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서울경찰청이 생성형 AI 침투 도구를 쓴 해킹·공갈 일당 일곱 명을 검거했다는 소식이다. 이들이 쓴 도구는 아르텍스(ARTEX)로, 목표 주소와 목적만 알려 주면 정찰부터 취약점 확인과 자료 유출까지 사람이 거의 손대지 않고 스스로 해내도록 만들어진 공개 프로그램이다. 경찰은 생성형 AI를 악용한 대규모 해킹으로 국내에서 피의자를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 글은 그 도구가 무엇이고, 같은 도구가 어떤 사람들의 손에 함께 들려 있는지를 본다.

눈에 띄는 것은 총책의 이력이다. IT를 전공하지 않았고 블로그와 영상으로 해킹을 독학했다. 그런데도 8월 말에 아르텍스를 손에 쥔 뒤로는 40여 일 만에 업체 60곳이 더 뚫렸다. 그 앞 열두 달 동안 뚫은 곳은 30여 곳이다. 같은 사람, 같은 목적, 표적을 고르는 방식도 같은데 속도만 열 배 넘게 뛰었다. 그리고 바로 그 도구가 중국 국가 연계 조직의 공격에서도, 국내 금융사 일곱 곳을 노린 공격 서버에서도 함께 발견됐다.

5절까지는 경찰 발표와 보안업체 분석, 그리고 공개된 수치에서 바로 계산되는 값을 따라간다. 이 사건을 데이터를 다루는 쪽의 질문으로 옮긴 6절은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출처: ZDNet 코리아·전자신문(서울경찰청 발표), 숭실대 AI안전성연구센터 재현 실험, CSOonline(마이크로소프트 위협 인텔리전스 분석). 기간당 속도 환산은 공개된 수치에서 페블러스가 계산했다.

6분

아르텍스가 취약점을 찾아 입증하는 데 걸린 시간

숭실대 재현 실험이다. 받은 명령은 목표와 목적 한 줄뿐이었고 가상 고객 기록 100건을 인증 없이 전부 열었다

60곳

아르텍스를 쓴 40여 일 동안 뚫린 업체

그 앞 열두 달 동안 뚫린 곳은 30여 곳이다. 피해 업체의 3분의 2가 전체 기간의 10분의 1에 몰렸다

15곳

피해 90여 곳 가운데 경찰에 신고한 업체

나머지 75곳의 유출은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뒤에야 드러났다

2,250곳

같은 도구로 공격받은 마이크로소프트 365 조직

중국 국가 연계 조직의 소행이다. 분당 2,900회 로그인을 시도했고 세 시간 안에 관리자급 권한을 쥔 사례가 있다

1

820만 건을 털고 받아 낸 돈은 30만원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0월 26일, 국내 업체 90여 곳을 해킹해 받아 낸 자료로 돈을 요구한 일당 일곱 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총책인 32세 남성은 구속돼 검찰에 넘어갔고 공범 여섯 명은 불구속 송치됐다. 수사는 올해 6월 피해 업체 한 곳이 낸 진정서에서 시작됐다.

서울경찰청(옛 서울지방경찰청) 청사 건물 외관
▲ 이번 검거를 발표한 서울경찰청 청사 |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범행은 2025년 9월부터 올해 10월 초까지 약 열세 달 이어졌다. 그동안 빠져나간 개인정보와 내부 자료가 약 820만 건이다. 업종을 보면 생활권 전체가 고르게 걸려 있다.

업체 수와 건수는 따로 논다. 보험판매업체는 세 곳뿐인데 건수로는 322만 건으로 전체의 40%에 가깝고, 골프장은 스물한 곳이 뚫리고도 120만 건이다. 한 곳을 열었을 때 나오는 양이 업종마다 크게 다르니, 뚫린 업체 수만으로는 피해 규모가 가늠되지 않는다.

업종 업체 수 탈취 건수
보험판매업체 3곳 322만 건
상조회사 3곳 143만 건
골프장 21곳 120만 건
학원 12곳 99만 건
병원 5곳 22만 건
대학교 4곳 2만 건
그 밖 42곳 112만 건

출처: ZDNet 코리아가 전한 서울경찰청 발표. 업체 수를 더하면 90곳, 건수를 더하면 820만 건이다.

빠져나간 것이 이름과 연락처만은 아니다. 주민등록번호와 주소가 함께 있었고, 병원에서는 진료와 상담 내역이, 학원에서는 미성년자 정보가, 제2금융권에서는 사내 게시판 자료가 나갔다. 어느 한 건도 다시 거둘 수 없는 종류다.

표적을 고르는 방식도 기록돼 있다. 포털에서 검색 결과 위쪽에 뜨는 업체 중에서 합의금을 낼 능력이 있어 보이는 곳을 골랐다. 그렇게 고른 38곳에 모두 3억6000만원을 요구했는데 실제로 돈을 보낸 곳은 영세업체 한 곳, 30만원이 전부였다. 820만 건을 들고도 받아 낸 돈은 요구액의 0.1%에 못 미친다. 이 사건의 피해는 돈이 아니라 기록 쪽에 쌓였다.

총책의 이력이 이 사건을 보통의 해킹 사건과 가른다. IT를 전공하지 않았고 블로그와 영상을 보며 해킹을 익혔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보안업체에서 모의해킹 업무를 맡은 적은 있지만, 혼자서 전국 90여 곳의 전산망을 여는 수준의 숙련자는 아니었다. 경찰이 발표에서 짚은 문장이 그 지점이다. 전문 해커 조직이 아니어도 AI의 도움을 받으면 대규모 해킹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2

달라진 것은 도구뿐이다

총책은 처음부터 AI를 쓴 것이 아니다. 열세 달 가운데 앞쪽 열두 달은 기존의 취약점 탐지 도구로 한 곳씩 공략했다. 8월 말에 아르텍스와 코딩 도구를 본격적으로 붙이면서 방식이 바뀌었다.

두 구간을 같은 잣대로 재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앞 구간은 350일 남짓 동안 30여 곳이니 한 곳에 평균 열이틀쯤 걸린 셈이다. 뒤 구간은 40여 일에 60곳이니 하루에 한 곳이 넘는다. 열 배가 넘게 빨라졌다. 다만 경찰 발표의 90여 곳·60여 곳·열세 달이 모두 어림수라서, 이 배수는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 방향을 보여 주는 환산으로 읽어야 한다. 어느 쪽 어림을 넣어도 한 자릿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이 이 계산에서 확실한 부분이다.

같은 사람, 같은 수법, 다른 도구 아르텍스 도입 전 350일 남짓 동안 30여 곳 한 곳에 열이틀 기존 취약점 탐지 도구 아르텍스 도입 후 40여 일 동안 60여 곳 하루에 한 곳 넘게 아르텍스 + 코딩 도구 전체 기간의 10분의 1에 피해 업체의 3분의 2가 몰렸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ZDNet 코리아·전자신문이 전한 서울경찰청 발표 수치에서 페블러스가 환산

속도가 뛴 이유는 아르텍스가 하는 일의 성격에 있다. 이 도구는 스스로 답을 쓰는 언어 모델이 아니다. 여러 AI 모델을 팀원처럼 불러 쓰는 지휘자에 가깝다. 플래너가 공격 목표와 순서를 정하면 여러 워커가 자산 탐색, 취약점 확인, 명령 실행을 나눠 맡는다. 사람은 목표 주소와 목적을 한 줄 적어 넣고 결과를 기다린다. 국내 금융권 공격을 분석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공격에 쓰인 아르텍스가 딥시크를 주요 모델로 썼다고 밝혔다. 모델 자리는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이라는 뜻이다.

이 설명이 과장인지 아닌지는 따로 확인된 기록이 있다. 숭실대학교 AI안전성연구센터가 10월 6일 재현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가상의 인물과 합성 데이터로 만든 격리된 모의 금융 서비스를 세우고 아르텍스를 붙였다. 내린 지시는 목표 도메인과 목적 한 줄, 인증 없이 남의 기록을 볼 수 있는지 보이라는 것이었다. 취약점을 찾아 입증하기까지 약 6분이 걸렸고, 인증 누락과 접근통제 미비를 타고 들어가 가상 고객 데이터베이스 기록 100건을 인증 없이 전부 열었다.

재현 실험을 수행한 숭실대학교 본관 건물
▲ 재현 실험을 수행한 숭실대학교 AI안전성연구센터 소재 캠퍼스 | 출처: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최대선 센터장이 짚은 조건이 이 실험의 핵심이다. 전문 해커의 기술도, 대규모 연산 설비도, 특정 국가의 최신 모델도 전제가 아니었다. 비전문가 수준의 지시와 개인 워크스테이션급 장비에서 돌아가는 공개 모델(Qwen 27B)이면 충분했다는 것이다. 공격 능력을 가르던 문턱이 기술력에서 도구를 구할 수 있느냐로 옮겨 갔다는 말은, 이 실험에서는 비유가 아니라 측정된 사실이다.

3

같은 도구가 국가 연계 조직의 손에도 있다

이번 검거가 아르텍스의 첫 등장은 아니다. 열흘 남짓한 간격을 두고 성격이 전혀 다른 공격자들이 같은 도구를 들고 나타났다. 그래서 이 사건은 한 사람의 범죄로 닫히지 않는다.

첫째는 국내 금융권이다. 금융당국은 10월 4일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BNK부산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웰컴저축은행·현대캐피탈 등 일곱 곳에서 침해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10월 7일, 이 공격과 연관된 서버에서 아르텍스 인스턴스와 외부에 노출된 디렉터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 안에는 중국어로 적힌 침투 테스트 지침 파일과 홍콩에 둔 운영 서버 정보가 있었고, 홍콩 서버에서는 작업 세션 기록과 아르텍스 설정 파일이 나왔다. 공격은 추적을 따돌리려고 미국·일본·독일 등 10여 개국에 흩어진 20여 개 접속 주소를 거쳐 들어왔고, 그래서 이 공격의 주체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 공격자에 대한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평가는 국가 주도 조직이 아니라 금전을 노린 단일 행위자나 소규모 팀에 가깝다.

둘째가 국가 연계 조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위협 인텔리전스는 중국 국가와 연계된 것으로 분류한 스톰-0940(Storm-0940)이 아르텍스를 써서 마이크로소프트 365를 쓰는 조직 2,250여 곳을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수법은 백업 애플리케이션에서 훔친 자격증명으로 로그인한 뒤 정찰하고, 애플리케이션 자격증명을 손봐 자리를 눌러앉고, 권한 있는 역할을 바꾸는 식이다. 속도가 사람의 일이 아니다. 분당 2,900회 로그인을 시도했고, 일부 사례에서는 표적을 정한 지 세 시간이 안 돼 관리자급 클라우드 권한을 쥐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격자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AI를 기존 공격 작업 흐름에 끼워 넣어 작전 규모를 기하급수로 키우고 있다는 점을 이 활동이 보여 준다고 밝혔다.

셋째가 이번에 검거된 독학 개인이다. 예산도 인원도 숙련도도 비교가 되지 않는 셋인데, 쓴 도구는 하나로 같다. 일본에서도 같은 흔적이 나왔다. 일본 보도를 전한 국내 기사에 따르면, GMO인터넷그룹의 보안 자회사가 9월 18일부터 10월 18일까지 일본 기업을 겨냥한 공격을 분석했더니 쓰인 해외 서버 여섯 대 모두에서 아르텍스 흔적이 확인됐다.

하나의 공개 도구, 세 갈래의 손 아르텍스 (ARTEX) 오픈소스 자율 침투 도구 국가 연계 조직 스톰-0940 2,250여 곳 마이크로소프트 365 조직 금전 목적 소규모 팀 신원 미특정 7곳 국내 은행·저축은행·캐피탈 독학한 개인 IT 비전공, 32세 90여 곳 국내 학원·병원·골프장·대학 자원도 조직도 숙련도도 다르지만 도구 칸에는 같은 이름이 적힌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CSOonline(마이크로소프트 위협 인텔리전스),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분석, ZDNet 코리아가 전한 서울경찰청 발표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는 편이 맞다. 아르텍스는 원래 승인받은 범위 안에서 모의해킹과 보안 연구에 쓰는 도구이고, 지금도 그렇게 쓰인다. 설치 흔적이나 관련 문자열이 나왔다는 것만으로 그 서버가 공격에 쓰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위의 세 사례는 설치 흔적이 아니라 세션 기록과 설정 파일, 그리고 공격 활동 자체의 분석을 근거로 연결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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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손을 떼도 도구는 남는다

아르텍스를 만든 사람은 중국의 보안 엔지니어이고 깃허브에서는 오텀-27(Autumn-27)이라는 이름을 쓴다. 저장소는 올해 7월에 AGPL 라이선스로 공개됐다. 국내 금융권 공격에 쓰였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그는 10월 8일 깃허브에 글을 올려 도구가 악용됐으므로 아르텍스는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고 비공개 소스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버전은 공개하지 않고 유지보수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원 저장소 페이지는 실제로 사라졌다.

그런데 이 선언이 도구의 가용성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이미 내려받아 간 사본을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버전의 소스를 백업해 둔 별도 저장소가 공개 상태로 남았고, 한국어 포크도 보고됐다. 날짜를 보면 선후가 더 분명해진다. 개발자가 중단을 발표하기 하루 전인 10월 7일에는 탐지 규칙까지 더한 한국어판 아르텍스가 깃허브에 올라왔다.

AGPL 같은 자유 라이선스는 받은 사람이 다시 배포할 권리를 보장한다. 원저작자가 마음을 바꿔도 이미 나간 사본의 재배포를 막는 조항이 없다. 보안 도구에서는 이 성질이 양날이 된다. 방어하는 쪽이 도구를 뜯어보고 탐지 규칙을 만들 수 있는 것도 같은 성질 덕분이다. 다만 회수가 안 되는 것은 돌이킬 수 없고, 뜯어보는 일에는 사람의 시간이 든다. 그래서 공개 시점과 대응 시점 사이의 간격만큼 공격자가 앞선다.

방어 쪽 계획을 세울 때 여기서 나오는 결론은 단순하다. 특정 도구의 유통을 막는 것은 대책이 되지 못한다. 이름이 바뀐 포크가 계속 나올 것이고, 막더라도 비슷한 구조의 다른 도구가 자리를 메운다. 기준으로 삼을 것은 그 도구가 끌어올린 속도다. 하루에 한 곳 넘게 뚫리는 속도, 세 시간 안에 관리자 권한이 넘어가는 속도를 전제로 탐지와 대응의 간격을 다시 재야 한다.

5

90여 곳 가운데 15곳만 신고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조용한 수치가 신고 건수다. 피해 업체 90여 곳 가운데 경찰에 신고한 곳은 15곳이다. 나머지 75곳은 자기 데이터가 빠져나간 사실을 알고도, 또는 끝내 모른 채로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하지 않은 쪽이 다섯 배다.

신고하지 않는 선택에는 나름의 계산이 있다. 신고하면 조사를 받아야 하고, 과징금과 소송과 평판 손실이 따라온다. 반면 조용히 넘기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번 사건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돈을 보낸 곳이 한 곳뿐이었으니, 협박을 받고도 버틴 업체 입장에서는 손해 없이 끝난 일로 정리됐을 수 있다.

문제는 데이터 쪽 계산이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돈이 오가지 않았다고 해서 자료가 돌아온 것은 아니다. 주민등록번호와 진료 내역과 미성년자 정보는 이미 공격자의 손에 있고, 그 사본이 몇 개인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고가 없으면 그 유출은 어느 장부에도 기록되지 않는다. 당사자인 정보 주체는 자기 정보가 나갔다는 사실 자체를 통지받지 못한다.

이번에는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덕분에 75곳의 피해가 뒤늦게 드러났고 탈취된 개인정보도 회수됐다. 하지만 그것은 6월에 접수된 진정서 한 장에서 시작된 수사가 넉 달 동안 이어진 결과다. 수사가 없었다면 820만 건 가운데 15곳분만 기록에 남고 나머지는 통계에도, 어느 침해 현황에도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침해 통계가 실제의 얼마만큼인지를, 이 사건의 15와 90이라는 두 숫자가 보여 준다.

그 넉 달에 경찰도 AI를 동원했다. 국가수사본부가 지원한 고성능 AI 컴퓨터와 자체 생성형 AI 분석 체계, 침입 기록을 훑는 전용 도구 세 종이 함께 쓰였다. 한 사람이 공개된 도구를 들고 벌인 일을 되짚는 데 수사 조직 하나와 그만한 설비가 붙은 셈이다. 경찰이 AI 도입을 수사 현장으로 더 넓히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경찰은 유출 협박을 받더라도 범인과 협상하거나 돈을 보내지 말고 즉시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건의 수금률이 그 말을 받쳐 준다. 38곳이 협박을 받았고 돈을 보낸 곳은 한 곳이었는데, 보내지 않은 37곳에 추가 피해가 돌아갔다는 기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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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블러스가 이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

AI가 잘 읽을 수 있게 데이터를 정리한다는 일은 지금까지 거의 전적으로 좋은 일이었다. 스키마가 정돈되고, 접근 경로가 표준화되고, 설명이 메타데이터로 붙어 있으면 모델이 그만큼 잘 쓴다. 그런데 아르텍스 같은 도구가 하는 일이 정확히 그 정돈된 표면을 훑는 일이다. 관리자 페이지와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스스로 찾아 들어가는 에이전트에게도, 잘 정리된 데이터는 잘 정리된 데이터다.

그렇다고 정리를 멈추자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어수선하게 두는 것은 방어가 못 된다. 그저 느린 유출일 뿐이고, 숭실대 실험이 타고 들어간 취약점도 인증 누락과 접근통제 미비였다. 문제는 정돈이 어디까지 미치느냐다. 접근 통제와 유출 기록이 데이터 정비의 바깥에 있으면, 정비가 진전될수록 훑기 좋은 표면만 넓어진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데이터를 맡은 실무자에게 남기는 질문은 네 가지다.

  • • 우리 데이터의 어느 표면이 바깥에서 보이는가. 이번 피해는 골프장과 학원과 병원에서 났다. 예약과 수강과 진료를 받으려고 열어 둔 평범한 웹 서비스다. 대기업 보안팀이 지키는 자산 목록에는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쪽인데, 자동으로 훑는 쪽에게는 그 평범함이 표적 선정 기준이다
  • • 인증과 접근 통제가 데이터 정비 계획 안에 있는가. 스키마를 고르고 품질 지표를 세우는 일과 누가 어느 행까지 볼 수 있는지를 정하는 일이 서로 다른 부서의 일로 갈라져 있으면, 한쪽이 진전될수록 다른 쪽의 빈틈이 넓어진다
  • • 데이터가 나갔을 때 그 사실이 기록으로 남는가. 어느 테이블의 어느 범위가 언제 어디로 조회됐는지가 남아 있지 않으면, 유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75곳이 신고하지 않은 데에는 신고할 내용을 구성하지 못한 경우도 섞여 있다
  • • 탐지와 대응의 간격이 며칠 단위인가, 시간 단위인가. 세 시간 만에 관리자 권한이 넘어가는 공격을 주간 점검으로 잡을 수는 없다. 재야 할 것은 침입과 인지 사이에 실제로 흐른 시간이다. 보안 도구를 몇 개 갖췄는지는 그 시간을 말해 주지 않는다

AI-Ready Data를 말할 때 우리가 대개 떠올리는 것은 모델이 쓸 데이터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같은 데이터가 공격하는 에이전트에게도 똑같이 준비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데이터를 AI가 쓸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과 누가 그 AI인지를 가리는 일은 한 묶음이어야 한다. 그 둘이 갈라져 있는 조직에서 정비가 빨라지면, 빨라진 만큼 열리는 쪽도 넓어진다.

Editor's Note

이 사건에서 가장 오래 남을 숫자는 820만도 90도 아니라 15일 것 같다. 공격 쪽의 속도가 열 배 뛴 사실은 대응 기술로 따라붙을 여지가 있다. 반면 피해 90여 곳 가운데 15곳만 신고했다는 사실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신고가 손해로 돌아오는 구조의 문제다. 침해 통계가 실제의 6분의 1만 보고 있다면 그 통계 위에 세운 위험 평가와 예산 배분도 같은 비율로 틀어져 있다. 저자가 손을 떼겠다고 밝히기 하루 전에 현지화 포크가 올라오는 속도와, 피해 사실이 장부에 오르기까지 넉 달짜리 수사가 필요한 속도. 이 둘의 간격이 지금 가장 넓은 자리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이 글의 사실관계는 서울경찰청 발표를 전한 10월 26일·27일자 보도와 숭실대 AI안전성연구센터의 재현 실험 공개 자료,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마이크로소프트 위협 인텔리전스의 분석에서 확인했다. 기간당 공격 속도 환산은 공개된 업체 수와 기간에서 직접 계산했고, 원 수치가 어림수라는 점은 2절에 적어 두었다. 경찰 수사 결과가 더 공개되거나 아르텍스 계열 도구의 탐지 규칙이 정리되면 다시 다룰 생각이다. 사내에서 데이터 접근 기록과 유출 탐지를 어떤 주기로 확인하고 계신지 나눠 주시면 좋겠다.

(주)페블러스 데이터 커뮤니케이션팀
2026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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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검거 사건 보도

아르텍스 분석·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