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구글이 학교에 나눠 준 계정에서 AI를 기본으로 꺼 두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교육 담당 부사장 크리스 필립스(Chris Phillips)가 11월 3일 회사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초중고(K-12) 학생 계정의 제미나이와 제미나이 노트북과 클래스룸 속 제미나이, 그리고 구글 검색을 모두 기본 꺼짐으로 돌리고 학교 관리자가 켜야만 쓸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교실 안의 AI는 학교가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 회사가 내건 이유다.

그 목록에 검색이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 걸린다. 필립스는 뉴욕타임스에 검색과 AI가 깊이 통합돼 있다고 말하면서, AI를 켜지 않은 학교의 학생은 검색에도 접근할 수 없고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만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비판이 커지자 구글은 제미나이와 검색을 따로 켜고 끌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검색을 켜는 순간 AI 모드와 AI 미리보기와 가이디드 러닝까지 함께 따라온다. 스위치가 제품 단위로만 있어서, 검색은 남기고 AI 답변만 치우는 길은 열려 있지 않다. 버니 샌더스는 이를 협박이라 불렀고, 리나 칸 전 FTC 위원장은 반경쟁적이라고 했다.

4절까지는 구글이 바꾼 것과 그 설계가 비판받는 이유를 따라간다. 5절에서 같은 구조를 기업의 AI 도구 도입 쪽으로 옮기는 대목은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출처: CBS News, The AI Insider(2026-11-03~05 보도)

약 5,000만 대

학교에 보급된 크롬북

구글이 공개해 온 수치다. 이 정책이 기본값을 바꾸는 기기의 규모를 말한다

1억 5,000만 명

구글 클래스룸 이용자

학생과 교사를 합친 전 세계 숫자이고, 상당수가 학교 지급 크롬북을 쓴다

0개

검색 속 AI만 끄는 설정

제미나이와 노트북은 따로 끌 수 있지만, 검색 안의 AI는 검색과 한 덩어리로 움직인다

85일

기본값이 뒤집히기까지

8월 10일 클래스룸 제미나이 기본 노출 롤아웃에서 11월 3일 기본 꺼짐 발표까지의 간격이다

1

무엇이 꺼지고 누가 다시 켜는가

발표는 11월 3일 구글 교육 블로그에 올라왔다. 쓴 사람은 교육 담당 부사장 겸 총괄매니저 크리스 필립스다. 바뀌는 것은 초중고 학생 계정의 기본값이고, 대상은 네 가지다. 제미나이, 제미나이 노트북, 클래스룸 속 제미나이, 그리고 구글 검색. 넷 다 꺼진 상태로 출발하며, 학교 관리자가 콘솔에서 켜야 학생 계정에서 열린다. 회사는 교실 안의 AI를 학교가 통제해야 한다고 적었다.

시행은 당장이 아니다. 이르면 2027년 초부터 적용되고, 세부 사항은 앞으로 몇 달 안에 학교에 공유한다고 했다. 학교와 교사, 연구자, 정책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눈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도 붙었다.

방향이 뒤집힌 발표이기도 하다. 구글은 8월 10일부터 구글 클래스룸에 제미나이 탭을 기본으로 노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모든 학교에 자동으로 적용된 것은 아니고 이미 관련 서비스를 허용해 둔 학교가 대상이었지만, 기본값을 켜짐 쪽으로 미는 롤아웃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로부터 85일 만에 기본값이 반대편으로 옮겨 간다.

여기까지만 보면 학교가 요구해 온 것을 회사가 받아들인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1년 사이 생성형 AI를 교실에서 멈춰 세운 학군이 있었다. 학생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는지, 아이들에게 안전한지, 그리고 학습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가 근거로 함께 꼽혔다. 문제는 네 항목 가운데 하나가 AI 제품이 아니라는 데서 생긴다.

2

제미나이는 꺼도 검색 속 AI는 남는다

필립스는 뉴욕타임스에 검색과 AI가 깊이 통합돼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AI를 켜지 않은 학교의 학생은 검색에도 접근할 수 없고, 학교로부터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만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식 블로그에는 없던 설명이 인터뷰에서 나왔고, 이 대목이 퍼지면서 반응이 뒤집혔다.

구글은 곧 X에 보완 설명을 올렸다. 제미나이와 제미나이 노트북과 검색은 각각 따로 켜고 끌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비판의 과녁을 비껴간다. 쪼갤 수 있는 단위가 제품까지이고, 그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검색을 켜는 순간 검색 안에 들어가 있는 AI도 함께 켜진다. 대화하듯 묻고 답을 받는 AI 모드, 결과 맨 위에 요약을 띄우는 AI 미리보기, 숙제로 보이는 질문에 반응하는 가이디드 러닝이 여기에 들어간다. 검색은 켜 두고 이 셋만 끄는 설정은 없다. 학생이 AI가 쓴 답을 보지 않게 하려는 학교에 남는 방법은 검색 자체를 끄는 것 하나뿐이다.

학교 관리자가 쥔 스위치 항목마다 따로 켜고 끈다 제미나이 제미나이 노트북 클래스룸 속 제미나이 구글 검색 끄면 학생은 검색창 자체를 못 연다 켜면 검색에 딸려 오는 AI AI 모드 AI 미리보기 가이디드 러닝 이 셋만 끄는 스위치는 없다 빼려면 검색을 통째로 꺼야 한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구글이 비판 이후 내놓은 보완 설명과 이를 정리한 보도를 합쳐 스위치 구조를 다시 그렸다. | 출처: The AI Insider

비대칭이 여기서 생긴다. 챗봇처럼 따로 서 있는 AI는 끌 수 있고, 다른 기능 안에 녹아 있는 AI는 끌 수 없다. 끌 수 있느냐를 가르는 것은 그 기능이 교실에 적절한가가 아니라 그것이 어느 제품에 붙어 있는가다.

학교가 저울에 올리는 것은 이제 AI의 교육적 효용이 아니다. AI를 받지 않는 대가로 검색까지 내놓을 수 있는가다. 질문이 바뀌면 답도 바뀐다.

3

정치권이 반독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 설계가 정치 쟁점이 된 것은 적용 범위 때문이다. 학교에 보급된 크롬북은 약 5,000만 대로 알려져 있고, 구글 클래스룸을 쓰는 학생과 교사는 전 세계에서 1억 5,000만 명이 넘는다. 미국의 많은 교실에서 학교가 빌려주는 노트북은 곧 크롬북이고, 그 위에 깔린 기본 검색은 곧 구글이다.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걸 쓰겠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조건이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X에서 이것을 협박이라고 불렀다. AI를 받지 않으면 검색을 끊겠다는 뜻 아니냐는 것이다. 리처드 블루먼솔(Richard Blumenthal) 상원의원은 구글이 학생의 성공보다 제미나이를 학교에 밀어 넣는 데 더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전 FTC 위원장이자 지금은 뉴욕시 경제개발공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리나 칸(Lina Khan)은 반경쟁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규제받지 않는 독점 기업이 필수 서비스를 쥐게 두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보여 주는 사례라는 것이고, 구글이 반독점 소송에서 여러 차례 패소 판결을 받고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는 어떤 기업도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지 좌우할 권한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구글이 독점력을 동원해 AI를 밀어 넣으려 한다고 했다.

교육계 쪽 반응도 결이 비슷하다. 아동 권익 단체 페어플레이(Fairplay)의 조시 골린(Josh Golin) 상임이사는 이 전략이 학습보다 평생 가는 브랜드 충성도를 심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봤다. 미국교원연맹(AFT) 회장 랜디 와인가튼(Randi Weingarten)은 구글이 교육보다 사업적 이익을 앞세웠다고 비판했다.

반독점은 제품이 나쁘다는 판단과 다른 이야기다. 싫으면 안 쓰면 된다는 반론이 서려면 갈아탈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학교가 구글에서 벗어나려면 기기와 수업 관리와 검색을 한꺼번에 바꿔야 한다. 그 일이 AI를 그냥 받아들이는 것보다 번거로우면 선택지는 이름만 남는다.

뉴욕시는 이미 자기 결정을 내려 둔 쪽이다. 9월 2일에 2-K부터 8학년까지 생성형 AI 사용을 1년간 멈추기로 했고, 그 조치는 학생 60만 명에게 걸린다. 이 블로그가 그때 다룬 글이 뉴욕시가 AI를 끈 학습 프로그램 38개를 밝히지 않았다이다. 뉴욕시 크롬북에서는 제미나이 챗봇과 AI 모드가 이미 꺼져 있고, 시 교육청은 이번 발표를 두고 구글에 세부 사항을 더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학군이 스스로 끈 자리와 벤더가 대신 정해 주는 자리가 겹치기 시작한 셈이다.

4

덕덕고가 학교에 내민 대안

비판이 이어지는 동안 덕덕고(DuckDuckGo)는 학교를 상대로 영업을 시작했다. 창업자 게이브리얼 와인버그(Gabriel Weinberg)는 X에 학교가 기본 검색엔진을 덕덕고로 바꾸는 방법을 담은 문서를 올리고 직접 돕겠다고 했다. 덕덕고가 내건 말은 구글이 학생들에게 AI를 강제한다는 것이었다. 학교에는 검색이라는 기본 기능을 그대로 쓰면서 AI만 거절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함께 폈다.

덕덕고가 내민 조합은 구글과 다르게 쪼개져 있다. 채팅은 Duck.ai로 따로 서 있고, 검색에 붙는 AI 비서에는 끄는 설정이 달려 있으며, AI 기능을 아예 뺀 별도 주소 noai.duckduckgo.com도 있다. 회사는 올해 앱 설치가 30% 늘었다며 AI가 섞인 검색을 거부한 이용자가 그만큼 움직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덕덕고는 이 싸움의 당사자이고 지금 자기 제품을 파는 중이다. 그 점을 감안하고 봐도 남는 사실이 하나 있다. 검색과 AI를 갈라 둔 제품이 실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깊이 통합돼 있다는 말은 기술의 한계를 가리키는 문장처럼 들리지만, 적어도 결과 맨 위에 요약을 띄울지 말지는 설정 하나로 가를 수 있는 문제다. 지금 구글이 내놓은 조합이 기술이 강제한 유일한 모양은 아니다.

5

페블러스가 이 소식을 주목하는 이유

학교 담장을 넘으면 익숙한 장면이 나온다. 쓰던 도구에 AI가 들어오고, 그 AI를 끄려고 설정을 열면 끄는 단위가 우리가 생각한 단위와 다르다. 문서 도구의 요약 기능만 빼고 싶은데 선택지는 협업 도구 전체이고, 코드 저장소의 자동 리뷰만 멈추고 싶은데 멈추면 검색까지 멈춘다.

조직이 AI를 끄려는 이유는 대개 분명하다. 학교는 학생 데이터와 미성년자 보호 때문이고, 기업은 계약과 규제와 영업비밀 때문이다. 그런데 기능이 묶여 있으면 그 이유는 끝까지 가지 못한다. AI를 끄는 대가로 원래 쓰던 기능까지 내놓아야 한다면 대부분의 조직은 결국 켠다. 동의를 따로 묻지 않고도 동의가 쌓이는 구조다.

검색 안에 들어간 AI가 이용자의 행동을 실제로 어떻게 바꾸는지는 이 블로그에서 한 번 다뤘다. 구글 AI 답변을 걷어내자 검색 밖으로 나가는 클릭이 늘었다는 현장실험을 따라간 글이다. 그때는 AI 요약이 클릭을 어디로 보내는지가 쟁점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요약을 볼지 말지를 누가 정하는지가 쟁점이다.

AI 도구 도입을 판단하는 자리에 있다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셋은 확인할 수 있다.

  • 끄는 단위가 무엇인가. 제품 단위인가 기능 단위인가. 우리가 걱정하는 바로 그 기능 하나를 끌 수 있는가.
  • 끄면 무엇이 같이 꺼지는가. 그 대신 포기해야 하는 기능 목록을 문서로 받아 두었는가.
  • 기본값이 바뀔 때 우리가 먼저 아는가. 이번 사례에서 기본값은 석 달 사이에 켜짐과 꺼짐을 오갔다.

세 질문의 공통점은 성능이나 가격을 묻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묻는 것은 경계다. 끌 수 있는 것과 끌 수 없는 것이 어디서 갈리는지를 도입 전에 적어 두면, 나중에 그 경계가 움직일 때 무엇이 움직였는지 알 수 있다.

Editor's Note

도입 심사 문서에서 가장 자주 비어 있는 칸이 끄는 단위다. 쓸 수 있는 기능은 표로 정리되는데 끌 수 있는 기능은 보통 설정에서 가능하다는 한 줄로 끝난다. 켜는 쪽은 영업이 설명해 주고, 끄는 쪽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발표와 이후 반응은 CBS News와 The AI Insider에 정리돼 있다. 사내에서 AI 기능 하나를 끄려다 다른 기능까지 함께 꺼진 경험이 있다면, 그 경계가 어디였는지 들려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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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