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ecutive Summary

"AI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문장은 절반만 맞습니다. PwC가 2026년 6월 27개국 10억 건 이상의 채용 공고를 분석해 내놓은 AI Jobs Barometer는 정반대의 그림을 보여줍니다.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기업일수록 고용은 오히려 더 빠르게 늘었고, 같은 시기 신입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일자리는 줄었습니다. 사라진 것은 일자리의 총량이 아니라, 신입이 처음 발을 들이던 진입로였습니다.

가장 또렷한 신호는 신입 공고 자체의 변화입니다. AI 노출이 높은 신입 직무는 리더십·창의성·대면 소통 같은 전통적 시니어급 역량을 요구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직무보다 7배 높았습니다. 기업이 이제 22세에게 35세가 가졌을 법한 능력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AI가 신입이 일을 배우던 단순·반복 업무를 가져가자, 신입에게 남는 일이 판단과 대인 능력 쪽으로 통째로 옮겨갔습니다.

이 글은 PwC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소멸'이라는 단순한 서사를 '문턱 상승과 양극화'로 다시 읽습니다. 그 끝에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사람의 판단이 점점 더 비싸지는 시장에서, 그 판단을 떠받치는 데이터를 누가 쥐고 있는가.

주요 수치

출처: PwC 2026 Global AI Jobs Barometer

네 숫자는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신입 직무에 요구되는 역량은 시니어급으로 7배 더 자주 올라갔고, 신입 공고에 새로 등장한 스킬의 절반 이상이 원래 경력자에게 요구되던 것이었습니다. 그 사이 평범한 신입 공고는 줄고 시니어화된 공고만 늘었으며,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의 몸값은 2년 만에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7배

시니어 스킬 요구

AI 고노출 신입 직무가 전통적 시니어 역량을 요구할 확률 (저노출 대비)

52%

신입 공고의 '경력자 스킬'

AI 최고노출 직군 신입 공고에 새로 등장한 스킬 중 원래 경력자용 비율 (최저노출 7%)

+35% / -10%

시니어화 신입 vs 일반 신입

2019년 이후 시니어화된 신입 공고 증가율과 일반 신입 공고 감소율

62%

AI 스킬 임금 프리미엄

AI 스킬 보유자 평균 임금 프리미엄 (2024년 25% → 2026년 62%)

1

헤드라인을 뒤집는 데이터

지난 2년 동안 노동시장 뉴스는 한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는 미국 노동자 6분의 1의 급여 데이터를 분석해, AI에 많이 노출된 직무의 신입 채용이 덜 노출된 직무보다 13% 줄었다고 보고했습니다.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고용은 2022년 말 정점 대비 약 20% 감소했습니다. 헤드라인은 익숙한 결론으로 달려갑니다. AI가 신입의 자리를 가장 먼저 가져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시장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PwC가 27개국 10억 건 이상의 채용 공고를 기업 재무·직무 데이터와 결합해 분석한 결과,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기업의 고용은 오히려 더 빠르게 늘었습니다. AI 노출 상위 기업의 인력은 2018년 대비 52% 증가해, 최하위 기업의 36%를 크게 앞섰습니다. 생산성도 마찬가지여서, 상위 20%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같은 기간 전체 평균의 몇 배에 달하는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AI 노출도별 기업 인력 증가율 (2018년 이후) AI 고노출 기업 (상위 20%) +52% AI 저노출 기업 (하위 20%) +36%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PwC 2026 Global AI Jobs Barometer
▲ AI에 많이 노출된 기업일수록 2018년 이후 인력이 더 빠르게 늘었다 | 출처: PwC 2026 Global AI Jobs Barometer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놓으면 모순처럼 보입니다. 한쪽에선 신입이 줄고, 다른 쪽에선 전체 고용이 늘었습니다. 모순을 푸는 열쇠는 '총량'이 아니라 '진입'에 있습니다. 일자리의 개수가 통째로 사라진 게 아니라, 신입이 회사에 처음 발을 들이던 그 입구가 좁아졌습니다. 스탠퍼드 연구진의 표현을 빌리면, 기술은 일을 통째로 없애는 게 아니라 진입로를 없앱니다.

관점의 전환: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문장은 변화를 총량의 문제로 오해하게 만듭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진짜 변화는 분배와 진입의 문제입니다. 사라진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신입이 처음 올라서던 발판입니다.

2

22세에게 35세를 요구하는 시장

PwC는 미국의 신입 일자리 240만 건을 따로 들여다봤습니다. 그 결과 AI 노출이 높은 신입 직무는, 리더십·창의성·대면 소통처럼 원래 경력자에게 기대하던 '인간 집약적' 역량을 요구할 확률이 가장 덜 노출된 직무보다 7배 높았습니다. 같은 신입 자리인데도 입사 조건이 한 단계 위로 올라간 것입니다. Fortune은 이 현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했습니다. 기업이 이제 22세에게 35세가 가졌을 역량을 요구한다.

숫자는 더 구체적입니다.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군에서는 신입 공고에 새로 등장한 스킬 중 52%가 원래 경력자에게 요구되던 것이었습니다. AI 노출이 가장 낮은 직군에서는 그 비율이 7%에 그쳤습니다. 그 결과 '시니어화된' 신입 공고는 2019년 이후 35% 늘어난 반면, 평범한 신입 공고는 10% 줄었습니다. 신입 채용이 사라진 게 아니라, 신입에게 요구하는 능력의 정의가 위로 당겨진 것입니다.

신입 공고에 새로 등장한 스킬 중 '경력자 스킬' 비율 AI 최고노출 직군 신입 공고 경력자 스킬 52% AI 최저노출 직군 신입 공고 경력자 스킬 7%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PwC 2026 Global AI Jobs Barometer
▲ AI 최고노출 직군 신입 공고의 52%가 경력자용 스킬 — 최저노출 직군(7%)의 7배 이상 | 출처: PwC 2026 Global AI Jobs Barometer

메커니즘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전통적으로 신입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하면서 일을 배웠습니다. 일종의 도제식 수련이었습니다. AI가 바로 그 단순 업무를 가져가자, 신입에게 남는 일은 판단하고 새 아이디어를 내고 사람을 상대하는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PwC의 피트 브라운은 이 변화가 신입이 경력을 쌓던 사다리의 첫 칸을 치워버린다고 지적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불편한 질문이 따라옵니다. 신입이 단순 업무를 거치며 성장하지 못하면, 5년 뒤·10년 뒤의 시니어는 어디서 나오는가. 당장의 효율을 위해 진입로를 좁히는 결정이, 시간이 지나면 숙련 인력의 공급 자체를 마르게 할 수 있습니다. AI가 만든 시니어화는 개인의 취업 문제이자, 조직의 인재 파이프라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핵심 발견: AI는 신입의 일을 없앤 게 아니라, 신입에게 요구하는 역량의 문턱을 시니어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신입 공고의 절반 넘는 새 스킬이 원래 경력자용이라는 사실은, '진입 장벽'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정확히 보여줍니다.

3

인간 판단이 재가격되는 두 갈래

문턱이 올라가면 그 문턱을 넘은 사람의 값이 오릅니다. PwC가 측정한 AI 스킬 임금 프리미엄은 그 재가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AI 스킬을 가진 사람의 평균 임금 프리미엄은 2024년 25%, 2025년 56%, 2026년 62%로 빠르게 뛰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몸값이 매년 더 벌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AI 스킬 임금 프리미엄 추이 (일반 임금 대비) 25% 2024 56% 2025 62% 2026 페블러스 원본 도식 | 출처: PwC 2026 Global AI Jobs Barometer
▲ AI 스킬 임금 프리미엄: 2024년 25%에서 2026년 62%로 2년 만에 2.5배 상승 | 출처: PwC 2026 Global AI Jobs Barometer

PwC는 이 변화를 '두 갈래 노동시장'이라고 부릅니다. 한쪽에는 AI가 루틴을 자동화한 자리에서 인간의 판단과 전문성이 오히려 강조되는 '전문직화' 직무가 있습니다. 영상의학과 의사나 리크루터처럼, AI가 1차 작업을 처리할수록 최종 판단을 내리는 사람의 가치가 커지는 직무입니다. 이런 직무는 일자리가 두 배 빠르게 늘었고, 임금도 다른 직무보다 약 42% 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AI가 비전문가도 할 수 있게 만들어버린 '대중화' 직무가 있습니다. 진입은 쉬워졌지만 차별화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정체됐습니다.

이 양극화는 한국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대한상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채용 공고 14만여 건 중 신입만 뽑는 자리는 2.6%에 불과했고, 97.4%가 경력을 요구했습니다. 한 번도 일해본 적 없는 청년이 들어갈 틈이 그만큼 좁아진 것입니다. 경력처럼 보이려고 중소기업을 거쳐 다시 신입으로 지원하는 이른바 '중고신입'의 비중은 2023년 25.7%에서 2024년 28.9%로 늘었습니다. 진입로가 좁아진 자리를, 이미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메우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변화를 AI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성급합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신입 채용 감소가 금리 인상, 팬데믹 시기의 과잉 채용에 대한 반작용, 테크 업계의 조정 같은 요인과 뒤섞여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집계 실업률에서 AI 노출 직군의 뚜렷한 상승은 아직 또렷이 잡히지 않습니다. 변화는 한가운데서는 평평하고, 가장자리에서만 먼저 움직입니다. 다만 그 가장자리가 정확히 신입이라는 점이, 이 데이터를 그냥 흘려보내기 어렵게 만듭니다.

정리하면: AI는 능력을 평준화하는 게 아니라, 인간 판단의 값을 위로 끌어올립니다. 판단이 강조되는 직무는 더 비싸지고, 누구나 할 수 있게 된 직무는 정체됩니다. 시장은 소멸하는 게 아니라 두 갈래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4

그 판단을 떠받치는 데이터는 누가 쥐는가

여기까지가 PwC가 보여준 그림입니다. 페블러스 독자에게는 한 단계 더 번역할 거리가 남습니다. 인간의 판단이 더 비싸지는 시장이라면, 그 판단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됩니다. 그리고 모든 판단은 입력값을 먹고 자랍니다. 판단의 입력값은 데이터입니다.

AI가 단순 업무를 가져간 자리에서 사람이 새로 맡게 된 일을, PwC의 댄 프리스트는 AI를 지휘하고, 의심하고, 실제 문제에 적용하는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세 가지 모두 한 가지 전제 위에서만 작동합니다. 지휘하려면 무엇을 시킬지 판단할 근거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의심하려면 결과를 검증할 신뢰할 만한 기준 데이터가 있어야 하며, 적용하려면 현장의 맥락을 담은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AI 시대에 더 비싸진 인간의 일은, 결국 좋은 데이터를 분별하고 다루는 일과 겹칩니다.

시니어화된 신입이 갖춰야 할 역량의 절반이 여기에 있습니다. 더 이상 정해진 절차를 반복하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데이터를 믿고 어떤 데이터를 의심할지 가려내는 눈입니다. 조직 차원에서도 같은 질문이 던져집니다. 사람의 판단이 가장 비싼 자원이 됐을 때, 그 판단이 흔들리지 않도록 받쳐주는 데이터를 잘 갖춘 쪽이 결국 더 멀리 갑니다.

AI가 일자리를 없애느냐 마느냐는 어쩌면 잘못된 질문입니다.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능력의 정의가 위로 당겨진 시장에서, 그 높아진 판단을 떠받칠 데이터를 누가 먼저, 제대로 쥐고 있는가. PwC의 10억 건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문턱은 이미 올라갔고, 그 위에서 일하는 사람을 받쳐주는 것은 결국 데이터의 품질입니다.

마무리: 인간의 판단이 재가격되는 시장에서 다음 경쟁력은 더 큰 모델도, 더 많은 인력도 아닙니다. 그 판단을 떠받치는 데이터를 얼마나 믿을 만하게 갖추고 있는가입니다. 문턱이 올라간 자리에서 진짜 차이를 만드는 것은, 좋은 데이터를 분별하는 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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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학술·업계 보고서

국내 데이터

  • 3.대한상공회의소. (2025). 2025년 상반기 채용시장 분석. korcham.net

업계·보도

  • 4.Fortune. (2026년 6월 18일). Entry-level work didn't disappear — AI 'seniorized' it instead, PwC finds. Fortune.
  • 5.CNBC. (2025년 8월 28일). AI isn't killing jobs, it's killing entry-level careers for young workers. CNBC.