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지난 몇 년간 AI와 노동을 둘러싼 규제 논의는 대체로 하나의 요구로 수렴했다. 회사가 사람을 해고할 때 그 사실과 시점을 미리 알리라는 통지 의무다. 캘리포니아가 2026년 봄에 던진 요구는 결이 다르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5월 21일 서명한 행정명령 N-6-26은 주 정부 기관들에게 안전망·재교육과 함께 "AI 기업이 만든 이익을 노동자·공공과 나누는 메커니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글은 그 두 요구가 왜 질적으로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가 결국 데이터 문제로 귀결되는 이유를 본다.
해고를 신고하는 일은 이미 회사가 가진 인사 기록으로 답할 수 있다. 이익을 나누는 일은 그렇지 않다. 자동화가 어떤 업무를 얼마나 대체하거나 늘렸고, 그로 생긴 생산성 증분이 인건비와 매출과 이익 중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알아야 답이 나온다. 뉴섬의 행정명령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연구 지시이고, 이익 공유 방안 검토는 2026년 11월까지의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요구가 "언제 자르는가"에서 "누가 갖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이 흐름은 캘리포니아만의 것이 아니다. 뉴욕주에서는 AI 사용세와 기업 지분으로 재원을 만드는 "AI 배당" 법안이 나왔고, 연방 차원에서도 대량 해고에 AI가 실질적 요인일 때 공시를 강화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글은 캘리포니아를 축으로 그 지형을 정리한다.
본론에 앞서, 이 논의의 윤곽을 숫자 네 개로 먼저 잡아 두자. 신고 트랙이 요구하는 사전 통지 기간, AI 전환기에 사라지고 있는 일자리 규모, 주식시장을 매개로 한 잉여의 1차 분배가 이미 얼마나 편중돼 있는지, 그리고 대체 위험에 노출된 노동인구의 크기다.
90일
SB 951 사전 통지
AI로 인한 해고가 25인 또는 인력 25% 이상일 때
11.4만 개
실리콘밸리 일자리 감소
AI 전환기 · NYT DealBook 보도 인용
93%
상위 10% 가구의 주식 보유
직접 보유 주식 기준 · 잉여 1차 분배의 편중
약 1,100만
대체 위험군(명)
골드만삭스 기본 시나리오 · 미국 노동인구 6~7%
신고를 넘어선 질문
2026년 5월 21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행정명령 N-6-26에 서명했다. 미국 주지사가 내린 AI 워크포스 종합 행정명령으로는 사실상 처음이다. 이 명령은 노동·노동력개발청(LWDA)을 비롯한 주 정부 기관들에게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안전망·단체교섭·재교육 정책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다. 여러 로펌이 곧바로 클라이언트 얼럿을 냈고, 대부분은 "WARN 확대에 대비하라"는 컴플라이언스 톤으로 이 명령을 읽었다.
하지만 명령문에는 통지 의무 강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항목이 하나 들어 있다. 주 정부에게 "AI 기업이 만든 이익을 노동자와 공공이 나눌 수 있는 메커니즘"을 검토하라고 요구한 대목이다. 이것은 "언제 사람을 자르는지 미리 알리라"는 절차적 요구와 층위가 다르다. 자동화가 만든 생산성 증분을 누가 소유하는가를 정면으로 묻기 때문이다.
명령 자체는 법이 아니다. 구속력 없는 연구 지시이고, 안전망 검토(퇴직금·주식보상 포함)는 2026년 11월 17일까지, 단체교섭 관련 검토는 10월 15일까지 결과를 제출하도록 기한만 정해져 있다. 그럼에도 이 한 줄이 중요한 이유는, 캘리포니아가 규제의 질문 자체를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신고에서 분배로.
두 개의 트랙
지금 캘리포니아에서는 성격이 다른 두 흐름이 나란히 움직이고 있다. 하나는 해고 사실을 미리 알리게 하는 신고 트랙이고, 다른 하나는 자동화가 만든 이익의 소유를 다시 묻는 분배 트랙이다. 두 트랙은 요구하는 데이터의 종류부터 다르다.
2.1신고 트랙 — SB 951과 Cal-WARN
캘리포니아의 해고 통지 제도인 Cal-WARN은 75인 이상 사업장이 50인 이상을 해고할 때 60일 전에 알리도록 요구한다. 2025년 10월 서명돼 2026년 1월 1일 시행된 SB 617은 그 통지 내용에 워크포스보드 연계와 CalFresh 안내를 더했다. 여기까지는 AI를 특정하지 않는다.
AI를 직접 겨눈 것은 SB 951, 이른바 노동자 기술적 실직법(Worker Technological Displacement Act)이다. 캘리포니아 노동총연맹이 발의한 이 법안은 AI로 인한 기술적 실직이 25인 또는 인력의 25% 이상에 영향을 줄 경우 90일 사전 통지를 의무화하고, 통지에서 해고까지 60일간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를 금지한다. 위반 벌금은 신설되는 "Technological Displacement Act Fund"로 적립된다. 요구의 본질은 여전히 절차적이다. 해고의 사실과 시점, 사유를 미리 밝히라는 것이다.
2.2분배 트랙 — 유니버설 베이직 캐피털
분배 트랙의 언어는 뉴섬 본인의 발언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뉴욕타임스 DealBook이 5월에 전한 그의 구상은 "유니버설 베이직 캐피털(universal basic capital)"이다. 현금을 나눠 주는 기본소득(UBI)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지분을 주자는 발상이다. 뉴섬은 "우리는 1935년에 설계된 시스템을 아직 쓰고 있다"며 "자선이 아니라 소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AI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두고 "포크(pitchfork)는 이미 와 있다"는 표현도 썼다.
노동자 지분이라는 아이디어를 꺼낸 것은 뉴섬만이 아니다. 그는 OpenAI의 샘 올트먼과 Anthropic의 다리오 아모데이 같은 AI 기업 경영진도 비슷한 개념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고 지목했다. 규제하는 쪽과 규제받는 쪽이 같은 문장을 서로 다른 이유로 말하기 시작한 셈이다.
두 트랙이 요구하는 데이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신고 트랙은 해고 인원·시점·사유를 묻는다. 이미 인사 시스템에 있는 값이다. 분배 트랙은 자동화가 만든 생산성 증분이 얼마이고 그것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묻는다. 대부분의 회사가 아직 갖고 있지 않은 값이다.
캘리포니아만의 흐름이 아니다
이 무게중심 이동을 캘리포니아 한 곳의 실험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러 주와 연방에서 비슷한 신호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 뉴욕주의 AI 배당 — 하원의원 알렉스 보어스(Alex Bores)는 AI 사용세(토큰 단위 과금)와 AI 기업 지분으로 재원을 만드는 "AI dividend"를 제안했다. 노동참여율 하락, 특정 업종 임금 하락, 고용 없는 생산성 증가를 지급 개시의 트리거로 삼는 설계다.
- 연방 차원의 공시 강화 — 논의 중인 Great American AI Act 초안은 대량 해고에 AI가 실질적 요인일 경우 투명성 공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는다. 분배가 아니라 정보 공개 수준의 요구다.
-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25-0033 —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형 AI 기업에 감독위원회를 두고, 실직 노동자 지원 의무와 능력 확장 전 승인 요구를 담은 발의안이 준비되고 있다.
요구의 강도는 제각각이다. 어떤 것은 공시에 머물고, 어떤 것은 지분과 세금까지 나아간다. 그러나 방향은 한쪽을 가리킨다. "AI가 만든 이익을 누가 갖는가"라는 질문이 정책 문서로 옮겨 적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숫자로 보는 잉여의 향방
분배 논의가 왜 지금 나오는지는 몇 가지 숫자가 설명한다. 다만 그 숫자들이 서로 완전히 합의된 상태는 아니라는 점부터 짚어 둘 필요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1년 사이 AI 도입으로 월평균 약 1만 6천 개의 일자리가 줄었고, 기본 시나리오에서 미국 노동인구의 6~7%, 약 1,100만 명이 대체 위험군에 든다고 봤다. 실리콘밸리 한 곳만 놓고 보아도 뉴욕타임스 DealBook은 이번 전환기에 약 11만 4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이 아직 완만하다는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잉여가 얼마나 생겼고 일자리를 얼마나 밀어냈는지에 대한 측정 자체가 아직 논쟁 중이라는 뜻이다.
분배가 정책 의제가 된 배경에는 이미 벌어진 편중도 있다. 미국에서 상위 10% 가구가 직접 보유 주식의 약 93%를 소유한다. 주식시장을 매개로 한 AI 생산성 이득의 1차 분배는 이미 극소수에게 쏠려 있다는 얘기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2026년 1월 다보스에서 정부와 기업이 개입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 불안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브루킹스연구소는 더 근본적인 공백을 지적한다. AI가 만든 생산성 증분의 상당 부분이 현재의 GDP·생산성 통계 틀에는 아예 잡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눌 대상을 논하기 전에, 그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제대로 세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페블러스가 주목하는 이유
브루킹스가 국가 통계에서 지적한 측정 공백은 기업 내부에서 그대로 반복된다. 대부분의 회사는 WARN 통지서는 어떻게든 작성한다. 해고 인원과 시점, 사유는 인사 기록에 이미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팀의 산출 증가분 가운데 몇 퍼센트가 AI 덕분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데이터 인프라는 갖고 있지 않다.
신고 트랙과 분배 트랙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 있다. 신고 트랙이 요구하는 데이터는 이미 존재한다. 분배 트랙이 요구하는 데이터는 만들어야 한다. 어떤 업무를 AI가 얼마나 대체하거나 늘렸는지, 그로 인한 생산성 증분이 얼마인지, 그 증분이 인건비·매출·이익 중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작업 단위로 추적하는 데이터다. 이런 자동화 귀속 데이터는 사후에 소급해서 붙일 수 없다. AI를 도입하는 그 시점에 함께 기록해 두어야 한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의 다음 요구에 대비한다는 것은 법무팀이 문서를 준비하는 일과 다르다. AI 도입 전후의 업무·산출·인력 데이터를 연결해 추적할 수 있는 상태, 곧 AI-레디 데이터를 갖추는 일이다. 이익을 나누라는 요구에 응하려면, 먼저 그 이익을 설명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페블러스가 이 정책 흐름을 데이터 문제로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업계·보도
- 1.K&L Gates. (2026). "California Lays the Groundwork for More Sweeping AI Workforce Regulation." K&L Gates HUB.
- 2.Mintz. (2026). "AI: The Washington Report, July 2026 Edition." Mintz Insights Center.
- 3.A&O Shearman. (2026). "California governor executive order mandates review of labor policies amid AI workforce displacement." A&O Shearman on Tech.
- 4.Ogletree Deakins. (2026). "Cal. Governor's Executive Order Aims at Shielding Workers From AI Displacement." Ogletree Deakins Insights.
- 5.Duane Morris. (2026). "California State Agencies Ordered to Study the Impact of AI in Employment." Duane Morris Alerts.
- 6.Ogletree Deakins. (2026). "California Legislature Proposes 90-Day Layoff Notice Requirement Due to Employer's AI Use." Ogletree Deakins Insights.
- 7.Alston & Bird. (2025). "California Adds Requirements for Cal-WARN Notices Beginning 2026." Alston & Bird Publications.
- 8.AOL. (2026). "Newsom says AI resentment to dominate future elections. 'The pitchforks are here'." AOL News.
- 9.CoinCentral. (2026). "US Lawmaker Proposes AI Dividend to Offset Job Loss Fears." CoinCentral.
- 10.Brookings Institution. (2026). "AI growth acceleration versus distributional fairness." Brookings.
공식 문서
- 11.CalMatters Digital Democracy. (2026). "SB 951 — Worker Technological Displacement Act (bill tracker)." CalMatters Digital Democracy.
- 12.California State Legislature. (2026). "SB 951 — Worker Technological Displacement Act, bill text." LegiScan.
- 13.California Office of the Attorney General. (2026). "Title and Summary, Initiative 25-0033." California O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