제 움직임을 기록해 두고 기업과 연구기관이 그 기록에서 행동 데이터를 만들어 모델을 학습시키고 검증하는 환경이다. 구축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맡는다. 우정사업본부와 연계해 물류 같은 실제 업무 현장에서 실증사업을 함께 돌린다.
예산은 2027년 정부 예산안에 새 항목으로 올라갔다. 트레이닝센터 구축 400억 원, 핵심기술개발 550억 원, 우정사업본부 연계 실증·확산 260억 원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 전체로 보면 2026년 2,981억 원에서 2027년 7,956억 원으로 늘고, 과기정통부 인공지능 예산 총액은 9조 4천억 원으로 잡혔다. 다만 아직 확정된 돈은 아니다. 2027년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쳐야 숫자가 굳는다. 정부가 내건 그림은 반도체부터 AI 모델, 데이터, 로봇까지 이어지는 국산 풀스택 생태계다. 이 세 항목이 어떻게 갈라지는지는 앞선 글에서 따로 짚었다.
같은 달에 데이터를 만들 자리가 두 곳 열렸는데, 둘이 담을 장면은 거의 겹치지 않는다. 한쪽은 우편물이 오가는 작업장이고, 다른 쪽은 사람이 잠드는 집이다. 작업장에서는 정해진 동선을 따라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집에서는 같은 일이 집집마다 다른 모양으로 한 번씩 벌어진다. 주관하는 곳도, 처음 들여놓을 로봇도, 돈이 흘러드는 통로도 갈린다.
| 갈라지는 지점 | H-PAIR 피지컬 AX 센터 | 과기정통부 피지컬 AI 트레이닝센터 |
|---|---|---|
| 주관 | 서울대 공과대학과 서울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 현장 | 거실과 주방, 침실을 재현한 338제곱미터 리빙랩 | 우정사업본부와 연계한 물류 등 실제 업무 현장 |
| 첫 대상 | 돌봄·이동보조 로봇 | 물류 작업 로봇 |
| 돈의 크기 | H-PAIR 국비 950억 원(10년) | 2027년 센터 구축 400억 원 등 신규 편성 |
| 여는 때 | 2027년 상반기 조성, 하반기 검증 시작 | 2027년 구축 착수 |
서울시·서울대 협약 발표와 과기정통부 간담회 발표를 각각 옮겨 나란히 놓았다. 두 사업을 비교 대상으로 묶은 것은 어느 발표에도 없고, 이 글이 세운 구도다.
데이터 종류가 겹치지 않는다는 점은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거실의 기록과 물류창고의 기록은 둘 다 필요하고, 한쪽이 다른 쪽을 대신하지 못한다. 다만 두 발표문 어디에도 두 곳에서 나온 기록을 어떻게 맞물리게 할지, 공통 규격을 누가 정할지는 적혀 있지 않다.
페블러스가 이 협약을 주목하는 이유
리빙랩 한 칸에서는 세 주체가 동시에 기록을 만든다. 현장 문제를 내놓은 수요기관, 로봇을 들여놓은 기업, 검증을 맡은 연구소다. 센서가 돌아가는 동안 쌓이는 영상과 궤적, 실패 사례는 셋 중 누구의 것인가. 협약 발표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이 없다. 공간과 일정, 지원 규모는 숫자까지 적혀 있는데 기록의 소유 구조는 비어 있다.
규격은 더 조용히 지나간다. 해마다 다섯 곳이 들어와 5년이면 스물다섯 곳인데, 각자 자기 포맷으로 기록을 남기고 나가면 남는 것은 서로 읽히지 않는 스물다섯 조각이다. 같은 거실에서 같은 센서로 찍은 기록이라도 라벨 체계와 좌표계, 실패의 정의가 다르면 다음 기업이 다시 쓸 수 없다. 공간을 함께 쓰는 것과 데이터를 함께 쓰는 것은 다른 일이고, 전자가 후자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지 않는다.
이 리빙랩이 공용 자산을 만드는 쪽으로 가는지 보려면 다음 발표에서 세 가지를 확인하면 된다.
- 기록의 소유와 이용 권한을 누가 어떻게 나누는지 계약서에 적혀 있는가. 기업이 가져가는 범위, 연구소가 남기는 범위, 돌봄 대상이 된 사람의 동의 범위가 따로 적혀야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돌아볼 자리가 생긴다
- 기록을 남기는 규격이 먼저 정해지는가. 첫 컨소시엄이 쓰는 포맷이 사실상 표준이 되는 구조라면, 시범 운영 한 곳을 고르는 일이 곧 규격을 고르는 일이다
- 성공한 시도만 남기는가, 실패한 시도도 남기는가. 로봇이 문턱에 걸리고 컵을 놓친 장면은 다음 로봇을 가르칠 때 가장 비싼 재료인데, 검증 보고서에는 대개 통과 여부만 남는다
로봇이 만든 기록의 주인을 묻는 일은 처음이 아니다. 페블러스는 로봇 데이터의 권리 관계를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과 EU 데이터법으로 따져 본 글을 쓴 적이 있고, 실패 장면에 주석을 붙여 공개한 로봇 데이터셋도 다뤘다. 양재의 거실에서 쌓일 기록에도 같은 질문이 그대로 걸린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협약 일자와 참석자, 612제곱미터 센터와 338제곱미터 1단계 리빙랩의 구분, 2027년 상반기 조성과 하반기 검증이라는 일정, 연 5곳 기업 지원, 검증 대상 로봇 다섯 종류와 성능·안전성·사용자 수용성이라는 세 축, 관악과 양재의 역할 분담, H-PAIR의 국비 950억 원과 참여 규모, MORPHI·MOSAIC 개방 계획, Physical AX 컨소시엄 구조는 서울시·서울대 공과대학의 협약 발표와 이를 전한 보도에서 확인했다. 과기정통부 피지컬 AI 트레이닝센터의 추진 계획과 우정사업본부 연계는 10월 29일 간담회 발표를 따랐고, 2027년 예산 항목과 금액은 국회 심의를 앞둔 정부 예산안을 전한 보도에서 가져왔다. 일상지원을 먼저 고른 선택에서 데이터 문제를 끌어낸 3절, 두 사업을 나란히 놓은 4절의 표, 데이터 소유·규격을 묻는 5절은 이 글의 해석이다. 실증 공간에서 나온 기록을 어떤 규격으로 남기고 계신지 들려주시면 좋겠다.
(주)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
2026년 11월 2일
참고문헌
1차 출처 — 협약·정부 발표
- 1.방은주. (2026). "서울대-서울시, 피지컬AI 협력...내년 양재에 센터 개설." ZDNet Korea, 2026-11-01.
- 2.우태선. (2026). "서울대 공대·서울시, 양재에 피지컬 AI 실증 거점… 'H-PAIR 피지컬 AX 센터' 세운다." 한국데이터경제신문, 2026-11-02.
- 3.오병훈. (2026). "정부, 피지컬AI 실증·데이터 사업 본격화…내년 트레이닝센터 구축." 디지털데일리, 2026-10-29.
페블러스 선행 글
- 4.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 (2026.10.14). "과기정통부 피지컬 AI, 데이터 모을 곳은 짓는데 규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