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앤트로픽이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 진짜 생물 실험을 하는 실험실을 돌리고 있다. 9월 18일 로이터가 단독으로 전한 소식이다. 회사의 생명과학 책임자 에릭 카우더러에이브럼스가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했고, 테크크런치를 비롯한 매체들이 같은 날 이 보도를 받아 실었다. 이 글은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가 어쩌다 플라스크와 로봇팔이 있는 방을 갖게 됐는지를 본다.
정작 그 방에 관해 공개된 것은 많지 않다. 넓이도, 일하는 사람 수도, 생물안전 등급도, 문을 연 날짜도 회사는 밝히지 않았다. 카우더러에이브럼스가 분명히 한 것은 둘이다. 생물학에서 최종 시험은 당분간 실제 실험실 작업에 있다고 본다는 것, 그리고 기계가 실험을 스스로 돌리게 하는 일은 아직 아주 초기라는 것이다. 한쪽에는 확신이 있고 다른 쪽에는 유보가 있다.
1절부터 4절까지는 로이터 보도와 앤트로픽이 스스로 공개한 문서를 따라간다. 학습시킬 데이터가 세상에 없을 때 회사는 그 데이터를 만드는 설비까지 가져야 하는가라는 5절의 물음은 이 글이 세운 것이고, 앤트로픽이 자기 선택을 그렇게 설명한 적은 없다.
주요 수치
출처: 로이터 9월 18일 보도와 앤트로픽 모델 하드웨어 표준 미리보기 발표문.
공개 없음
실험실 넓이·인원·생물안전 등급
로이터가 물었으나 회사가 답하지 않은 항목이다. 언제 문을 열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약 4억 달러
4월에 사들인 바이오텍 인수가
코이피션트 바이오를 주식으로 인수했다고 보도된 금액이다. 회사는 액수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몇 주 → 8시간
카네기멜런의 장비 연결부터 결과 곡선까지
장비를 말 알아듣게 만드는 드라이버를 써 넣는 시간까지 포함한 값이다
58% → 99.3%
큐에라 양자컴퓨터 레이저 재잠금 성공률
700회 시험에서 695회 성공했다. 완성된 제어 코드는 언어 모델 없이 돈다
로이터가 9월 18일에 확인한 것
제프리 다스틴과 마이클 어먼이 이 보도를 썼다. 사정을 아는 두 사람에게서 실험실의 존재를 듣고, 회사에 확인을 요청해 생명과학 책임자의 인터뷰를 받아 낸 순서다. 회사가 먼저 알린 소식이 아니라는 뜻이고, 실제로 앤트로픽은 이 실험실을 발표문이나 블로그로 소개한 적이 없다.
카우더러에이브럼스는 짧고 분명하게 답했다. "우리는 생물학을 하려면 최종 시험이 여전히, 그리고 당분간은 실제 실험실 작업에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지금 그 일을 하고 있으며, 접근 방식은 대부분의 바이오텍 회사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부는 자체 시설에서 하고, 일부는 외부 파트너와 함께 한다.
왜 직접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실험실이 아니라 회사의 사명을 들었다. "회사의 사명은 세상에 이로운 방식으로 강력한 AI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럴 기회가 가장 큰 곳이 생명과학이라고 우리는 보고 있고, 그것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을 움직이고 있다." 자기 손으로 하면 훨씬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가능한 가장 큰 규모로 움직이는 것이 목표라고도 했다.
기계가 실험을 대신 돌리는 데까지 오자 말이 조심스러워졌다. "우리는 실험실 작업의 실행을 AI로 자동화하는 일에서 아주 초기 단계에 있다." 그는 이 영역이 여러 공정에 의미 있는 가속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다고 이어 말했다. 가능성은 크고 진도는 초반이라는 두 문장이 한 답 안에 같이 들어 있다.
로봇 이야기는 결이 다르다. 클로드가 사람 개입을 최소로 줄인 채 로봇 장비를 지휘하도록 밀어붙이고 싶어 한다는 대목은 회사의 공식 확인이 아니라 익명의 두 관계자가 전한 내용이다. 회사 쪽은 안전을 위해 사람의 감독과 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봇 자동화를 말할 때는 그 출처의 차이를 그대로 두고 읽는 편이 맞다.
인수 뒤 다섯 달, 무슨 일이 있었나
실험실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앤트로픽은 4월에 스텔스 상태의 바이오텍 스타트업 코이피션트 바이오를 사들였다. 창업 8개월, 직원 열 명이 안 되는 회사였고 두 창업자는 제넨텍의 계산 신약개발 조직 출신이다. 인수가는 전액 주식으로 약 4억 달러였다고 보도됐다. 회사가 공식 확인한 액수는 아니다. 팀 전원이 앤트로픽의 헬스케어·생명과학 조직으로 들어갔다.
그 뒤로 같은 방향의 움직임이 쌓였다. 연구자용 소프트웨어 클로드 사이언스를 내놓았고, 노바티스 최고경영자 바스 나라시만을 이사회에 앉혔고, 8월에는 AI가 실험 장비를 직접 다루게 하는 규격을 미리 공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생명과학은 현재 앤트로픽에서 인원과 투자 규모로 손꼽히는 영역이다. 9월 셋째 주에는 발표가 사흘 연속으로 이어졌다.
회사가 실험실을 말하지 않는 동안에도 채용 공고는 말하고 있었다. 로이터가 찾아낸 링크드인 공고에서 앤트로픽은 구매와 운영을 키울 책임자를 구했고, 다른 공고에서는 단백질과 핵산 특성 분석을 다룰 전문가를 찾았다. 또 다른 공고에는 생명과학의 진도를 열 배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적혀 있었다. 구매 담당과 단백질 분석 전문가는 소프트웨어만 파는 회사가 뽑는 사람이 아니다.
16일에는 노보 노디스크와 신약 개발을 함께 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17일에는 생명과학 검증 프로그램을 베타로 열었다. 연구 자격과 보안 수준, 연구 윤리 감독 체계를 심사해 통과한 기관에는 생물학 관련 질문을 막아 온 차단 장치를 풀어 주는 제도다. 팀 단위로 해마다 갱신하는 일반 등급과 프로젝트 단위로 여섯 달마다 갱신하는 고위험 등급 둘로 나뉜다. 둘의 차이는 완화와 해제다. 일반 등급은 과학 작업에 더 너그럽게 손본 분류기를 내주고, 고위험 등급은 생명과학 요청을 막는 장치를 전부 걷어 낸다. 사이버 관련 차단 장치는 어느 등급에서도 그대로 둔다고 회사는 적었다. 고위험 접근을 더 넓게 여는 문제는 미국 정부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같은 발표문에는 데이터를 다루는 규칙도 함께 나온다. 앤트로픽은 이 프로그램의 트래픽에 한해 요청마다 실시간으로 막던 방식을 뒤에서 흐름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바꿨다. 대신 표시된 활동과 관련된 데이터를 30일 동안 보관하기로 했다. 그 데이터는 따로 칸을 막아 두어 모델 학습에 쓰지 않으며 앤트로픽 생명과학 연구팀도 열어 볼 수 없다고 회사는 밝혔다. 감시하려고 받아 둔 데이터와 모델을 키우는 데 쓰는 데이터 사이에 스스로 벽을 하나 세운 셈이다.
사흘을 붙여 놓고 보면 방향이 읽힌다. 모델을 생물학에 더 깊이 쓰게 하고, 쓸 사람을 심사해 들이고, 그 결과를 확인할 장소를 자기 건물 안에 둔다. 세 가지는 각각 다른 발표였지만 같은 한 가지를 향한다.
이 실험실은 신약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회사가 가장 신경 써서 그은 선이 여기다. 앤트로픽 대변인은 실험실이 신약 개발을 위한 곳은 아니라고 로이터에 알렸고, 더 설명하지는 않았다. 카우더러에이브럼스는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우리는 약을 시장에 내놓는 일로 사업을 하는 제약·바이오텍 회사들과 경쟁하지 않는다." 임상시험을 직접 돌리는 일은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경계선도 그었다.
선을 어디에 그었는지는 정확히 읽어야 한다. 로이터 기사의 제목부터가 신약 프로그램을 키우면서 조용히 생물 실험실을 차렸다는 것이다. 앤트로픽은 6월에 이미 신약 프로그램을 돌리겠다는 뜻을 공개했다. 코이피션트 바이오를 사들인 일이 신약 개발 도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회사가 직접 확인했다. 그러니 대변인의 말은 약을 만들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저 방에서 신약 후보를 찾지는 않는다는 뜻이고, 책임자가 덧붙인 경계는 임상시험을 당분간 직접 돌리지 않는다는 쪽에 있다. 약을 시장에 내놓는 마지막 구간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말이지 생물학에서 손을 떼겠다는 말이 아니다.
이해관계를 보면 이 선이 왜 필요한지가 보인다. 이틀 전 노보 노디스크와 맺은 협업이 바로 신약 개발이고, 하드웨어 규격의 초기 시험에는 제넨텍이 참여했다. 제약사들은 앤트로픽의 고객이자 파트너다. 같은 회사가 약을 직접 만들겠다고 나서는 순간 이들은 파트너가 아니라 경쟁자를 상대하게 된다. 신약이 아니라 기초 생물학이라는 구분은 그 관계를 지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로이터가 짚은 문제는 한 겹 더 있다. 고객사들이 자기 신약 프로그램에서 앤트로픽이 무언가를 배워 갈까 걱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는 고객 데이터를 막아 둔다고 한다. 다만 걱정의 대상은 데이터가 새는 일이라기보다 모델이 그 데이터로 좋아지는 일에 가깝다. 소프트웨어를 파는 회사가 같은 분야에서 자기 연구를 시작하면 이 물음은 피할 수 없다.
다만 사업상의 이유만으로 이 선택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여기서부터는 이 글의 읽기다. 자기 건물 안에 실험실을 두는 선택은 남의 데이터를 보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도 필요한 데이터를 얻는 길과 겹쳐 있다. 신약 개발 쪽에는 이미 데이터가 쌓여 있다. 수십 년치 임상 기록과 규제 심사 서류, 실패한 후보 물질의 목록까지가 어딘가에 문서로 남아 있다. 기초 생물학은 사정이 다르다. 세포 안에서 무엇이 무엇을 일으키는지를 사람이 조건을 통제해 확인한 기록은, 논문에 실린 결과 몇 줄을 빼면 대부분 어느 실험실 노트북 안에서 끝난다.
웹에서 긁어 온 글은 누군가가 무엇을 관찰했다는 진술이다. 실험실에서 나온 값은 조건을 바꾼 사람이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한 기록이다. 앞쪽은 상관을 말하고 뒤쪽은 인과를 말한다. 모델을 더 밀어붙이려는 회사가 가장 아쉬워할 데이터가 뒤쪽이다. 그 데이터는 사서 모으기가 어렵다. 살 수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거품을 물리 현상으로 보지 못하는 모델
실험실 소식 석 주 전, 앤트로픽은 모델 하드웨어 표준이라는 규격을 연구 미리보기로 열었다. 이름은 딱딱하지만 하는 일은 단순하다. 장비마다 제각각인 말을 읽기와 쓰기 같은 몇 가지 기본 명령으로 통일하는 드라이버를 두고, 그 장비의 무게와 안전 한계와 조절 가능한 값 같은 정보를 함께 적어 둔다. 지금까지 종이 설명서나 오래 다뤄 본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던 것들이다. 액체 분주기, 로봇팔, 플레이트 판독기, 현미경, 원심분리기, 레이저가 이 규격 위에 올라간다.
이 규격이 앤트로픽 안에서 설계돼 나온 것은 아니다. 시작점은 발표문 맨 뒤 감사의 말에 있다. 제조사가 제각각이라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뇌 영상 장비를 쓰던 자넬리아 연구캠퍼스의 박사후연구원 아르코 바스트가, 장비들이 메모리 속도로 값을 주고받게 하는 공유 사전을 먼저 만들었다. 앤트로픽의 알렉 케메니가 거기에 모델을 붙이면서 규격이 됐다. 같은 캠퍼스의 다른 연구자는 그전까지 프로그램 일곱 개를 정해진 순서대로 띄워야 실험을 시작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대시보드에서 한 번 누르면 된다고 적었다.
초기 참여 기관들이 낸 결과가 이 규격의 쓸모를 보여 준다. 카네기멜런에서는 인터페이스가 서로 맞지 않는 장비들을 컴퓨터 세 대에 걸쳐 엮어 용량-반응 실험을 돌렸다. 드라이버를 써 넣는 일부터 결과 곡선 한 장까지 여덟 시간쯤 걸렸고, 같은 일을 장비사 설정으로 하면 몇 주가 든다. 큐에라 컴퓨팅에서는 양자컴퓨터의 레이저를 다시 잠그는 제어 코드를 만들었다. 기존 방식의 성공률은 58%였는데, 새 코드는 700회 시험 중 695회를 성공했다. 그 58%짜리 스크립트는 엔지니어 넷이 몇 달에 걸쳐 만든 것이었고 한 번 시도에 150초가 걸렸다. 워싱턴대의 한 박사과정 학생은 장비 여섯 대를 일주일 안에 연결했다.
성공 사례보다 오래 들여다볼 것은 제넨텍에서 나온 실패 장면이다. 클로드가 액체를 옮기는 속도를 맞추는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거품이 생기는 문제를 모델이 소프트웨어 오류가 아니라 물리 현상으로 알아보도록 따로 이끌어 줘야 했다. 앤트로픽 자신이 발표문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클로드는 물리 세계를 글과 이미지를 통해 배웠고, 그래서 공간과 물리에 관한 추론에는 전문가의 감독이 여전히 필요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발표문을 보면 장면이 더 구체적이다. 섞는 중에 거품 때문에 오류가 뜨면 클로드의 첫 반응은 같은 웰에서 조건만 바꿔 다시 해 보는 것이었고, 그럴수록 액체가 더 흔들려 거품이 늘었다. 오류 코드가 실제 거품에서 왔다는 것, 깨끗한 웰로 옮기고 섞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사람이 알려 준 뒤에야 모델은 그 사실을 남은 실행 내내 붙들었다. 제넨텍은 이 깨달음을 다시 쓸 수 있는 액체 취급 기술로 정리해 넣었고, 그 뒤로 클로드는 성질이 다른 액체에 알맞은 기본값을 스스로 골랐다. 사람이 한 번 알려 준 것이 규칙이 되어 남았다.
제넨텍이 이 실험을 마치며 남긴 문장이 이 실패에서 무엇을 건졌는지 그대로 가리킨다. 클로드의 판단을 자기 도메인 전문성에 견줘 보면서, 실험 자동화에서 모델 성능을 계속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데이터셋을 자기들이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모델이 물리를 모른다는 사실은 여기서 한계로 끝나지 않는다. 그 모름이 튀어나오는 자리마다 사람이 답을 붙여 주면 그곳이 곧 다음 모델이 배울 기록이 된다. 실험실은 시험장이면서 동시에 그 시험의 답안지가 쌓이는 곳이다.
같은 약점이 생물학 바깥에서도 나왔다. 큐에라는 실험 도중 물리 장비 쪽에 탈이 나면 클로드가 고칠 줄 몰랐다고 적었다. 장비를 이해하는 방식이 물리적이 아니라 프로그램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는 조작 앞에서는 사람 확인을 기다리느라 실험이 밤새 멈춰 서 있기도 했다. 단백질 용액과 양자 광학은 멀리 떨어져 있는데 모델이 놓치는 것은 같다.
글과 이미지로 세계를 배운 모델은 거품을 읽은 적은 많아도 만든 적이 없다. 실험실은 그 차이가 드러나는 자리이고, 그 차이를 메울 기록은 거기서 만들어진다. 생물학의 최종 시험이 실제 실험실 작업에 있다는 카우더러에이브럼스의 문장은 그래서 겸손한 고백이 아니라 설비에 관한 진술로도 읽힌다. 다만 규격 자체는 아직 미리보기다. 프로그램으로 조작할 수 있는 장비에만 붙는다. 옛 장비를 말 듣게 만드는 만능 장치는 아니라고 회사도 적어 두었다. 원심분리기 너머로 배양기와 분석 장비까지 넓히는 일은 제넨텍이 다음 과제로 꼽은 항목이다.
페블러스가 이 소식을 주목하는 이유
데이터를 만드는 설비를 회사가 직접 갖는 선택 자체는 새롭지 않다. 사람 조직 스무 종을 길러 투약하고 관찰하는 로봇 실험실을 앞선 글에서 다뤘고, 실험 설계와 실행을 스스로 도는 자율 실험실도 다뤘다. 이번이 다른 것은 그 설비를 가진 쪽이 바이오텍이 아니라 모델을 만드는 회사라는 점이다. 데이터를 사는 자리에 있던 회사가 데이터를 만드는 자리로 한 칸 옮겨 앉았다.
데이터 품질을 다루는 눈으로 보면 이 소식이 값진 이유는 실험실의 성능이 아니라 순서에 있다. 보통은 데이터를 모으고, 모자라면 사고, 그래도 안 되면 합성한다. 앤트로픽은 그 줄의 끝에서 한 칸을 더 갔다. 자기가 쓸 데이터를 만드는 장비와 사람과 공간을 회사 자산으로 가진 것이다. 가장 자본이 넉넉한 AI 회사가 거기까지 갔다는 사실은, 데이터가 귀한 도메인에서 일해 본 사람들에게는 낯선 결론이 아니다.
우리가 AI-Ready Data를 말할 때 학습 데이터만 가리키지 않는 이유도 같다. 데이터가 없는 도메인에서 진짜 자산은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그 데이터를 계속 만드는 절차다. 무엇을 어떤 조건에서 측정했는지, 그 값을 누가 언제 확인했는지, 같은 조건을 다시 세우면 같은 값이 나오는지가 함께 남아야 데이터가 한 번 쓰고 버려지지 않는다. 실험실이든 생산 라인이든 검사 공정이든 이 구조는 같다.
그 절차가 무엇을 바꾸는지 보여 주는 계량이 같은 발표문 안에 있다. 자동화 실험실을 짓는 회사 테츠완 사이언티픽은 액체를 옮기는 작업 300종을 조건을 바꿔 가며 9,143번 분주했고, 액체 네 종에 걸쳐 1,508개 조건을 실측했다. 그 값으로 다듬은 예측 모델은 따로 떼어 둔 실험에서 장비 제조사의 기술 사양서보다 약 12% 더 정확했다. 45회 가운데 31회를 이겼다. 사양서는 남이 적어 준 문서이고 1,508개 조건은 자기 장비에서 자기가 만든 기록이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를 두고 다툴 일이 없었다. 재어 본 쪽이 이겼다.
그래서 남는 물음은 설비를 사라는 권유가 아니다. 자기 도메인에서 아래 넷을 물어 보면 지금 어느 칸에 서 있는지가 대략 드러난다. 앤트로픽이 제시한 목록이 아니라 이 글이 우리 업무로 옮겨 온 물음이다.
- 지금 쓰는 데이터 가운데 조건을 우리가 통제해서 얻은 것은 얼마나 되는가. 나머지는 남이 관찰했다고 적어 둔 기록이다.
- 그 데이터를 다시 만들어야 할 때 누구에게 부탁해야 하는가. 사야 한다면 비용과 대기 시간이 얼마인가.
- 측정 조건과 확인 이력이 값과 함께 남고 있는가. 값만 남으면 다음 사람은 그 값을 믿을지 말지부터 다시 정해야 한다.
- 설비를 갖는 쪽과 빌리는 쪽의 비용 차이를 세어 본 적이 있는가. 앤트로픽은 바이오텍 하나를 통째로 사서 답을 냈다.
네 번째에 정답은 없다. 4억 달러짜리 답을 낼 수 있는 회사는 드물다. 대부분의 조직에는 외부 파트너와 나눠 갖는 편이 맞다. 다만 그 계산을 해 본 적이 없다면,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진단은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반복된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이 글이 인용한 발언과 수치는 로이터 보도와 앤트로픽의 모델 하드웨어 표준·생명과학 검증 프로그램 발표문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여러분의 도메인에서는 데이터를 만드는 설비를 직접 갖는 쪽과 빌리는 쪽 가운데 어디가 맞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다. 계산해 보신 적이 있다면 그 근거를 나눠 주시면 좋겠다.
참고문헌
1차 보도
- 1.Dastin, J., & Erman, M. (2026-09-18). Exclusive-Anthropic quietly sets up biology lab as it ramps AI drug program. Reuters. finance.yahoo.com
- 2.Bort, J. (2026-09-18). Anthropic is operating a lab that conducts biology experiments. TechCrunch. techcrunch.com
- 3.Madori Davis, D. (2026-04-03). Anthropic buys biotech startup Coefficient Bio in $400M deal: Reports. TechCrunch. techcrunch.com
- 4.Bellan, R. (2026-09-09). 'Gambling with our lives': Anthropic researcher quits, warns against self-improving AI. TechCrunch. techcrunch.com
공식 발표
- 5.Anthropic. (2026-08-27). Previewing the Model Hardware Standard. anthropic.com
- 6.Anthropic. (2026-09-17). Introducing the Life Sciences Verification Program. anthropic.com
- 7.Novo Nordisk. (2026-09-16). Novo and Anthropic will collaborate to advance drug discovery with Claude. novonordis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