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이 글은 크라우드웍스가 2026년 10월 7일 코엑스 'AI 페스타 2026'에서 공개한 피지컬 AI 학습 데이터 플랫폼을, 그 데이터를 실제로 만드는 손이 누구인지와 함께 읽는다. 회사가 부스에서 보여 준 것은 완성된 로봇이 아니라 수집 공정이었다. 사람이 VR 장비를 쓰고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면, 그 움직임이 기록되어 학습 데이터로 가공된다.

같은 자리에서 회사는 지금까지 데이터 작업자 67만 명을 통해 누적 3억 건의 미션 데이터셋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문장은 로봇 데이터 플랫폼을 소개하는 문단 안에 들어 있지만, 숫자 자체는 로봇 행동 데이터만 센 값이 아니다. 같은 지표가 2021년 30만 명에서 출발해 올해 67만 명까지 올라온 전사 누계이고, 무엇을 합산한 값인지는 발표 어디에도 적히지 않았다.

이 글이 옮긴 사실과 수치는 ZDNet 코리아 보도, 벤처스퀘어 보도, LG전자 데이터팩토리 관련 보도, 그리고 데이터 라벨러 처우를 다룬 한국데이터경제신문 심층리포트에서 가져왔다. 3절의 처우 통계는 라벨링 업계 전반 조사이지 크라우드웍스가 밝힌 수치가 아니다. 4절에서 데이터 품질 쪽으로 논의를 옮기는 판단은 어느 당사자의 주장도 아니라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네 숫자를 뽑았다. 앞의 둘은 크라우드웍스가 이번에 내건 누적 지표이고, 셋째는 이 데이터가 쌓이는 현장의 목표치다. 넷째는 이런 데이터를 만드는 일의 삯인데, 크라우드웍스가 아니라 라벨링 업계 전반을 조사한 값이다.

출처: ZDNet 코리아(2026-10-07), 이투데이, 한국데이터경제신문.

67만 명

데이터 작업자

2021년 30만 명에서 이어져 온 전사 누적 회원 수치다

3억 건

누적 미션 데이터셋

2017년 창업 이래 전 분야 합산이고, 로봇 몫은 따로 적히지 않았다

10만 시간

LG전자의 연내 로봇 데이터 목표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2년치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9,860원

데이터 라벨러 평균 실질 시급

업계 전반 조사치로, 올해 최저임금 10,320원에 못 미친다

1

조종간을 쥔 쪽은 사람이다

크라우드웍스는 2017년에 문을 연 AI 학습데이터 기업이다. 사람이 직접 라벨을 붙이고 검수하는 방식으로 이미지와 텍스트 데이터를 만들어 왔고, 2023년 8월 국내 학습데이터 플랫폼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올해는 사내에 피지컬 AI 데이터랩을 세워 현실 환경에서 돌아가는 멀티모달 데이터를 연구하고 실증하는 중이고, 경남과 울산에는 피지컬 AI 허브 역할을 맡을 지역 거점을 마련했다. 이번에 들고 나온 것은 그 작업 대상을 로봇의 몸짓으로 넓힌 제품이다.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I 페스타 2026'에서 회사는 3층 C홀 피지컬AI·로봇 특별관에 부스를 냈다. 전시대에는 로봇 대신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공정이 올라 있었다. 작업자가 VR 장비를 착용하고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면 그 조작이 로봇의 움직임으로 옮겨지고, 거기서 생기는 물리적 행동 기록을 수집하고 가공하고 검증하는 과정까지 현장에서 보여 줬다.

부스에 내건 제품의 이름은 '피지컬 AI 데이터 플랫폼'이다. 회사 설명을 보면 이 플랫폼이 다루는 범위는 원격 조종에서 그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행동 데이터도 같은 공정으로 들어온다. 부스에서 본 장면은 그 가운데 하나였던 셈이다.

들어온 기록을 그대로 쓰지는 않는다. 회사는 모은 행동을 네 단계로 쪼개 정리하는 방식을 앞세웠다. 큰 작업 하나를 태스크로 두고, 그것이 벌어지는 상황을 시나리오로, 그 안의 공정을 서브태스크로, 다시 가장 작은 몸짓 단위를 액션으로 나눈다. 무작위로 쌓인 조작 기록을 파운데이션 모델이 바로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가공 효율도 끌어올린다는 것이 이 위계에 붙은 설명이다.

크라우드웍스 관계자는 전시를 앞두고 피지컬 AI의 성패가 고품질의 물리 행동 데이터를 얼마나 정밀하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아래 도식은 그 확보 과정 가운데 사람이 로봇을 직접 조종하는 경우를 따라간 것이다.

사람이 조종한 움직임이 학습 데이터가 되는 길 크라우드웍스가 AI 페스타 2026에서 공개한 구조화 위계 사람이 원격 조종 VR 장비 착용 로봇이 그대로 수행 행동 기록 발생 수집 · 가공 · 검증 사람이 다시 확인 학습 데이터 모델 투입 가공 단계에서 행동을 쪼개는 네 단위 태스크 작업 하나 전체 시나리오 벌어지는 상황 서브태스크 그 안의 공정 액션 가장 작은 몸짓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ZDNet 코리아, 벤처스퀘어 보도 재구성

1.1데이터가 실제로 쌓이는 곳

시연은 부스에서 했지만 데이터가 쌓이는 곳은 따로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추진하고 LG전자가 주관하는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기술개발 과제에서, 크라우드웍스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을 맡았다. LG전자가 모델과 휴머노이드 하드웨어를 대고 크라우드웍스가 데이터를 만드는 역할 분담이다. 울산과학기술원 컨소시엄이 맡은 조선업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과제에도 같은 자리로 들어가 있다.

현장은 LG전자가 올해 8월 서울 서초구 양재에 연 로봇 데이터팩토리다. 가정을 본뜬 공간에서는 청소를,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 공정을 본뜬 공간에서는 부품 이송과 적재와 조립을 시킨다. 여기 투입된 로봇의 이름은 '클로이드(CLOiD)'다. LG전자가 오래 써 온 서비스로봇 브랜드 '클로이'와 철자가 비슷해 섞어 적기 쉬운데, 데이터팩토리에서 움직이는 쪽은 클로이드다.

LG전자의 휴머노이드 로봇 클로이드(CLOiD)가 가정을 본뜬 공간에서 빨래를 개는 모습
▲ LG전자가 CES 2026에서 공개한 '클로이드(CLOiD)'. 양재 데이터팩토리에서 움직이는 로봇도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 사진 제공: LG전자 뉴스룸

여기 걸린 목표치가 이 일의 규모를 보여 준다. LG전자는 8월 18일 엔비디아와 협업을 발표하면서 연내 로봇 학습용 데이터 10만 시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24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2년치다. 연내에 로봇을 수백 대 규모로 늘리고 2030년까지 수천억 원을 넣겠다는 계획도 함께 나왔다. 크라우드웍스는 이와 별도로 KT와 협력해 서버랙 점검 조작 데이터도 모으는 중이다.

데이터가 나오는 곳도 한 갈래가 아니다. 회사는 발표 자리에서 로봇과 시뮬레이션과 사람, 이렇게 세 곳에서 데이터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부스에서 보여 준 원격 조종은 그 가운데 사람 쪽이고, 셋이 각각 지금 얼마씩을 대고 있는지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장비 쪽에도 보도가 끝내 메우지 않는 자리가 있다. 작업자가 손에 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다. AI 페스타를 전한 기사들은 모두 'VR 장비'와 '원격 조작'이라는 표현까지만 적었고, 모션 캡처 슈트나 센서 글러브의 제조사와 모델명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센서 글러브가 실제로 쓰인다는 것은 지난 1월 회사가 데이터 마켓플레이스에 로봇 학습용 데이터셋 3종을 등록하면서 밝힌 별건 발표에서 확인될 뿐이다.

2

'67만 명, 3억 건'은 무엇을 센 숫자인가

이번 발표에서 가장 자주 인용된 문장은 이것이다. 크라우드웍스는 지금까지 데이터 작업자 67만 명을 통해 누적 3억 건의 미션 데이터셋을 확보했다. ZDNet 코리아는 이 가운데 3억 건을 아예 기사 제목에 올렸고, 다른 매체들도 로봇 데이터 사업을 소개하는 문단 바로 옆에 같은 문장을 실었다.

그런데 이 두 숫자는 이번에 처음 나온 값이 아니다. 회사가 회원 수를 밝혀 온 기록을 시간순으로 늘어놓으면 하나의 선이 그어진다.

시점 데이터 작업자 누적 데이터 어디에 적혔나
2021년 11월 약 30만 명 — 상장 전 보도
2023년 8월 약 52만 명 — 코스닥 상장 시점 자료
2024년 무렵 약 60만 명 약 2억 건 회사 소개 자료·복수 보도
2026년 10월 67만 명 3억 건 AI 페스타 2026 발표

표: 크라우드웍스가 공개해 온 누적 지표를 시점순으로 정리. 2024년 수치는 회사 소개 자료와 당시 보도를 함께 묶었다.

30만에서 52만으로, 다시 60만을 지나 67만으로 올라온 선이다. 2억 건에서 3억 건으로 늘어난 쪽도 같은 선 위에 있다. 이 지표가 세고 있는 것은 크라우드웍스가 2017년 창업 이래 쌓아 온 작업 전체다. 이미지 라벨링도, 텍스트 주석도, 생성형 AI용 데이터도 다 여기 들어간다. 로봇 행동 데이터만 따로 센 값이 이와 별도로 존재한다는 근거는 1차 보도 어디에도 없다.

회사가 거짓을 말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라는 말이 문장 앞에 붙어 있고, 전사 누계라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다. 다만 그 문장이 놓인 자리가 로봇 데이터 플랫폼을 설명하는 문단이라, 읽는 쪽은 3억 건을 이 플랫폼이 모은 양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숫자가 틀린 것이 아니라 분모가 적히지 않은 것이다.

발표 수치를 받아 적을 때 던질 질문은 크기가 아니라 범위다. 이 숫자는 무엇을 합산했는가. 어느 시점부터 세기 시작했는가. 새 사업의 성과와 그 회사의 역사 전체 가운데 어느 쪽을 센 값인가. 크라우드웍스의 3억 건은 세 번째 질문에서 갈라진다. 이런 수치는 업계 발표에서 드물지 않고, 그래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3

데이터를 만드는 손은 어떤 조건에 있나

로봇이 스스로 배운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앞에서 본 세 갈래 가운데 시뮬레이션은 사람 손을 덜 타지만, 실물 로봇이 움직여 남기는 기록은 지금 단계에서 누군가 조종간을 쥐고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되풀이해 줘야 쌓인다. 10만 시간이라는 목표치도 로봇이 혼자 움직여 채우는 시간으로 읽기는 어렵다.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조건은 따로 조사된 적이 있다. 한국데이터경제신문이 올해 내놓은 심층리포트는 국내 데이터 라벨러를 약 12만 명으로 추산하고, 이들의 평균 실질 시급을 9,860원으로 적었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 10,320원보다 낮다. 2021년 서울노동권익센터 조사에서는 전업 라벨러의 62%가 월수입 182만 원에 미치지 못했다.

계약 형태가 이 격차를 굳힌다. 라벨링 업체 에이모는 2025년 4월부터 프리랜서 작업자들에게 임금을 주지 않았고, 올해 2월 기준 피해자가 150여 명, 체불액이 4억 원을 넘었다. 피해자의 88.2%가 여성이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노동청 구제 절차도 대지급금 제도도 쓰지 못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약 870만 명을 대상으로 적정 보수와 사회보장을 다루겠다고 했지만 세부 설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두 가지를 갈라 둘 필요가 있다. 첫째, 위 통계는 라벨링 업계 전반을 조사한 값이고 크라우드웍스가 밝힌 수치가 아니다. 둘째,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일과 이미지에 사각형을 치는 일은 작업 성격이 다르다. 앞쪽은 몸을 써서 동작을 재현하는 일이고 뒤쪽은 화면 앞에서 주석을 다는 일이다. 텔레오퍼레이션 전담 인력의 처우를 따로 조사한 자료는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도 두 일이 같은 인력 풀에서 나올 가능성은 남는다. 크라우드웍스가 말하는 67만 명은 회원으로 등록한 사람의 수이고, 12만 명은 실제로 일하고 있는 사람의 추정치다. 두 숫자는 성격이 달라 바로 견줄 수 없지만, 로봇 데이터 수요가 커질 때 그 일을 맡을 사람을 어디에서 찾을지는 짐작이 간다.

4

페블러스가 이 소식을 주목하는 이유

이 소식은 보통 피지컬 AI 경쟁의 한 장면으로 소비된다. 데이터를 다루는 자리에서는 다른 것이 먼저 보인다. 이번 발표에서는 성격이 다른 두 가지가 한 문단에 붙어 있었다. 앞쪽은 이 플랫폼이 앞으로 만들 로봇 행동 데이터이고, 뒤쪽은 회사가 아홉 해 동안 쌓은 작업 전체의 누계 숫자다. 어느 쪽도 거짓이 아니고 숫자가 틀린 것도 아니다. 다만 둘이 나란히 놓이는 바람에 뒤쪽 숫자가 앞쪽 몫처럼 읽힌다.

데이터 품질을 보는 일에서도 같은 함정이 반복된다. 학습 데이터셋의 규모를 적을 때 그 수가 이번 수집분인지 사내 전체 적재량인지 적지 않으면, 보는 쪽은 둘을 구분할 방법이 없다. 건수는 정확한데 범위가 비어 있는 지표가 가장 다루기 어렵다. 틀린 값은 검증으로 잡히지만, 범위가 없는 값은 검증을 통과한 채로 오해를 만든다.

그래서 수치 옆에 함께 남겨야 하는 것이 있다. 이 값은 무엇을 합산했는가. 어느 시점부터 세었는가. 누가 어떤 기준으로 만들었고, 그 기준을 누가 확인했는가. 로봇 행동 데이터는 특히 마지막 질문이 무거운 영역이다. 사람이 조종한 움직임이 그대로 모델의 기준선이 되기 때문에, 조종한 쪽의 숙련도와 작업 조건이 데이터 품질에 그대로 실린다.

피지컬 AI 학습 데이터 시장이 커질수록 이 물음은 더 자주 돌아올 것이다. 발표에 적힌 수치의 크기를 외우는 것보다, 그 수치가 무엇을 센 값인지 한 줄을 더 찾아보는 것이 먼저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크라우드웍스의 AI 페스타 발표를 전한 ZDNet 코리아 기사는 여기에서, 시연 과정을 더 자세히 적은 벤처스퀘어 기사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여러분의 데이터셋 지표에는 범위를 어떻게 적어 두는지, 각자의 방식이 있다면 나눠 주시면 좋겠다.

R

참고문헌

AI 페스타 2026 발표 보도

데이터 노동 환경

회사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