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이 글은 미국 연방자동차운송안전청이 2026년 10월 9일 관보에 실은 결정 하나를 읽는다. 자율주행 트럭 회사 오로라의 트럭은 길에서 멈춰도 사람이 내려 반사 삼각대를 세우지 않아도 된다. 운전실 지붕에 단 호박색 경광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효력은 2031년 10월 7일까지 5년이다.

근거가 된 실주행 기록은 석 달치다. 트럭 34대가 50만 마일 넘게 달리는 동안 경광등이 실제로 켜져 있던 시간은 모두 합쳐 10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반대 의견을 낸 쪽은 그 10시간으로 5년을 내주는 것이 맞느냐고 따졌다. 그런데 당국은 반대편 장치인 삼각대에 대해서도 효과를 보여 주는 데이터가 없다고 같은 문서에 적어 두었다.

이 글이 옮긴 조항과 수치, 인용문은 연방관보에 실린 결정문 전문에서 가져왔다. 두 연구의 분량과 설문 문항, 곡선 구간 수치는 같은 당국이 2024년 12월 27일에 낸 거절문에서, 소송 경과는 FreightWaves·Landline Media 보도에서 확인했다. 면제의 대가로 받아 내는 기록이 공개되지 않으면 공백이 그대로 남는다는 4절의 읽기는 어느 당사자의 주장이 아니라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네 숫자를 뽑았다. 면제의 길이, 근거가 된 기록의 길이, 두 장치의 성적 차이, 이 결정에 몰린 의견 수다.

출처: 연방관보 결정문(2026-10-09, FMCSA-2026-0958).

5년

면제 기간

2026년 10월 7일 발효, 2031년 10월 7일 만료

10시간

경광등이 실제로 켜져 있던 시간

트럭 34대가 석 달간 50만 마일을 달리는 동안의 누적

2.47m

경광등이 앞선 평균 반응 거리

오로라 연구에서 경광등 135.71m, 삼각대 133.24m

402건

접수된 의견

2023년 같은 취지의 첫 신청 때는 51건이었다

1

삼각대 세 개 자리에 경광등 하나

미국에서 대형 트럭이 길 위에 멈춰 서면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야 한다. 10분 안에 차량 앞뒤 정해진 거리에 반사 삼각대 세 개를 세우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삼각대 대신 발염통을 쓸 수도 있고, 외부등은 깜빡이지 않고 계속 켜져 있어야 한다는 규정도 따로 있다. 이번 결정은 이 세 조항을 한꺼번에 비켜 가게 했다.

오로라의 자율주행 트럭에는 내릴 사람이 없다. 그래서 회사가 내놓은 대안이 운전실 지붕에 호박색 경광등을 달고 차가 멈추면 그것을 깜빡이는 방식이다. 연방자동차운송안전청은 이 장치가 삼각대와 같은 수준 이상의 안전을 준다고 보고 2026년 10월 7일부터 2031년 10월 7일까지 면제를 내줬다. 오로라에만 주어진 것은 아니다. 레벨 4 자율주행 시스템을 운영하는 다른 회사도 당국에 미리 서면으로 알리면 같은 면제를 쓸 수 있다.

조건은 촘촘하다. 경광등은 앞뒤로 보여야 하고, 호박색이어야 하며, 지상 100인치 이상 높이에, 사이드미러 상단보다 낮지 않고 운전실 지붕 높이를 넘지 않게 달아야 한다. 비상등과는 다른 패턴으로 깜빡여야 하고, 전원이 하나 끊겨도 꺼지지 않도록 전원을 이중으로 둬야 한다. 점등 시한은 멈춘 뒤 5분이다. 기존 규정의 10분보다 오히려 짧다. 위험물과 여객 운송은 아예 금지되고, 두 칸을 잇는 트레일러는 28피트짜리 두 대까지만 허용된다.

쓸 수 있는 길도 정해져 있다. 면제는 해당 자율주행 시스템이 검증을 마친 운행설계영역 안의 도로에서만 적용된다. 전국 어디서나 쓰라는 허가가 아니다. 날씨와 도로, 조명 조건을 다 담지 못한 자료로 5년을 내줬다는 지적에 당국이 내놓은 답이 바로 이 조건이다. 레벨 4 시스템은 애초에 자기 영역 밖으로 나가지 못하니 경광등도 그 안에서만 쓰인다는 논리다.

멈춘 트럭 뒤에 무엇을 세우는가 왼쪽이 지금까지의 규정, 오른쪽이 이번에 허용된 방식이다 지금까지의 규정 사람이 내려 삼각대 세 개를 세운다 시한은 멈춘 뒤 10분 외부등은 깜빡이지 않고 계속 켜 둔다 49 CFR 392.22(b) · 393.25(e) · 393.95(f) 이번 면제가 허용한 방식 사람은 내리지 않고 경광등만 깜빡인다 시한은 멈춘 뒤 5분 호박색, 전원은 이중으로, 비상등과 다른 패턴 2026.10.7 ~ 2031.10.7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연방관보 결정문(FMCSA-2026-0958) 재구성
2

오로라가 내민 숫자, 반대편이 센 숫자

같은 요청이 처음 들어온 것은 2023년이다. 오로라와 웨이모가 함께 냈고, 당국은 2024년 12월 27일 거절했다. 어떤 회사가 어떤 장비를 어떤 차에 달지 특정되지 않은 면제는 같은 수준의 안전을 주장할 근거 자체를 약하게 만든다는 이유였다. 대신 당국은 오로라 한 곳에 기간을 짧게 끊은 임시 허가를 내줬고, 2025년 10월 10일부터 석 달 단위로 갱신해 왔다. 이번 5년 면제는 그 임시 허가 기간의 기록을 근거로 삼았다.

오로라가 보고한 내용은 이렇다. 2025년 10월 10일부터 2026년 1월 9일까지 트럭 34대가 50만 마일 넘게 달렸고, 그동안 경광등의 결함이나 오작동, 전원 문제는 한 건도 없었다. 경광등이 켜진 상태에서 충돌에 휘말린 적도 없었다. 당국은 임시 허가 기간에 안전이 나빠졌다는 자료를 제출한 의견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도 결정문에 적었다.

야간에 정차한 오로라 자율주행 트럭 운전실 지붕에서 호박색 경광등이 켜져 있는 모습
▲ 정차 중 점등된 오로라 트럭의 운전실 경광등 | 출처: Aurora Innovation 뉴스룸

반대편은 같은 기록에서 다른 숫자를 셌다. 석 달 동안 경광등이 실제로 켜져 있던 시간은 결정문의 표현으로 10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고속도로 안전을 주장하는 단체 Advocates for Highway and Auto Safety는 그 10시간이 모두 예정된 정차 중에 켠 것이어서 5년을 내줄 근거가 못 된다고 지적했다. 비상 상황에서 이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그 10시간에 들어 있지 않다. 50만 마일은 주행의 크기이지 쟁점의 크기가 아니다.

그런데 결정문의 맺음말은 그 50만 마일을 증거 목록의 첫 줄에 올린다. 안전에 나쁜 영향 없이 운행한 50만 마일, 성공적으로 작동한 10시간에 가까운 경광등 점등, 두 연구의 실측치를 한데 묶어 증거의 총체라고 불렀다. 주행거리를 쟁점의 크기로 읽은 쪽은 오로라만이 아니었던 셈이다.

나머지 반대 논거도 장치의 한계를 겨눈다. 트럭이 꺾여 멈추면 기울어진 트레일러가 운전실 지붕의 경광등을 가릴 수 있다. 곡선 구간이나 언덕 너머, 안개 속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에 세우는 삼각대가 하는 일을 한 지점의 불빛이 대신하기 어렵다. 전기 계통이 한 번에 나가면 경광등도 같이 꺼진다. 자영 트럭 운전자 단체 OOIDA는 오로라가 제출한 두 건의 연구가 다양한 날씨와 도로, 조명 조건을 담지 못했고 경광등이 언제 어디서 켜졌는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며, 당국이 진행 중인 자체 연구를 끝낼 때까지 어떤 면제도 승인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논점 하나는 조금 다른 자리에 있다. 지금 규정으로도 멈춘 트럭은 비상등을 켜야 하고, 이번 면제에서도 비상등은 그대로 켜야 한다. OOIDA를 비롯한 여러 의견은 그렇다면 이번에 사라지는 것은 깜빡이는 불빛이 아니라 그 위에 한 겹 더 있던 삼각대라고 짚었다. REAL Women in Trucking은 삼각대가 차에서 떨어진 여러 지점에 놓여 단계적인 경고 구역을 만들고 그 덕에 운전자가 위험을 알아볼 시간을 번다고 썼다. 운전실에서만 깜빡이는 불빛으로는 그런 구역이 생기지 않는다.

가림 문제에는 당국이 답을 달았다. 운전실 경광등이 트레일러에 가리는 순간이 있더라도 운전자가 트레일러 정중앙을 따라 달리는 일은 드물고 도로도 완전한 직선이 드물어 가림은 잠깐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 잠깐 동안에도 표준 비상등은 계속 켜져 있고 트레일러 뒤쪽 반사 표지는 기존 규정대로 남는다. 연결 트레일러를 28피트 두 대로 묶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조건이다.

의견 수 자체도 이번에 크게 늘었다. 2023년 첫 신청 때 51건이던 것이 402건이 됐다. 찬성 쪽에는 주별 트럭 협회와 제조업 단체, 코디악·가틱·토크·웨이모 같은 자율주행 회사, 아마존과 우버가 이름을 올렸다. 반대 쪽은 안전 단체와 OOIDA, 그리고 다수의 개인 트럭 운전자였다. 한 화물차주는 찬성 의견 중에 오로라와의 관계를 밝히지 않은 제출자가 있고 조직적으로 동원된 정황이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3

결정문에 함께 적힌 공백

당국이 근거로 삼은 연구는 두 건이다. 하나는 오로라가 2022년에 수행한 실도로 연구다. 여덟 가지 상황을 만들어 뒤에서 오는 운전자가 삼각대와 경광등에 각각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봤다. 다른 하나는 웨이모가 버지니아텍 교통연구소에 의뢰한 연구로, 통제된 환경에서 주간과 야간의 탐지와 인지를 비교했다. 야간에는 경광등 쪽에서 제동이 더 빨랐고, 추월할 때 속도는 더 낮았다. 참가자 설문에서는 주간 78.26%, 야간 83.33%가 경광등이 삼각대보다 눈에 잘 띈다고 답했다.

두 연구의 크기, 그리고 결정문이 옮기지 않은 문항도 함께 볼 만하다. 2024년 거절문에서 당국이 직접 센 바로는 오로라 연구는 도로 모양마다 경광등으로 8분, 삼각대로 8분씩 시험했다. 경광등 쪽만 따지면 여덟 상황을 통틀어 64분가량이고, 두 장치를 합쳐도 전체 시험 시간이 두 시간 남짓이다. 버지니아텍 연구의 참가자는 48명이었다. 같은 거절문은 그 버지니아텍 설문에서 멈춘 트럭을 알리는 데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답한 10명 가운데 8명이 삼각대를 골랐다는 결과도 적어 두었다. 이번 결정문이 인용한 78.26%와 83.33%는 어느 쪽이 더 눈에 잘 띄느냐는 다른 문항의 답이다.

눈여겨볼 점은 첫 번째 연구의 운명이다. 2024년 거절의 근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연구였다. 여덟 상황 중 다섯에서 경광등에 반응한 운전자 비율이 삼각대보다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같은 자료를 반응의 질과 시점이라는 각도에서 다시 읽었다. 여덟 중 여섯에서 경광등을 본 운전자가 더 먼 거리부터 차선을 바꾸거나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평균 반응 거리로 환산하면 경광등 135.71m, 삼각대 133.24m다.

뒤차가 반응하기 시작한 평균 거리 막대는 0미터에서 시작한다. 둘의 차이는 2.47미터다 경광등 135.71m 반사 삼각대 133.24m 0m 135m 같은 문서에 당국은 삼각대가 운전자 반응 시간을 유의미하게 개선한다는 데이터도 없다고 적었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연방관보 결정문(FMCSA-2026-0958)에 실린 오로라 연구 수치 재구성

2.47미터 차이를 놓고 한쪽 장치가 다른 쪽보다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결정문도 그렇게 주장하지 않는다. 당국이 쓴 논리는 다른 방향이다. 삼각대가 더 낫다고 볼 근거가 없으니 경광등을 막을 근거도 없다는 쪽이다. 문서에는 이런 문장이 그대로 적혀 있다. "FMCSA는 반사 삼각대가 운전자 반응 시간을 유의미하게 개선한다는 데이터 역시 갖고 있지 않다"(FMCSA similarly lacks data showing that warning triangles significantly improve driver reaction time). 경찰이 쓰는 차선 차단이나 원뿔 배치와 비교해 삼각대가 같은 효과를 낸다는 데이터도 없다고 덧붙였다. 두 문장 모두 반대 의견에 답하는 자리에 놓였다. 앞은 삼각대가 단계적 경고 구역을 만든다고 쓴 REAL Women in Trucking에게, 뒤는 경찰의 사고 현장 관리 절차를 근거로 든 화물차주에게 돌아간 답이다.

곡선 구간에 대해서는 2024년 거절문이 숫자를 하나 남겼다. 같은 버지니아텍 연구의 주간 시험에서 곡선을 지난 갓길에 트럭이 섰을 때 경광등으로는 운전자 12명 중 9명이 트럭을 알아봤고, 삼각대로는 12명 모두가 알아봤다. 당시 당국은 경고가 시작되는 지점이 뒤쪽에 놓는 삼각대보다 운전실 쪽이 멀기 때문에 같은 수준이 되려면 경광등의 경고가 더 멀리까지 닿아야 한다고도 적었다. 이번 결정문은 이 대목을 다시 계산하지 않았다. 대신 운행설계영역 안에서만 쓰라는 조건으로 범위를 좁히는 쪽을 택했다.

비교할 기준이 없다는 사정 자체는 2024년에 이미 지적을 받았다. 그때 당국은 두 연구 어느 쪽도 아무 경고 장치 없이 멈춘 트럭에 운전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해 둔 기준 조건을 세우지 않았다고 썼고, 그것을 거절 사유 가운데 하나로 들었다. 이번 결정문에서 같은 공백은 반대 방향으로 쓰인다. 지금 규정이 어느 정도의 안전을 주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제출된 두 연구만으로도 운전자가 경광등을 기존 장치와 비슷한 비율로 알아보고 반응한다고 볼 만하다는 것이다.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 거절의 이유에서 승인의 전제로 자리를 옮겼다.

양쪽 다 데이터가 얇다. 새 장치를 받치는 기록은 석 달간 10시간이고, 오래된 장치를 받치는 기록은 애초에 당국 손에 없다. 사람 없는 기계에 규칙을 면제해 줄 때 무엇을 얼마나 측정해야 같은 수준의 안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이 결정문은 그 기준이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기록해 두었다.

4

면제의 대가로 받는 기록은 어디로 가나

당국이 그 사정을 그대로 두지는 않았다. 면제에는 보고 의무가 붙었다. 경광등이 켜져 있었거나 켜졌어야 할 상황에서 사고가 나면 닷새 안에 당국에 알려야 한다. 날짜와 위치, 차대번호, 재산 피해, 부상자와 사망자 수, 경찰 보고서 내용이 들어간다. 해마다 11월 1일까지는 연례 보고서를 내야 한다. 면제 아래 운행한 트럭 수와 총 주행거리, 오작동이 일어난 횟수와 그때의 도로 종류와 차량 구성까지 적게 돼 있다. 경광등이 더 이상 같은 수준의 안전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그 사실도 닷새 안에 알려야 한다.

항목만 보면 앞으로 그 빈칸을 메울 자료는 이 보고서들뿐이다. 그런데 같은 결정문에 그 보고서의 행선지도 적혀 있다. 사업자가 영업비밀로 지정한 정보는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가정이 아니라 이미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이번 결정의 근거가 된 임시 허가 기간 보고서 원문이 영업비밀로 제출됐고, Advocates가 그것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당국은 오로라가 비밀정보로 낸 자료라고 답했다. 대신 집계 요약은 오로라의 신청서에 담겨 있고 그 신청서는 공개 문서함에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34대와 50만 마일, 0건 같은 합계뿐이라는 뜻이다.

규칙을 면제받는 대가로 기록을 내게 하는 설계 자체는 합리적이다. 다만 그 기록을 읽을 수 있는 쪽이 규제 기관 한 곳뿐이라면, 안전을 검증하는 일도 그 한 곳의 판단에 묶인다. 그 바깥에서는 요약된 숫자를 받아 적는 일만 남는다. 10시간이 충분한지 아닌지를 두고 의견이 갈린 바로 그 자리에, 다음 5년치 자료도 같은 방식으로 쌓인다.

이 논쟁이 의견 접수 창구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자율주행 트럭이 다니는 텍사스 노선에서 화물밴으로 짐을 나르는 한 개인 사업자가 2026년 9월 8일 제7순회항소법원에 청원을 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면제의 내용보다 절차였다. 석 달짜리 임시 허가를 만료시키고 다시 내주기를 되풀이하면, 공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는 면제나 시범사업 절차를 건너뛴 채 같은 상태를 무한정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7월 8일 텍사스 알레도에서 오로라 트럭이 신호를 어긴 픽업과 부딪힌 뒤 찍힌 사진에 호박색 경광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들었다. 다만 이 사고는 픽업 쪽에 과실이 있었고, 오로라의 보고와 경찰 기록 모두 충돌 당시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고 적었다. 법무부는 그 무렵 그 노선을 임시 허가로 다니는 무인 트럭이 마흔다섯 대 남짓이라 마주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반박했고, 법원은 10월 5일 긴급 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당국은 임시 허가를 또 연장하는 대신 곧바로 5년 면제로 넘어갔다. 관보 결정문에는 이 소송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오로라 자율주행 트럭이 텍사스의 고가도로 구간을 달리는 모습
▲ 텍사스 노선을 달리는 오로라 자율주행 트럭 | 출처: Aurora Innovation 뉴스룸

이 결정이 레벨 4에만 머물 것 같지도 않다. 결정문은 운전자가 운전실에서 내려 차가 달리는 갓길을 걸어가 장치를 놓는 일 자체가 위험하므로 운전실 경광등이 사람이 모는 트럭에도 실질적인 이점이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율주행차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상용차의 경고 장치 규정을 손보는 일이 앞으로의 규제 과제가 될 만하다고 덧붙였다. 석 달치 운행 기록과 64분짜리 시험으로 내린 판단이, 다음에는 사람이 모는 트럭 전체의 규칙을 바꾸는 근거로 인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5

페블러스가 이 결정을 주목하는 이유

이 소식은 보통 자율주행 규제가 풀렸다는 뉴스로 읽힌다. 데이터를 다루는 자리에서는 다른 것이 먼저 보인다.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할 때, 그것이 같은 수준으로 안전하다는 말을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 이번 결정문은 그 증명의 재료를 두 쪽 다 공개해 두었다. 한쪽은 석 달·34대·10시간이고, 다른 쪽은 아예 없다. 결론보다 중요한 것은 그 빈칸이 문서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면제에 붙은 조건을 다시 보면, 그것은 규제가 아니라 데이터 수집 설계에 가깝다. 오작동의 빈도와 날짜, 위치, 도로 종류, 차량 구성을 적으라는 항목이 곧 다음 판단의 근거가 된다. 무엇을 기록하기로 정했는지가 5년 뒤에 무엇을 알 수 있는지를 정한다. 반대로 적지 않기로 한 것은 5년 뒤에도 모르는 채로 남는다.

사람의 자리를 모델이나 자동화로 바꾸는 팀이라면 같은 자리에서 물을 것이 셋이다. 바꾸기 전의 성능을 측정해 둔 기록이 있는가. 바꾼 뒤에 무엇을 얼마나 기록할지 미리 정했는가. 그 기록을 우리 말고 누가 읽을 수 있는가. 셋 다 평소에는 미뤄 두다가, 사고가 난 뒤에 물으면 이미 늦는 항목이다. 오로라 결정문이 보여 주는 것은 세 번째 물음이 가장 늦게 다뤄진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결정문 전문은 연방관보에서, 업계 쪽 반응은 FreightWaves와 Landline Media에서 볼 수 있다. 자동화가 사람을 대신한 자리에서 안전을 무엇으로 증명해야 하는지, 각자의 기준이 있다면 나눠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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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공식 문서

업계·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