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구글 딥마인드의 영국 직원 계약서에는 회사를 그만둔 뒤에도 평생 비판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계약서를 직접 열람하고 현직자 두 명을 인터뷰해 11월 3일 보도했다. 두 사람은 보복이 두려워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조항이 막는 것은 AI가 세상에 미칠 영향을 두고 대중과 이야기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항이 밖으로 드러난 계기는 10월에 사직한 런던 연구 엔지니어 한 사람이었다. 그가 조항을 어기기로 하고 입을 열자 남은 직원들이 자기 계약서를 꺼내 같은 문구를 찾아냈고, 사내 메시지 스레드에 수십 명이 몰렸다. 구글은 이미 퇴사한 사람에게는 조항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최근 신규 채용 계약에서는 퇴직 후에도 적용되는 부분을 뺐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요구한 것은 기존 계약서에서 조항 자체를 지우는 일인데,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절까지는 보도된 사실을 따라가고, 영국법이 실제로 어디까지 보호하는지도 함께 본다. 4절에서 이 사건을 AI 안전 자료를 받아 보는 쪽의 문제로 옮긴 대목은 보도에 없는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앞의 두 칸은 이번에 공개된 계약서가 어디까지 미치고 구글이 어디까지 손을 댔는지를 가리킨다. 뒤의 두 칸은 같은 요구가 2024년에 한 번 나왔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걸었는지를 보여 준다.

출처:워싱턴포스트(2026-11-03), 경고할 권리 서한(2024-06-04), CNBC(2024-05-24)

평생

조항이 미치는 기간

고용이 끝나는 날 함께 끝나지 않는다. 영국 소재 직원 계약서에 그렇게 적혀 있다

0건

기존 계약에서 지운 조항

구글이 문구를 뺀 것은 최근 신규 채용 계약이다. 재직자와 퇴사자의 계약서는 그대로다

13명 중 6명

익명으로 서명한 사람

2024년 '경고할 권리' 서한 서명자 가운데 보복이 두려워 이름을 밝히지 못한 수

약 200만 달러

서명 거부에 걸린 값

2024년 OpenAI 퇴사자가 비방금지 서명을 거부하며 내건 지분. 회사는 그 뒤 퇴사자 전원을 풀어 줬다

1

한 사람이 어기자 나머지가 계약서를 꺼냈다

소피아 리구오리(Sofia Liguori)는 2023년에 구글 딥마인드에 들어가 런던에서 일한 연구 엔지니어다. 맡은 일은 전력망에 전기를 더 효율적으로 흘려보내는 AI였다. 군사와는 거리가 먼 자리였다. 회사가 AI를 군사 작전에 밀어 넣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구글에서 일하기가 부끄러워졌다고 말했다. 3년 만인 10월에 사직했고, 같은 달 AI 연구자 안드레아스 키르쉬도 비슷한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리구오리는 10월 21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기 계약이 그런 발언을 막고 있다는 사실부터 밝혔다. "원칙적으로 나는 평생 구글을 비판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알려져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고, 사실을 말하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회사 안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보복을 두려워하고 경력이 위태로워질까 봐 겁낸다.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고,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같은 기사에 담긴 것은 리구오리 한 사람의 사정이 아니었다. 구글 직원들은 고용 계약이 회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에 AI 안전과 AI가 전쟁에 쓰이는 방식을 두고 말하기를 두려워한다고 BBC에 전했다. 앞서 회사를 떠난 안드레아스 키르쉬도 같은 기사에서 자기 이유를 밝혔다. 구글의 거버넌스와 감독은 군사·기밀 영역에서 AI를 안전하고 책임 있게 배치할 만큼 충분하지도 실질적이지도 않다고 그는 말했다. 구글에게는 펜타곤이 그 AI를 어떻게 쓰는지 통제하거나 거부할 권한이 없어 보이고, 그 AI가 어디에 어떻게 투입되는지도 제한적으로만 들여다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인터뷰가 나간 뒤 남은 직원들이 자기 계약서를 열어 같은 문구를 확인했다. 사내 메시지 스레드에 수십 명이 모여 조항을 성토했고, 일부는 조지 오웰의 『1984』 이모지를 달았다. 그 논쟁이 바깥으로 나온 것이 11월 3일 워싱턴포스트 보도다. 계약서 원문을 열람하고 현직자 두 명을 인터뷰한 기사로,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 전까지 알려진 것은 리구오리의 말 한 문장뿐이었다.

보도에 담긴 현직자 두 사람의 말은 조항을 풀어 달라는 요구가 어디서 나오는지 보여 준다.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 기술은 정말로 중대하고, 변하는 속도도 빠르다. 대중은 알고 싶어 하고, 알 자격이 있다." 다른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것이 어디로 갈지 정하는 데 몫이 있다. 그냥 또 하나의 기술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보복을 피하려고 익명을 조건으로 말했다.

2

구글이 내놓은 것과 내놓지 않은 것

회사의 첫 응답은 10월 30일 사내 스레드에서 나왔다. 임원 한 사람이 논쟁에 직접 들어와 이미 퇴사한 사람에게는 이 조항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식 입장은 그 뒤에 따라왔다. 신규 입사자의 약관을 갱신하면서 비방금지 조항의 퇴직 후 적용 부분을 들어냈고, 안전과 책임을 두고 열린 대화는 늘 장려해 왔으며, 우려를 최고 경영진에게 전달할 사내 통로도 따로 있다고 했다.

직원들은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답했다. 요구는 기존 계약서에서도 조항을 지우라는 것이었고, 거기에는 실질적인 이유가 있다. 회사가 내놓은 것은 집행하지 않겠다는 말이고, 계약서에 남아 있는 것은 문구다. 전직 연구자가 학회나 공청회에서 자기가 본 것을 말하려 할 때 기댈 수 있는 근거는 자기 계약서가 아니라 회사가 한 번 한 말이 된다. 그 말을 한 사람이 자리를 옮기거나 회사 방침이 바뀌면 무엇이 남는지는 계약서가 정한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한지는 2년 반 전에 같은 업계에서 이미 한 번 확인됐다. 2024년 5월, OpenAI는 내부 메모로 퇴사자 전원을 기한 없는 비방금지 의무에서 풀어 줬다. 표준 퇴직 서류에서 조항을 빼고, 기존에 맺은 의무도 집행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밝혔으며, 이미 확정된 지분은 취소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취소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함께 넣었다. 계기는 그해 퇴사한 연구자 다니엘 코코타일로가 서명을 거부한 일이었다. 거부로 날아갈 수 있었던 지분이 약 200만 달러였다.

두 사건의 요구는 같고 응답의 형식이 다르다. OpenAI가 내놓은 것은 기존 계약의 의무를 거둬들인 문서였고, 구글이 내놓은 것은 앞으로 들어올 사람의 계약을 고치겠다는 발표와 이미 떠난 사람에게 적용하지 않겠다는 구두 확인이다. 지금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계약서는 양쪽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회사 안에서만 나온 요구도 아니다. AI 정책 비영리단체 인코드(Encode)의 법률 책임자 네이선 캘빈은 기한 없는 비방금지 조항에 서명하게 하는 관행이 정말 충격적이라고 적으면서, 구글이 이 관행을 당장 멈추고 이미 서명한 전직 직원들을 그 의무에서 풀어 줄 것을 요구했다. 다만 그 전직 직원이 몇 명인지는 아직 아무도 세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조항에 묶인 전·현직 직원의 수를 보도하지 않았고, 조항이 영국 고용심판소에서 다퉈진 적도 없다.

3

영국법이 보호하는 범위, 그 바깥

조항의 법적 효력부터 짚어 두는 편이 낫다. 영국에는 공익 제보자를 보호하는 법이 있다. 1998년 공익제보법이 고용권리법에 넣은 조문 가운데 하나가 보호받는 공개를 막으려는 계약 조항을 그 범위에서 무효로 본다. 고용 중에 맺었든 퇴직하면서 맺었든 마찬가지다. 그러니 이 조항이 법정에서 그대로 버틸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고, 워싱턴포스트가 인용한 직원도 같은 판단을 전제로 말했다. "집행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이 있을 이유는 사실상 사람을 겁주는 것뿐이다."

문제는 보호받는 공개의 범위다. 그 법이 보호하는 것은 범죄, 법적 의무 위반, 사법 오류, 사람의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위험, 환경 훼손, 그리고 그것을 감추려는 행위다. 어느 항목에 해당하는지 말할 수 있어야 보호가 작동한다. AI 연구자가 바깥에 알리고 싶어 하는 것 상당수는 이 목록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평가에서 나온 수치를 어떻게 골라 실었는지, 안전 점검을 어느 시점에 어디까지 돌렸는지, 내부에서 제기된 우려가 출시 결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아직 어느 법도 의무로 정해 두지 않은 영역이다.

이 간극을 문장으로 적어 둔 문서가 이미 있다. 2024년 6월 4일 OpenAI와 구글 딥마인드의 전·현직 직원 13명이 낸 '경고할 권리' 서한이 그것이다. 서한의 논지는 이랬다. 통상의 내부고발자 보호가 불법 행위를 겨냥하는데, 자기들이 우려하는 위험은 상당수가 아직 규제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건 네 가지 원칙 가운데 첫째가 위험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비방이나 비판을 금지하는 계약을 맺지도 집행하지도 않는 것이었다. 서명자 13명 가운데 이름을 밝힌 사람은 7명이고, 나머지 6명은 보복이 두려워 익명으로 남았다. 밝힌 7명에는 구글 딥마인드의 전·현직 연구자가 포함돼 있다.

그러니까 이번 일은 새 요구가 아니다. 2024년에 이름을 걸고 적어 낸 첫 번째 원칙이 2026년에도 같은 회사의 계약서 안에 남아 있었고, 그 사실을 바깥에서 확인하는 데 필요했던 것은 한 사람이 조항을 어기는 일과 계약서를 열람한 기자 한 명이었다. 조항이 법정에서 버티느냐는 그 다음 문제다. 집행 여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것은 계약서를 읽은 사람이 입을 닫는 일이고, 보호 목록 바깥에 있는 이야기일수록 그렇게 된다.

4

모델 카드는 회사가 쓴다

여기부터는 보도 밖이다. 우리가 어떤 모델을 도입할지 판단할 때 손에 쥐는 자료를 떠올려 보면, 거의 전부가 그 모델을 만든 회사가 쓴 문서다. 모델 카드가 그렇고, 시스템 카드가 그렇고, 안전 평가 보고서와 프런티어 안전 정책 문서가 그렇다. 어떤 평가를 돌렸는지, 어떤 결과를 실었는지, 무엇을 싣지 않기로 했는지를 같은 쪽이 정한다. 문서가 부실하다는 말이 아니라, 작성자와 검증자가 같은 자리에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통로인 외부 평가 기관도 사정이 비슷하다. 모델에 언제부터 접근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들여다보는지, 결과를 공개해도 되는지가 대개 회사와 맺은 약정으로 정해진다. 회사가 문을 여는 만큼 열리는 통로라, 회사가 보여 주지 않기로 한 자리는 거기서도 보이지 않는다. 남는 것이 세 번째 통로, 그 모델을 직접 만든 사람의 증언이다. 이번 보도가 가리킨 자리가 정확히 거기다.

어떤 모델이 안전하다는 말을 바깥에서 확인하는 통로 세 가지가 있고, 회사의 허락 없이 열리는 것은 맨 아래 하나다 회사가 쓴 문서 모델 카드 · 시스템 카드 · 안전 평가 보고서 작성자와 검증자가 같다 외부 평가 기관 접근 시점 · 열람 범위 · 공개 여부를 약정이 정한다 회사가 여는 만큼 열린다 내부자 증언 모델을 만든 사람이 자기가 본 것을 직접 말한다 계약서가 막는다 영국 공익제보법은 범죄·법 위반·안전 위험 같은 목록에 드는 공개만 보호한다. 평가를 어떻게 골라 실었는지 같은 이야기는 그 목록 바깥에 있어, 조항이 가장 세게 작동하는 자리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근거: 워싱턴포스트 보도와 경고할 권리 서한

이 구조는 구글만의 사정이 아니다. 모델을 사다 쓰는 쪽에서 보면, 공급사가 내놓은 안전 주장을 되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모델을 만든 사람인데 그 입이 묶여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계약서 문구 하나가 그 회사의 평판 관리 문제에 그치지 않고, 그 회사 모델을 도입하는 쪽의 리스크 평가 재료가 되는 지점이 여기다. 그래서 공급사를 고를 때 세 가지는 물어볼 만하다.

  • 우리가 받은 안전 자료를 쓴 사람과 검증한 사람이 같은 조직인가. 다르다면 검증한 쪽은 무엇을 언제부터 볼 수 있었나.
  • 그 회사의 전·현직 직원이 위험과 관련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나. 퇴직 후에도 적용되는 비방금지 조항이 계약서에 남아 있나.
  • 위험을 알리는 통로가 사내 채널뿐인가. 사내 채널이 닫혔을 때 바깥으로 나갈 길이 계약서에 열려 있나.

세 물음 모두 "그렇다"는 답을 받기는 지금 업계에서 쉽지 않다. 그래도 물어본 기록이 남으면 다음 계약에서 조항 한 줄을 고칠 근거가 된다. OpenAI의 2024년 변화도 바깥에서 물은 결과였다.

Editor's Note

페블러스가 데이터 품질을 진단할 때 늘 먼저 보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 그 수치를 누가 어떤 조건에서 적었는지다. 같은 질문이 AI 안전 자료에도 적용된다. 공급사가 낸 평가 결과를 받아 읽을 때, 그 문서가 어느 조직에서 작성됐고 바깥에서 그것을 되받을 통로가 열려 있는지를 함께 기록해 두면 모델 도입 판단의 근거가 한 줄 늘어난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원 보도는 워싱턴포스트에 있고, 한국어 요약은 서울경제와 SBS가 전했다. 소피아 리구오리의 긴 인터뷰는 데모크라시 나우에서 볼 수 있다. 공급사 평가 항목에 전·현직 직원의 발언 자유를 이미 넣어 둔 팀이 있다면, 어떤 문구로 물어보는지 들려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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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원 보도

전재·후속 보도

배경·선례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