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이 글은 2026년 10월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AI기본법 개정안의 한 조문을 뜯어본다. 정부사업을 하다가 만들어진 AI 학습용데이터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개방 플랫폼 'AI허브'에 연계·제공하는 일이 의무가 됐다. 그동안은 내도 되고 안 내도 되는 일이었다.

눈여겨볼 자리는 의무가 아니라 그 옆에 함께 들어간 예외다. 영업비밀 보호, 개인정보 침해, 저작권 침해, 국가 안전보장. 이 네 가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해당하는지를 먼저 판단하는 쪽이 제3의 기관이 아니라 데이터를 내야 할 당사자, 곧 사업 수행자다. 낼 의무와 안 낼 판단이 한 손에 같이 있다.

의무와 예외의 조문 내용, 네 가지 사유, 공포 후 6개월이라는 시행 시점은 모두 그날 배포된 과기정통부 자료와 이를 전한 보도에서 가져온 사실이다. 3절에서 시행령을 실질적인 결정 지점으로 본 대목과, 6절에서 빠진 데이터를 확인할 절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적은 대목은 발표의 내용이 아니라 이 글의 해석이다.

주요 수치

네 칸을 뽑았다. 앞의 둘은 이번 개정이 새로 그은 선(안 내도 되는 사유의 수)과 그 선이 걸리는 날짜이고, 뒤의 둘은 지금 AI허브에 쌓여 있는 양과 같은 날 함께 통과한 데이터산업법이 잇겠다는 플랫폼 수다.

출처: 테크월드(2026.10.13), 파이낸셜뉴스, AI타임스.

네 가지

내지 않아도 되는 사유

영업비밀 보호, 개인정보 침해, 저작권 침해, 국가 안전보장. 법에는 이름만 있고 범위는 대통령령에 맡겼다

2027년 4월

의무가 실제로 걸리는 때

공포 후 6개월이 지나야 시행된다. 그때까지 하위법령을 만든다

945종

AI허브에 올라온 정부사업 데이터

2025년 말 기준이며, 의무화 이전에 자율로 쌓인 양이다

88개

'원-윈도우'가 잇는 플랫폼

2026년 8월 기준 공공 73개와 민간 15개다. 같은 날 통과한 데이터산업법 개정이 여기에 연계 요청 근거를 붙였다

1

내는 것이 의무가 된다

2026년 10월 13일 국무회의에서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과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데이터산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두 법 모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고, 공포 후 6개월이 지나 2027년 4월에 시행된다.

통과에서 시행까지, 6개월 그 사이에 하위법령이 모습을 드러낸다 2026.10.13 국무회의 통과 2027.04 시행 공포 후 6개월 — 하위법령(시행령) 정비 기간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테크월드(2026.10.13)

AI기본법 쪽의 핵심은 한 문장으로 줄어든다. 정부사업 등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구축되거나 산출된 AI 학습용데이터를 AI허브에 연계·제공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AI허브는 과기정통부가 2018년부터 운영해 온 AI 학습데이터 개방 플랫폼으로, 2025년 말 기준 945종의 정부사업 데이터가 올라와 있다. 지금까지 그 945종은 각 사업이 알아서 올린 결과였다. 2027년 4월부터는 올리는 것이 원칙이 된다.

의무를 지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개정안은 과기정통부 장관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행정적·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하고, 연계·제공된 학습용데이터의 안정적인 품질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함께 규정했다. 데이터를 내라고 하면서 내는 일을 돕고 들어온 데이터를 관리하겠다는 구조다.

정부가 내놓은 설명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엄열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실장은 "인공지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품질 AI 학습용데이터를 확보하는 한편 국민이 필요한 데이터를 쉽게 찾고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확보와 접근, 두 가지를 한 번에 손보겠다는 뜻이고, 이번에 함께 통과한 데이터산업법 개정이 그 뒤쪽을 맡는다.

2

안 내도 되는 네 가지, 판단은 누가 하는가

의무 조항 바로 옆에 예외 조항이 붙어 있다. 사업 수행자 등이 영업비밀의 보호, 개인정보 침해, 저작권 침해, 국가 안전보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연계·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네 가지 모두 가져다 붙인 명분이라기보다 실제로 공공 데이터 개방에서 늘 부딪혀 온 벽이다. 사람 얼굴이 찍힌 영상, 기업이 공정에서 뽑아낸 측정값, 외부에서 사들인 말뭉치, 국방이나 보안과 닿아 있는 기록. 이런 것을 전부 올리라고 하면 사업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다.

문제는 예외가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예외를 누가 먼저 판단하느냐다. 조문은 "사업 수행자 등이 …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경우"라고 적는다. 외부 심사나 사전 승인 절차는 보이지 않는다. 데이터를 내야 할 당사자가 스스로 "이건 영업비밀입니다"라고 판단하면 그 단계에서 제공 의무가 멎는다.

아래 도식은 그 구조를 한 줄로 늘어놓은 것이다. 왼쪽에서 정부사업이 데이터를 만들고, 가운데 관문에서 네 가지 사유 해당 여부가 가려지고, 통과한 것만 오른쪽 AI허브에 닿는다. 관문을 지키는 사람이 곧 데이터를 내야 할 사람이다.

의무와 예외가 한 조문에 들어간 구조 관문을 지키는 쪽과 데이터를 내야 하는 쪽이 같다 정부사업 학습용데이터 구축·산출된 것 전부 네 가지 사유 해당 여부 영업비밀 · 개인정보 · 저작권 · 국가 안전보장 AI허브 연계·제공 공개 목록에 오른다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여기서 빠진다 판단 주체: 사업 수행자 등 — 사전 심사 절차는 조문에 없다 네 가지 사유의 구체적 범위는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령에서 정해진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테크월드(2026.10.13)에 실린 개정안 조문 설명을 그림으로 옮겼다

자체 판단을 악의로 읽을 필요는 없다. 어떤 데이터에 개인정보가 섞여 있는지, 어느 구간이 영업비밀에 닿는지를 가장 잘 아는 쪽은 그 데이터를 만든 당사자가 맞다. 판단을 바깥으로 넘기면 심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사업 일정에 그대로 얹힌다. 다만 가장 잘 아는 쪽과 가장 내키지 않는 쪽이 같은 사람일 때, 그 판단이 맞았는지를 나중에 누가 되짚느냐는 질문은 따로 남는다.

3

범위는 시행령이 그린다

조문을 다시 보면 네 가지가 닫힌 목록이 아니다. "영업비밀의 보호, 개인정보 침해, 저작권 침해, 국가 안전보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라고 적혀 있다. 법률에 있는 것은 네 개의 이름이고, 그 이름 안에 무엇이 들어가는지와 목록이 더 길어지는지는 시행령이 정한다.

여기서부터는 이 글의 읽기다. 같은 네 글자라도 범위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양쪽으로 갈린다. '영업비밀'을 기업이 비밀이라고 지정한 것 전부로 읽으면 민간이 참여한 사업의 데이터는 거의 전부 빠질 수 있다. 반대로 공개 시 경쟁상 구체적 손해가 소명되는 경우로 좁히면 이번에는 기업이 정부사업에 데이터를 들고 들어오기를 망설인다. 어느 쪽으로 가든 지금 조문만 읽어서는 알 수 없고, 알 수 있게 되는 시점은 하위법령이 나올 때다.

'등'이 붙은 자리는 예외 쪽만이 아니다. 의무의 대상도 "정부사업 등의 수행 과정에서" 구축되거나 산출된 학습용데이터라고 적혀 있다. 국가 연구개발사업만을 말하는지, 지자체 사업이나 출연기관 과제처럼 정부 예산이 들어간 다른 사업까지 포함하는지는 지금 조문만으로 갈리지 않는다. 과제를 수행 중인 기업이나 기관에서 "우리 사업도 대상인가"를 묻는다면, 그 답도 같은 하위법령에 달려 있다.

공포 후 6개월, 2027년 4월 시행이라는 일정은 곧 하위법령을 만들 시간이 그만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개정에서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법률이 통과한 10월 13일이 아니라 시행령 입법예고가 뜨는 날 정해진다.

4

품질관리 조치에 기준이 없다

비어 있는 칸이 하나 더 있다. 개정안은 품질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지만, 그 조치가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보고 집행되는지는 공개된 자료 어디에도 없다. 들어온 데이터를 받는 쪽에서 무엇을 보고 통과시키는지가 정해지지 않은 채로 의무만 먼저 켜진다.

이 공백이 가볍지 않은 이유는 AI허브의 지난 운영에서 이미 한 번 드러난 적이 있다. 한국데이터경제신문은 10월 15일 분석 기사에서 감사원이 표본으로 검증한 경기도·한국도로공사 구축 데이터 6종이 모두 과기정통부 품질 기준에 미달했고, AI허브에 공개된 908종 가운데 213종은 납품 업체가 폐업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해당 보도 한 곳에서 확인한 것으로, 감사원 보고서 원문과 직접 대조한 것은 아니다. 앞서 적은 945종과도 집계 시점과 범위가 달라 두 수를 같은 자리에 놓고 빼면 안 된다.

AI허브 품질 점검, 보도된 두 수치 한국데이터경제신문(2026.10.15) 분석 보도 기준 공개된 908종 중 납품 업체 폐업 213종 / 908종 (약 23%) 감사원 표본 검증 6종 중 기준 미달 6종 모두 미달 두 수치는 보도 한 곳에서 확인한 것으로, 945종(AI허브 전체 집계)과 범위·시점이 다르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한국데이터경제신문(2026.10.15) 분석 보도

수치의 자릿수를 떠나, 납품한 업체가 사라진 데이터가 플랫폼에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는 생각해 볼 만하다. 데이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고쳐 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고, 그 상태를 알아보려면 누군가 주기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의무 제공이 시작되면 들어오는 양은 늘어난다. 받는 쪽의 기준이 같이 서지 않으면 늘어나는 것은 쓸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라 목록의 길이다.

5

빠진 데이터는 '원-윈도우'에서도 검색되지 않는다

같은 날 통과한 데이터산업법 개정은 다른 쪽을 건드린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공공기관과 민간법인에 데이터 소재 정보의 연계 협력을 요청할 수 있게 하고, 공공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르도록 했다. 요청의 대상은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라는 소재 정보다.

요청을 받는 두 상대의 무게는 같지 않다. 공공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라야 하지만, 민간법인 쪽에 같은 의무를 지우는 문장은 보이지 않는다.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으는 일에서도 공공이 먼저 열고 민간은 협력을 권유받는 구조인 셈이다.

받아 줄 데는 이미 있다. '원-윈도우'는 2025년부터 운영 중인 공공·민간 데이터 통합 검색 서비스로, 2026년 8월 기준 공공 73개와 민간 15개를 더해 88개 플랫폼을 잇고 있다. 공공데이터포털이나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처럼 그동안 따로 들어가야 했던 창구들이 한 자리에서 검색된다. 이번 개정은 그 연계를 부탁에서 법에 근거를 둔 요청으로 바꿨다.

다만 88개가 국내에 있는 데이터 플랫폼의 전부는 아니다. 한국데이터경제신문은 앞서 인용한 분석에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지난 2월 내놓은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이 국내 데이터 플랫폼을 200개 안팎으로 보면서도 그 사이를 잇는 기준은 없다고 짚었다고 전했다. 집계한 쪽과 기준이 달라 두 수를 빼서 '아직 안 이어진 112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어 붙일 창구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정도는 읽힌다.

'원-윈도우'가 잇는 폭 두 막대는 서로 다른 집계 기준이라 직접 뺄 수 없다 원-윈도우 연결 88개 (2026.08 기준) 공공 73 민간 15 국내 데이터 플랫폼 추정 약 200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2월) 연결 기준은 아직 없다고 짚었다 두 수치는 집계한 쪽과 시점이 달라 '아직 안 이어진 112개'라고 뺄 수 없다.
▲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한국데이터경제신문 분석 보도,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

찾는 길이 넓어지는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다만 넓어지는 것은 어디에 데이터가 있는지를 찾는 길이다. AI허브에서 네 가지 사유로 빠진 데이터는 애초에 어느 카탈로그에도 올라오지 않으므로, 88개가 880개가 되어도 그 자리는 검색 결과에 나타나지 않는다. 두 개정은 같은 날 같이 통과했지만 서로 다른 문을 열었다.

6

페블러스가 이 개정을 주목하는 이유

'공공 자금으로 만든 학습 데이터는 공유한다'는 원칙과 '네 가지 사유면 내지 않는다'는 예외가 한 조문에 같이 들어갔다. 원칙과 예외가 함께 적히는 것은 입법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다만 예외의 해당 여부를 당사자가 먼저 판단하고, 그 판단을 뒤에서 확인할 절차가 조문에 보이지 않을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개방의 실제 폭이 법률이 아니라 각 사업의 판단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든 데이터가 AI허브에 실제로 올라오는지, 올라오지 않았다면 네 사유 중 무엇으로 빠졌는지를 누가 어떻게 확인하는가. 지금의 조문과 공개된 자료에서 그 확인 절차는 찾기 어렵다. 빠진 데이터는 목록에 없고, 목록에 없는 것을 세려면 애초에 만들어진 것이 무엇인지를 따로 알아야 한다.

그 대조는 페블러스가 이미 한 번 해 봤다. 8월에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5개 정예팀의 학습데이터가 AI허브에 개방됐을 때, 보도자료 붙임과 AI허브에 실제로 올라온 것을 항목마다 맞춰 보니 같은 데이터셋의 건수와 용량이 두 기록에서 달랐다(정부 보도자료와 AI허브가 같은 학습데이터를 다르게 센다, 2026년 8월 29일). 그때 어긋난 것은 세는 방식이었고, 이번에 생기는 것은 한쪽 목록에 아예 오르지 않는 데이터다. 성격은 다르지만 확인하는 방법은 같다. 발표된 목록과 실제 공개 목록을 나란히 놓고 항목을 하나씩 대조하는 것이다.

페블러스는 모인 데이터가 학습에 쓸 수 있는 상태인지 판별하고 걸러 내는 일을 해 왔다. 거기서 보면 이번 개정의 의무 조항은 반가운 선이고, 품질관리의 기준은 아직 아무도 값을 넣지 않은 칸이다. 어느 쪽이든 다음에 확인할 자리는 분명하다. 시행령 입법예고가 네 가지 사유의 범위를 어디까지 그리는지, 그리고 2027년 4월 이후 AI허브의 공개 목록이 실제로 어떻게 늘어나는지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다. 개정안 통과를 전한 원 보도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정부사업으로 데이터를 구축해 보신 분이라면, 네 가지 사유 가운데 실무에서 가장 먼저 걸릴 것이 무엇일지 의견을 나눠 주시면 좋겠다.

R

참고문헌

R.1정부 발표 보도

R.2단독분석

R.3참고 맥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